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사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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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TAREH
작품등록일 :
2024.09.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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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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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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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3)

DUMMY

순식간의 일이었다.

-우지끈!

거대한 하얀손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지붕을 뜯어내버렸다.


"으, 으아아악!"

아자젤은 빠르게 벗어놨던 롱패딩을 입었다.

지붕이 없어지자마자,

추위가 한번에 몸을 덮쳤으니까.

"예티?! 예티가 왜 여기서 나와요?!"


예티는 설산에서만 산다는 하얀 털의 거대 유인원으로,

본래 천성은 겁이 많아 산 아래까지 내려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특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굶주린 채로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면...

자신 주변에 있는 동식물 상관없이 모두를 찢어버린다는 것이다.


...분명 아자젤은 그런 사실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자신의 눈앞에서,

이그리스가 반으로 쪼개지는걸 봐버렸으니까.

"으, 으아아아악! 이그리스씨!!!"


"어라? 아하, 저 지금 분리됬군요?"

....물론 이그리스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사장님,

가만히 보고계시지만 말고 좀 토벌해 주시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술을 못팔아서 '매출'이 떨어질거라구요?"

이그리스의 말 한마디에,

사타나엘은 빠르게 달려나갔다.

"감히 내 소중한 가게를!

물론 돈은 안되는 가게였지만,

여기가 없으면 조난당한 사람들은 그대로 죽은 목숨이라고!"

"사장님..."

"그리고 매출 떨어지면 책임도 못지는게!"

"..."

아자젤은 태클을 걸려고 했지만, 일단 참았다.


사타나엘은 빠르게 양 팔을 펼쳤다.

주변에 모여든 검은 빛은,

마치 어둠처럼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곧 검은 날개로 바뀌었다.

아자젤의 날개와는 다르게 조금 더 크고 길었지만,

주변의 하얀 눈마저 빛을 잃게 만들 정도로 어두웠다.


사타나엘은 그대로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예티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우드득!

하지만, 오히려 부러진건 자신의 팔이었다.

"이런 젠장... 이거 굶주린 애 맞아? 너무 단단한데!"

"아, 사장님. 하나 얘기를 안한게 있는데."

이그리스는 상반신만 남은채 사타나엘에게 말을 걸었다.

"뭔데!"

"이 산의 예티는 물리공격에 강하답니다."

"뭔 게임이야?!

크윽, 그럼 난 지금 데미지도 못 준다는 거잖아!"

사타나엘은 다시 땅으로 내려오며 말했다.

확실히,

사타나엘은 지금 마력을 쓰면 그대로 호문클루스들이 명령대로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타나엘은 섣불리 마력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아자젤!"

"네?!"

"내가 이녀석을 어떻게든 막을테니까,

어서 저 '문'을 두드려! 얼어있지만 말고!"

사타나엘은 부러진 팔로 저 멀리,

자신들이 이곳으로 올때 열었던 문을 가리켰다.

그리고 가리키고 있는 동안,

팔은 빠르게 꺾이더니,

부러진 적이 없던것처럼 원상태로 돌아왔다.


"사장님 팔이 이상하게 꺾이는데요?!"

"괜찮으니까 어서 가!"

아자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양 팔을 벌려 사타나엘처럼 날개를 펼처 날아올랐다.

그 하얀 날개는 사타나엘과는 달리,

눈과 공명하며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더 빠르게, 더 빠르게...!"


아자젤은 곧 문앞에 도착했고,

빠르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크라드씨이! 비상이에요! 비사앙!"


그 사이에, 사타나엘은 점점 몸이 더 부러져가고 있었다.

찢기기도 하고, 또 부러지기도 하지만,

'영원의 축복' 덕분인지, 계속해서 몸은 수복되었다.

하지만 고통은 계속해서 들어오는지,

이제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젠장! 마력만 쓰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

"하하하, 그랬다가는 저희랑도 싸워야 될거라고요?"

"조용히 해! 이제 머리밖에 안 남았으면서!"

그리고 이그리스도 상반신을 잃은채, 머리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크라드씨이이! 빨리!!! 이러다가 다죽어..."

아자젤이 울며 불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두드릴 때 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갔다.


초록빛이 나는 갈색 앞치마.

하얀 와이셔츠와 길고 검은 바지.

그리고 약간의 푸른빛이 도는 하얀 머리와,

주변의 눈처럼 새하얀 피부.

맑으면서도 어두운,

또한 고결하면서도 날카롭고, 야만적인 붉은눈.

그였다.

전 마족 제1 군단장이자,

인간들의 용사이기도 했으며,

....카페 점장이기도 한.

바하무트 프리저든.


그는 검을 쥐더니, 그대로 예티의 주먹을 막아섰다.

"늦었나?"

"빨리도 오네... 다친거 안보여?"

사타나엘은 그런 바하무트를 보며 화를 냈다.

"건강해보이네. 아쉬워라."

