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들이 막 다 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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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수박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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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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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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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화. 변종 리자드맨

DUMMY

짐꾼 일을 하지 않을 때면 건우는 늘 혼자였다. 밥을 먹을 때도, 밖에서 일을 볼 때도 건우의 옆엔 아무도 없었다.


그게 쓸쓸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어찌 사람이 쓸쓸함을 안 느낄 수 있겠나.


쓸쓸하고 외롭다.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이 무섭고 흉흉한 지금의 세상에서 쓸쓸하고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내색하겠는가?


가족과 친구가 몬스터 떼에게 죽었다고, 그래서 혼자 살아남아서 너무 쓸쓸하다고 생색이라도 내리?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수십 년 전이었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걸로 그렇게 유세 떨 시대가 아닌데?


물론, 몬스터니 마수니 하는 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이 흉흉한 세상에도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다. 분명한 팩트다. 전쟁통에서도 사랑의 결실은 맺어지는 법이잖은가. 사람 사는 곳은 결국 어떻게든 굴러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죽음을 낯설어하지 않는 게 상식이 됐다. 몇 명 사고로 죽었다고 뉴스와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보도되는 일은 구시대적 발상이 되었다는 소리다. 물론 신문 구석에 조그맣게 써주기는 하겠지만.


그러니 건우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라고 해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먼저 간 이들은 남겨진 이들이 그렇게 과거에 얽매여서 사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억누른다고 하더라도 억누를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쓸쓸한 마음이 언제나 있었다. 심장 구석 어딘가에 콕 박힌 채 바깥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응어리져 있었고, 건우도 그런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뭔가 어떤 식으로든 터지지 않을까. 화병이라든가 우울증이라든가 무기력증이라든가 하는 거 말이다. 막연하게 그렇게만 생각해 왔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달라졌다.


늘 혼자였던 건우에게 좋은 인연이 생겼으니까. 언젠간 끊기리라고만 생각했던 온라인 인연이 끊기지 않고 현실로 이어졌으니까.


-이야. 너희 세계는 사람도 참 많아서 좋네. 진짜 부럽다 야.

-우와! 저거 뭐야? 마력도 없는 게 엄청 빠르게 움직여!

-막내야. 너 좋은 곳 산다. 응?


혼자 걷고 있어도 혼자가 아니다. 건우는 그 사실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비록 옆엔 없고 목소리만 함께하고 있다지만, 그게 어딘가?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도 있는데.


활기차다. 시끌벅적하다. 고된 일상 속 유일한 안식처였던 게임 속 그때처럼.


그게 좋다. 그때의 행복이 전염되는 것만 같아서.


웃음이란 전염된다고 했던가. 그것처럼 행복도 전염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너 갑자기 왜 웃냐?

“그냥, 좋아서요.”

-좋긴 뭐가 좋아?

“형, 누나들이 있잖아요.”

-······.

“고마워요 다들. 제 옆에 있어줘서.”

-이 새끼, 갑자기 공격 훅 들어오네. 그렇게 뜬금없이 감성적으로 돌변하기 있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인게임 닉네임 마구니, 본명 진 라이온하트. 저 형은 언제나 저런 반응이었다.


3년 동안 늘 봐 왔던 반응. 그래서 익숙하고 좋다.


-그렇게 길 가다가 갑자기 웃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사내 새끼가 근엄할 줄 알아야지. 쯧쯧.

“뭐 어때요. 살다 보면 감성적일 때도 있는 건데.”

-닥쳐. 경고다. 형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옙.”


건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걸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낀 채다. 혼잣말을 하더라도 이상하게 쳐다보진 않겠지.


목적지인 도소매 센터까지는 집에서부터 1시간을 걸어야 하지만, 버스를 타지 않았다.


어쩐지 걷고 싶은 기분이라서. 이렇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주변 경치도 구경하면서. 3주 동안 훈련장에만 콕 박혀 있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지.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건우가 좋은 말로 했는데 닥치라니? 말이 심한 거 아니야? 감동받고 있었는데 감동 깨졌잖아!

-심하긴 개뿔. 사내 새끼는 그렇게 낯간지러운 말하는 거 아니다.

-오호, 그래? 그런 사람이 옛날에 그런 말을 하셨어요?

-뭔 말?

-한 5년 전이었나? 네가 그랬었지. 질질 짜면서, ‘얘들아, 고맙다. 너희들이 없었으면 나는 정말······ 어허헝!’ 이거였나?

-이, 이······. 야. 너 거기까지만 말해라.

-‘크흐흐흑! 너희들 때문에 산다! 우리 우정 영원하자! 으허허헝!’ 이거였나? 뭐 이랬던 거 같은데.

-라비나. 너 뒈질래?

-프흡, 진짜 존나 웃기네. 맨날 사내가 어쩌고 하는 놈이 저럴 줄 누가 알았겠어. 아, 알았어. 안 할게. 안 하면 되잖아. 안 하······ 큽, 꺄하하학!

-이, 망할 비만 도마뱀 년이······!


