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들이 막 다 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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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박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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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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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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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화. 샤벨 타이거

DUMMY

조난 20시간째. 대수림은 암흑으로 물들었다.


[인스턴스 던전: 리푸아 대수림]

목표: 24시간 동안 살아남으시오.

조건: 없음

달성도: 20:01:45


하늘이 어두워진 지는 대략 8시간 정도는 되었다.


지금 시각이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워졌을 때를 대략 저녁 8시라고 가정해 본다면 지금은 대략 새벽 4시쯤 되었다는 소리다.


그간 건우는 단 한숨도 자지 않았다. 잘 수 없었다.


잠을 잘 때 누군가가 습격할지도 모른다는 리스크 때문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곳에서 하나라도 더 얻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어차피 하루쯤 밤새우는 거야 그렇게 무리도 안 갈 터. 건우는 과감히 잠을 안 잔다는 선택지를 골랐던 것이다.


사실 피곤하지도 않았다.


극한의 환경, 그 극한의 환경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졌다는 압박감이 졸음을 완전히 앗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졸음과 아예 싸우지 않은 건 아니었다.


위험한 환경이라는 압박감은 정신을 말똥하게 만들었지만, 건우는 그 압박감 역시 적응해 버리고야 말았다.


압박감과 긴장감이 사라지니 피곤이 몰려온 건 당연, 건우는 다시금 몸에 압박감과 긴장감을 새기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일부러 기척을 내고, 늑대에게 쫓기고. 늑대와 사투를 벌이고, 쉿쉿거리며 다가오는 뱀을 죽이고.


그러다가 뱀에 물렸지. 독사였다. 이제껏 죽여왔던 리푸아 실뱀이 아닌, 굵은 녀석. 건우는 독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하마터면 황천길을 갈 뻔했지만 다행히 가지 않았고, 이는 곧 새로운 스킬의 각성이라는 결과물로 다가왔다.


[스킬 『하급 독 내성』이 『중급 독 내성』으로 진화했습니다!]


독 내성이 진화했다. 자그마치 중급.


그 순간부터는 뱀에 물려도 위험하지 않았다. 피가 조금 나는 걸 제외하면 뱀에 죽을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기 중에 분포해 있다는 옅은 독 성분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 당연한 일.


밤이 깊어질수록 건우는 더욱 과감하게 움직였다.


어둠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이지만, 건우에겐 그렇게까지 문제될 건 없었다.


『마나 감각』에 더불어 새로 배운 스킬이 건우의 시야를 탁 트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리푸아 대수림 특유의 진한 마나 농도가 당신의 눈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성 『가능성의 육신』이 반응합니다!]

[스킬 『야간 시야』를 각성했습니다!]

[당신의 눈이 완전히 어둠에 적응합니다!]


야밤에도 대낮처럼 훤히 보이게 해주는 스킬인 야간 시야.


밤에 더 잘 보는 게 끝인 이 단순한 스킬이 『마나 감각』과 결합되니 실로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미친. 오히려 낮보다 밤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은데?’


분명 밤인데도 대낮처럼 너무나 환히 보인다. 마치 야행성 동물이라도 된 것 같달까.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다고 애써 자위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무섭지 않다.


이 암흑이. 이 숲이.


더 이상 암흑은 건우에겐 공포가 아니게 되어버렸단 소리다.


어두컴컴한 야밤, 리푸아 대수림을 제집처럼 쏘다니며 건우는 밤에 움직이는 게 가져다 주는 이점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몬스터들도 밤에는 잔다는 점.


몬스터도 생물이다. 어떤 생물이든 수면은 필수다. 그리고 이 숲에 사는 상당수의 생물이 주행성이었다.


간혹 보였던 토끼, 다람쥐, 오소리 등의 조그마한 생물은 물론, 그토록 건우를 괴롭혔던 리푸아 다이어울프까지도.


원래 알기로 야생의 늑대는 야행성 동물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이곳의 늑대들은 주행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야밤에 늑대들이 퍼질러 잔다는 점이다.


건우는 바로 그것을 노렸다.


무기가 없으니 정면으로 붙으면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기습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터.


‘사냥을 해보자.’


일명, 기습 사냥.


다소 치사해 보이지만, 뭔들 어떠한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다.


건우는 그렇게 기습 사냥을 시작했다.


그때는 약 생존 15시간 정도가 될 때쯤.


간단한 무기를 만들었다.


돌을 주워다가 뾰족하게 다듬은 후, 굵은 나뭇가지를 나무줄기로 묶어서 원시적인 돌도끼를 만들었다.


돌도끼를 다 만들고선 어찌나 뿌듯하던지!


크!


솔직히 조잡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쓸 만한 근사한 무기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뗀석기같이 생긴 짱돌 몇 개, 그리고 몇 번 쓰고 버릴 나뭇가지 창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둔 후, 사냥을 나섰다.


