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작품등록일 :
2024.09.09 01:23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7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683
추천수 :
26
글자수 :
70,570

작성
24.09.09 04:17
조회
81
추천
1
글자
12쪽

ICBM도 고려 하세요. ②

DUMMY

***


준경이 동경유수부, 바꿔 말해 경주 부근 지역

이 지역을 담당하는 계림공과 인연이 있는 상인을 데려올 동안, 왕소중은 딸 소희를 교육 시킨다.

“소희야, 이 한자 알겠어?”

“푸를 텽! 마찌?”

“오! 요건?”

“누를 퐝! 자래쪄?”

“오오오! 우리 딸 천재네?”


녀석이 가르친 적도 없는 한자를 읽는다.

컨샙충 아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인가? 그래도 여기로 보낸 건 너무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소희는 기막히게 키워 볼 생각이다. 


한자도 가르쳐보고, 숫자도 공부하며 머리가 좋음에 감탄하고 있다. 두어시간이 지나니, 녀석이 꾸벅꾸벅 졸기에 방으로 옮겨 두고 밖으로 나온다.


서울 29평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13억 중 8억을 대출했던 왕소중이다. 지금은 눈으로는 저택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부가 생겼다. 

“은수저는 되겠네···”


이 집을 가지고 은수저라 생각한다. 시대가 지나며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양극단을 봤을 때 이야기다.

중산층만 본다면, 이 시대는 중산층이 그냥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부자들은 상상 초월의 부를 가지는 게 이 시대 같다.

독점 방지규제법 따위는 없는 이 세상에서 왕소중 또한 그 이너서클로 들어서기 위해 노력하겠다 다짐해 본다.


권력과 부를 모두 가질 방도를 고민하는 중에 준경은 오지 않고, 처음 보는 두 명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선다.

그중 한 명의 외모가 나의 눈길을 끈다.

“색목인(色目人)?”


그 또한 나의 눈길을 느꼈는지, 웃으며 예를 취한다.

“장후령이라 합니다. 제 외모가 조금 이질적이지요. 회회인(回回人, 아랍계)이 조상이십니다. 하하하!”

“아, 그러시오. 반갑소이다. 왕소중이라 합니다. 편히 왕원장이라 부르시면 되겠습니다. 옆의 분은?”


물음에 옆의 이 또한 정중한 자세로 답한다.

“오희광이라 합니다. 나주에서 작은 상단을 전대 왕조부터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 신라대부터 상단을 이어왔다라! 놀랍구려. 그래, 안으로 드시지요.”


그들을 이끌어 별채에 자리 잡는다. 오희광의 복색은 전형적인 신라계의 복장으로 보이고, 장후령은 호복에 가깝다. 

고려 시대답게 해외와의 교역이 조선보다는 왕성했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에게 내가 부른 이유를 전한다.

“왕 씨의 일족으로 부족하지는 않으나, 부를 키우고자 합니다. 어찌 그대들과 함께하고자 하니, 도움을 주겠소?”

“왕가의 분께서 부족한 이 오희광에게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무엇을 하고자 하시는지···”


“그대들은 연철(鉛鐵,납 광석)을 구할 방도가 있으시오?”

“연(鉛)이라 하시면, 약재로 쓰이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온지. 아니면 연광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연광을 말하는 것이오. 금이나 은을 뽑고 버리는 것도 상관이 없소이다.”

“흠··· 잠시 고민을 ”


오희광은 고민을 이어간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만 있던 장후령이 입을 땐다.

“저··· 왕원장 어르신. 소인이 구할 방도가 있기는 하나. 조금 위험한 행로 입니다.”

“위험하다? 어디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오.”

“저 왜구들이 주로 교역을 위해 은자를 사용하지요. 연을 태워 없애고 은을 만든다. 들었습니다.”

“그래요?”


장후령이 일본, 지금은 본토를 제외한 지역의 왜를 언급한다. 역사에서도 지금 내가 해보려 하는 방법은 일본으로 수출되어 그 쓰임이 컸던 방법이다.


연은분리법, 말 그대로 납과 은을 분리하는 방법인데 화학적 분리가 효율은 높으나 기반이 없다. 그렇기에 고전적 회취법의 일종인 이 방식을 쓰고자 한다. 

은과 연의 합금상태를 기본적으로 만들고, 이때 재(C, 카본)를 넣어 흡수시킨다.

이후 은보다 아연이나 다른 금속의 산화가 쉬운 점을 활용한다. 은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화 석출시켜버리는 것, 알면 간단한 원리다. 


잠시 다른 생각에 빠졌던 것을 돌려, 장후령에게 묻는다. 