화내고 깔깔 웃고 우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개판의 향연에도 건우는 좋기만 했다.


마음껏 그러십쇼. 마음껏.


아니, 그나저나 저 누나, 성대모사 정말 잘하네.


누가 들으면 진 라이온하트인 줄 알겠다.




*




부산물 도소매 센터. 그 이름처럼 몬스터의 부산물을 사고파는 곳이다. 건우도 짐꾼으로 헌터 업계에 몸을 담은 사람인 만큼 자주 들락날락했던 곳이다.


평소엔 짐을 날라주고 말았다. 쉽게 말해 들러리였지.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만큼은 들러리가 아닌 주연이었다. 막노동 일꾼이 아니라 물건 팔러 온 고객이었으니까.


그게 좋았다. 가게에 들어가니 ‘어서 오십시오!’하고 예의 있게 허리를 숙이는 점원의 인사를 받는 기분을 아는가? 정말 기분 째진다.


짜릿했다. 이래서 헌터들이 그렇게 부산물에 집착하는 거였구나. 얻은 아이템이나 잘 챙길 것이지, 왜 그렇게 부산물 따위에도 집착하나 싶었는데, 그런 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쩌면 돈 때문이 아니라 높으신 분들의 기분을 느끼려고 그런 게 아닐까? 건우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 대우를 받으니 당연히 또 오고 싶지. 그래서 더 악착같이 부산물을 긁어모으려고 했던 걸지도.


“많이 파세요!”

“예,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점원의 인사를 받으며 가게를 나왔다.


‘흐흐, 이게 얼마냐.’


자신을 헌터인 줄 알고 굽신거렸던 점원의 대우도 좋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건 바로 돈이다.


호랑이의 송곳니 두 개를 팔았을 뿐이다. 고작 두 개. 그런데 들어온 돈은?


자그마치 이천만 원이다. 개당 천만 원씩 해서.


힘들게 짐을 나르면서 두어 달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런 돈을 단번에 벌었다. 어찌 기분이 안 좋겠나.


-뭘 고작 그 정도 가지고 좋아하냐. 내가 알아보니까 별로 큰돈도 아니더만.

“저한테는 큰돈이거든요.”

-쯧쯧. 우리 막내 참으로 불쌍하구만. 푼돈으로 좋아하다니. 안 되겠다. 어서 빨리 키워줘야지. 그래야 팍팍 돈 벌지. 이사도 하고, 응? 건물도 사고. 알겠냐?

“예. 그래야죠.”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당분간 생활비는 문제없겠어.’


일단 생활비는 마련했으니 걱정 없이 훈련에 매진해도 될 것 같았다. 짐꾼 일을 하면서 모아둔 돈도 있으니까.


여차하면 적금도 깰 의향이 있다.


예전이었으면 미친 생각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희망이 생겼잖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희망이. 초월자라는 믿음직한 이들이.


‘나도 던전 돌아서 돈 벌고 싶긴 한데.’


그런 마음이 어찌 없겠나. 하지만 미뤄뒀다. 지금은 내 실력을 키우는 게 먼저 같아서.


이를테면, 미래를 위한 투자다.


내 실력을 키우자. 그게 최우선이다. 그러면 나중엔 돈이 자동으로 굴러들어 올 테니.


건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정답이었다.


사실 지금 당장도 욕심이 난다. 헌터 등록을 할까? 그래서 던전을 돌까? 만만한 하위 등급 던전은 얼마든지 돌 수 있을 거 같단 말이지. 혼자서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파티 짜서 하면 충분히 되지 않을까.


‘아냐. 던전에 욕심 부리지 말자.’


고개를 마구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검을 더 휘두르고, 하나라도 형누나들 말을 듣는 게 이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정답이었다.


‘장이나 좀 봐야지.’


먹을 걸 쟁여놓을 생각이다. 라면이랑 즉석밥 많이 사놓고, 휴지도 사야 한다. 계란도 다 떨어져서 계란도 한 판 사놓고.


건우는 머릿속으로 구매 목록을 정리했다. 으음, 또 뭘 사야 하지? 천화영 누나가 이틀이라는 휴식 시간을 줬으니까 알뜰살뜰하게 써야 한다.


그동안 요리라도 해서 뭘 먹어볼까? 돈도 벌었잖아. 배달음식은 너무 많이 먹었고, 역시 요리해서 먹는 게 느낌이 확 산다.


으음, 그럼 요리를 하려면, 어떤 요리가 좋을······.


퍽!


“악!”


누군가와 충돌했다. 달려오던 웬 여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여인은 고개를 굽신거리며 사과하더니 이내 허겁지겁 뛰어가 버렸다.


‘뭐지?’


왜 저리 헐레벌떡 뛰어갈까.


그런 의문은 해소할 필요도 없었다.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까.


사람들이 무더기로 뛰어온다. 그들의 뒤에는 커다란 괴물이 있었다.


키에에엑!


괴성을 지르는 커다란 괴물.


‘몬스터!’


건우의 낯이 창백해졌다. 몬스터라니. 저게 여기 왜 있지?


