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들이 막 다 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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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박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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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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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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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화. 우리 길드원들이 실은 초월자였다.

DUMMY

건우는 눈을 비볐다. 그러고 보니 이 던전도 뭔가 이상했다.


보통 던전이라 함은 이계와 연결되는 통로를 뜻하고, 그 통로 안엔 몬스터가 득시글거린다. 그렇기에 던전은 숲, 사막, 동굴과 같은 극한의 환경이 조성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천장의 샹들리에, 은은한 조명, 대리석으로 된 바닥, 각종 예술작품이 전시된 벽까지.


이건, 누가 봐도 고급 레스토랑이잖은가. 미슐랭 별 몇 개씩은 받았을 것 같은 그런 레스토랑.


세상에 이런 던전이 있다고? 그것도 극히 위험하다는 흑색 게이트? 건우는 이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꼴에 각성자라고 헌터가 되고 싶어서 나름대로 던전 공부도 많이 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와.”

“어어? 네!”


아델리아가 건우의 손목을 잡고 안쪽으로 잡아끌었다. 건우는 얼떨결에 아델리아를 따라 내부까지 들어왔다.


역시나 레스토랑답게 내부엔 테이블이 많았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가득 차려진 테이블. 그중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그들이 건우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오, 건우!”

“왔구나 막내!”

“뭐야. 엄청 비실비실하게 생겼는데? 운동 열심히 한다더니만.”

“그래서 더 귀엽잖아. 우리 막내, 누나 옆으로 올래?”

“건우야. 남자라면 당연히 근육이라고 형이 안 그랬냐? 이 새끼 이거 안 되겠는데. 당장 나가서 운동을 시키든지 해야지.”

“뭔 소리야, 우리 막내는 너 같이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멍청이로 만들 순 없어.”

“이 멍청한 년이 하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이리 와서 앉아라. 형하고 진지하게 토론 좀 하자.”

“닥쳐. 또 그 병신 같은 근육론인지 뭔지 이야기하려고? 우리 건우는 내 옆에 앉힐 거야.”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동시에 십수 명이 전부 호의 가득한 눈빛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아니, 호의를 넘어 광기마저 엿보이는 눈빛이었다. 그런 눈빛을 한 몸에 받으니 뭔가 좀 부담스러웠다. 어색하기도 하고.


원래 건우는 엄청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그는 쭈뼛대며 서 있었다. 아델리아가 그런 건우를 잡아 자기 옆 의자에 앉혔다.


“자자, 이제 올 사람도 다 왔으니 집중! 건우야. 일어나서 자기소개 한번 해줄래?”

“네. 모르는 사람 없지만 뭐······, 안녕하세요. 김건우입니다. 나이는 스물여섯이고요.”


건우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사실 얼굴만 처음 봤다 뿐이지 다들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굳이 자기소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모임 자리이니만큼 군말 없이 따랐다.


“오오오!”

“건우! 건우!”

“우리 막내!”


미친 듯한 환호가 일었다. 건우의 낯이 뜨거워졌다. 아니, 저렇게까지 환호할 것까지야.


원래도 형, 누나들은 그런 편이긴 했지만, 실제로 주접떠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 소개는 뭐 할 필요 없겠지?”

“아, 네!”


누가 누군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 위에 이름이 떠 있었다.


[칸 차원 초월자: 마구니]

[파룬 차원 초월자: 로빈]

[폴 아이른 차원 초월자: 천화영]

[드래고니아 차원 초월자: 라비나]

.

.

.


정작 궁금한 건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거였지만.


‘저, 저건 대체······.’


던전 안에서 머리 위에 정보를 띄우다니. 시스템에 그런 기능이 있었던가? 그리고 초월자는 또 뭐고?


길드 이름 아닌가? 뭐? 차원? 그러니까, 다른 세계?


“형, 누나들. 이세계인들이었어요?”

“얘가 뭐래는 거니? 건우도 빨리 띄워. 원래 우리 정모하면 이게 룰이거든.”

“저, 그게······.”

“응. 왜?”

“그거 어떻게 해요?”

“왜 못해? 그냥 띄우면 되는걸. 이렇게 말이야.”


아델리아의 머리 위에 뜬 글씨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마치 장난스레 안방 형광등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왜 그래? 꼭 방법 모르는 사람처럼.”

“저 방법 모르는데요.”

“엥? 모른다고?”

“네.”


건우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아니, 많이 혼란스러웠다.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자그마치 흑색 게이트나 되는 던전 이름이 정모 장소인 것도 그렇고, 지금 이 상황도 그렇고······.”

