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들이 막 다 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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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박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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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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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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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리푸아 대수림 (1)

DUMMY

건우는 던전 짐꾼 일을 그만두었다.


동료 짐꾼들이 무척 아쉬워했지만, 건우는 단호했다.


솔직히 망설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정하고 나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하기로 한 거 망설여서 뭐 하겠나.


그리하여 과감하게 일을 그만둔 건우.


그는 백수가 되었다.


시간이 썩어 넘치는 인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자그마치 5년 동안이나 열중해 왔던 일을 그만두니 허전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았다.


언제는 짐꾼 일을 좋아서 했나?


먹고 살려고 했다.


그렇기에 건우는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그동안과는 달리 지금은 비전이 보였으니까.


비록 3년간의 인맥에 불과했지만, 건우에겐 특별했다.


건우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이들.


그렇기에 건우는 길드원들을 믿었다.


날 ‘키워준다’는 호언장담이 정말임을 믿었다.


남이 볼 때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인간은 살아가다 보면 때론 무모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필연적으로 오는 법이었다.


-건우. 저번 정모 때 네가 했었던 말, 잊지 않았지?

“무슨 말이요?”

-너 그때, 분명 다 배우고 싶다고 했었어.

“아, 그랬었죠.”


그건 지난 정모 때의 질문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건우, 뭘 먼저 배우고 싶어? 검? 마법? 체술? 성법? 사령술? 궁술? 연금술?


뭘 배우고 싶냐는 아델리아의 말.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번뜩이는 수십 쌍의 눈빛.


그때 건우는 분명 이렇게 대답했다.


‘전부 다요.’라고.


-너 그거 괜찮겠어? 전부 다 배우고 싶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기나 해?

“모르죠.”

-하나만 골라도 쉽지 않은 길이야. 하물며 두 개도 세 개도 아닌, 우리가 가르쳐주는 모든 걸 다 배우고 싶다고?

“예.”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길이 될 거야. 하나의 길을 걷는 것보다 수십 배는 힘들겠지. 그런데도 괜찮겠어?

“괜찮아요.”

-이유가 뭐야? 다 배우고 싶은 이유.


아델리아의 목소리가 힐난하듯 쏟아진다. 건우는 잠시 생각했다.


‘이유.’


왜 내가 그런 말을 했는가.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다 배우고 싶으니까요.”

-뭐?


배우고 싶다.


그것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강해지고 싶다.


돌아가신 부모님.


눈앞에서 죽은 친구들.


그 처참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들처럼 되기 싫다.


이 비루하던 인생을 바꿔보고 싶다.


그것뿐이다.


그러려면 뭐든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기회가 생겼을 때.


바로 이럴 때.


“저는 원래 욕심이 많아요.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에요. 그래서일 뿐입니다.”

-······.


잠시 말이 없다. 뭔가를 생각하기라도 하는 걸까?


-후훗, 역시 건우 너답다고 해야 하나?


이내 피식.


아델리아는 웃었다.


-얘들아, 들었지? 우리 건우가 하는 말? 욕심이 많대. 그럼 들어줘야지.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접속을 했다는 건 느껴진다. 아마 말없이 듣고 있는 것이리라.


-좋아. 건우야. 준비됐어?

“예. 준비됐습니다.”


건우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드디어 배우는 건가.


뭐든 좋다.


악착같이 배우리라.


그것만이 저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일 테니.


“뭐든 시켜만 주십쇼.”

-그 말, 명심해야 한다?

“예! 알고 있습······.”


쿠궁!


순간,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기분 탓인가?


아니, 진짜였다.


[초월자 마구니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정신 연결의 존재 확인.]

[초대에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초대를 수락했습니다!]


이내 시야가 빠르게 암전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잠깐 지속된 그 암흑이 완전히 꺼지고 다시 시야를 되찾았을 때, 건우는 자신이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빼곡하게 우거진 나무와 높이 솟은 수풀, 덥고 습한 날씨.


숲이다.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뿐더러, 상태창에까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던전: 리푸아 대수림]


건우는 던전에 조난, 아니, 납치되었다.


“어이, 정신 차렸냐?”


문득 들린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헤진 도복 차림의 사내가 있었다.


“마구니 형?”

“용케 알아보네.”

“형. 여긴 어디예요?”

“어디긴 어디야. 네 수련장이지.”


건우는 눈만 끔뻑였다. 수련장이라니? 이 던전이?


어리둥절했다. 누구라도 갑자기 소환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물론 뭐든 해낼 각오를 했다지만, 이건 상식 밖의 상황이잖은가.


