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무(群魔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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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작품등록일 :
2024.09.06 13:29
최근연재일 :
2024.09.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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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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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군마지존부를 찾는 노인

DUMMY

第 四 章


群魔至尊符를 찾는 老人




“오늘도 여전하시군!”

제법 높직한 구릉으로 올라서던 종리자강은 발길을 멈추고 한쪽을 바라보았다.

소로의 우측,

콰르르르······!

촤아아아······!

폭포(瀑布)!

높이가 무려 삼십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폭포가 하나 있다. 그 폭포는 무산의 거친 골골을 흘러내린 물줄기가 장강으로 합류하는 곳에 자리한다.

콰르르르······!

쿠쿠쿠쿵······!

삼십 장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에는 가히 수백만 근의 압력이 담겨 있다.

폭포수는 강대한 무게로 수면을 두들기고 그때마다 하얀 물기둥이 백룡(白龍)인 듯이 치솟아 용트림한다.

“연세도 많으신 분인데······ 무엇을 저 강룡폭(降龍瀑)에 빠뜨렸기에 하루도 쉬임없이 자맥질을 하시는가?”

종리자강은 혀를 차며 강룡폭이라 불리는 폭포를 내려다보았다.

콰르르르······!

우르르르······!

작렬하는 굉음 속에서 한 명의 피의노인(皮衣老人)이 움직이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일견하기에도 체격이 장대한 노인인데 이미 여러 번 자맥질을 한 듯 매우 지친 모습이었다.

“크으······!”

콰르릉르!

다시 자맥질 하려던 피의노인은 폭포 쪽으로 너무 다가갔다가 물줄기에 세차게 격타 당했다.

“저런······!”

종리자강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었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이 자맥질을 대신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실, 삼협 주위에서 종리자강의 자맥질을 능가하는 어부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피의노인이 아주 괴팍하여 자기 일에 남이 참견하는 걸 지극히 싫어한다는 사실을······

“제······ 제길······ 천하를 호령하던 나 만금천(萬金天)이······ 이리도 허약해지다니······”

노인은 물살에 떠밀려 연못가로 밀려나며 신음을 토했다.

“그······ 그것이 이 강룡폭에 빠졌음은······ 확실한데······ 쿨룩······!”

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폭포 옆의 바위에 기대어 앉았다. 몹시 지친 듯이 노인의 입에서는 쉬지 않고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 만금천(萬金天)이라는 노인의 용모는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스스스······!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한 쌍의 눈빛은 번개가 번쩍이는 것 같아서 보는 이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든다.

“흐흐······!”

하늘을 올려다보며 벌렁 누운 만금천의 입가로 문득 신음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독한 원한이 서린 웃음이었다.

번쩍!

만금천은 뇌전(雷電) 같은 안광이 흐르는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았다.

“종리혁(鍾里赫)······ 이놈······!”

바드득!

허공을 노려보며 중얼거리는 만금천의 입에서 이가는 소리가 들렸다.

스스스스······!

허공 가득 사자(獅子)같이 생긴 젊은 사내의 모습이 새겨져 만금천의 눈에 들어왔다.

“나······ 만금천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놈······ 사자의······ 하늘(天)에서 온······ 못된 놈······”

만금천은 불끈 움켜쥔 주먹으로 허공을 내질렀다.

“천하를 주겠다던 나 만금천의 제의도 가차없이 묵살하고, 나의 얼굴······ 나의 명예! 나의 황금(黃金)을 모조리 부수어 버린 놈······!”

만금천은 원한으로 신음하며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밀어내었다.

그러자 드러난 만금천의 용모······!

그것을 어찌 인간의 용모라 하겠는가?

시커멓게 이지러진 피부,

문드러져 보이지도 않는 코,

허연 이빨이 드러난 입······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만금천의 두 눈밖에 달리 없었다.

가히, 꿈에 볼까 두려운 모습이었다.

어떤 강력한 힘이 만금천의 얼굴을 으스러뜨려버린 것이다.

“흐흐흐······!”

허연 이빨 사이로 유령의 호곡인 양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종리혁, 사자천(獅子天)에서 온 못된 놈······!”

만금천은 비틀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흐흐흐······ 노부는 안다. 사자천의 패천절기(覇天絶技)가······ 무엇으로도 깨뜨려지지 않는 무적절기임을······!”

비틀 비틀······

만금천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다시 강룡폭으로 들어섰다.

“크크큿······ 그러나······ 마도에도······ 깨어지지 않는······ 마천(魔天)이 있다. 크크······ 군마지존부(群魔至尊符)를 건져······ 내어 마의 하늘을······ 열면······ 크크크······!”

촤아······!

만금천의 노구가 가슴까지 물에 잠겼다.


-군마지존부(群魔至尊符).