“잠깐. 건우야, 너 지금 몇 살이라고 했지?”

“저요? 스물여섯이요.”

“클래스는?”

“클래스? 없는데요.”

“뭐? 클래스가 없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죠. 근데 클래스를 아시네. 누나도 혹시 각성자였어요? 저도 각성잔데.”

“어? 각성자?”

“네. 대단하진 않지만요.”


아델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묘하게 대화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분명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왜 서로 이해하는 게 다르단 말인가.


“저 무능력이래요. 협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데요. 그래도 각성자기는 해서 덕분에 짐꾼으로 벌어먹고 살고 있기는 하지만요.”

“······.”

“아무튼 아델리아 누나도 각성자였······ 누나?”


건우는 당황했다. 갑자기 아델리아가 덥석 붙잡았기 때문이다.


“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가만히 있어봐. 확인 좀 하게.”


아델리아가 건우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웅웅거리는 공명음과 함께 정수리와 맞닿은 아델리아의 손에서 옅은 광휘가 피어났다.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느낌. 건우는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 느낌이 금방 사그라들었으니까.


“으음. 육신이 너무 깨끗한데. 마치 범인(凡人)처럼.”

“네? 범인이요? 그게 무슨······.”

“건우, 초월자가 아니야.”

“뭐?”


반응은 건우가 아니라 다른 길드원들에게서 나왔다.


“그건 또 뭔 소리냐? 초월자가 아니라고?”

“응.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누나. 뭔 소리예요. 초월자는 무슨······.”

“건우야. 하나만 묻자. 너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들어온 거야?”

“시뮬레이션이요?”

“그래. 다이나믹 월드 말이야.”


왜 그걸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지? 의아했지만 일단 대답은 했다. 아델리아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다.


“어떻게 들어오긴요. 그냥 컴퓨터 켜고 접속했죠.”

“컴퓨터? 그게 뭐야?”

“네?”

“범인을 초월 시뮬레이션에 통과시켜 줄 정도라면······ 초월급 아티팩트인가? 그 정돈 되어야 가능할 텐데.”


역시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랄까,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원시인도 아니고.’


아마 아델리아는 이세계인이 맞는 것 같았다. 어느날 갑자기 시스템이 범람하며 차원벽이 열리고, 우후죽순 지구로 불시착한 수많은 이세계인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새는 이세계인들도 컴퓨터 정도는 알 텐데.’


역시나 이상했다. 초월자라는 단어도 그렇고, 이 괴상한 흑색 게이트도 그렇고.


‘아니, 그럼 컴퓨터 없이 다이나믹 월드는 어떻게 플레이했던 거지?’


모르겠다. 도무지 알 수 없다.


“아무래도 사고가 일어난 것 같아.”

“사고?”

“응. 초월자도 아닌 자가 시뮬레이션에 참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으음.”

“그럴수가.”

“어쩐지. 스물셋 밖에 안 된 어린 녀석이 어떻게 초월자에 등극했는지 의문스러웠는데. 그래서였나.”


그토록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마치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의 반전을 갑작스레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건우는 왠지 모르게 드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뭐랄까, 무서웠다.


건우도 이쯤 되어 상황을 이해했다.


대충 상황을 정리해 보자.


저들은 초월자들이다. 그리고 나는 유일한 보통 사람이다. 좀처럼 섞이지 못했던 대화의 간극은 그래서였던 거다.


다만, 그 초월자라는 게 뭔지는 모를 뿐.


초월자가 뭐야? 이세계인의 다른 말인가? 이세계인들끼리의 모임인데 나 혼자만 지구인? 뭐 그런 거?


‘내가 불청객 같은 거였나 봐.’


저들의 표정은 무슨 표정일까. 배신감일까? 마치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가 사실은 간첩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배신감?


이세계인들 중에서는 좀처럼 현대 지구촌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사회적 문제까지 대두되기까지 했다지. 형 누나들은 그런 이들이었던 걸까?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처음과 달리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해졌다는 거다.


그들이 건우를 빤히 바라본다. 그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숨 막히는 적막함. 느껴지는 긴장감. 건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알 수 없는 압박감과 기세에 심장마저 쿵쾅거렸다.


‘아. 괜히 왔나. 그냥 일이나 나갈걸. 그럼 돈이라도 버는······.’


“잠깐. 그럼 우리 건우, 뉴비라는 거잖아?”

“그, 그치?”

“대박.”


‘응?’


뭐라고?


“뉴비다!!”