위이이이잉!


휴대폰이 울린다. 여러 개가 동시에. 뛰는 사람들의 휴대폰에서 울리는 거다. 그게 재난 문자 알림이라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뛰어온다. 건우도 그 사람 무더기 속에 파묻혀 뛰었다.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괴물이 쿵쿵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꼭 파충류처럼 생긴 이족보행 괴물.


‘리자드맨?’


아냐. 리자드맨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얼마나 몬스터를 많이 봤던가. 리자드맨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생긴 게 확실히 달랐다.


그것보다 더 징그럽게 생겼고 꼬리도 두 개 달렸다.


‘설마, 변종인가?’


변종 리자드맨.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몬스터가 변이를 일으키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니까.


키에에엑!


“끄아아아악!”


비명이 들린다. 괴물이 도망가는 행인을 덥석 잡았다. 입에 넣었다. 콰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행인이 먹혔다.


그 끔찍한 광경에 뛰던 행인들 일부가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빠아아앙!


도로가 마비됐다. 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교통이고 뭐고 통제되지 않았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 건우는 갈팡질팡했다.


몬스터가 뜨면 도망가는 건 당연하다. 언제나 그래왔다. 건우는 헌터가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도 그래야 하나? 내가 이전의 약하디약한 짐꾼인가?


‘난, 강해졌어.’


문득 호승심이 뿜어져 나왔다.


비록 하루에 불과했지만, 그 험난한 야생에서도 혼자 살아남았다. 그런데 저딴 괴물을 못 이길까?


그때 그 샤벨 타이거보다도 더 덩치가 크다. 하지만, 건우도 그때의 건우가 아니다.


‘해볼 만해.’


건우는 뒤돌았다. 뛰던 사람들이 경악했다.


“미, 미친!”

“뭐하는 거예요!”

“도망가요!”


그들의 만류를 거부하고 건우는 역행했다.


허리춤의 목검을 뽑았다. 진검도 아닌 목검으로 저 괴물을 잡는 게 말이나 되겠느냐마는,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해본다. 해보자.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


심호흡했다. 들이쉬고 내쉬었다. 절로 마나 호흡이 일어났고, 자연스레 마나 감각이 깨어났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건우에게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이 도심 속 세상은 마치 회색 세상 같다. 그 회색 세상 속 선명하게 붉은색의 형체가 보인다.


‘저게 괴물의 마나.’


아주 포악하기 그지없는, 들끓는 마나.


‘그래봤자 샤벨 타이거와 비슷해.’


그러니 된다.


그때는 기습 공격이었지만, 지금은 정공법으로.


건우는 뛰었다. 괴물이 쿵쿵거리며 뛰어온다. 대뜸 손을 뻗어 뛰어가는 행인을 잡으려 했다.


건우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수평 베기. 후웅! 경쾌한 소리. 건우는 직감했다.


‘먹혔다.’


지난 3주 동안 매일 같이 휘둘러왔던 그 검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작이 수행되었다.


그래. 이건 됐다.


따아악!


케에엑!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목검이 괴물의 어깨를 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괴물이 볼썽사나운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주춤하고서는 괴로워하는 것이다.


건우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격한 동작에 겉옷에 가려져 있던 그의 도복 자락이 노출되어 하늘하늘 흩날렸다. 따악! 맞췄다!


하지만 타격이 없다. 어떡하지?


괴물이 다가온다. 건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서진 돌조각이 보였다. 정확히는 부서진 보도블록이다.


본능적으로 그 보도블록을 주웠다. 뛰었다.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힘껏 도약했다. 건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이 하늘로 올랐다. 그대로 괴물의 위에 탑승해 괴물의 눈을 찔렀다.


푸우욱!


피가 솟구치고.


키에에에에엑!


쿠웅!


괴물이 우렁찬 괴성을 내지르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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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렉카 +2 24.09.18 441 15 12쪽
» 13화. 변종 리자드맨 +1 24.09.17 522 21 13쪽
12 12화. 관조 +2 24.09.16 609 22 14쪽
11 11화. 무아지경 +1 24.09.15 665 26 13쪽
10 10화. 사랑스러워 +3 24.09.14 738 34 12쪽
9 9화. 기틀을 완비하다. +1 24.09.13 819 30 14쪽
8 8화. 업적 개방 +2 24.09.12 856 38 16쪽
7 7화. 샤벨 타이거 +3 24.09.11 892 36 13쪽
6 6화. 리푸아 대수림 (2) +1 24.09.10 946 40 13쪽
5 5화. 리푸아 대수림 (1) +1 24.09.10 1,025 43 12쪽
4 4화. 뉴비 폐사시키지 않고 잘 키우기 대계획 +3 24.09.09 1,151 46 14쪽
3 3화. 시작부터 소매넣기 24.09.08 1,190 45 13쪽
2 2화. 우리 길드원들이 실은 초월자였다. +2 24.09.07 1,224 48 13쪽
1 1화. 섭종 기념 정모 24.09.06 1,316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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