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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7 01:12
최근연재일 :
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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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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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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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계속 깔리네? (7)

DUMMY

<010. 판이 계속 깔리네? (7)>






“오디션이요?”


대체 어떤 오디션일까.

교수님은 까다로움의 대명사인데.

먼저 제안하실 정도면 이상한 작품일 리는 없어.



“네. 7월에 한국극장에서 서울 해적선 올라가는 거 알죠? 전 배역 오디션으로 뽑겠다고 결정 났어요. 나한테 추천해 줄 인물 있냐고 연락이 왔는데 김상우 군 생각이 바로 나더군요.”

“헉! 이번에 연출이 구경욱 연출님 아닌가요?”

“맞아요. 제가 구 연출이랑 연이 깊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입니다.”


서울 해적선 오디션이라니.

게다가 연출이 구경욱이면 더더욱 놓칠 수 없다.


장연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서울 해적선>은 연극계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된다.

<서울 해적선>은 돈을 벌기 위해 뱃일을 택한 청년들이 우연히 범죄에 휘말려 공범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다룬 이 작품은 원작 소설도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었다.


공연화 소식이 알려지자 뜨거운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

여기에 구경욱이 연출이라는 것은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베스트셀러 소설 <서울 해적선> 공연화 확정!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할까?


――뜨거운 신예 연출가 구경욱, <서울 해적선> 연출 맡는다! 치열한 티켓팅 예고. 침울했던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서울 해적선>은 모두의 관심 이상으로 대박이 나면서 꾸준히 사랑 받는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매김한다.

여기서 발탁된 신예들은 탄탄대로를 걷기도 하고.

나도 보면서 감탄을 쏟아냈었는데.

무조건 해야지.


“저 무조건 하고 싶습니다!”

“다른 스케줄 있으면 안 돼요. 구 연출 스타일 알죠? 스파르타인 거.”

“있어도 없습니다! 다 빼놓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전달할게요. 저한테 프로필 하나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김상우 군 재능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준비해 보세요.”


반드시 따내고 싶다.

어떤 역할이 됐든.

그 공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커리어야.

기대된다.


‘가보자고.’




* * *


구경욱 연출은 소위 말하는 ‘별종’이었다.


“저는 고리타분한 연극은 만들 생각이 없어요. 솔직히 요즘 재밌는 연극이 얼마나 됩니까? 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대사만 뱉는 게 연극인가요? 그건 관객한테 고문이에요. 전 관객을 고문하고 싶지 않아요. 제 공연은 늘 새롭고 신선할 것입니다.”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연극계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던 구경욱.

연극계가 얼마나 고여있는지를 생각하면 보통 깡이 아니었다.

하지만 구경욱은 실력으로 증명했다.


――<스피커 보러 왔습니다> 연일 매진 행렬. 구경욱 연출의 힘은 대단하다!


――구경욱 연출의 작품에 몰리는 젊은이들. 연극 관람 관객층이 어려지고 있다!


――“구경욱 작품 보러 가요!” 배우가 아니라 연출을 보러 가는 관객들. ‘별종’ 구경욱, 연극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다.


구경욱은 자신이 말한 대로 새로움과 신선함을 제공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항상 파격적인 실험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구경욱은 이번 <서울 해적선>에서도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전 배역 오디션으로 가죠. 우리도 맨날 보던 사람들만 보는 거 지겨워 죽겠는데. 관객들은 오죽하겠어요?”


이는 기행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모두가 만류했다.


“네? 아무리 그래도 전 배역은 좀···.”

“일단 믿고 보는 배우들이 있어야 관객 유입이나 흥행에도 훨씬 유리하잖아요. 캐스팅은 안전하게 가시는 게 어떠세요?”


하지만 구경욱은 완고했다.

구경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중들은 새 얼굴을 보고 싶어해요.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가 얼마나 돼요? 드라마, 영화에서 잘한다 하는 배우들 막상 무대 서면 실력 다 뽀록나는 거 몰라요? 티켓값이 한 두푼도 아닌데 그런 발연기 보러 오고 싶겠습니까? 오디션으로 실력 검증해서 뽑는 게 백배 천배 낫죠!”


그렇게 구경욱의 고집으로 오디션이 확정됐다.

그것도 전체 배역 오디션.

연극계에서 유례 없는 사례였다.

구경욱은 담배를 태우며 생각했다.


‘이번엔 어떤 신예가 등장하려나.’




* * *


장면실습 수업 시간.

나는 오디션 생각에 싱글벙글이었다.