“시부레!”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열광이 터져 나왔다.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


‘뭐, 뭔데.’


“뉴비! 뉴비!”

“후우우욱!”

“꺄악! 우리 막내가 뉴비였다니!”

“오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삽시간에 시끌벅적해진 분위기. 그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건우에게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음, 이게 바로 뉴비 냄새인가.”

“뉴비 냄새는 참 좋군.”


급기야는 킁킁 냄새를 맡기까지 한다. 아니, 변태도 아니고.


이 사람들 왜 이래?


“아, 들러붙지 좀 마요! 꺼져 좀!”


건우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길드원들을 힘껏 밀었다. 하지만 웬걸? 꿈쩍도 안 한다. 마치 거산을 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다들 대체 힘이 얼마나 세면 미동조차 없단 말인가? 이래 봬도 각성자라 일반인보다는 힘이 센데 말이다.




*




한껏 과열되었던 분위기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이다. 달궈진 사우나처럼 뜨거웠던 현장의 분위기는 냄비처럼 빠르게 가라앉았다.


모두가 진정한 가운데, 건우는 현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형 누나들이 엄청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초월자인지 뭔지 그거?”

“응응. 그렇지.”

“다이나믹 월드는 초월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 같은 거고?”

“바로 그거야. 잘 이해했네, 우리 막내.”


아델리아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건우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건우는 생각에 잠겼을 뿐이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했다.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아델리아의 설명에 의하면 초월자란 개인의 무력이 하늘에 달한 나머지 육신의 경계를 허물고 신과 같은 경지에 도달한 자를 말한다.


거의 반신이나 다름없는 이들이라는 건데, 그런 이들이 눈앞에 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초월자들의 모임에 불청객처럼 끼어들었다는 거지.’


그것도 자그마치 3년 동안이나.


그게 말이나 되나 싶지만, 믿어야지 뭘 어쩌겠나? 지금 눈으로 겪고 있는 것을.


고작 ‘정모 장소’로 흑색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열어버리는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초월자 정도나 되니까 가능한 걸 거다.


“그럼, 형 누나들은 지금 지구에 없는 거네요?”

“지구? 거기가 어딘지도 몰라. 우린 각자의 세상에 살지. 그러니까 이렇게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거잖아.”

“으음.”

“외톨이들의 발악 같은 거지. 세계에 홀로 남아 혼자 살아가다 보면 너무 심심해 미쳐버릴 것 같거든.”


‘홀로? 혼자 산다는 건가? 자취?’


뭔가 위화감이 드는 말이었다. 세계에 홀로 남아?


“그러니 우리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 이렇게 따끈따끈한 뉴비가 들어왔는데?”

“예?”

“마침 잘됐다. 네가 우리 좀 놀아줘라.”

“아, 그야 당연하죠. 그러려고 정모 왔잖아요.”

“어? 그럼 좋다는 거야?”

“예.”

“허락했다? 분명 허락한 거다? 두말하기 없기?”

“그렇다니까요.”


아니, 그럼 놀려고 왔지, 뭐 딴 거 하려고 왔나? 그러려고 오늘 일도 뺐는데.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건우의 눈앞에 변화가 일었다.


미친 듯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띠링!


[초월자 아델리아가 당신에게 정신 연결을 신청했습니다!]

[초월자 라비나가 당신에게 정신 연결을 신청했습니다!]

[초월자 천화영이 당신에게 정신 연결을 신청했습니다!]

[초월자 케인 스타위버가 당신에게 정신 연결을 신청했습니다!]

.

.

.


어찌나 많이 뜨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작가의말

文pia블랙 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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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관조 +2 24.09.16 54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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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사랑스러워 +3 24.09.14 678 33 12쪽
9 9화. 기틀을 완비하다. +1 24.09.13 756 29 14쪽
8 8화. 업적 개방 +2 24.09.12 799 37 16쪽
7 7화. 샤벨 타이거 +3 24.09.11 830 35 13쪽
6 6화. 리푸아 대수림 (2) +1 24.09.10 889 38 13쪽
5 5화. 리푸아 대수림 (1) +1 24.09.10 967 41 12쪽
4 4화. 뉴비 폐사시키지 않고 잘 키우기 대계획 +3 24.09.09 1,084 44 14쪽
3 3화. 시작부터 소매넣기 24.09.08 1,126 43 13쪽
» 2화. 우리 길드원들이 실은 초월자였다. +2 24.09.07 1,158 46 13쪽
1 1화. 섭종 기념 정모 24.09.06 1,239 4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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