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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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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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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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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의 열정 (2)

DUMMY

<002. 가슴 속의 열정 (2)>





나의 유쾌하면서도 우렁차게 등장했다.


“허허. 재밌는 친구네.”

“와, 나 오늘 처음 웃어본다.”


오랜 피디 짬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오디션을 진행해 봤기에 누구보다 심사위원의 입장을 잘 알고 있지.

경직된 지원자들은 피로감을 선사한다.

실력을 평가 받기도 전에 안 좋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호감을 형성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야.


나는 무대 중앙까지 성큼성큼 걸어와 외쳤다.


“수험번호 419번입니다! 연기 시작하겠습니다!”

“급하게 하지 말고, 충분히 준비되면 그때 시작하세요.”


객석에서 호의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경호 교수님이다.

최 교수님은 싹싹한 스타일 참 좋아하셨지.

그만큼 내가 등장만으로 기대감을 주었단 뜻이겠고.

오케이, 분위기는 완전히 가져왔다.


“넵,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긴장과 설렘인가.

심장이 전속력으로 뛰고 있었다.

눈을 감고 숨을 뱉으며 내면을 마주하는 데에 집중했다.


“후우.”


내가 배우의 꿈을 꾸게 된 이유.

수백 번, 수천 번 돌려보며 따라했던 그 장면.

그래서 내가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연기.

잘하다 못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자, 게임을 시작하지.

지금부터 나는 조커다.


“이 흉터가 왜 생겼는지 알고 싶어?”


““···!””




* * *


대한민국 넘버 원 연극영화과로 인정 받는 중헌대 연영과. 이번 2012년도 수시에서 15명을 뽑는데 4500명이 지원, 300: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말인즉슨 심사하는 교수들은 죽어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리 학교에 들어올 꿈나무들을 뽑는다지만 4500명은 물리적으로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2주가 넘게 매일 300명을 심사하니 체력이 갈리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입시 연기라는 것이 틀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열에 아홉은 똑같은 연기를 펼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제가 샀습니다! 이 벚꽃동산은 이제 제 거예요!”

“오, 로미오. 로미오님!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개성 있는 학생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급인 것이다.


“어째 지원자 수가 역대 최고인데 뽑을 친구는 역대 최저야. 죽겠구만.”


학과장 최경호 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모두 파김치가 되어가고 있을 때,


“안녕하십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구수하면서도 호쾌한 소년의 등장에 모두가 빵 터졌다.


“푸하하. 쟤 뭐야?”


이 소년의 등장은 마치 피로 회복제 같았다.

교수들의 몸이 일제히 앞으로 쏠렸다.


“물건 하나 나온 것 같구만.”


최경호가 옅은 미소를 띠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입시 감독을 위해 나온 입학처 사람들도 소년에 집중했다.


“잘했으면 좋겠는데···.”


최경호 교수가 볼펜을 꾹 누르며 말했다.

방금 자신이 느낀 기대감과 촉이 제발 틀리지 않기를.

이 소년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하나 없던 이번 입시의 메인 디쉬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급하게 하지 말고, 충분히 준비되면 그때 시작하세요.”


최경호는 친절히 소년을 진정시켜 주기까지 했다.

이례적인 모습에 동료 교수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 흉터가 왜 생겼는지 알고 싶어?”

““···!””


대사 한 마디로 고사장을 단숨에 자기의 무대로 만들었다.

방금 전까지 너스레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우리 아버지는 주정뱅이에다가 잔인한 사람이었어.”


광기가 서려 있는 눈으로 덤덤히 대사를 뱉고 있었다.

잔뜩 응축된 에너지와 대비되는 일상적인 말투가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호흡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


최경호는 속으로 경탄했다.

입시생에게서 느끼기 힘든 노련함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소년의 에너지는 점점 절정을 향해갔다.


“아빠는 엄마를 찌르면서도 웃고 있었어. 그리고 내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지. 왜 그리 심각해?”


광기 가득한 눈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는 듯한 환상을 일으켰다.

소년은 한 걸음 전진하더니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왜 그리 심각해?”


소년은 고사장을 자신의 아우라로 압도하고 있었다.


“아버진 내 입 속에 그 날카로운 것을 집어넣고는 말했어. 그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주마.”


옅은 미소와 함께 증폭되는 광기.

연기는 절정으로 치닫는 듯했다.

공포감이 점점 숨통을 조여올 즈음,


“그리고는···.”


끝을 내지 않고 오히려 호흡을 붙잡아두어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고무줄을 끊어지기 직전까지 늘려놨다가 멈추면 더 무서운 것처럼.