“캐릭터를 생성했으니, 튜토리얼을 치러야겠지?”


닉네임 마구니. 그가 씩 웃는다. 익살스러운 웃음. 장난기가 잔뜩 엿보이는 그 웃음이 어쩐지 꺼림칙했다.


“으음, 넌 뉴비고 처음이니까 가볍게 가자. 할 수 있지? 아니, 물어볼 필요도 없지. 아까 뭐든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가 손을 튕겼다. 그러자 나타나는 홀로그램.


[인스턴스 던전: 리푸아 대수림]

목표: 24시간 동안 살아남으시오.

조건: 없음

달성도: 00:00:00


‘미, 미친.’


“딱 하루만 버티면 돼. 아주 쉽지? 이 정돈 해야 내 동생이지. 그렇지?”

“아니, 마구니 형. 잠깐만요. 이게······.”

“근데 마구니 소리 계속 듣기 좀 그러네. 잠깐만.”


[초월자 마구니가 자신의 본명을 드러냅니다!]

[칸 차원의 초월자: 진 라이온하트]


“게임 닉네임 말고, 앞으로는 본명으로 불러라. 원래 안 밝히는데, 특별히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영광으로 알아라. 그럼 이만.”


진이 씩 웃으며 손을 튕겼다.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그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


[시작!]


삐이익!


시작이 울림과 동시에 숲의 공기가 변했다.


고온다습하던 공기가 차가워졌다. 짙게 안개가 깔렸다. 그리고 들리는 짐승의 울음.


크르르!


건우의 낯이 창백해졌다.


‘미, 미친. 살아남으라고? 이 숲에서?’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분명 진짜였으니까.


의식으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분명 정신 연결을 차단하지 않았건만.


꿀꺽.


침을 삼켰다.


‘좋아. 까짓거, 못할 거 없어.’


죽이려고 떨궈놓진 않았을 것이다. 수련장이라잖은가.


‘그래도 내가 얼마나 던전을 많이 다녔는데. 버티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건우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래. 못할 게 뭐가 있는가? 몬스터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고작 24시간 버티는 것 정도야.


‘일단 움직여 보자.’


건우는 앞으로 호기롭게 움직였다.


좌우도 숲, 앞뒤도 숲. 어딜 가도 비슷하니까.


그리고 약 10분 뒤.


그는 근거 없던 자신감이 터무니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고야 말았다.


크르르르!

건우의 낯이 하얘졌다. 전방에 무언가 있었다.


“느, 느, 늑대.”


시꺼먼 늑대다. 그것도 두 마리. 대형견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커다란 대형 짐승이 안광을 빛내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르!


컹! 컹컹!


짖는다. 다가온다. 건우는 즉시 뒤돌았다.


“씨바아아알!”


건우는 젖먹던 힘을 전부 발휘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




인간의 생존본능은 참으로 위대하다. 건우는 그걸 확실하게 체감했다.


전력질주를 했다. 단 한 순간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자그마치 30분 동안.


30분. 절대 쉽지 않다. 평지에서도 쉽지 않은 건데 하물며 나무와 수풀로 빽빽한 숲에서? 그것도 뒤에 추격자까지 붙었다?


그건 정말이지 지옥 같은 난이도.


그런데 건우는 죽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공격을 허용 당하지 않았다. 피부에 수풀과 나무뿌리가 쓸려 살갗이 쓰라리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없었다. 오죽하면 자신조차도 신기할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체력이 좋았던가?


하지만 뭐든 한계가 있기 마련. 건우는 한계를 느꼈다.


이젠 힘들다. 언제까지고 도망갈 순 없다. 속도도 느려지기 시작했고. 따라잡힐 거다.


“허억, 저 개 같은 똥개 새끼, 허억!”


건우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늑대 두 마리는 지치지도 않는지 맹렬하게 짖으며 따라오고 있었다.


‘도망만 다니면 안 된다는 건가.’


결단의 때가 다가왔다.


이대로 추격당하다가 서서히 말려 죽을 것인가, 아니면 뭐라도 시도해 볼 것인가.


건우는 후자를 택했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에서 멈춰 섰다. 그 옆에 떨어진 두꺼운 나뭇가지를 집었다. 집채만 한 야수의 몸집이 마치 빨려오는 것처럼 가까워졌다.


건우는 아름드리나무 뒤에 숨어서 나뭇가지를 앞으로 뻗었다. 늑대 한 마리가 그 나뭇가지를 향해 쏟아지듯 쇄도해 들어왔다.


컹컹! 컹컹!


