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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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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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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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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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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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③

DUMMY


누이의 집으로 들어선다.

상장군의 직책을 가진 이의 부가 어느 정도인지 보인다. 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넓다. 


보이는 곳에서만도 십여명의 가솔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누이, 시집은 잘 갔네?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누이가 머무는 거처로 들어와, 다과와 차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누가 빼앗아 가지도 않는데 소희는 열심히 먹다 생각이 난 듯 물어온다.

“아부지, 이거 무영이도 같이 먹고 싶다-”

“그래? 누이,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그러려무나, 정이 많은 아이로구나.”


누이의 허락에 무영은 다과를 잔뜩 들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우리는 웃으며 지켜보다, 그동안 벌인 일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처음 프라이드치킨 이야기에서는 웃던 누이가, 이야기가 흘러 상인들과 가솔을 시켜 연은 분리법을 시험하였다는 내용으로 이어지자 표정이 좋지 않다.


그녀가 나를 향해 낮게 묻는다.

“이것을 아는 이가 최지운, 그자 뿐이더냐?”

“예, 누이. 저도 위험할 수 있다 생각되어, 믿을 수 있는 이에게만 알렸습니다.”

“그래. 그것은 잘한 것이다. 나라에서 허하였다 하나, 시국이 어수선하니. 한동안은 아는 이가 적도록 하거라.”

“그리하겠습니다. 누이, 은이 쏟아진다고 하여도 이를 지킬 힘이 없다면 문제가 되니. 어찌 상장군의 권세에 기댈 수 있겠습니까.”


누이가 잠시 생각에 빠진다. 

세상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앉으면, 그저 마음대로 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더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정치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기에 행동이 더욱 조심스럽다. 


그녀가 생각을 마치고 내 손을 잡는다.

“우리 아우, 이미 커버려 어른이 되었지만 걱정이구나. 상장군께서는 관의 일로 요즘 머리가 아프시다 더구나. 걱정을 덜어 드릴 수 있다면, 상장군 또한 너를 도우실 것이다.”

“어떤 문제 말씀입니까?”

“역(役). 요역 문제가 크다 들었다. 개경 인근에 대부분의 관의 건물이 모여있다 보니, 이런저런 역을 지는 일이 많아. 반발이 크다고 하더구나.”

“흠, 과도한 역으로 반발이라···”


현대에서 세금은 피하기 힘들다.

다만 현대는 대부분을 화폐를 기준으로 환산하여 부담하고 이를 전문적 집단에 용역을 준다.

고려시대는 토지와 기타 물품에 대한 세금과 함께, 역이라 부르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이 의무적으로 부과되었다.

개경과 서경 인근으로 대부분의 궁궐과 관의 건물이 모여있다 보니. 경기.양광.교주민에 대한 많은 동원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이다.

좀 더 상세한 정보가 있다면,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이에게 상장군을 뵐 수 있는지 묻자.

그녀는 마침 안채에 계신다며 나를 이끈다. 복장을 단정히 하고 안채로 향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해 본다.


‘지금의 고려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를 모르니. 어느 수준으로 개선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일단은 상장군과 대화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


한참을 누이를 따라 걸으니, 안채에서 관원으로 보이는 이가 예를 취하고 밖으로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건물 주위를 호위하던 무사가 누이를 알아보고 예를 취한다.

“상장군께 나와 아우가 왔음을 아뢰게나.”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가 조용히 뒤로 돌아가 허락을 구한 뒤, 우리에게 길을 터준다. 같은 집사람도 이렇게 허락받고 만나야 한다니, 이 시대는 고위 관직의 삶도 쉽지만은 않다.


안으로 들어선다.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으나, 무인 특유의 기세가 느껴지는 상장군이 우리를 보며 앉기를 권한다. 그가 웃으며 누이와 내게 말한다.

“부인, 어찌 이곳까지 오신 게요. 내 그리워 곧 갈 것인데, 허허!”

“아우가 먼 길을 찾아와. 이리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상장군 어르신, 원장 인사드립니다.”


과거의 안면이 있기에 그가 나를 편히 대하며 손 펴며 환대한다.

