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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01:12
최근연재일 :
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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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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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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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판이 계속 깔리네?

DUMMY

<004. 판이 계속 깔리네?>





나의 5관왕 소식에 대웅고가 뒤집어졌다.


“상우야, 해낼 줄 알았다! 5관왕이라니!”


담임 선생님의 어깨가 하늘처럼 솟았다.

교무실은 온통 부러운 시선으로 가득했다.

그럴 만도 하지.

550명 중에 가장 먼저 대학에 가게 됐으니.

게다가 시험을 본 모든 학교에서 합격했고.


“연영과 5대 천왕을 다 붙다니. 대단해! 어디로 갈 거야?”

“무조건 중헌대죠.”

“크, 잘 생각했다. 최고 중의 최고로 가야지!!!”


선생님이 내 어깨를 힘차게 두들겼다.

원래 이렇게 살가운 스타일이 아니신데···.

목소리도 인위적이야.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

다른 선생님들 앞이라 일부러 더 그러시는 것 같았다.


‘일종의 쇼맨십도 섞여 있군.’


그렇다면 나도 이 쇼에 동참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선생님이 잘 도와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나는 선생님을 번쩍 들어올렸다.

챔피언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듯이.

교무실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와우!””


선생님은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이렇게 크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네.

대학 합격은 고3 담임에게 최고의 훈장이니까.

교무실을 나오자마자 문자가 왔다.


까똑-♪


[참 액터스 이영훈 원장쌤]: 상우야, 이따 학원 오면 합격 후기 영상 찍자! 사랑한다, 우리 상우!!!♡


이렇게 갑자기 찍는다고요···?




* * *


수능을 안 봐도 되니 완벽한 자유였다.

입학까진 무려 4개월이나 남았고.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발레를 배우기로.


“어서 오세요, 스완&유 발레 아카데미입니다!”


뜬금없이 웬 발레냐고?

배우에게 발레는 거의 필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세 교정에 아주 직빵이지.

바른 자세에서 바른 움직임이 나오는 법.

나는 이걸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다.


“자세가 너무 구부정한데. 좀 펼 수 없을까?”


허우대는 멀끔한데 자세가 엉망이라 카메라에 예쁘게 담기 까다로운 배우,


“긴장해서 굳어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더 자신있게 걸어도 돼요!”


로봇보다 딱딱한 걸음걸이로 골머리를 앓게 하는 배우 등,

그들의 결점을 티 안 나게 찍느라 고생했던 지난 날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내가 그런 배우가 될 수는 없지.


“이전에 발레 배워본 적 있어요?”

“아뇨, 없습니다. 입시 준비하면서 현대무용만 좀 배웠어요.”

“그럼 좀 힘들 수도 있어요. 발레가 생각보다 근력도 많이 요구되는 운동이거든요.”

“괜찮아요! 자신 있습니다.”


내 패기에 발레쌤이 웃었다.


“정말? 그럼 오늘부터 바로 해볼래요?”

“좋죠!”


사실 옷까지 다 챙겨왔지.

물론 레오타드는 아니니까 걱정 마시길.

반팔에 밑에는 레깅스에 반바지.

환복을 마치고 연습실에 입장했다.

그런데


‘나만 남자네···.’


수강생 6명 중 남자는 나 혼자였다.

어색한 이 공기.

괜히 민망하네.

고운 선율이 흐름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됐다.


“앙 바! 앙 아방!”


발레쌤은 마치 백조 같았다.


‘우와···.’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반면,


“으악!”


내 모습은 최악이었다.

거울을 보는 게 민망할 정도로.

왜 나는 저렇게 안 찢어지지?

나름 유연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크크. 귀엽다.”

“그니까. 그래도 생각보단 유연해.”


다른 수강생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더 고통 받았고,


“인사!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약 1시간의 수치 타임이 끝이 났다.


“헉···. 헉···. 고생하셨습니다.”


나름 운동에 자부심 있었는데.

오늘부로 그런 마음 버려야겠다.

축구랑 쓰는 근육이 전혀 다르잖아···.

그래도 욕심이 난다.

한번 했을 뿐인데 내가 우아해진 느낌이야.


“흡! 후우!”


나는 주 3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수업에 나갔다.

그 결과,


“우와, 상우 씨! 이제 턴 잘 돈다!”


나름 그럴싸한 폼이 나오기 시작했다.

몸도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졌고, 자세도 바르게 펴졌다.

원래 입학 전까지만 다닐 생각이었는데.

꾸준히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선생님, 저 학교 다니면서도 수업 나올게요.”


뭐든지 꾸준함이 미덕인 법이니까.

열심히 해서 내 무기로 만들어 보자.




* * *


내가 발레에 빠져있는 사이,

수시 합격자들은 SNS 플랫폼 ‘페이스랩’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

나에게도 친추가 잔뜩 와 있었다.