처음에는 가볍게 약한 소동물부터.


토끼, 오소리와 같은 것들부터 시작했다.


어렵지 않았다.


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고, 보지 않아도 적의 위치를 아니까.


그저 퍼질러 자는 동물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돌도끼로 푹 내려치면 끝.


실패도 물론 했지만, 그래도 통계로 봐보자면 소동물 사냥 성공률은 30%는 되었다.


왜 30%냐면, 다가가기 전에 낌새 알아차리고 도망가서.


변변찮은 원시 무기만 가지고 그 정도면 높은 거 아닌가?


토끼 3마리, 오소리 5마리, 사슴 3마리. 도합 11마리나 사냥에 성공한 건우.


그는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늑대도 노려보자.’


늑대는 오히려 더 쉬웠다. 소동물들과 달리 늑대는 이 영역의 포식자이기에 안심하고 잠을 잤기 때문이다.


안심하고 코를 골며 자는 리푸아 다이어울프의 대가리에 도끼를 냅다 그냥!


[리푸아 다이어울프를 처치했습니다!]


특이사항이 또 한 번 찾아온 것도 그때였다.


[놀랍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기습!]

[발소리를 조금도 내지 않았습니다!]

[특성 『가능성의 육신』이 반응합니다!]

[스킬 『은밀한 발걸음』을 각성했습니다!]


[은밀한 발걸음]

-종류: 스킬

-등급: 희귀

-설명: 그 무엇보다도 은밀한 발걸음.

-효과: 발걸음 소리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왜 이런 스킬을 얻게 된 걸까.


‘내가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따라 어떤 스킬을 배울지가 달라져.’


그게 그동안의 결론.


그러니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몇 시간 내내 심혈을 기울여 발소리를 죽이고 다녔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사실 고작 몇 시간 동안 했다고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지만.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초월자라는 존재 자체가 말이 되기나 하나?


인위적으로 던전을 만들어내는 것은 또 말이 되고?


이미 상식이란 무용지물이다.


시스템에 의해 세상이 급변하면서부터 그랬지.


그러니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 따위는 버려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세상에 맞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게 맞다.


어쨌든.


그렇게 늑대까지 사냥에 성공한 건우.


사냥한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난 후 확인한 시간이 바로 20시간 째였던 것이다.


그렇게 남은 시간 4시간.


이제 곧 있으면 서서히 날이 밝아질 즈음.


건우는 24시간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를 수립했다.


‘호랑이를 잡아보자.’


이 숲엔 늑대만 있지 않다.


다른 존재도 있다.


건우가 발견한 그 다른 존재 중 하나가 바로 호랑이였다.


거대한 송곳니가 두 개 튀어나온 사나운 인상의 맹수.


바라만 봐도 오금이 저리게 생긴 포식자.


[리푸아 샤벨 타이거]


샤벨 타이거. 아마도 그 녀석이 이 영역의 왕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 녀석을 잡는다면, 이 숲을 진정으로 정복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형이 원하는 것도 그것일지도 몰라.’


그것이 출제자의 문제를 완벽하게 파악한 거라면.


그렇게 해줘야지.





*




리푸아 대수림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 그곳에 올라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유난히 더 싸늘한 공기. 짙게 깔린 안개.


그리고, 시스템 경고.


[리푸아 샤벨 타이거의 영역에 진입하셨습니다.]

[위험! 리푸아 샤벨 타이거는 보스 몬스터입니다!]


건우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역시 보스 몬스터였어.’


도저히 끝이 없을 것 같은 광활한 숲이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 그 정체는 던전.


모름지기 던전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기 마련이니, 이 숲에도 보스 몬스터격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건우는 돌도끼를 굳게 쥐고 산봉우리를 올랐다. 시간은 22시간째. 어느덧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있다.’


찾았다. 산봉우리 위 동굴 앞에서 엎드려 있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


녀석의 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수면 중인 건 확실해 보였다.


‘저, 저걸 잡을 수 있다고? 존나 큰데?’


솔직히 늑대도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 거대 호랑이를?


날붙이라도 들고 있으면 몰라. 고작 이따위 돌도끼 같은 무기로 저걸 잡는다고?


저 입에 돋아난 커다란 검치 두 개를 보라.


저걸로 물어뜯으면 곧바로 두 동강이다.


아니, 비단 검치뿐이겠는가. 저 흉악한 발톱. 그리고 엄청난 힘. 무엇이 되었든 맞으면 뒈지는 건 똑같다.


망설여진다. 사라진 줄 알았던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려고 했다. 건우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


‘아냐. 하자.’


결정은 빨랐다.


시간이 없다. 날이 밝으면 저 녀석도 깨어날 터. 깨어나면 가망은 없다.


스스스-


[스킬 『은밀한 발걸음』이 발동 중입니다.]

