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사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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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TAREH
작품등록일 :
2024.09.05 22:44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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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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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1)

DUMMY

'제길...

제길...!!'


"...이건 말도 안되잖아!"

아자젤은 들고있던 청소기를 던지면서 소리쳤다.


"그런다고 안바뀐다. 빨리 바닥 쓸... 내가 이걸 몇번이나 말하는거야..."

아자젤이 바에 취직한지 이제 고작 한달이 지났다.


비록 서투른 실력이지만, 한달간의 노력끝에 그 능력을 인정받고,

마침내 정직원으로 임명되었...


"잠깐만! 내가 왜 정직원인건데요! 아직 돌아갈 수 있는거잖아요! 그렇죠?!"

아자젤은 청소기를 다시 주우며 소리쳤다.

그녀의 부서진 헤일로는 금방 다시 복구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저지른 죄를 안다는듯이, 헤일로는 밝게 빛나지 못했다.


"하하하, 그럼. 돌아갈수 있지.

물론 조금 '오래' 일해야겠지만.

설마, 생사부를 건든 죄를 잊은건 아니지?"

사타나엘은 편하게 셰이커를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자젤은, 그런 사타나엘을 째려보았다.


"그만, 이제 얼굴펴.

이렇게 좋은날에 그런 표정 지으면 안되지."

사타나엘은 바 입구에 쓰여진 팻말을 가리켰다.


'CLOSED, 헤븐즈 바는 매주 월요일 쉬어갑니다.'

"으윽, 그건 확실히 그렇지만... 그래도 휴일까지 일시키는건 아니지 않아요?!"

확실히, 아자젤은 지난 한달간 휴일에도 청소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좀더 잘 닦아봐, 혹시 모르잖아?

더 빨리 복귀할수 있을지도?"

"으으으, 한달째 같은 소리를...!"

그럼에도 아자젤은 청소를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사타나엘의 말대로 조금 일찍 복귀할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실락같은 희망마저도, 아자젤의 헤일로가 다시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뒤, 아자젤은 청소를 마쳤다.

"확실히 한 달정도 일해보니까 많이 나아졌네.

옛날에는 먼지가 잡혔는데 말이야.

이렇게 하다간 정말로 곧 돌아갈 수 있겠는걸?"

사타나엘은 테이블에 손을 대본 뒤, 감탄하며 말했다.

"에헤헤, 칭찬 감사합...

...이 아니잖아!

자꾸 휴일에 일 시키실 거에요?!"

아자젤은 칭찬이 자신을 일하게 만든다는걸 깨닫고는, 사타나엘에게 버럭 화를 냈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나랑 같이 산책이나 갔다오자."

사타나엘은 어느새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고는, 문을 열며 말했다.

하얀 정장덕분인지, 그의 검은 머리도 헤일로와 빛에 공명하여 회색 빛으로 빛나는듯 했다.

"그렇게 차려입고요? 이번엔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아자젤은 사타나엘을 의심하고 있었다.

저번주에도, 그 저번주에도,

아자젤은 산책을 빌미로 헤븐즈 바 주변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사오게 시켰던것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걱정마, 이번에는 그런일은 안 시킬테니까.

조금 멀리 나갈꺼야. 한...

퓌어까지?"

"퓌어...? 잠깐, 퓌어요?!"


아자젤은 그 말을 듣고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이 있는 세이든에서 퓌어까지는,

편도로 2시간 거리였다.

그렇다는건...

"저! 드디어 여기를 벗어날수 있는건가요?!"

....아자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한달간 같은 도시, 같은 길, 같은 건물,

그리고 같은 상가에서만 있어봤기 때문일까,

천사 시절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마을들을 보게될 생각에, 아자젤은 몸이 앞섰다.

"자, 자! 빨리 가보죠!"


아자젤은 열린 문으로 뛰쳐 나가더니, 양 팔을 펼치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녀의 등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빛은 서서히 모이며, 날개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윽고, 빛은 날개가 되었다.

날개는 그녀의 머리처럼 순백했고, 지난번 날개를 나는데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설움이라도 표하는 것처럼, 햇빛에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당장 가죠! 어디로 날아가면 될까요!"

아자젤은 지난 한달 새 볼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짓고 숨을 빠르게 내쉬며 말했다.


-빵빵!

"뭐해? 어서 타."

사타나엘은 아자젤의 기대와는 달리, 검은 상자안에 타고 있었다.