바하무트는 약간 히죽거리더니,

그대로 예티의 팔을 걷어냈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널 죽이겠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가 쥔 검은, 칼집도 없었고,

그 무엇보다...

칼날이 없었다.

그의 손에는, 오직 자루만이 남아있었다.


"점장님!!! 칼날 부러진거 같은데요???!!!"

아자젤은 바하무트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바하무트는, 아자젤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원래 그런 검이거든."

아자젤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웃는 모습 무서워!

곧 사람 하나 죽일거 같아...!'


바하무트는 다시 뒤돌아섰다.

"앙 가르드(En garde)."

그리고는,

몸에서 청록빛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꾸드르와(Coup droit)."

그 순간, 빛은 검에 모여들었고,

그대로 하나의 얇은 칼날을 이루었다.

"알레(Allez)!"

그리고 바하무트는,

그 칼날로 빠르게 예티를 찔렀다.


청록빛의 날은 그대로 예티의 가슴을 뚫었고,

칼날보다 더 큰 구멍만이 남은채,

예티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주위는,

약속이라도 한듯 청록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이걸 못잡는다고? 한심하긴."

"뭐래, 마력 안써서 그런거거든."

"나도 마력 안썼잖아."

"뭐래! 검기 써놓고! 반칙이지 반칙!"

...그리고 그 둘은 왠지 모를 싸움을 이어갔다.


"...방금 저건..."

아자젤은 방금 본 우아한 검이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칼날이 생겼다가도, 또 다시 사라지는,

마치 마술같았으니까.

"신기하지? 우리 스승님은, 소드 마스터였거든."

"우와악?! 크라드씨? 언제부터 계셨어요?"

아자젤의 뒤에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크라드가 서 있었다.

"그보다, 소드 마스터라니...

그럼 방금 본게 검기에요?

그러면 크라드씨도...?"

"맞아. 우리도 미약하게는 쓸 수 있지만,

스승님 정도로 쓸려면 한참 멀었지.

한 500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하하."


크라드는 계속해서 스승님 자랑을 하고 있었고,

그 스승님과 스승님의 친구는...

어째서인지 눈 위에서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저먼 수플렉스!"

"으억! 감히 숙녀한테 이런 짓을...!"

"뭐래. 언제부터 너가 숙녀였다고."

"으으윽, 나보다 힘도 약한 주제에!"

"그런 사람이 예티 하나 못잡아?"

...아자젤은 사타나엘이 장난을 치는 모습을 처음봤고,

바하무트가 저 얼굴로 장난치는 것도 처음 봤다.


"...크라드씨."

"왜?"

"저 사람들... 진짜 용사 맞죠?

아무리봐도 그냥 애새..."

"하하, 그래도 보기 좋잖습니까?"


이그리스도,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머리만 굴러서 왔다.

"이제는 머리밖에 안 남은 겁니까, 이그 형님..."

"크라드, 내 상반신만 좀 찾아주지 않을래? 하반신은 지금 여기로 오고 있거든."

"... 그러죠 뭐."

그러고는, 따로따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

아자젤은 추위에 몸을 떨며 생각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바 안에 들어왔다.

...지붕는 없었지만.

"...추워! 너무 추운거 아니에요?!

그보다, 다들 왜 그런 옷만 입고도 괜찮은 건데요?!"

크라드는 이미 카페로 돌아간 뒤였고,

이그리스는 호문클루스니까 그렇다 치지만,

아무리 봐도 사타나엘과 바하무트가 아무렇지 않은건 이상했다.

"그야, 게헨나가 북쪽에 있으니까?"

아자젤은 묘하게 납득했다.

왜냐하면, 게헨나도 여름에는 평범하지만,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도 내려가는 곳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여긴 왜 온거야? 공항이라도 갈려고?"

"정확하게 알고 있네. 여기서 페론으로 넘어갈려고."

아자젤이 나중에 듣길,

이곳에서 공항은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한다.

"크흠, 그나저나, 세분은 뭐 안마시시나요?

뚜껑도 없고, 좀 초라하지만, 한잔씩 드리죠."

이그리스는 잘렸던 몸을 다시 이어 붙이며 말했다.


그에 바하무트는 대답했다.

"됐어, 난 술은 안마시거든.

우유나 한잔 주겠어?"

"저희는 아쉽게도 우유를 취급 안합..."

"샀잖아. 저번에 오는거 봤는데?"

"그건 술에 넣는..."

"우유."

"그래도..."

"대답."

"...금방 드리죠."


그렇게 사타나엘은 위스키,

바하무트는 우유를 받았다.


"아자젤은, 뭐 안 마시나요?"

"아, 저는 혹시 따뜻한거로 될까요?"

"따뜻한거라... 커피는 마시시나요?"

"한번도 안 마셔봐서... 많이 쓴가요?"

"하나도 안 써." "엄청 쓰지."

""음? 이자식이...""

바하무트와 사타나엘은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그 둘은, 또다시 언쟁을 하고 있었다.


"커피는 너무 쓸거 같다면,

몸을 따뜻하게 해줄 칵테일을 드리죠."