“그래, 우리 소중한 원장이 아닌가! 공역(工役)이라는 것이 내 속을 썩여, 어찌 안부도 그동안 묻지 못하고 살았다네. 허허허!”

“장군의 배려에 항시 고마움을 느낍니다. 소인이 대감의 고민을 조금 들어보아도 될는지요.”

“하하, 자네도 무예 말고 다른 것에도 흥미가 생기는 것인가? 좋네, 어디 들어라도 주게나.


왕소중의 과거는 무예가 주였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상장군 왕국모는 그에게 최근 문제가 되는 전반적인 역에 관련된 부분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공역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들려주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성을 쌓을 계획의 하고 주변의 노동력을 징발한다. 소(所)의 경우, 특정 생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자들이라 당연히 포함되고 다른 이들 또한 일부 포함된다.

그런데 공역이 일정대로 딱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새로운 일거리가 늘어나며 점점 사람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2군 6위에 해당하는 병사들마저도 이런 일에 동원해야 할 정도로 손이 모자라,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 한다.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대략적 상황은 이해가 간다. 왕소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장군께 말을 건네본다.

“하지 않을 수도 없고···허허. 원론적이나, 몇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도움이 된다면 내 보답하지. 말해보게나.”


“예, 장군. 무릇 사람이란 남이 시켜서 하는 일에는 큰 흥미를 못 느끼지요. 일하는 자 중에 책임자를 두어, 성과에 따른 상급을 내려보는 것은 어떠할는지요?”

“책임자를 두라? ”

“예, 모두에게 성과에 따라 금전을 주면 더욱 좋겠으나.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목표를 주고 달성 여부에 따라 자그마한 보상을 주시지요. 그것이 크던 작던 달성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옵니다.”


회사 생활을 해보면, 목표를 분배하고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제시한다. 장에 해당하는 이에게는 그 결과가 승진 또는 재계약을 좌우하기에 열심히 아랫사람을 부려 성과를 내게 한다.

이를 이용해 보고자 하는 부분이다.


“음, 말이 되는구나. 다른 것은 무엇이더냐?”

“예, 처음의 계획이 좋다 나쁘다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일하는 수단을 조금 개선하면 어떨까 합니다.”

“수단이라? 기구 따위를 말하는 것이 더냐? 오늘 원장을 새롭게 보는구나. 어디 말해 보거라.”


“하하. 특별한 것은 아니옵고, 무거운 것을 상하좌우로 쉬이 옮기는 것이 일을 크게 줄여 줍니다. 무게가 있기 따름이지요. 거중기나 유형거류를 사용한다면 일이 수월해집니다. 이미 사용 중인지요?”

“우마나 수레를 이용해 짐을 수월하게 옮기기는 하고 있으나, 거중기나 유형거는 들어 본 적이 없구나.”

“아, 간단히 이런 것이옵니다. 지필묵을 잠시···”


기억이 나기로는 수원 화성 축조에서 정약용이 일부를 개선해서 사용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개념을 모른다고 하면 어불성설이겠지.

요나라와의 전쟁에서 이미 발석거와 같은 기구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기본적 개념은 있다.

현실에 맞게 단순한 형태의 도르래와 기어를 활용한 거중기와 무게 중심을 높인 유형거를 그려낸다.


왕소중에게는 익숙한 형태인 기본 입면도를 먼저 그린다. 다음으로 정면도와 평면도 형태를 그리고, 일부 구동되는 부분에 대해 확대해 간단한 설명과 수치를 적어 넣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기에 상장군이 보시기 편한 방향으로 돌려 그에게 밀어 보인다. 그런데 한참 말이 없다.

“······흠.”

“어찌, 소인이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인지···” 

“아닐세, 아니야. 자네가 이런 재주가 있었던가? 내가 아는 왕원장이 맞는가?”

“네? 헙.”


괜스레 뜨끔하다. 무슨 질문인가 긴장했으나, 상장군께서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 주신다.