"...어라? 사장님? 그 상자 안에서 뭐하시나요?"

"상자...? 아, 이 차 말이야?

이걸 타고 퓌어까지 갈꺼야.

하늘을 날면 항공법 위반으로 벌금 내야되거든.

빨리 타. 안타면 두고 간다?"

"아,넵."

아자젤은 기죽은 듯이 쳐진 날개를 다시 숨기고, 차에 탔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까, 차는 상가 앞에 멈춰섰다.

"일어나, 도착했어. 지금 안 일어나면 다음주도 휴일에 일하게 한다?"

"크헙, 일어 났슴...쿠엑!"

일이라는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아자젤은 침까지 흘리며 자던걸 멈추고 바로 일어났다.

...차 천장에 머리를 박으면서까지 말이다.

"푸흡, 빨리가자고, 꼬마 마물씨?"

사타나엘은 가볍게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흐으윽, 나쁜 사장 같으니라고!"

아자젤은 뒤이어 빠르게 차에서 나왔다.


"그래서, 여긴 뭐하러 온거에요? 여기는 지어진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확실히, 상가 건물은 본점 건물보다도 더 깨끗했다.

"맞아, 우리 퓌어지점이 여기에 입주해 있거든.

잘 되고 있는지 확인차 보러 온거야."

아자젤은 상가를 올려다 보았다.

상가에는 확실히 간판이 박혀 있었다.

'헤븐즈바-퓌어점 2F'

"그러면.... 저희 여기 일하러 온거에요?!"

아자젤은 뭔가 눈치를 챈듯, 화를 내며 말했다.

"워워, 진정해. 오늘 우리는 일을 하러 온게 아니라,

엄연한 '손님'으로 온거니까.

자, 빨리 올라가자고."

사타나엘은 말을 마친뒤,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으윽, 나 또 사기당한거야? 아으으으..."

아자젤도 당했다는 듯이 한숨을 쉰 뒤, 사타나엘을 따라 나섰다.


퓌어 상가의 2층,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

그 끝에는 '헤븐즈 바-퓌어점'이라고 쓰여진 작은 팻말이 있었다.

어둠을 부정이라도 해보려는듯, 문옆에 달린 두개의 작은 등불은 빛나고 있었지만,

결국 가게의 이름에 반대되게 점점 어둠이 가득차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자젤과 사타나엘은, 그 가게앞에 멈춰섰다.

"진짜로 여기에요? 좀 으스스한데..."

"새 건물이라 아직 많이 입주를 안 해서 그래.

자, 들어가자고."

사타나엘을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실례합니다, ...계신가요?"

아자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각오를 다진듯 조심히 문을 열고 바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밖과는 달리, 잘 정돈되어 있지만, 여전히 골목을 가득 채운 어둠은, 가게 안도 자신들로 채우고 있었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하네... 어랏?!"

어둠이 점점 걷히자 눈에 들어온건, 다름아닌

카운터에서 의자에 앉아 쓰러져 있는 사람이었다.

아자젤은 재빠르게 그 사람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저기요, 괜찮으신가요?! 빨리 치료를..."

큰 소리에 반응한 것일까, 그 사람은 자리에서 하품을 하며 느릿하게 일어났다.

"후아아암... 벌써 저녁인가요?"

그녀는 서서히 눈을 뜨며 말했다.

"일어났냐, 아즈."

사타나엘은 아즈라는 여자에게 말했다.

"아, 사장님? 빨리 오셨네요! 방금 막 다 치우고 잠든 참이었는데..."

"...요즘 타천사들은 다들 잠이 많은가봐, 그렇지?"

사타나엘은 아자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자젤은 빠르게 방금 흘렸던 침을 닦으며, 사타나엘을 째려보았다.

"하하, 장난은 이쯤 하자고. 아즈, 이쪽이 우리 신입, 아자젤이야."


아즈는 아자젤을 물끄러미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당신이 이번에 내려온 타천사군요! 제 이름은 아즈모데우스, 아즈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잘부탁드려요? 후후..."

아즈모데우스는 사타나엘도 얼굴을 조금 들어야 할 정도로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매우 긴 검은 머리와 보라빛의 눈은 천사였던걸 부정하듯 가게안의 어둠과 공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달리 완벽하게 정돈된 머리와 기품있는 옷은, 마치 여왕을 연상시키는듯 했다.


