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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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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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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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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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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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⑨

DUMMY


장행수의 파란 눈이 멍해져 간다.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마친다. 바쁜 사람 불러두고 생각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


“장행수, 주변 송이나 다른 곳에서 폭죽이나 불꽃놀이를 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야, 금전 좀 만진다는 이들은 악귀를 물리친다 하여 많이들 하지요. 고려에도 가끔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라···하면 그 폭죽은 어디서 구하는지 아는가? 대량으로 사들이고자 하네. 재료를 구할 곳을 찾게 되면 더 좋겠지.”

“폭죽이라, 마침 송으로 향할 것이니. 알아보도록 합지요.”


역시 당송시대에 이미 화약이 사용되었다 하더니, 쓰이고 있다. 이러면 일이 쉬워진다. 

폭죽을 만드는 곳을 찾으면, 재료를 공급하는 이들 또한 역으로 찾아 들어가면 되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해야겠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러하구나, 대륙 쪽에서는 그리해서 구하도록 하고··· 왜인들이 유황은 취급하지 않는가?”

“어허? 그것은 어찌 아시는 겁니까! 이런···저희 벌이의 큰 몫이거늘. 어르신 소문은 내지 말아주시지요.”

“그렇구나. 일이 쉽게 풀려 다행이라네. 하하!”


이미 노련한 장사꾼인 장행수는 왜의 유황이 저렴한 것을 알고 거래하고 있다. 


장행수의 설명을 들으니, 유황도 등급이 있다.

약용으로 쓰는 덩어리로 나오는 유황은 부르는 게 값이고, 그보다 낮은 등급은 잘 걸러 속여 판다. 그게 아니라면 화장품이나 색소로 사용하기에 수요가 나름 있으나, 값이 뚝 내려간다는 내용이다.


내게는 둘 다 용도가 있으니, 사들여 두었다가 서경으로 가게 되면 공급해주기로 한다. 계획한 것이 더 있으나,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렸기에 장행수에게 더 이상의 부탁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그에게 최지운이 가져온 은괴의 일부를 건넨다. 그가 놀라며 나를 보며 눈을 껌뻑인다.


“이것은 물품대를 미리 주시는 것인지요? 그 선입금?···맞사옵니까.”

“아닐세, 일을 하자면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지. 그대의 노력으로 이루어 놓은 것을 빌리는 대가이네. 크지는 않으나 받아주게.”

“어이쿠, 상인이 금전을 마다해서야 쓰겠습니까만···어쩔 수 없이 그럼.”


역시 상인들 말은 다 믿으면 안 되는 것일까?

얼굴에 이게 웬 떡이야. 하는 표정을 숨기는 것이 보인다. 그러려니 하자. 돈 싫다는 사람치고 뇌물 안 받은 사람 없더라. 오히려 장행수가 낫다. 


갑자기 염초와 초석, 황을 사들이면 사람들은 이유를 찾을 것이다. 그래서 약재로 사용할 것이라 일단은 답하라 했다. 장행수에게 부탁은 이 정도로 하고 바쁜 그를 보내 준다.


또 한 사람을 개경으로 먼 걸음을 하게 했는데, 바로 척준경이다. 


서경에서 유수사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의 마지막에 대한 기억이 났다.


이자겸의 난이었던가? 아니면 이인임인가? 이모 씨의 난에서 척준경이 이미 그들과 함께하기에 이를 돕고, 향후에 파직당하고 유배당한다. 


고려 최고 용장의 말년을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하게 할 수는 없다. 그가 투덜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에이 퉷! 공부시랑 나부랭이가 되더니, 사람더러 오라 가라야! 거기 공부시랑 있으시오!”


화났나보다, 얼른 나가봐야겠다.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다가가 양손을 꽉 잡는다.


“어이쿠! 우리 준경이, 이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많이 힘든가?”

“어, 이 손 치우시오. 아! 놓으래도. 하- 참! 어째서 부른 게요.”

“자자, 들어가서 따듯한 차라도 한 잔하세나. 어서, 이리이리 오시게나.”


그를 잘 달래고 일단 자리에 앉힌다. 

차를 한 잔하니 좀 화가 누그러진 표정이기에 대화를 시작해 본다. 


“준경이 자네, 나를 믿는가?”