“왜구가 그 규모가 작지 아니한데 말처럼 너무 위험한 것은 아닐까 하오만···”

“정식으로 하는 것은 힘드나, 그들도 이문이 남는다면 거래에 응할 것입니다. 교역의 대가로 무엇을 주고자 하시는지요.”

“그들 또한 교역하니, 은이 가장 좋지 않겠소?”

“그것은 그러합니다.”


좀 양아치인가?

연철에서 은을 분리해서 그 일부를 대금으로 주려 한다. 세월이 지나, 왜구들이 자신들이 준 은 10에서 1을 받는 것을 알면 얼마나 화가 나겠나.

그러니 최대한 늦게 알았으면 한다. 왜구야 손해를 보든 말든 모르겠다. 


우리 딸 장래가 밝아지는데 필요하다면, ICBM이라도 만들어 녀석들을 세상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나는 한 아이의 아빠니까.


한동안의 고민을 이어가던 오희광이 답을 내놓는다.

“요나라와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부족한 금전을 보충하고자 허한 광산이 많사옵니다. 소인이 알아보도록 하겠나이다.”

“고맙소. 그럼 두 분만 믿겠소.

“예, 어르신.”

“주신 기회에 보답하겠나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오희광과 장후령이 맡은 일을 하는 동안, 왕소중 또한 가공에 필요한 일들을 준비한다. 집안의 일을 돕는 이들 중, 신라대에 주종장의 일을 하던 이를 불러 그 일을 맡겼다.


시험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식솔들이 별도로 마련한 공장으로 모인다. 그중 연장자를 바라본다.


최지운

긴 세월 함께한 이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하겠다. 신라대에는 장인 중 뛰어난 자를 박사(博士)라 불렀다. 그는 주종대박사의 후손이다.

현대의 박사와 한자가 동일한 것을 보면,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보아도 되겠다. 물론 조선의 박사는 문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지운이 예를 취하며 그간의 일을 보고한다.

“말씀하신 연은분리법을 이용한 것과 장인들이 하여오던 방식으로 나온 것을 여기 두었나이다.”

“그래, 차이가 크게 나던가?”

“나오는 양 자체는 이할이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그 순수함이 비교하기 힘드나이다.”

“그러한가? 어디 보세나. 오호-”


그저 눈으로 보기에도 색상에서 차이가 난다. 

금, 은은 희토류로 극소량만이 추출되는 광물이다. 이 소량을 추출하기 위해, 기존에는 녹는 점이 낮은 다른 광물을 모두 태워 날리는 일을 해왔다. 

그렇기에 녹는 점이 높은 일부는 남는 것, 순도를 높이기 위해 반복을 하게 되면 더욱 남는 양은 줄어든다. 이를 개선한 것이니 큰일이라 하겠다.


내가 최지운을 보며 주의를 준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방도이나, 아직은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아니 될 것이네. 지운, 자네를 믿으나. 밖으로 흘러나가게 되면 모두가 힘들어질 수가 있음이야.”

“예, 어르신. 소인 또한 대대로 받은 은혜를 잊는 이가 아닌지. 절대 그럴 일은 없사옵니다.”

“믿으니, 이런 일을 시켰으나 다른 이들 또한 입단속을 잘 시키세나. 때가 되면 이 고려를 위해 알리도록 하세. ”

“알겠습니다. 어르신.”


첫 번째, 자금줄은 준비가 되었다.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돈으로 돈 버는 일만큼 회전이 빠른 것이 없다. 현대에도 가장 큰돈이 오가는 것은 돈을 매매하는 금융이다. 

이 시대는 칭량화폐를 기반으로 나머지가 굴러간다. 그렇다면 은을 가지는 것은 어느 정도의 기반을 다졌다고 자평해 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친해진 또래 아이들과 뛰어놀고 있는 소희를 가만히 바라본다. 순수한 아이들이다, 왕 씨 성을 가진 자이던 그저 계급의 저 아래에 있는 아이던 어울려 즐겁다.


목마를 타고 다니다 지치면, 서로 바꿔가며 논다. 

소희는 이전에 배웠던 숫자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아이들은 소희가 칭찬하면 그저 좋다고 웃는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귀여운 녀석들, 하하!”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계급이 나뉘는 것이 고려시대이고 힘이 없는 자는 잡아 먹힌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선을 타며, 저 행복이 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나, 왕소중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지킬 힘이 필요하다. 


사병을 키울 것인가?