‘내 계정은 어떻게 알았지.’


만들어 놓기만 하고 올린 건 하나도 없는데.

이들의 피드를 들어가자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으. 내가 다 민망하네.”


이들이 펼치는 친목질은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임아현님의 사진

위치: 논현동 한수포차

-300:1을 뚫은 동기들끼리! 동기사랑 나라사랑! 만세!! 중헌대 연영 아자아자!


입학하면 서로 헐뜯기 바쁜 애들끼리 모였군.

미래를 모르는 자들의 어리석음이란 이런 것인가.

메시지도 와 있네?


임아현님의 메시지

안녕하세요! 대웅고 김상우 님 맞으시죠?

저 이번에 합격한 동기 될 임아현이라고 해요! 5관왕 대박 ㅎㅎㅎ 우리 친하게 지내요 ><

저희 300:1 뚫은 수시 합격자들끼리 동기 톡방 만들어 놨거든요!

제 번호 010-8xxx-9xxx 인데 번호 알려주시면 톡방 초대해 드릴게요! 곧 만나요! ㅎㅎ


아현이는 입학 전부터 요란했구나.

어차피 학교 들어가면 다 만날 텐데.

굳이 친목질에 끼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말 많은 곳인데 입학 전부터 겪고 싶진 않거든.


나는 정시까지 끝난 2월이 되어서야 톡방에 들어갔다.

어차피 이 50명 중에서 건실하게 생활하는 인원은 10명 남짓인데.

중헌대 입학이 인생의 고점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 소모적인 일이니까.

그 시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유익하지.


“우리 유럽 다녀옵시다!”


나는 가족과 함께 약 3주 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일정이 겹쳐 새내기 배움터도 불참했다.

이쯤 되니 동기들은 내 정체를 궁금해했다.


임아현: 근데 상우는 어떤 친구일까? 넘 궁금하다...

서윤정: 그니까. 대웅고에 친구 있는데 되게 훈남이라던데!

조민영: 대박! 진짜? 역시 5관왕은 다른갑다잉ㅎㅎㅎ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입학식에서 내가 신입생 대표로 강당에 서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넵, 알겠습니다!”


드디어 내가 나타날 차례군.





* * *


입학식에는 예술대학 신입생 전체와 학부모 등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입생 대표로 연극영화과에 수석 입학한 김상우 군의 선언문 낭독이 있겠습니다!”


신입생 대표, 수석.

굵직한 키워드와 내 이름이 불리자 사람들이 웅성댔다.


“어머, 김상우?”

“와! 진짜 걔가 수석 맞았구나.”

“상우 오티도 안 오지 않았어? 겁나 궁금하다!”


뒤쪽에 있던 나는 강당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얼굴 모를 사내가 강당으로 향하자 모두가 이윽고 나를 알게 되었다.


“헉, 대박! 잘생겼다!”

“와. 뭔가 포스 있다.”

“나 저 얼굴 합격자 영상에서 봤던 것 같아!”


강당에 올라서니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재밌네.’


무대 위에 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역시. 나도 관종 끼가 다분해.


“선! 서! 저는 2012년도 중헌대학교의 신입생 대표로서, 다음과 같이 입학을 선서합니다!”

.

.

.

“2012년 2월 27일, 신입생 대표, 김상우!”


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짝짝짝짝짝-


정면으로 돌아 신입생들에게 인사한 후 강당을 내려왔다.

입학식이 끝나자 동기들이 나에게 몰려들었다.


“상우야! 나 아현이야! 페랩 친추 걸었었는데.”

“아, 내가 페랩을 잘 안 해서. 몰랐네.”


사실 알고 있었어.

너랑 있으면 피곤한 일이 많이 생겨서 모른 척했을 뿐.

다들 나와 친해지고 싶은 눈치였다.


“나는 박현준이라고 해!”

“난 조민영! 다들 네가 수석일 것 같다고 했는데, 진짜였구나. 반가워!”


다 아는 사람들이구만.

새롭지 않지만 반가운 척은 해야겠지.


“어어, 반가워! 우리 잘 지내보자!”


동기들과 통성명을 주고받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우리 김 수석님!”


박두영이 오랑우탄스러운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캬. 겁나 반갑네.


“나 알지? 우리 시험 같이 봤잖아.”

“형은 당연히 알지!”


나도 모르게 박두영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동기들이 당황했다.


“둘이 아는 사이야?”


별종이 어떻게 엘리트와 친구냐는 눈이었다.

당황한 건 박두영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형인지 어떻게 알았어?”


아뿔싸. 예상에 없던 상황이다.

머리를 5G 급으로 빠르게 굴렸다.


“어···? 그 톡방 보고 알았지···!”

“아아, 맞다. 거기에 쓰여 있지.”


