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들이 막 다 퍼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빈수박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5 23: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2: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1,557
추천수 :
471
글자수 :
89,698

작성
24.09.08 13:21
조회
1,127
추천
43
글자
13쪽

3화. 시작부터 소매넣기

DUMMY

건우는 눈을 끔뻑였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됐나? 건우야. 내 말 들려?

-막내. 들리면 말을 해라. 대답 잘하라고 형이 말하지 않았냐?

-후, 이 짓거리도 오랜만이구만. 대략 오십 년 정도 됐나.

-고작 오십 년 가지고 유세군. 이 몸은 족히 백 년은 됐느니라.


수십 개의 목소리들이 머릿속에서 들끓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귀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의식으로 할말을 전달하는 것 같달까.


다르게 표현하자면, 꼭 몸속에 귀신이 수십 마리는 깃들어서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것 같다.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머리가 아프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정신이 없었다.


-얘들아. 그만 말해. 우리 건우 힘들어하잖아.


그 와중에 누가 누구 목소리인지 분간은 가능했다. 이건 아델리아의 목소리다.


아델리아는 상황 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글쎄.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흥. 너야말로 조용히 하지. 너만 조용히 하면 될 것 같은데?

-뭐라는 거야. 나는 상황 정리를 하려는 거잖아. 나를 걸고 넘어지면 어떡해.

-시뮬도 끝나서 적적했는데, 딱 마침 뉴비가 생기다니. 이거 기분 좋구만! 크하하하하!

-건우야. 딱 말하는데, 다른 새끼들 말 믿지 말고 형 말만 믿어라. 저 새끼들 사실 다 순전히 양아치거든?


오히려 더 떠들어댈 뿐이다. 마치 도무지 조용히 할 생각이 없이 떠들기만 하는 교실 속 초등학생들처럼.


‘에라, 모르겠다.’


건우는 아예 생각을 놓아 버렸다. 도무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겠나.


‘될 대로 되라지.’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며 늘어져 있는데 아델리아가 다가와 토닥이며 말했다. 귓속말 같은 것이 아닌 육성으로.


여전히 머릿속에는 많은 목소리가 윙윙거리고 있는 중이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아니, 같은 곳에 있으면서 왜 굳이 이렇게 말하냐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안. 많이 당황스러웠지?”

“네? 아, 괜찮아요.”

“네가 이해 좀 해줘. 다들 사람의 온기에 목마른 자들이거든. 오랫동안 사람하고 이야기도 못 하고 살면 저렇게 돼.”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이해한다. 오랜만에 사람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면 얼마나 재밌겠는가. 대충 그렇게 해석했다.


“근데 괜찮아?”

“뭐가요?”

“몸 말이야. 아픈 곳 없어?”

“몸이요? 안 아픈데요.”


윙윙거리는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긴 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그래? 이상하네. 원래 고통스러워해야 정상인데.”

“예? 그건 또 뭔 소리예요.”

“평범한 사람은 우리 같은 초월자와 정신 연결이 되면 못 버티거든. 한 명까진 괜찮은데 두 명이 넘으면 몸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야. 근데 너는 스무 명이나 넘게 연결했잖아?”


아니, 그러니까.


저 말인즉, 정신 연결을 두 명 이상 수락하면 몸이 못 버틴다는 소리야?


‘그런데도 그냥 했다고?’


아니, 이 사람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물론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 같지만······.


“그런데도 멀쩡······ 자, 잠깐.”


아델리아가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헉! 내 정신 좀 봐! 건우야.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없다니까요. 전 괜찮아요.”

“그, 그래? 정말?”

“네. 정말요.”


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어이가 없다. 대단한 양반들이라면서, 왜 이렇게 덜렁대?




*




진정한 아델리아에게 상황 설명을 들었다.


먼저 정신 연결. 서로의 정신을 잇는 방법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단다. 심지어는 서로 위치한 차원이 다르더라도.


그 소통이란 단순히 대화뿐만이 아니다. 정신이 연결된 당사자의 감각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단다.


길드원들은 그 방법을 써서 건우에게 정신 연결을 건 것이다.


‘그러니까, 인방 같은 거구나.’


내가 보는 시야를 저들이 보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소통할 수 있다고?


엥. 그거 완전 실시간 스트리밍 아니냐?


건우는 그렇게 이해했다.


“아니, 그럼 제가 똥 싸는 것도 보고 자는 것도 보고 씻는 것도 다 본다는 겁니까? 제 사생활 전부를?”

“그렇진 않아. 어디까지나 정신의 주인은 너야. 네가 원한다면 연결을 차단할 수 있어. 그럼 우리는 못 보는 거지.”

“아하.”


음. 이해했다.


‘방송 on/off 기능 있고.’


없으면 좀 곤란하지.


그럼 다음 문제.


왜 정신 연결을 했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이걸 해서 도무지 뭐 하려고?