“기분 좋은 일 있냐? 얼굴이 밝네.”


박두영이 궁금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날씨가 좋잖아. 이런 날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나?”


그 순간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륵주륵-


“밖에 비 오는데···?”


박두영이 당황했다.

물론 나도 당황했다.

어떻게 말하자마자 비가 오지···?


“연출들이 가져온 작품을 발표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앞으로 한 학기 동안 맡게 될 작품의 발표 순간.

연습실엔 기대감이 차올랐다.


두구두구두구-


동기들의 발을 구르는 소리.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


“첫 번째! 안톤 체홉의 갈매기입니다. 두 번째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예상했던 작품들이 많이 나오네.

좀 희한하고 재밌는 거 안 나오려나.


“그 다음으로는 몰리에르의 상상병 환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마지막으로 손톤 와일더의 우리읍내입니다.”


연영과 입시생이라면 친숙한 작품들 뿐이군.

몰리에르 상상병 환자 땡긴다.

희극이 어렵지만 재밌으니까.


“몰리에르 상상병 환자 누가 골랐나요?”

“저요!”


동기 정동준이 손을 들었다.


‘퇴각이다.’


정동준은 아주 고약한 걸로 유명한 놈이다.

성격이 고약하냐고?

아니. 냄새가 고약해.

잘 안 씻거든.

옆에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어떻게 공연을 같이 해.

게다가 소통 능력도 아주 최악이라서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어.

같이 했다간 지옥길이다.


“독특한 선택이네요. 선택의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희극을 정말 좋아합니다. 코미디가 예술에서 궁극의 경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오오~””


동준이가 말은 잘해.

똑똑하기도 하고.

말하는 것만 들으면 그럴싸하다니까?


“상상병 환자 하고 싶은 배우 손 들어주세요!”


스윽-


몇몇이 손을 들었다.

너넨 뼈저리게 후회할 거다.

악취와 함께하는 3개월.

공연이고 뭐고 죽을 맛일 거다.

잘 가라.


“오케이. 다음으로 오셀로는 누가 골랐죠?”

“제가 골랐습니다, 교수님.”


민경태였다.

민경태는 소극적이고 낯가림도 심해서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어두운 면도 있어서 동기들이 불편해하기도 했고.

하지만 훗날 엄청난 시나리오 작가로 성장하지.

능력만큼은 확실한 녀석이야. 유도리도 있고.

경태랑 해야겠다.

누가 손을 드나 볼까.


“좋습니다. 오셀로 하고 싶은 배우는 손 들어주세요!”


놀랍게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아, 그리 놀랄 일은 아닌가.

동기들 사이에서 민경태는 아싸 그 자체였으니까.

다들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

민경태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헉. 아무도 없나 봐. 어떡해.”

“그니깐. 발표 못하는 거 아니야?”


정동준 팀에 들어간 동기들이 수근댔다.

어리석은 녀석들.

너네야말로 쓰러져서 발표 못할 수도 있어.

천국행 열차는 내가 탄다.


“저 하겠습니다!”


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연습실이 술렁였다.


“상우가 저기로 간다고?”


민경태가 나를 보더니 안심했다.

누구라도 손을 들어 다행인데 그게 나라서 더 다행이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민경태에게 말했다.


“경태야. 잘해보자.”


민경태가 미소로 화답했다.

김철수 교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케이, 김상우 군. 더 없나요? 이렇게 되면 민경태 연출에 김상우 배우의 1인극으로 가야겠는데요.”

“전 1인극도 좋습니다!”

““푸하하!””


나의 씩씩한 대답에 모두가 웃었다.

두영이 형이 이아고로 들어오면 딱일 것 같은데.

까불까불 간사한 캐릭터에 아주 제격인데 말이지.

이 형 어디 앉아있더라.

박두영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순간


“저욧!!!”


박두영이 힘차게 손을 뻗었다.

역시. 이 형이랑은 통하는 게 있어.


“두두 굿!”


나는 박두영에게 따봉을 날렸다.


“박두영 군이 김상우 군을 살렸네요. 다행히 1인극은 면했습니다. 또 없나요?”


이 때 누군가가 손을 드는 것을 발견했다.


“저도 오셀로 팀 가겠습니다.”


함수빈이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좋은데?’


함수빈은 나를 흘깃 쳐다봤다.

나와 함수빈이 들어가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곧바로 4명이 추가로 손을 들었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 오셀로 들어가고 싶어요!”