그것이 무엇이기에 만금천이 기를 쓰고 건져내려고 하는가?

모를 일이다. 군마지존부가 무엇이고, 그로 인하여 어떤 바람이 불어 닥칠지······

“크크크······ 노부는 죽어도······ 좋다. 노부의 십만 충복들이······ 몸을 숨긴 채······ 복수의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 크크크······ 군마지존부만 찾아내면······ 그 아이들이······ 종리혁······ 그놈에게 복수해 줄 것이다!”

촤아아아······!

어느 덧 만금천의 몸은 목까지 물에 잠겼다.

그때였다.

“쯧쯧! 무덤 속에 들어가 편히 쉬셔도 시원찮은 노친네가 이 무슨 청승이십니까?”

소년의 혀 차는 소리가 만금천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원과 한으로 범벅이 되어 있던 만금천의 시선이 놀랍게도 온화하게 변했다.

“자강! 이놈아, 누가 너보고 참견하라고 했느냐?”

만금천은 흉측한 얼굴을 씰룩이며 고개를 돌렸다.

폭포가의 바위 위에 종리자강이 잉어가 든 망태를 짊어진 채 서 있었다.

(사자(獅子)를 닮은 어린 놈······)

종리자강을 바라보는 만금천의 눈빛이 더할 수 없이 부드러워졌다.

“쯧쯧······ 날이 어두워졌거늘······ 그렇게 내화(內火)가 치미십니까? 목욕을 하시게······”

종리자강이 혀를 차며 만금천을 내려다보았다.

콰르르르······!

굉렬한 폭음 속에서도 종리자강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이 또렷하게 들렸다.

“꼴 보기 싫은 놈! 참견하지 말고 냉큼 네 어머니에게나 가 보아라!”

촤아아!

만금천은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며 종리자강에게 한 가닥 물기둥을 던져내었다.

“다른 것이라면 모르나······ 물을 다루는 데는 자강을 능가하는 사람이 없지요!”

콰르릉!

종리자강은 싱긋 웃으며 수도(手刀)로 물줄기를 내리쳤다.

퍼엉!

그러자 만금천이 퉁겨낸 물줄기는 정확히 두쪽으로 갈라져 종리자강의 옆으로 흘러갔다.

그 모습을 보며 만금천의 눈에 언뜻 이채가 흘렀다.

(뛰어난 놈······ 자질로만 보자면 종리혁보다도 오히려 뛰어난 놈이다. 분수공(分水功)을 스스로 터득하다니······!)

만금천은 염두를 굴리며 고개를 돌렸다.

“노부는 바쁘다. 방해하지 말고 꺼져라!”

촤아아아······!

괴팍한 일성을 토하고 만금천은 다시 강룡폭으로 자맥질을 했다.

“옹고집 같으니······”

종리자강은 고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어느 덧 해도 반 넘게 서산(西山)으로 잠겨들고 있었다.


***


모옥(茅屋).

크지도 않고 화려해 보이지도 않는 모옥이다.

그러나 모옥에는 왠지 모를 포근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느낌이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흉내 낼 수 없고 다만 지순한 모성(母性)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

모옥으로 다가가던 종리자강은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모옥 앞에는 기화이초가 만발한 화원이 있고, 화원 안에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의자 위에 한 명의 미부(美婦)가 그림같이 앉아 서천(西天)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종리자강은 나오려던 목소리를 되삼켰다.

나이는 삼십대 후반, 병색이 완연하여 아주 파리한 모습이지만 우아한 기품이 주위를 사로잡는 미부!

그녀가 바로 종리자강의 어머니인 종리부인(鍾里婦人)이었다.

종리부인은 비밀이 많은 여인이었다. 어촌의 어부들과 아낙들도 그녀가 다만 종리부인이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어머니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는 종리자강도 마찬가지였다. 종리자강 자신도 어머니의 연세가 서른여덟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종리부인이 마을의 어부들에게 구조된 것은 십오 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그녀는 만삭의 몸이었는데 전신에 수많은 상처를 입고 무협 쪽에서 떠내려 왔었다.

마음씨 착한 어촌 주민들의 정성스런 간호 덕으로 종리부인은 기사회생하게 되었으며, 또 달덩이 같은 사내아이를 순산할 수 있었다.

그 아이가 종리자강이다.

출산을 한 종리부인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모옥을 짓고 종리자강을 키우며 살아왔다.

종리부인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또 하지 못하는 일도 없었다.

종리부인이 정착하면서 어촌 사람들은 그녀를 신주 모시듯이 하였다.

매년 겪던 수해에서 안전하게 된 것도 그녀의 지혜 덕분이었으며, 삼협 주위 오백 리를 휩쓴 돌림병에서 마을 사람들이 무사했던 것도 종리부인이 만들어준 성수(聖水) 덕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종리부인도 딱 한 가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지병을 치료하는 일이었다.