서로 귓말이나 주고받으려고?


“그야 널 키워주기 위해서지.”

“예? 절 키워준다고요?”

“응. 당연한 거 아냐?”

“왜요?”

“그야 우리 막내를 위해서지!”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눈빛.


“생각해 봐. 명색이 초월자 길드인데 유일하게 초월자가 아니야. 기분이 어때?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아?”

“엥? 박탈감?”

“응. 왜 나만 이렇게 약하지? 나도 형 누나들처럼 강해지고 싶다, 뭐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요.”


박탈감은 웬 박탈감.


그런 것도 적당히 차이가 나야 느껴지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반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들한테 박탈감을 느낀다?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음. 뭐라고 예를 들까.


하늘에 떠 있는 태양한테 박탈감을 느끼는 인간은 없지 않나.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으니까.


건우의 생각이 딱 그러했다.


솔직히 초월자라고 하는데 별로 체감도 안 되고.


흑색 게이트를 연 것 말고는 딱히?


“박탈감은 모르겠고, 강해지고 싶긴 하죠.”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앞서 말했잖아요. 저, 무능력자인 거.”


건우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각성을 해놓고도 능력이 없어서 무능력자로 살았다.


헬스장도 매일 출근했고 격투기도 배워보고 했지만, 그래봤자 운동 열심히 한 일반인 수준밖에는 안 됐다.


그 삶이 힘들어서 짐꾼 생활 2년 차에 도피처로 선택한 게 바로 다이나믹 월드였었지.


3년 동안 열심히 했다.


길드의 형, 누나들이 없었으면 아마 때려치웠을지도 몰랐다.


“무능력자의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재각성이라도 하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너무 희박한 확률이잖아요. 그러니까······.”


찰싹!


갑자기 아델리아가 손바닥으로 등짝을 때렸다. 건우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등을 문질렀다. 아오, 아파라. 무슨 손이 이렇게 매워?


“얘는, 왜 그렇게 약한 소리를 해? 누가 그러랬어. 누나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샐쭉해진 아델리아의 눈빛.


“네?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가 누구야.”

“초월자······?”

“맞아. 나도 그렇고 얘네들도 그렇고, 우린 다 각자의 세상에서 1인자가 된 사람들이야. 그런 우리가 너 하나 못 키워줄 것 같아?”


1인자. 그 말을 듣는 순간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깼다. 현실적인 비유를 들으니 훨씬 더 체감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떠들고 있어도.


이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최고가 된 이들이다.


그런 이들 수십 명이, 일개 무능력자 하나를 가르치겠다고 하는 거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네.”

“그럼, 제안 받아들이는 거지?”

“당연하죠.”


건우는 홀린 듯이 대답했다.


솔직히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있다.


확실한 것.


저 제안을 거절하면, 여기서 인연은 끝날 거라는 것.


건우는 저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에 불과했지만, 건우에겐 소중한 인연이었으니까.


강해지고 싶지만. 그 마음도 굴뚝같지만.


그만큼 저들과의 인연 또한 소중했으니.


“저, 그렇게 할게요.”


건우는 저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좋아. 일단 오늘 만남은 여기서 끝내야겠어.”

“네? 왜요?”

“균열의 지속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길어봤자 1시간 뒤면 공간이 붕괴될 거야.”

“아, 아쉽네요.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못했는데.”

“이제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됐는데 이야기는 무슨.”


건우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랬다. 정신 연결 덕분에 길드원들과는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일단, 기념으로 선물부터 줘야겠지?”

“예? 선물이요?”

“응. 뉴비 지원 팩 같은 거지. 너도 시스템 정도는 사용할 줄 알지?”

“예? 예. 그야 당연하죠.”

“오케이. 그 정도면 됐어. 일단 붕괴되기 전에 클리어부터 하고.”


순간.


쿠구궁!


진동이 느껴졌고.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됐다.


[인스턴스 던전 ‘정모 장소’를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타임: 06:43:24]

[공략자: 아델리아]

[공략자가 클리어 보상을 당신에게 양도합니다!]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아이템 『가능성의 씨앗』을 획득하셨습니다!]

[스킬북 『정신 방벽』을 획득하셨습니다!]


‘무, 무슨.’


건우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갑작스런 던전 클리어라니. 그리고 보상이라니.


아이템? 억소리 나게 비싸다는 그 스킬북?


“일단 소매 넣기는 끝났고, 남은 건 하나야.”

“예?”

“건우, 뭘 먼저 배우고 싶어? 검? 마법? 체술? 성법? 사령술? 궁술? 연금술?”


순간, 건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십 쌍의 눈빛을 발견했다.


“말만 해. 웬만한 건 다 우리가 알려줄 수 있거든.”


모두 하나같이 번들거린다.


‘뭐, 뭐야. 무섭게.’