모두가 숨죽여 소년을 바라봤다.

말끝을 흐리던 소년은 카메라를 쳐다보더니 평온하게 고무줄을 놓았다.


“왜 그리 심각해?”


잔뜩 팽팽해진 고무줄의 탄성은 번개처럼 강력했다.


“미친. 존나 소름 돋아.”


촬영 담당인 입학처 직원이 저도 모르게 욕을 뱉었다.

카메라에 담긴 그의 모습은 조커 그 자체였다.

분장만 하지 않았을뿐.

영화관에서 보던 에너지와 똑같았다.

카메라와 연결한 TV 화면을 본 교수들도 충격에 빠졌다.


‘물건 맞네.’


최경호 교수는 소년의 파괴력에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연기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호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고사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짝짝짝짝짝-




* * *


시험을 마친 후 짐을 챙겨 나오자 긴장이 풀렸다.


“후우. 개운하다!”


묵은 체증이 한번에 내려가는 것 같군.

그래, 이거였어.

이 기분이 내가 연기를 하고 싶어했던 이유지.

설렘과 후련함, 해냈다는 성취감까지.

이 맛에 배우하는 거 아니겠어?


띵띵땅땅 따라라라 따라라랑~ ♪♬


주머니에서 울리는 옛스러운 벨소리.

꺼내보니 내가 쓰던 와이폰 4였다.


맞다. 지금 2011년이지.

디자인은 지금 봐도 예쁘네.

역시 스티브 잡슨 형님.

대체 당신은 어디까지 앞서가신 겁니까.


발신자: [엄마]


전화를 받으려는 그 순간,


“상우야!”


고급 세단 조수석에서 엄마가 손을 들고 있었다.

엄마의 모습은 누구보다 건강했다.


“아들! 시험 잘 봤어?”


운전석의 아빠도 흰 머리 하나 없이 멀끔한 차림이었다.


‘나 정말 돌아왔구나!’


정정한 부모님을 보니 울컥했다.


“엄마! 아빠!”


곧바로 차로 뛰어갔다.


“상우야, 시험 이제 끝인 거지?”

“1차만! 시험이 끝이면 안 되지. 아들 대학 가지 말라고?”

“아잇, 참. 그럼 안 되지! 어쨌든 고생 많았어!”


아빠가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질문 공격을 쏟아냈다.


“어땠어, 잘 본 것 같아?”

“많이 떨리진 않았고?”

“질문은 뭐 받았어?”


역시 우리 아빠다.

내 일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마음이 앞섰지.

보다 못한 엄마가 중재에 나섰다.


“여보! 방금 시험 보고 나온 애 정신 없게 왜 그래요. 밥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해도 되잖아요.”

“아이고, 알겠어. 일단 맛있는 거 먹으면서 얘기하자!”

“좋아요~!”


익숙한 차의 공기와 익숙한 가족과의 대화.

차에 은은하게 배어있는 익숙한 피톤치드 향까지.

모든 것이 익숙한 지금,

정말로 회귀가 실감이 나는 대목이었다.




* * *


나는 예상대로 중헌대 1차에 합격했다.

중요한 건 중헌대에만 합격한 게 아니라,


“역시 우리 상우, 장하다! 5관왕 가보자!”


수시에 지원한 5군데의 학교에 모두 1차 합격했다.

중헌대, 한빛대, 동군대, 한국예술대, 가원대.

연영과 5대 천왕이라 불리는 학교들이었기에 내가 다니고 있는 ‘참 액터스’는 그야말로 경사였다.


연기 학원은 학생이 n관왕을 차지할수록 홍보가 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곳에 최종 합격할 것을 요구한다.

학생 입장에서도 어디에서 뽑아줄지 모르고, n관왕 뱃지를 달고 싶은 욕심에 영혼을 갈아넣을 수밖에 없고.


그런데 나는 결과를 알고 있으니 무리할 필요가 없지.

결국 내가 갈 곳은 중헌대거든.

5대 천왕 모두 좋은 곳이지만 결국 제일 좋은 건 중헌대니까.

전생에서도 결국 최종 합격한 건 중헌대 하나였어.

그래도 우리 원장님을 생각해서 5관왕 안겨드려야겠다.


“찻잔이 식기 전에 합격증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5관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나는 각 학교가 선호하는 연기 스타일에 맞춰 시험을 준비했다.

오랜 피디 생활로 다져진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지.

중헌대를 제외한 네 곳의 시험 일정이 붙어있어서 시간이 조금 촉박했지만, 이 정도 쯤이야.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취향 저격을 제대로 당한 심사위원들은 나를 탐낼 수밖에 없었다.