종리자강을 출산한 뒤로 종리부인은 아주 허약해져 갔다. 마치, 자신이 지닌 이 모든 기력을 종리자강을 낳는데 쏟아 부은 것같이······


(어머니의 병은······ 육체의 병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병이다.)

어머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종리자강의 눈가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종리자강은 어머니 종리부인만큼 많은 것을 안다. 그런 그이기에 그는 어머니의 병이 어떤 병인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무엇인가로 크게 마음을 상하셨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화(禍)가 심맥을 갉아 들어가는 것이다.)

종리자강은 소리없이 한숨을 쉬었다.

이 상태라면 종리부인은 오래 살 것 같지 않았다.

마음의 병이기에 만약(萬藥)이 듣지 않으니 달리 손을 써 볼 수도 없었다.

종리자강이 병서보검협을 오르내리며 태양화리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태양화리의 보혈은 아주 강한 생명력을 주는 영약이다. 그걸 복용하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 심장이 부서지고 목이 잘리기 전에는······

종리자강은 태양보혈을 빌어서라도 어머니 종리부인을 장수케 하고 싶은 것이다.

(어머니의 병은 영원히 치료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반면······ 순식간에 치료될 수도 있는 병이기도 하다.)

종리자강은 염두를 굴리며 화단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어머니, 자강이 돌아왔습니다!”

종리자강은 환한 표정으로 종리부인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너라!”

종리부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돌아보았다. 병색이 완연하기는 하지만, 미소를 짓는 종리부인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기품이 있었다.

(아버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모르나······ 천하제일의 행운아셨다. 어머님 같은 분을 독차지 하셨을 테니······)

조리자강은 어머니에게 꾸벅 절을 하고 일어섰다.

“그래······ 오늘도 병서보검협을 올라갔다 왔느냐?”

종리부인이 조용히 말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펄럭!

수수한 마의(麻衣)지만 종리부인에게는 천의(天衣)같이 잘 어울렸다.

“예! 내일은 무협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종리자강은 잉어가 든 망태를 한쪽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협······”

언뜻, 종리부인의 눈가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조심하거라. 한 마리 수룡(水龍)이 무협 쪽에 나타났다던데······”

어머니의 말에 종리자강은 싱긋 웃어보였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물에서라면 수룡이든 인간이든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그렇고 말고······!”

종리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누구의 아들인데······ 무적(無敵)이 되어야 마땅하지.”

종리부인은 꿈인 듯이 중얼거리면서 아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종종 내 모습에서 아버님의 그림자를 보시는 모양이다.)

종리자강은 어머니의 야윈 손을 꼬옥 쥐었다. 작고 야위었으나 따뜻한 손이었다.

“자······ 들어가자. 저녁을 먹어야지!”

한동안 종리자강을 바라보던 종리부인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모옥으로 들어갔다.

“······”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종리자강은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버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셨기에 어머님을 버리셨단 말인가?)

그의 시선이 부르르 떨렸다.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때문이다.

(아버지 대신 내가 잘해 드려야한다. 어머니를 편히 해 드리는 외에 달리 효도할 길이 없으니······)

종리자강은 마음을 돌리며 다시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모옥으로 들어가며 쾌활하게 말했다.

“어머니! 오늘 이상한 할머니 한 분 만났었습니다.”

“할머니······?”

소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던 종리부인이 흠칫하며 몸을 일으켰다.

종리자강은 식탁 앞에 앉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처음 뵙는 분인데도 이상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르르······

아들의 말을 들으며 종리부인의 손 끝이 떨렸다.

“혹시······ 누군가를 찾지 않더냐?”

“그렇습니다. 고독신모라는 할머니셨는데 매약빙(梅若氷)이란 분을 찾으셨습니다.”

“음······!”

종리부인의 몸이 휘청하였다.

“어머니······!”

종리자강은 급히 어머니를 부축하였다.

“고독신모······ 고독신모······!”

종리부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망연히 중얼거렸다.

(고독신모······! 그 분과 어머님은 도대체······)

종리자강은 어머니를 부축한 채 의혹에 차 중얼거렸다.

고독신모······

매약빙······

종리부인······

그들 사이에 과연 어떤 관련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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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2 장 소영은 자강이 좋아. +1 24.09.06 226 3 11쪽
4 제 1 장 병서보검협의 소년어부 +1 24.09.06 283 3 14쪽
3 서장(2) 사자의 장 +1 24.09.06 316 3 8쪽
2 서장(1) 군마의 장 24.09.06 382 3 4쪽
1 서문 마귀들(群魔)의 춤(舞) 24.09.06 438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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