[발걸음 소리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호랑이를 등진 방향으로 빙 둘러서 이동했다.


살금살금, 천천히.


얼마나 느리게 나아갔냐면, 거의 10초에 한 걸음씩 움직이는 정도다.


답답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이 간지럽다. 극도의 긴장감이 온몸을 점령했다. 극도의 긴장감 덕에 정신을 괴롭히던 졸음은 완전히 소멸했다.


감각이 쭈뼛 섰다. 마나 감각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그 마나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녀석은 아직도 수면에 취해 있다고.


그렇게, 5분.


완전히 다가갔다.


심호흡. 1회용 나무 창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그대로 호랑이의 덮인 눈꺼풀을 향해 힘껏 찔렀다.


푸우욱!


커허허헝!


호랑이가 즉시 꿈틀거렸다. 몸부림쳤다. 건우는 마치 용맹한 기사처럼 즉시 호랑이의 등 뒤로 올라탔다.


‘떨어지면 죽음이야!’


등 뒤야말로 제일 안전하다. 그러므로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


녀석도 등 뒤에 무언가 들러붙은 건 알 거다, 다만 눈이 찔린 탓에 확인을 할 수가 없을 뿐. 그러니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날뛰는 것뿐이다.


호랑이는 등 위로 발을 마구 뻗으려 했다. 당연하지만 발이 닿질 않았다. 마치 간지러운 등을 긁고 싶지만 도저히 긁을 수 없는 것처럼, 샤벨 타이거는 미칠 듯한 고통과 답답함에 몸부림쳤다.


커허허헝!


포효했다. 그리고 몸을 마구 문지르려 했다. 쿵쿵거리며 동굴 벽에 박아댔다. 굉장한 충격. 건우는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어지러웠다. 하지만 굴할 순 없었다.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였다. 여기서 멈추거나 내리면 죽음뿐이다.


‘승부를 내야 해.’


양쪽 다리와 왼팔로 호랑이를 꽉 붙잡은 채, 돌도끼로 녀석의 머리통을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죽어! 뒈져! 뒈지라고!”


커허헝!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최소 백 번 이상은 찍었다. 호랑이는 그래도 죽지 않았다.


건우의 몸도 성치 않았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피로 흥건했다. 벽이 이리저리 부딪힌 탓이다. 호랑이의 발톱이 스치기까지. 하지만, 건우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광적으로 돌도끼를 찍어댔다.


“죽어! 죽어! 죽어! 제발 좀 죽어라!”


파각!


순간, 느껴졌다. 돌도끼가 두개골을 파고드는 느낌이.


푸우욱!


마치 과육을 자르듯 돌도끼가 쪼개진 두개골 사이를 갈랐다. 호랑이의 머리통이 마치 조각 피자를 꺼낸 것처럼 두 개로 갈라졌다.


커, 커허······.


포효가 멈췄다. 몸부림이 갑자기 뚝 끊겼다.


쿵!


이내 쓰러진 호랑이.


돌도끼도 완전히 부서졌지만, 상관없었다.


드디어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았으니까.


[리푸아 샤벨 타이거를 처치했습니다!]


“시바알!”


건우는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세상에 이렇게 기쁠 수가 있을까.


“호랑이 잡았다!”


성취의 기쁨이 도파민을 마구 뿜어냈다.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뇌내를 장악했다. 하늘을 날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일렀다. 그보다도 더한 보상이 건우를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히든 클리어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클리어 조건: 보스 몬스터, 리푸아 샤벨 타이거 처치]

[인스턴스 던전 ‘리푸아 대수림’을 클리어했습니다!]

[클리어 타임: 22:31:42]

[공략자: 김건우]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아이템 『진 라이온하트의 특제 환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스킬북 『적응형 육체』를 획득하셨습니다!]

[히든 클리어 확인. 추가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경이로운 수준! 업적 ‘무능력으로 히든 클리어까지’를 달성했습니다! 추가 클리어 보상이 두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최종 클리어 등급: 전설]

[전설 전리품 상자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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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기틀을 완비하다. +1 24.09.13 819 30 14쪽
8 8화. 업적 개방 +2 24.09.12 856 38 16쪽
» 7화. 샤벨 타이거 +3 24.09.11 892 36 13쪽
6 6화. 리푸아 대수림 (2) +1 24.09.10 945 40 13쪽
5 5화. 리푸아 대수림 (1) +1 24.09.10 1,025 43 12쪽
4 4화. 뉴비 폐사시키지 않고 잘 키우기 대계획 +3 24.09.09 1,150 46 14쪽
3 3화. 시작부터 소매넣기 24.09.08 1,189 45 13쪽
2 2화. 우리 길드원들이 실은 초월자였다. +2 24.09.07 1,222 48 13쪽
1 1화. 섭종 기념 정모 24.09.06 1,315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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