뾰족한 무언가가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일까. 놈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미 몸을 날렸기 때문에.


푸우욱!


늑대는 그대로 나뭇가지에 얼굴이 관통당했다. 파각! 그 두껍던 나뭇가지가 그대로 부러지며, 늑대의 면상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깨개갱!


푹 쓰러진다. 하지만 한 놈이 남았다. 건우의 낯이 하얘졌다.


‘남은 한 마리!’


옆의 친구가 다친 건 보이지도 않는 듯하다. 침을 뚝뚝 흘리며 아가리를 들이댄다. 건우는 허겁지겁 몸을 날렸다. 냄새나는 늑대의 아가리가 가까스로 스쳤다.


‘시발! 시발!’


검 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어떻게 해봤을 텐데!


하지만 지금 연장 탓을 할 수는 없다. 건우는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렸다. 주변 바닥에 주먹보다 큰 돌이 있었다.


그걸 냉큼 집어 들었다. 또 다시 다가오는 늑대의 품으로 과감히 돌진했다. 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는 본인도 몰랐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코 닿으면 엎어질 거리. 하지만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두려움조차 잊었다. 건우는 손에 든 짱돌을 힘껏 내리찍었다. 내려찍은 짱돌이 정확히 늑대의 눈알에 꽂혔다.


깨개개갱!


푸슈욱! 피가 솟구쳤다. 뜨거웠다. 건우의 얼굴이 피로 온통 물들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늑대. 건우는 짱돌로 연거푸 찍었다.


“개새끼야! 뒈져! 뒈지라고!”


푹푹푹푹!


“개새끼! 주제에! 어딜 감히!”


푹푹푹!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정말 면상이 짓이겨질 정도로 찍었다. 건우는 한 줄기 시스템이 흘러나올 때가 돼서야 멈췄다.


[리푸아 다이어울프를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 한 놈이 남아 있었다. 나뭇가지가 얼굴에 박힌 채 고통스러워하는 늑대. 건우는 그놈의 숨통도 끝내 주었다. 마찬가지로 처치 알람이 떴다. 그 밑에 주르륵 뜨는 다른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후욱, 후욱.”


홱홱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건우는 그제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살았다. 살았어.’


건우는 아직 안심하지 않았다. 이 숲이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주변에 얼마나 다른 몬스터가 많겠는가.


그렇게나 돌아다녔는데도 어째서 늑대 두 마리밖에 안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 마리가 끝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숨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폐가 터질 것만 같았다.


‘조금만 쉬자. 딱 2분만.’


그대로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인스턴스 던전: 리푸아 대수림]

목표: 24시간 동안 살아남으시오.

조건: 없음

달성도: 00:31:02


지난 시간은 31분. 아직도 23시간이나 넘게 남은 상태.



건우는 호흡을 고르며, 수북이 쌓인 시스템 메시지를 살폈다.


그리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푸아 대수림 특유의 진한 마나 농도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특성 『가능성의 육신』이 반응합니다!]

[스킬 『마나 호흡』을 각성합니다!]

[대기 중에 분포된 옅은 독 성분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중독되었습니다!]

[서서히 생명력이 깎입니다!]

[특성 『가능성의 육신』이 반응합니다!]

[스킬 『하급 독 내성』을 각성합니다!]

[중독 상태에서 해제되었습니다!]


‘미, 미친. 스킬 각성이라고?’


스킬 각성이라니. 그것도 두 개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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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렉카 +2 24.09.18 442 15 12쪽
13 13화. 변종 리자드맨 +1 24.09.17 522 21 13쪽
12 12화. 관조 +2 24.09.16 609 22 14쪽
11 11화. 무아지경 +1 24.09.15 665 26 13쪽
10 10화. 사랑스러워 +3 24.09.14 739 34 12쪽
9 9화. 기틀을 완비하다. +1 24.09.13 821 30 14쪽
8 8화. 업적 개방 +2 24.09.12 858 38 16쪽
7 7화. 샤벨 타이거 +3 24.09.11 892 36 13쪽
6 6화. 리푸아 대수림 (2) +1 24.09.10 946 40 13쪽
» 5화. 리푸아 대수림 (1) +1 24.09.10 1,026 43 12쪽
4 4화. 뉴비 폐사시키지 않고 잘 키우기 대계획 +3 24.09.09 1,152 46 14쪽
3 3화. 시작부터 소매넣기 24.09.08 1,191 45 13쪽
2 2화. 우리 길드원들이 실은 초월자였다. +2 24.09.07 1,224 48 13쪽
1 1화. 섭종 기념 정모 24.09.06 1,317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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