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마수를 삼킨 헌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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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작품등록일 :
2024.09.02 09:26
최근연재일 :
2024.09.13 18: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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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24,752

작성
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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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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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

DUMMY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얼떨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키는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몸, 햇볕에 그을려 까무잡잡한 얼굴은 나를 주눅들게 했다.


“네가 현우냐?”


말투도 억세다. 고개를 끄덕이자,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 기억이 나는 범위 내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 현재 상황 같은 것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살짝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래 딱 저런 표정으로···


“팀장님?”


“현우야?”


그 때, 참 많이 울었는데,


“현우야. 정신이 들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고맙다는 인사를 못 했네.


“현우야. 현우야. 간호사.”


왜 이렇게 졸리지.


“간호사!”


현우의 의식은 깊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하얀 석고 보드, 형광등 낯선 천장이다. 현우는 눈을 떴다. 정신이 몽롱하고 어지러웠다. 눈만 깜빡거리고 있으니, 마친 링거를 갈아주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어어...”


“깨어나시면 선생님이 알려달라고 하셔서, 잠시만요.”


밖으로 나간 간호사는 의사와 함께 들어왔다. 금색안경에 뽈살이 살짝 늘어진 중년의 남자였다.


“오. 허허. 이야. 백현우씨. 반갑습니다. ”


“네. 여기가?”


“병원입니다. 병원. 최고병원 아시죠?”


안다. 회사와 협약된 병원이다.


“제가 여긴 어떻게..”


“구급차 타고?”


“네?”


“껄껄껄. 농담입니다.


“아..네..”


옆에서 간호사가 꺄르르 함께 웃어준다. 사회생활은 저렇게 해야 하는데.


“검사상으로는 다 정상인데, 깨어나지 않아서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또 건강한 모습을 보니 좋네요. 껄껄껄.”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웃음소리가 병실 안을 울린다. 뭐가 저렇게 좋은 걸까. 의사들은 잘 웃지도 않던데. 특이한 사람이다.


“하루 이틀 내로 퇴원하실 수 있을 테니. 준비되면 말씀하시고. 병원이 마음에 들면 며칠 더 있으셔도 되고. 우리 밥 맛있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원장님, 수술 시간 되셨는데요.”


“벌써 이렇게 됐네. 나 가볼게요.”


간호사의 호출에 의사는 밖으로 나가다 말고, 한 마디를 더 남겼다.


“백현우씨. 멋있었어요. 아주 팬 됐잖아. 나갈 때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어주고 가요. 껄껄껄”


엄지를 치켜 세우며,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홀린 기분이 든다.


“보호자분 좀 전까지 계셨는데, 화장실 가셨나 봐요. 제가 불러드릴게요.”


보호자? 난 보호자가 없는데?


드르륵-


“현우야.”


병실 문이 열리고, 팀장님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아. 저기 오시네요.”


“아유. 선생님. 우리 현우 괜찮나요?”


‘네. 괜찮으세요. 좀 전에 원장님도 다녀가셨고, 하루 이틀 내로 퇴원 하셔도 된다고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간호사가 나가자 팀장이 보조 의자를 놓고 침대 옆에 앉는다.


“현우야. 괜찮냐?”


“오늘 괜찮냐는 얘기만 계속 들은 것 같네요.”


“걱정되니까 그렇지.”


“네. 괜찮아요. 근데, 나는 왜 병원에 있는 거예요?”


아까 전부터 이게 궁금했다.


“너 기억 안나?”


“네. 기억이 안 나는데요.”


“어디까지는 기억이 나?”


“오크한테 도망치다가 팀장님을 창고에 숨기고, 도망치다가 뭐에 받힌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맞다. 오크는 어떻게 됐어요?”


“헌터들이 출동해서 처리했다고 하더라. 저격으로 빵.”


“그래요? 근데 나는 왜 기억이 없지?”


“놀래서 그런가 보지.”


오크한테 도망치다가, 뒤에서 충격을 받고, 땅에 구른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럼 내가 기절을 한 것도 아닌데. 그 뒤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꼭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하얀 백지 같다. 그 뒤로는 병원이었고.


“현우야. 이것 봐 볼래?”


팀장님이 스마트폰을 건넨다.


“이게 뭐예요?”


재생 버튼을 눌러 너튜브 영상을 틀어준다. 뉴스였다.


『이 용감한 청년은 순간적인 기지로 오크를 따돌립니다.』


스마트폰 속의 내가 쓰레기 통을 던지고 있다. 오크의 도끼에 쓰레기통이 쪼개진다. 오물이 비산하고, 가까이 있던 오크가 대부분의 오물을 뒤집어썼다.


아. 저래서 그랬구나. 괴로워하더라니. 눈에 다 들어갔겠네.


『오크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청년은 동료를 구해서 도망갑니다.』


『청년은 동료를 참고에 숨깁니다. 이윽고 창고에서 나온 청년, 미끼를 자처합니다.』


미끼를 자처한 거 아닌데. 둘 다 도망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건데.


『때마침 출동한 특수부대에게 오크는 사살당합니다.』


화면이 바뀌더니 오크가 사살 당하는 장면만 보인다. 내가 바닥에 구르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방송에 내보내기에는 부적절한 화면이라고 생각한 건지, CCTV화면을 편집한 것 같다.


『한편, 경찰은 두 사람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맙다. 정말.”


팀장님이 고개를 숙인다. 민망함이 몰려왔다.


“왜 그러세요. 팀장님. 한 것도 없는데.”


“한 게 없기는. 내 목숨을 구했는데.”


“팀장님이 내 목숨 먼저 구해줬잖아요. 그 때, 게임에서 도와달라고 했을 때, 팀장님이 안 왔으면 나 죽었을지도 몰라요.”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해. 민망하게.”


“생각해보니 고맙다는 얘기를 한 번도 못 했더라구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내가 더 고맙지. 나는 너 한 목숨 구했지만, 너는 나, 우리 쌍둥이, 마누라. 이렇게 넷을 구했잖아.”


“알았어요. 내일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남쪽을 향해서 절 올리고 하루를 시작하세요.”


“남쪽? 거기 뭐 있어?”


“제가 살잖아요.”


"이 노무 시키가 낄낄."


"고맙다면서요. 아 나 환자. 환자. "


팀장이 장난으로 주먹을 들자 나는 환자임을 강조했다.


*****


"혼자 있을 수 있지?"


"네. 애도 아니고."


"내일 데리러 올 때 까지, 사고 치지 말고."


"네. 쌍둥이들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오냐."


팀장이 나가자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뉴스를 검색했다.

어딘가에 가공되지 않은 CCTV영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두어 시간을 더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편집되지 않은 영상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넘어지고 바닥을 뒹군다. 그런 다음 오크가 나를 죽이려고 하고. 나는..나는. 어떻게 했지?

생각이 날 것도 같은데, 전혀 모르겠다.


어?


나 죽지 않았나?


툭-


기억을 떠올린 순간, 현우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마치 차단기의 전원이 내려가듯,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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