김철수 교수는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오셀로 팀이 순식간에 7명이 됐네요. 성별 비율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이랑 딱 떨어지는 군요. 그럼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넵!”


어디 보자.

나머지 넷도 다 괜찮은 친구들이군.

성실하고 멘탈도 바른 편이고.

솔직히 실력은 다 거기서 거기야.

이제 스무 살인 애들끼리 뭐 얼마나 차이 나겠어.

중요한 건 멘탈이지.

그런 면에서 완벽한 팀 구성이다.

나이스샷.


편성이 끝나고 팀 별로 모였다.

나는 팀원들에게 우렁차게 말했다.


“우리 재밌게 하자! 잘 부탁한다!”




* * *


수업이 끝나자마자 영상부실로 들어왔다.

찌그리오 웹드라마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컴퓨터 사양 좀 볼까.”


인터넷을 켰다.

오, 속도 빠른데?

소프트웨어도 최신 버전이고.

다음은 편집 프로그램이다.

나는 프리메라 프로를 켰다.

순식간에 프로그램이 구동되었다.


“이야. 컴퓨터 좋네!”


이어서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체크했다.

모두 상태가 훌륭했다.


“완벽하다.”


나는 곧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구상해 놓은 게 있어서 술술 써나갔다.

그렇게 한참 작업에 몰두하던 중


쾅!


누군가 문을 확 열고 들어왔다.


“깜짝이야!”


44기 김기현이었다.

학교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기현이 형은 학교에서 다크 템플러 같은 존재인데.

학교 일에 관심 없는 형이 영상부실엔 무슨 일이지?


“안녕하십니까!”


나는 곧바로 일어나 90도 인사를 했다.


“오, 상우. 잘 있었어?”

“넵! 그날 잘 들어가셨습니까!”

“어어. 당연하지. 문 세게 열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형!”


김기현은 어딘가 급해보였다.

급하게 무언가를 찾는 느낌.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형?”

“어? 혹시 휴지 없냐 상우야?”


아. 급할 만하네.

나는 곧바로 뒤편에 두루마리 휴지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다! 시벌. 화장실 휴지가 다 떨어졌더라고. 땡큐!”


쾅!


많이 급했나보다.

축구할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던 형인데.

저렇게 차분하지 못한 모습은 처음 봐.

나는 다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한 5분 쯤 지났을까.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다.


“네에.”


끼이익-


김기현이었다.


“상우야. 들어가도 돼?”

“당연하죠! 들어오셔요!”


아까랑 너무 다른 모습이다.

자기도 영상부면서.

웃기는 형이야.


“진짜 고맙다. 네가 사람 하나 살렸어.”

“하하. 많이 급하신 것 같았어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대참사였어. 후.”


김기현이 목 뒤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 때


띠리리리링-♪


김기현의 전화가 울렸다.


“어. 잠시만.”

“넵. 편하게 받으세요.”


김기현은 휴대폰을 보자마자 몸을 공손히 구부렸다.


“네, 형님! 당연히 가능하죠. 무슨 일 있으세요? 아아, 네네. 지금이요? 에 두 명이나요? 갑자기 그게 무슨 일이래요. 네네. 어···. 잠시만요!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김기현이 통화를 끊고 나에게 말했다.


“상우야. 영화 촬영하러 갈래?”

“갑자기요?”

“어. 37기에 홍대익 선배라고 계신데 우리 아트센터 건물에서 촬영 중이시거든? 배우 두 분이 갑자기 노쇼하셨다네. 도와줄 수 있냐고 연락 왔어. 페이도 제대로 챙겨주시겠대.”


홍대익?

<극한작업>의 그 홍대익?

미쳤다.

어떻게 이렇게 판이 계속 깔리지?

고민할 거 뭐 있어?

무조건 가야지.

이건 페이가 없다고 해도 가야 맞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배님이 곤경에 처하셨는데 후배된 도리로서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가시죠!”



작가의말

또 다시 찾아온 주말이네요 ㅎㅎ


연휴 끝나고 일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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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판이 계속 깔리네? (4) 24.09.17 118 3 15쪽
6 판이 계속 깔리네? (3) 24.09.16 122 4 18쪽
5 판이 계속 깔리네? (2) 24.09.15 127 3 17쪽
4 판이 계속 깔리네? 24.09.14 142 4 13쪽
3 가슴 속의 열정 (3) 24.09.13 139 6 13쪽
2 가슴 속의 열정 (2) 24.09.12 150 5 13쪽
1 가슴 속의 열정 24.09.11 187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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