“놀란겐가? 나란 사람이 더 놀랍구나. 이런 재주를 왜 숨기고 있었는가! 이 mm이라 표기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촌척으로 표기하여야 하거늘, 실수이옵니다.”

“이 형상이 실제와 같구나. 어찌하여 이 수레는 이리 높게 되어있는가? 옮기기에 불편해 보이는 것이 잘못 그린 것인가?


상장군께서 유형거의 큰 바퀴를 지적하신다.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만든 수레가 유형거다. 그에 대해 설명한다.

“아니옵니다. 오히려 이 무게 중심을 높여, 무거운 석재나 물건을 사람이 쉬이 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유형거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그에게 설계도의 빈 곳에 뼈 사람과 유형거 돌을 그려 넣어 설명한다.

유형거의 앞부분을 석재의 바닥에 끼워 넣는다.

다음으로 높아진 손잡이를 반동을 주어, 더욱 안으로 밀어 넣는다.

석재가 유형거의 중심축 부근까지 실리면, 반동을 이용해 싣는 작업을 마무리한다.

잘 묶어서 밀고 가면 끝이다. 높은 무게 중심을 역으로 이용해서 작은 힘으로도 물체를 들게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한참의 설명을 듣던 상장군께서 손으로 무릎을 탁 치신다. 

“그렇구나, 이리 간단한 것을 다들 왜 하지 않은 것이야? 그렇지 않은가!”

“아- 하하···가끔은 상식을 트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고는 하지요. 별것 아닙니다.”

“아닐세, 그래! 잘 되었구나. 자네 산학(算學)은 잘하는가?

“산학박사들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나, 기초적인 것은 익히고 있습니다. 서역의 방식인데 이런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눈앞에 빈 곳이 보이기에 간단한 개념들을 오랜만에 적어 내려간다.


a + b = c, a + b - c = 0, (a + b) - c = 0

a(b + c) = ab + ac = q

(a + b)/c = a/c + b/c = r

.

.

그저 상식의 영역이기에 합의 법칙 정도의 기본에서 원주율이나 근의 공식 같은 쉬운 것들로 쭉 적어 내려간다.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아차! 싶다. 

알파벳으로 적었다. 멍청한··· 머리를 긁으며 상장군께 말한다.

“이런···하하. 서역의 글이 단순하여 습관적으로··· 송구합니다. 이런 기초적인 부분은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한가? 서역의 글이 이리 생긴 것인가···허허. 자네 알고 보니 문에도 관심이 있었군, 그래! 오호라···”


상장군께서 그 말을 끝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빠진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나에게 조금 다가오며 묻는다.

“자네, 6부에서 일해보지 않겠는가?”

“6부라 하시면 그 중 어디는 말씀하시는 것이 온 지... ”

“마침 공부시랑(工部侍郞, 정4품)에 준한 자가 필요하니, 자네라면 음서를 통하던 실력으로 유일지사(遺逸之士)라 말해도 반발은 없겠어. 어떠한가?”


음서는 세가의 자제들이 별도 시험 없이 등용되는 관문이므로 익숙하다. 그런데 유일지사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 실력은 있으나 향리에 은거한 능력자를 찾는다는 논리다. 

상장군의 눈에는 나란 사람이 능력이 충분해 보이나 보다. 우리를 지켜줄 든든한 배경이 필요했는데 잘된 일이다.


상장군께 예를 갖추며 답한다.

“과하신 은혜,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나이다.”

“하하! 한 번의 거절도 없이 승낙이라? 시원해서 좋구나! 그래, 그리하세나.”


옆에서 조용히 우리의 대화를 듣던 누이가 나를 보며 웃어 주신다. 항상 철없던 아우가 좀 듬직해 보이나 보다. 

왕소중이 과거에 어찌 살아왔던, 나는 내 갈 길을 가야겠다. 이전의 대화를 마치고, 상장군의 고민에 의견을 더하며 그렇게 누이와의 만남이 잘 마무리 되었다.


공부(工部)에서 일하자면, 지금의 경주에서 개경으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

사람을 보내어, 우리가 개경에 머무르게 되었음을 알리고 최지운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식을 전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제는 개경에서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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