후. 다행이다.

다들 박두영을 부러워하는 눈이었다.

이 때 다른 무리도 다가왔다.


“드디어 만나는 구나.”


수시 합격으로 친해진 그룹이었다.

대표 간신 김민우가 인사를 건넸다.


“난 김민우야. 너 멋있다!”

“고마워. 반갑다.”


여기저기 말을 옮겨 분란을 만들던 놈.

같이 있어서 좋을 거 없는 인물이지.

여자는 임아현, 남자는 김민우.


“나는 너 합격자 영상 봐서 알고 있었어. 참 액터스 맞지?”


49기 대표 미녀이자 훗날 로코물 대표 여배우로 성장하는 함수빈이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와. 이 때부터 예쁘긴 진짜 예뻤구나.


“맞아. 넌 제이드림아카데미지?”

“어떻게 알았어?”

“나도 합격자 영상 봤어.”


함수빈이 수줍은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수석이라고 되게 들떠있네. 주인공 병 뭐 그런 거야?”


재수없는 말투의 주인공은 강현성이었다.

은근히 함수빈 옆에 붙으며 말하는 꼴이 아주 유치하네.


강현성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강대웅’의 외손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안하무인인 놈이다.

원생에서는 이 놈이 수석 입학이었다.

세상의 모든 관심이 자기한테 쏠려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 나한테 밀려서 차석이 되었으니 얼마나 배가 아플까.

그래도 처음부터 이렇게 적대적일 줄이야.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함수빈이 강현성을 째려봤다.

강현성은 당황한 눈치였다.


“괜찮아. 그렇게 보였나 보지. 네가 현성이 맞지? 차석.”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강현성은 차석이라는 말에 제대로 긁혔다.

다들 남의 속도 모르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야, 수석과 차석의 만남!”

“크. 투샷 간지다잉.”


강현성은 시뻘개진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존나 재수없네.”


그러더니 급하게 자리를 떴다.


‘불쌍한 놈. 속이 저렇게 좁아서야.’


입학식부터 적이 생긴 건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회귀했다고 남의 성격까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안고 가야지, 뭐.




* * *


곧바로 개강이 찾아왔다.

1학년 수업 중에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면실습>.

담당 교수인 김철수 교수와 첫 대면을 했다.


“여러분과 함께 이번 학기 장면실습을 만들어 갈 김철수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간략한 자기소개와 스몰 토크 후 실습이 진행됐다.


“장면실습 수업은 작품 전체가 아니라 한 장면을 밀도 있게 만드는 경험을 하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장면조차 소화하지 못하는데 한 편의 공연을 만드는 건 어불성설이겠죠?”

““넵!””


“지금부터 즉흥 상황극을 진행하겠습니다. 조별로 5분 분량의 장면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형식으로요.”


입시 때 지독하게 많이 했던 즉흥연기인데.

들어오자마자 또 하다니.


“조를 나누겠습니다. 지금 앉아있는 그룹대로 5인이 한 팀입니다!”


나는 박두영과 한 조가 됐다.

이런 발표에서 두영이 형은 조커 카드나 다름 없어.

타고난 센스가 좋아서 컨트롤만 잘 해주면 되거든.


“이야, 우리 무슨 인연인가보다!”

“그러게. 잘 만들어 보자!”


조 편성이 끝나고 상황 뽑기를 진행했다.

조장인 나는 유독 꼬깃한 종이를 집어들었다.


“각 조는 종이에 적힌 상황을 구성해서 발표하면 됩니다. 발표 후 다른 조들이 어떤 상황인지 맞히는 퀴즈를 진행할 거고요. 연습하면서 서로 상황 공유 금지입니다. 지금부터 15분 후에 시작합니다!”


종이를 펼쳐보았다.


-제시 상황-

[당신은 강도입니다. 무사히 은행을 털고 나오세요.]


‘나이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5명의 목표가 같고, 상황 다이나믹하고.

보는 사람도 익숙한 맛이라 몰입이 쉬워.

결말 정해놓고 캐릭터 세팅하면 저절로 굴러가는 상황이야.

이건 씹어먹으라고 판을 깔아준 거다.

뽑기 운이 완전 럭키비키잖아?


나는 벌써 머릿속으로 모든 설계를 마쳤다.


‘한번 놀아볼까.’


작가의말

배우가 대본을 바탕으로 하는 연기도 흥미롭지만,


즉흥적으로 제시된 상황을 이끌어 나가는 연기 또한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하는 입장도, 보는 입장도요. :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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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이 계속 깔리네? 24.09.14 143 4 13쪽
3 가슴 속의 열정 (3) 24.09.13 139 6 13쪽
2 가슴 속의 열정 (2) 24.09.12 151 5 13쪽
1 가슴 속의 열정 24.09.11 188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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