그들의 눈빛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사이하게 빛나고 있었다.


뭐랄까.


잡아먹힐 것 같달까?




*




어떤 순간도 결국 지나가기 마련.


꿈만 같았던 정모도 순식간에 끝났다.


형, 누나들과도 헤어졌고.


건우는 도봉산을 터덜터덜 내려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21평짜리 구축 복도식 아파트.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일한 재산.


언제나처럼 조용했지만, 쓸쓸하지는 않았다. 만나고 싶었던 이들과 만나고 와서 그런 걸까.


건우는 쓰러지듯 거실 소파에 누웠다.


‘후, 힘들다.’


내일부턴 일상이다.


일을 나가야겠지.


그러려면 일찍 자야 하지만.


오늘은 조금 늦게 자도 되지 않을까.


TV를 켰다. 뉴스가 흘러나왔다. 도봉산에서 흑색 게이트가 출현했다는 소식이었다.


‘응?’


도봉산? 흑색 게이트?


‘정모 장소?’


그거라면 클리어 됏는데?


‘아, 헌터들이 많더니만. 어쩐지.’


뉴스에 떴구나. 그래서 많은 거였나.


하긴. 모를 리가 없겠지. 24시간 내내 게이트 출현을 감시하고 있을 텐데.


[도봉산 흑색 게이트는 정체불명의 헌터에 의해 클리어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다만 그 정체불명의 헌터의 신상은 파악이 불가능한 것으로······.]


기자의 말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거 우리 아델리아 누나가 깬 건데.’


그 게이트에 있었던 당사자가 무능력자 짐꾼이라는 건 그 누구도 모르겠지.


오죽하면 게이트 근처에 깔린 경찰들이 건우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을까.


어쩐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뉴스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만족감?


저 뉴스를 보니 비로소 오늘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실감이 났다.


꿈이 아닌 현실.


초월자들의 선택을 받은 행운아.


그게 바로 인간 김건우다.


그 증거가 여기에 있었다.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물건 두 개.


씨앗 하나와 책 한 권.


-먼저 이 씨앗부터 오늘 저녁에 당장 먹고, 그 다음 내일 이 스킬북을 배워. 알겠지? 꼭 순서대로 해야 해?


분명 그렇게 들었다.


그 당부를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가능성의 씨앗]

-종류: 씨앗

-등급: 전설

-설명: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정체 모를 씨앗. 아주 달콤한 맛이 난다.


[정신 방벽]

-종류: 스킬북

-등급: 전설

-설명: 우주의 놀라운 비전이 담긴 책. 사용하면 스킬 『정신 방벽』을 익힐 수 있다.


‘미, 미친. 전설 등급.’


세계를 뒤져도 몇 없다는 등급 아닌가.


전설 등급이면 무조건 좋은 거다.


아마도 팔면 비쌀 터.


하지만.


‘아니야. 욕심부리지 말자.’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다.


일단 지금 먹을 씨앗.


꽤 큼지막하다. 주먹 반절 정도는 된다. 입을 크게 벌려야 간신히 들어갈 크기.


건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씨앗을 냅다 입에 넣었다.


딱딱할 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푸딩처럼 부드럽다.


그리고 맛은 무화과 맛.


‘달콤해!’


그 맛을 음미하기도 잠시, 이내 온몸으로 밀려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곧장 혼미해지는 정신.


[『가능성의 씨앗』을 섭취했습니다.]

[미증유의 마력이 당신의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뚜둑!


건우의 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자들이 막 다 퍼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낮 12시 20분입니다. 24.09.13 278 0 -
15 15화. 오리할콘 허수아비 NEW 1시간 전 79 1 13쪽
14 14화. 렉카 +2 24.09.18 333 14 12쪽
13 13화. 변종 리자드맨 +1 24.09.17 456 20 13쪽
12 12화. 관조 +2 24.09.16 549 21 14쪽
11 11화. 무아지경 +1 24.09.15 610 25 13쪽
10 10화. 사랑스러워 +3 24.09.14 679 33 12쪽
9 9화. 기틀을 완비하다. +1 24.09.13 756 29 14쪽
8 8화. 업적 개방 +2 24.09.12 799 37 16쪽
7 7화. 샤벨 타이거 +3 24.09.11 830 35 13쪽
6 6화. 리푸아 대수림 (2) +1 24.09.10 890 38 13쪽
5 5화. 리푸아 대수림 (1) +1 24.09.10 967 41 12쪽
4 4화. 뉴비 폐사시키지 않고 잘 키우기 대계획 +3 24.09.09 1,084 44 14쪽
» 3화. 시작부터 소매넣기 24.09.08 1,128 43 13쪽
2 2화. 우리 길드원들이 실은 초월자였다. +2 24.09.07 1,158 46 13쪽
1 1화. 섭종 기념 정모 24.09.06 1,240 4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