왕소중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광종(光宗, 고려 4대 국왕)의 노비안검법 이후 사병을 보유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사병을 양민화 하는 일을 해온 기간이 벌써 100여년이다. 물론 형태를 바꾸어 사병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100년 전, 호족이 주축이 되어 이 고려를 개창하던 시절과 지금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중앙 집권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건 하책이다.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일, 특히 군권과 관련된다면 아니하니만 못할 수 있어.’


왕소중은 고개를 젓는다. 다른 방도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나와 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본다. 한 명이 떠오른다.


 해주 왕씨(海州 王氏), 나의 누이다.


고려가 아무리 여성의 권리가 높은 시대라 하더라도 어떤 힘을 가진 것일까? 그녀와 혼인한 이가 힘을 줄 것이다.


왕국모(王國髦), 무려 상장군 직문하성이다.


과거제가 시행되고 고려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였다. 그 결과 개국 무인들의 권세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나. 그는 상장군이다.

상장군은 무인으로 정점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또 정치에 일가견이 있다. 이전에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항상 수련만을 하는 이인데,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다. 이런 것을 보면 타고나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누이에게 안부를 묻는 것을 겸하여 우리 귀여운 왕소희 얼굴도 보여드려야겠다. 그녀에게 전할 선물과 은전을 준비하고 길을 떠난다.


***


익숙하지 않지만,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왕소중은 말을 타고 이동하고 소희는 그동안 친해진 무영이라는 아이와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이제 반나절이면 누이가 머무는 곳에 도착한다.


무영이와 한참의 대화를 나누던 소희가 내게 묻는다.

“아부지, 고려는 KTX 없는 고야요?”

“하하, 왜 그러니? 너무 오래 걸려서 지루한 거야? 우리 소희.”

“아닝, 그냥. 쓩하고 가면 재미난대 힝”

“우리 소희 크면, 아빠가 다 만들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역시 채고!”


녀석이 최고라며 또 웃는다. 옆에서 KTX가 뭐지 하는 무영이 녀석의 표정도 귀엽다. 

기반을 닦아두면 KTX는 몰라도, 증기기관차 정도는 나도 타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면, KTX도 가능하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멀리 아름다운 여인과 그녀를 따르는 이들이 보인다. 누이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에게 다가가 반가움을 표한다.

“누이, 어찌 잘 지내신 게요?”

“그래,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이리 보는 것도 오랜만이야. 소희도 많이 컸어.”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다행스럽게도 컨샙충 아재는 적절한 인선으로 우리를 고려로 보내었다. 본래의 이름을 숨기고 해주 왕 씨가 된, 우리 누이는 소희를 들고 빙글빙글 돈다.

어색해하던 소희도 좋다고 웃으며, 금세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그녀가 소희를 안고 안으로 들어선다.

“안으로 들거라. 다과를 준비해 두었단다. 소희도 다과 좋아하느냐?”

“다가? 까자! 쪼아요! 빨리, 빨리!”

“호호, 그래. 어서 들어가자꾸나.”

“예, 누이.”


단것이 흔하지는 않은 세월이라 그런가? 소희가 과자라는 말에 신이 났다. 모두 웃으며 안으로 들어서 준비된 다과와 달콤한 과일을 먹으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눈다.

현재와 과거를 불문하고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지켜야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CBM도 고려 하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등장인물이 많아 정리 해둡니다. 24.09.13 18 0 -
공지 고려로 가봅니다 / 명절 입니다. 24.09.09 53 0 -
14 ICBM도 고려 하세요. ② +2 24.09.14 27 2 12쪽
13 *별첨. 소설 속 설정 +6 24.09.13 31 1 7쪽
12 ICBM도 고려 하세요. ① 24.09.13 35 2 12쪽
11 ICBM도 고려 하세요. ⑩ 24.09.12 32 3 12쪽
10 *별첨. 똥오줌과 화약 24.09.12 37 3 6쪽
9 ICBM도 고려 하세요. ⑨ +2 24.09.12 35 3 12쪽
8 ICBM도 고려 하세요. ⑧ 24.09.11 35 1 12쪽
7 ICBM도 고려 하세요. ⑦ 24.09.11 40 2 12쪽
6 ICBM도 고려 하세요. ⑥ +2 24.09.10 52 1 12쪽
5 ICBM도 고려 하세요. ⑤ +2 24.09.10 49 2 12쪽
4 ICBM도 고려 하세요. ④ 24.09.10 54 2 12쪽
3 ICBM도 고려 하세요. ③ +2 24.09.09 60 1 12쪽
» ICBM도 고려 하세요. ② +2 24.09.09 82 1 12쪽
1 ICBM도 고려 하세요. ① +2 24.09.09 108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