종말의 마수를 삼킨 헌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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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작품등록일 :
2024.09.02 09:26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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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24,752

작성
24.09.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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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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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

DUMMY

열린 게이트 사이로 검고 반질거리는 머리가 비집고 나온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둥근 머리에는 눈도 코도 없다. 입으로 예상되는 가느다란 선 하나가 있을 뿐.

머리의 뒤로는 긴 몸통이 따라 나온다. 팔도 없고 다리도 없다. 타르를 뭉쳐서 늘려 놓은 듯한 피부의 질감은 생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촉수 같은 것에 가까워 보인다.

한 번도 보고 된적 없는 기괴한 생물, 아니 몬스터였다.


게이트를 빠져 나오던 몸스터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하더니 머리를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전진. 그 반동을 이용해 단숨에 몸 전체를 빼냈다.


쏴아아-


몬스터가 빠져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게이트가 소멸되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게이트가 소멸하는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상할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누군가 따라 오지 못 하게 서둘러 문을 닫는 것 같기도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던 듯 서둘러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기도 하다.


몬스터는 또아리를 틀고 주변 탐색을 위해 마나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고 소비했다. 서둘러야 한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공명하던 마나가 돌아왔다. 그런데, 탐색 결과가 이상하다.


눈과 코가 없지만, 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위가 찌푸려진다. 꼭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고민하는 표정 같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머리를 한 번 털고 다시 주변을 탐색했다.


여기가 맞는데.

이상하다.

여기에는 시체 밖에 없는데.


심장이 없는 인간의 시체 하나.

머리가 없는 오크의 시체 하나.


여기가 맞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몬스터는 현재 상황을 이해 해 보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낙관적으로.

희망을 담아서.


이윽고 결론을 내린 몬스터의 입이 열었다.


"이런..씨..ㅂ."


유창한 한국어였다.


*****


아이는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자라난다. 사랑을 먹고 성장하고 성숙해 진다. 그게 일반적인거라고 배웠다. 보통의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고 배웠다. 근데, 나는 왜 그 일반적인 사람에 포함되지 못 했을까.


초등학교 3학년, 아마 8월이었을 거다. 그 날도 선풍기 하나로 버티다가 겨우 잠이 든 기억이 난다.

잠을 깨운 건 또 다시 들려온 비명소리,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아. 또 시작인가 보다.


"돈 어딨냐고. ㅆ년아."


"돈. 무슨 돈. 먹고 죽을래도 없어."


"이런 ㅆ 년이."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악을 쓰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술버릇이 좋지 않았다. 아니 나빴다. 술만 먹으면 나와 어머니를 때렸다. 물건을 부쉈다.

다행인 건 노름에 빠지고 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곤 했다. 오늘이 그 날인가 보다.

평소처럼 이불에 머리를 파묻고 겁먹은 닭처럼 모든 것이 지나길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편을 들었으며, 아버지와 맞서 싸웠다.

아마 내 인생 최초의 용기였을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너는 애 교육을 어떻게 시켰으면. 애비한테 대들게 만들어?"


퍽!!!


눈 앞에 별이 보였다. 귀에서 삐이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왼쪽 귀가 잘 안 들린다.

못 먹어서 삐쩍 골은 몸으로는 아버지에게 이길 수 없었다. 주먹으로 맞았고, 발로 걷어차였으며, 식탁 다리로 온 몸을 구타 당했다.


"그러지 마. 애한테 왜 그래. 나한테 해. 나한테 하면 되잖아."


"돈 여기있어. 돈 여기 있다고!!!"


이어지는 아버지의 고함소리, 어머니가 애원하는 소리.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그 날,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 건 목이 부러져 테이프로 고정시켜 놓은 선풍기의 모습과 소음뿐.


"현우야. 엄마 따라 가자. 우리 이렇게는 못 살겠다."


몇 일 후, 어머니와 나는 야반 도주를 했다. 혹시 아버지가 쫓아올까봐 학교는 자퇴했고, 처음 간 동네에서 숨어 살았다. 몇 년간은 전입신고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셨고, 밤에는 내 공부를 봐 주셨다. 그렇게 돈을 모아 우리는 단칸방에서 원룸으로 이사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건데, 그 때는 꽤 괜찮았던 시절인 것 같다.

원룸이었지만, 에어컨도 있고, 세탁기도 있었다. 때리는 아버지도 없고.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어머니가 어디서 얻어 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양이 꽤 괜찮은 컴퓨터를 선물해 주셨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일하러 간 낮 시간에는 게임을 했다. 그래서, 내 친구는 다 게임에 있었다. 인터넷에 있었고.


내가 18살 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그 해 겨울에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

교통사고였다. 술에 취한 사람이 길을 건너던 어머니를 못 보고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받은 합의금 2천 만원...

법이 참 웃긴 게, 공탁금이라는 걸 걸면, 반성문이라는 걸 써서 판사한테 내면,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면, 그럼 되더라.

지금이었다면 그렇게 남어가지 않았을 텐데.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멍청했다.


그 범죄자 놈은 형을 얼마 살지도 않고 감옥에서 나왔다. 나는 어머니를 잃었는데.

그렇게 나는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


혼자 어두운 방에 웅크리고 살았다.

배달 시켜 먹고, 방세 내고, 전기, 수도, 가스, 공과금 내고.

2천 만원 생각보다 금방 떨어지더라.


집주인이 월세를 독촉하러 왔을 때, 그제서야 왈칵 겁이 났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자주하던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 머리와 몸통이 1대1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으로 유행에서는 한물 간 게임이었다. 하지만, 돈을 내지 않아도 하루에 2시간 까지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될 때 마다 그 게임에 접속하고는 했다.


채팅창이 깜빡거렸다.


'올만.'


'안녕하세요.'


'225층 갈껀데 같이 ㄱㄱ?'


누구였더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어느 층에서 마주치고, 같이 게임하다가 친구가 추가된 사람이겠지.

손끝이 떨린다. 뭐라고 채팅을 쳐야 할지 모르겠다.


'나 좀 도와주면 안 되요?'


'?'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템 옮기실?'


'도와주세요.'


내 인생 두 번째 용기였고, 구조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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