"저...잘 부탁해요!"

아자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즈에게 말했다.

"후후후, 그러면, 웰컴 기프트를 줘야겠죠?"

아즈는 말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물건을 아자젤에게 건네줬다.

"이건...?"

"바로 '우정의 증표'랍니다!"

아즈가 준 그 '우정의 증표'는, 증표라기엔 조금 길고, 마치 젤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뭐하는 물건인가요? 아무리봐도 처음 보는 물건인데..."

"후후, 그건 바로..."

아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타나엘은 능숙하게 아자젤의 손에서 '증표'를 빼앗더니, 그대로 아즈의 머리에 던졌다.

"미친놈아! '우정의 증표'가 아니라 '색욕의 증표'겠지!"

'증표'는 그대로 날아가 아즈의 머리를 가격했고, 아즈는 '증표'와 함께 반대편 벽까지 날아갔다.

"으윽, 이것이 순수함인가아...!"

아즈는 분명 맞고 날아갔음에도, 어쩐지 후련한 표정이었다.

"아하핫, 저 순수한 표정에, 이런걸로 맞다니... 오히려 오케이랍니다? 후후후..."

"아직 덜 맞았나 보군."


아자젤은 저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다른곳보다 유독 어둡지 않아요?"

사타나엘은 때리려던걸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비록 골목 끝이라고 하더라도 그 주변보다는 더욱 어두웠다.

"그러고보니, 조금 어둡네. 아즈, 여기 무슨 마법이라도 쳐둔거야?"

"어라라, 그런가요? 그냥 방향제만 좀 뿌려둔거였는데..."

아즈는 무릎을 털고 일어나더니, 선반에서 방향제를 꺼냈다.


'어둠 방향제! 마법처럼 주변을 어둡게 만듭니다. 18시간 지속!"


"....아하."

아즈는 잠시 자신을 째려보는 사타나엘의 눈치를 보더니, 빠르게 창문을 열었다.

"...드니우!"

아즈가 주문을 외치자, 아즈의 손에 어둠이 모이더니, 그대로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자, 조금은 나아졌을까요?"

어둠은 서서히 사라졌고, 그 안은 다시 밝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내부의 모습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퓌어점은 본점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의자가 카운터에 집중되어있어 손님들과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우와, 저희 가게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네요!"

"후후후, 왜냐하면, 여기는 '예약제'거든요."

그렇다. 퓌어점은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하루에 일정수의 손님만 받아서 그렇게 큰 가게도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소수의 인원에 집중해 한적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나저나, 방금은 어떻게 한번에 어둠을 없앤거에요?"

아자젤은 궁금한 듯이 아즈에게 물었다.

그리고 아즈는,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이건, 바람 마법이랍니다?

바람 마법으로 방향제를 응집해서,

그대로 날려보낸거죠."

"어라? 마법을 쓸수 있다고요?!

그건 불가능할텐데?"

아자젤은 의문으로 가득찼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본래 천사들은 마법을 쓸 수 없다.

그들의 신성력은 마력과 반대되기 때문에, 헤일로가 온전하다면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즈모데우스는...

헤일로가 부서진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었다.

마치 천사가 아니었다는 것처럼.

"....진짜 타천사 맞죠?"

"어머, 헤일로가 없어도 타천사일수 있답니다?

그보다도, 저는 당신이 날개를 가지고 있는게 더 이상한걸요?"

"네? 천사라면 다 가지고 있는거 아니었어요?"

아자젤은 순수하게 말했지만, 아즈는 몹시 당황한 모양이었다.


"설마... 날개를 뜯기지 않은건가요?"

"...네?! 날개를 뜯겨요?!"

사타나엘은 잠시 듣더니, 끼어들어 말했다.

"우리때는 추방당할때 날개를 뜯겼거든."

"하지만, 사장님은 검더라도 날개가 있잖아요?"

"그건 내가 특이한거야. 다시 만들어냈거든."

사타나엘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아자젤은 애써 무시했다.

"그럼 저도 일찍 추방당했다면..."

"뜯기지 않았을까요?"

아자젤은 자신의 날개가 안전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의 대화가 흐른 뒤, 사타나엘은 아즈에게 물었다.

"아즈, 이제 잡담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는거 어때?"

"어머, 그랬죠 참."

아즈는 벽에 있던 커튼을 치더니, 커튼 뒤에 숨겨져 있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건,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포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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