“왕원장을 말이시오? 흠···나란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 없으니, 못 믿을 것도 없소만?”

“그래, 그래. 충분하구나. 그럼 잘 듣게, 자네 인생이 바뀔 수도 있음이야.”

“무슨 이야기인데 그리 뜸을 들이시오? 사람 참!”


목소리를 낮춰 기억이 난 내용들을 그에게 전한다.


정치란 것이 복잡하고 오늘의 정의가 내일의 반역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한동안 설명한다. 그의 표정이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이었으나, 무시하고 설명을 이었다.


다음으로 왕소중의 기억을 기반으로 보면 지금은 이자연의 아들과 그의 손자 대에서 반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황실의 왕비가 대부분 그쪽이니까.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난과 관련된 일에 관여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막는 편에 서라고 했다. 역시 이 이야기도 똥 씹은 표정으로 들었으나, 두어번을 반복하고 이제는 마무리다.


속 시원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한다.


“나란 사람은 존경하는 무인에 대한 예를 다했네. 자네는 해줄 말이 없는가?”

“···뭐라 허황한 이야기만 늘어놓더니. 모르겠소! 그래 이게 다요?”

“흠··· 아! 혹여 전장에 나아가 사묘아리나 아골타라는 이름이 들리거든.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게나. 우리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 있으니.”

“뭐요?! 이제는 처음 보는 이를 죽이라 하는구려. 허 참···사람 그리 안 봤거늘··· 뭐 알겠소이다. ”


먼 길 온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은괴를 쥐여준다. 처음에는 뭐냐 하는 표정이더니, 은괴를 보고는 갑자기 친한 척을 한다. 역시 돈이 최고다.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그를 배웅하고 이제는 상서공부와 관련된 일을 마무리해두어야겠다.


간단한 산학 관련 내용은 대부분 동료인 공부시랑 유신에게 정리해 넘겼다.


그가 붙인 이름이 왕원장산학이라던가? 이름은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기에 수의 개념부터, 도형의 방정식 정도까지를 정리해두었다.


수의 개념과 등식, 부등식, 다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과 일반해를 도출하는 등의 내용인데 생각보다 관의 일에는 이것이 중요하다. 토지에 세금 매겨야겠지? 

그 외에도 닮음의 정리 등을 이용해서 각도로 높이 구하는 법 등등 기억 나는 내용은 모두 담았다.


지금 정리해 넘기려는 것은 도표와 확률에 관련된 부분인데, 정규분포 부분이다.


세상일 대부분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대부분은 정규분포 형태로 모델링 된다. 그래서 한 95% 정도 확률이면 이 안에서 움직이겠구나 하는 내용을 정리 해 넘기려고 한다. 


서류를 써 내려 가다가···이거 함수 부문에 들어가니, 익스포넨셜이나 로그 등의 개념을 설명할 방법이 생각이 안 난다.


“어···씨. 이걸 뭐라 써야 되냐?”


혼자 중얼거리며, 고민하다가 일단은 생각나는 형태로 작성을 마무리하고 의미를 써둔다.


*표준 정규분포에서 최빈값은 중심에 위치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일을 진행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적용은 가능하다.


그래, 현대에서 실질적 증명을 못 해도 사용만 잘하면 의미를 가졌다. 휴대폰이 어떤 구조와 원리로 작동되는지 몰라도, 아이들은 그것으로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한다.


일단 이런 게 있구나를 소개한 것으로 만족하고 ‘왕원장산학(ⅱ)’라 적힌 서책을 덮어 마무리한다. 어쩌다 보니, 산수 학원 선생이 된 것 같다.


뿌드득거리는 몸을 풀며 밖으로 나가본다.

여전히 시야의 왼쪽 구석에는 투명한 푸른빛이 보인다. 


[지역: 고려 / 연도: 선종(宣宗) 7년, AD 1090년]


이제 반년이 넘게 흐른 것 같은데, 보이는 글은 그대로다. 혹시나 싶어 더블클릭을 해본다. 사라졌다.


“워-! 이거 너무 간단하게 사라지는 것 아니냐? 이걸 몰랐네? 등신!”


난 똥 멍청이다.

툭툭 건드려 보고, 명령어나 소리쳐봤지. 더블클릭을 해볼 생각은 안 했다. 원래 있던 자리를 다시 두 번 톡톡 치니, 글자가 다시 떠오른다.