연기가 끝나면 곧장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다른 학교 어디, 어디 썼어요?”

“우리 학교랑 한빛대 붙으면 둘 중에 어디로 갈 거예요?”

“제일 가고 싶은 학교가 어디에요?”

“혹시 중헌대도 1차 붙었어요···?”

“등록금은 우리가 제일 저렴한 거 알죠?”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 * *


네 군데는 순조롭게 다녀왔고,

이제 대망의 중헌대다.


‘재밌겠다.’


내가 중헌대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수석 입학생.

신입생 중 1등이라는 타이틀과 동시에 2년 동안 장학금 면제 혜택을 받게 되지.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1차를 통과한 인원은 8배수인 120명,

119명만 제끼면 수석 입학은 내 차지야.


“2차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뵙게 되니 반갑네요!”


진행 요원이 대기실에서 설명을 이어갔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고사장 중앙에 십자 테이핑 된 공간으로 가셔서 인사하시고 연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개인 신상이나 출신 학교 이야기 하시면 절대 안 되고요!”

““넵!””


이 때 폭탄 머리 박두영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연기 중에 상의 탈의하는 장면이 있는데, 젖꼭지에 패치를 붙여놓아야 하나요?”

“네···?”


박두영은 나보다 한 살 위의 재수생이었다.

악성 곱슬에 직각 어깨,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

거기에 살짝 돌아있는 눈동자.

딱 봐도 범인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와꾸다.


이 때 진짜 돌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동기로 만나게 돼서 얼마나 웃겼던지.


“교수님들이 혹시나 불쾌함을 느끼실까 봐 여쭤봤습니다. 바지는 안 벗고요! 상의만 잠깐 벗습니다.”

“아아, 네. 패치는 따로 안 붙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신에 너무 앞쪽까지 가서 벗는 것만 좀 조심해 주시면···.”

“아유, 그럼요!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죠! 감사합니다!”


박두영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아아, 1차 대기실입니다. 이번 타임 진돗개 하나요.”


진행요원은 곧바로 무전기를 켜 경보를 발령했다.

연극영화과 입시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오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신속히 대처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되면 다른 수험생들까지 피를 보니까.

게다가 2차니까 더욱 예민할 수밖에.


지금 박두영은 그런 존재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EX급 폐급 고문관.

모두가 박두영을 경계하고 있었다.


괜히 마음 아프네.

우리 형 사람은 착한데.


“개인 짐 보관 마치셨으면 이제 2차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 * *


마지막 연습 장소인 2차 대기실,

수험생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종 합격의 마지막 문턱인 만큼 열기는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으아아! 쁘르르르~ 꺄올! 우끼끽!”


역시 박두영이었다.

박두영은 오랑우탄 움직임으로 대기실을 날뛰듯 돌아다녔다.


‘역시 보통 미친 놈이 아니야.’


대기실의 열기는 실제 고사장을 방불케했다.

나도 최선을 다해 몸을 풀고 연습했다.


‘수석이 돼야만 한다.’


합격보다 더 큰 걸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됐다.

누가 시킨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욕심이 나는 걸 어떡해?

잠시 후,


“45번부터 49번까지 최종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나는 박두영과 같이 최종 대기실로 이동했다.


“흐으으. 시부럴···. 존내 떨리네.”


박두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형은 꼭 혼잣말을 들리게 하더라.


“저기요.”

“네?!”


내 부름에 박두영이 화들짝 놀랐다.


“긴장되세요?”

“어우, 당연하죠! 긴장 안 되세요?”

“네. 딱히?”

“어떻게 긴장이 안 돼요···?”


박두영은 나의 의연함에 당황했다.


“운명에 맡기는 거죠. 너무 긴장하실 거 없어요. 합격하실 거예요.”

“와.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빈말 아니에요. 무조건 합격하실 겁니다.”

“그걸 어떻게···.”

“그냥 제 촉이에요. 제가 촉이 좋거든요. 흥분해서 옷을 입으로 찢지만 않으시면 무조건 될 거예요.”


실제로 박두영은 입으로 옷을 찢으려고 했다가 위협적인 행위로 간주돼 쫓겨날 뻔했었다.

다행히 교수님들이 박두영의 재능을 높이 사서 합격하긴 했지만.

이 사건이 알려져서 돌아이 취급 받았던 걸 생각하면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박두영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는 듯한 눈으로 나를 한참 쳐다봤다.

이 때,


“48번 분, 입실 준비하실게요.”

“넵.”


나는 입실을 준비하며 박두영에게 말했다.


“학교에서 봅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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