이그리스는 바로 바닥에 있는 다락문을 열더니,

그대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매일 마시는 오렌지 500'

"...그거 오렌지 주스 아니에요?"

"맞아요. 이걸로 만드는 거랍니다."


이그리스는 잔을 하나 들고 오더니,

그대로 투명한 술과 얼음을 넣었다.

"얼음? 따뜻한 거 아니었어요?"

"하하, 한번 마셔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이그리스는,

그 위에 오렌지 주스를 가득 부었다.

오렌지 주스는 하이볼의 위스키처럼 얼음을 타고 내려와 투명한 술과 만나 서로 어우러졌다.

하지만, 마치 오렌지 주스가 서서히 술을 잠식하듯 퍼지더니,

결국 오렌지 주스의 모습만이 남게 되었다.


"자, 스크루 드라이버입니다.

술에 오렌지를 섞어 먹는 칵테일이랍니다.

옛날에는 광부들이 술을 마시고 싶을때,

본인들이 들고있던 스크루 드라이버로 저어 마셔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더군요.

맛있으니, 얼음이 녹기 전에 드셔보세요."

아자젤은 칵테일을 받았다.

그리고, 한입 마셔봤다.

...그냥 오렌지 주스였다.

"이거 칵테일 맞아요? 그냥 오렌지 주스맛인데..."

계속 마셔봐도, 결국 끝까지도 오렌지 맛만 유지되었다.

하지만,

얼음이 들어 차가울거란 첫 인상과는 다르게,

몸은 점점 따뜻해져 갔다.

"와아, 그래도 몸은 따뜻해지네요!"


그러다가,

사타나엘은 아자젤쪽을 보고는 놀라서 말했다.

"아자젤, 혹시 그거... 스크루 드라이버야?"

"네에? 맞아요. 왜요오?"

"...이미 늦었나.

아자젤, 그 칵테일에 들어가는 술은 '보드카'란 술이야.

그리고... 위스키랑 비슷하거나 더 쎈 도수를 가지고 있지."

아자젤은 놀라서 사타나엘을 쳐다봤지만,

이미 주변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크루 드라이버는 이명이 있는데,

...'레이디 킬러'라고 부르기도 해."

킬러라는 이름따라,

스크루 드라이버는 엄청나게 강한 도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자젤은 그걸 거리낌 없이 마셔 바로 취한것이다.


아자젤은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상도 돌고 있었다.

"잠까아안, 이 마아앙할 자....식..."

그 말을 끝으로, 아자젤은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 위의 헤일로도, 약간 깨졌다.


"아하하, 한잔 마시고 뻗어버렸네요."

"...이그리스."

"네?"

"저녀석, 저게 4번째 술이었어."

"...뒷산에다가 묻을까요?"

"뭔소리야 넌...

그냥 여관에 자리 하나 잡아줘.

원래도 자고 가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아자젤은 여관에서 쓰러져 잠들었고,

바에는 셋만 남았다.


"...그보다, 페론은 왜 가려고.

'그 사람'이라도 만나려는거야?"

바하무트는 사타나엘에게 물었다.

"맞아. 그리고..."

그리고 사타나엘은, 그 둘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렇게 된거야.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자젤의 목숨이 위험해질 때마다,

내 앞에서 죽었던 타천사들과 마족들, 그리고...

마왕님이 자꾸 겹쳐 보였거든."


"...고생이 많네."

바하무트는 말을 더 하지 못했다.

그도 역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전우였으니까.

그 고통을 알고 있기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그 분'을 만나려고 하는거지.

내 마음을 확실히 정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신들과의 전쟁도 마다하지 않을거니까'."

"...힘내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거 뿐이니까...

난 이제 돌아가볼게.

슬슬 아내가 올 시간이거든."

그러고 바하무트는 자신이 들어온 문으로 떠났다.

"...저..사장님?"

"...왜?"

"언제 떠나십니까?

필요하시다면, 그 시간에 깨워드리죠.

물론 제가 아니라 아코가 깨워주겠지만."

"새벽 5시로 부탁할게."

"네, 그러면, 방으로 안내해드리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사타나엘은 꿈을 꿨다.

모든 땅이 무너지고,

타천사들은 모두 죽은 채,

자신만 남아 신들을 바라보는 꿈.

'제발 이런 일은 안 일어나기를...'

사타나엘은 꿈을 자걱하고 있었지만,

죽음의 느낌을 알기 위해, 그저 받아들였다.

그리고, 꿈속의 그는,

계속해서 얼어붙어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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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2) 24.09.13 9 0 10쪽
6 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1) 24.09.12 11 0 8쪽
5 추억하는 그대에게, 하이볼 24.09.09 16 0 14쪽
4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3) 24.09.07 24 0 16쪽
3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2) 24.09.06 16 0 9쪽
2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1) 24.09.05 16 0 12쪽
1 고생한 그대에게, 버번 위스키 24.09.05 1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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