[지역: 개경 / 서력: 1090.07.03, 13:17:23]


세상에 지역명이랑 시간도 나오는 거였구나. 이걸 모르고 살았다. 1초 단위로 계속해서 작은 푸른빛이 바뀌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여러 번을 눌러 눈에서 불빛을 지운다.


컨샙충 아재가 생각보다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심장에 칼 꽂고 다니던 이의 얼굴이 눈에 익은 느낌이다. 본 것 같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일단은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음에 만족하고 개경의 시전을 둘러보러 나간다. 서경으로 떠나기 전에 필요한 물품을 좀 장만할 계획이다.


***


전통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 골라봐!”


천재다. 

없는 것 빼고 다 있겠지.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는 현시대의 물산 대부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옷부터, 수많은 먹거리. 심지어 칼도 판다.

개성주악이라며 이 시대 유행하던 간식을 파는 곳이 현대에도 있을 만큼 발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만둣가게를 쌍화점이라 부르는데, 인동초와 유사한 모양으로 인해 그렇다. 가격이 비싼 편인데, 밀가루가 흔하지 않기에 그렇다.


소희에게 줄 몇 가지 간식거리를 사고, 고려 복장에 맞는 옷도 몇 벌 구한다. 서경으로 가보니, 복식이 같은 고려인데도 다르게 형성되어있다. 말타기에 적합하다고 해야 할까? 유목민 옷에 가깝다.


필요한 물건을 대부분 샀다 생각되니, 주변의 풍경이 보인다. 함께 온 하인에게 금전을 조금 넘긴다. 그리고 간식을 사 먹고 쉬다가 가라 하니, 기쁜 표정이다. 그를 먼저 보내고 개경의 뒷거리를 둘러본다.


“와, 진짜 빈틈없이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서 있네... 불나면 난리 나겠다.”


개경의 주택 수가 이전 서류에 얼핏 보니, 10만 호가 넘는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여기 보이는 건물 뒤로 가면 조금씩 건물이 허름해지는데 그런 곳이 등록이 되었을 리가 없으니···10만 호는 훌쩍 넘는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덕에 개경의 집값은 관청이 밀집된 구역에 다가가면 현대의 강남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비싸다. 그리고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파는 사람이 없기에 그렇다.


사람 사는 세상은 모두 비슷한지, 그래서 월세나 며칠을 빌려 방을 쓰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으로 인간 세상은 세월을 떠나 닮아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점점 뒷골목으로 다가가니 순간 악취에 코를 막게 된다.


“큭! 어, 구린내!”


청계천이 과거에 하수를 내보내는 하천이었다 하는데 여기도 그런 역할을 하나 보다. 개경이 생기고 계속해서 오·폐수를 가져다 버리니, 코를 막아도 정신이 혼미하다. 


악취 나는 하천을 벗어나, 담이 낮은 초가들이 모인 쪽으로 가본다. 여기 또 개경에서나 볼 풍경이 있는데, 사람이 하도 모여 살다 보니. 장작을 사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사람은 많고 나무는 한정되어있으니, 점점 더 멀리서 땔나무를 해와야 한다.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직접 나무를 하러 가면 한 세월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장작을 사서 쓰는 풍경이 흔하다.


장작값을 치르는 여인이 곡식이 든 주머니를 툭 던지며 말한다.


“또 올랐수?! 무슨 장작이 금값이여!”

“그럼 직접 저 강 건너 마을까지 가시든가. 시름 말어!”

“어이구···어서 확인이나 하시오.”


장작꾼이 손저울에 돌을 달아, 무게를 재보고는 한 줌을 더 달라느니 하다가 쫒겨난다. 뭔가 정겨워 보이면서도 매우 불편한 풍경이다. 


한참을 더 개경을 돌아보다가 다리가 아파져 온다. 마침 강변에 정자가 있기에 기대앉아. 잠시 생각을 해본다.


‘누이의 집이야 깨끗하니 문제가 없겠으나···똥 밭이네. 장작값도 저세상 가격이고···뭔 방법 없나?’


왜 없을까, 당연히 있다.

이것도 돈 냄새가 나니, 한번 집으로 돌아가 고민해 봐야겠다. 옛 성현 말씀에 돈과 권력은 다다익선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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