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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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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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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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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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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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①

DUMMY


“똥은 퇴비요, 퇴비는 똥이로다!”


퇴비를 만드는 작업에 열중하던, 이경필이 감탄하며 외친다. 그는 이 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의천대사께서 추가로 보내주신 농업 관련 서적들을 고려의 사정에 맞게 쉽게 풀어 쓰는 일도 즐기는 모습이다.


천상 똥쟁이로다!


농담이고 과거를 통과한 진사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정말 명석하다. 가끔 스치듯 지나며 한 이야기도 기억하니 놀랍다 하겠다.

우리끼리 그를 분변박사라 부르며 놀리지만, 그의 능력에 항상 놀란다.


오늘도 한나라 대의 서책에서 읽었다며, 버리는 뼈를 가루로 만들고 해초를 태워 재를 섞은 것을 보여 주며 그가 말한다.


“이리하면 잡다한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하여 만들어 보았습니다. 보시지요. 여기 한 홉에 173마리이고 이쪽은 10마리가 채 되지 않습니다!”

“와···이 벌레를 다 분리한 것인가? 열정이 허허.”

“타고난 것 같으이···”


그 외에도 유황을 일부 섞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두어 달 만에 이룬 성과니 더욱 놀랍다.


이제 이를 시험해볼 곳으로 사찰 소유의 사원전(寺院田), 유신과 내 앞으로 되어있는 사전(私田)을 사용하기로 한다.

공음전은 가문의 소유이고, 전시과에 따른 토지는 수조권만을 부여받았기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기에 취한 조치다. 


가솔들과 승려들이 섞여, 밭에 퇴비를 섞는 모습을 한참 지켜본다. 주변의 농민들 또한 우리가 하는 일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는 한다.

농사라는 것이 노력이 반이고 하늘이 반을 정하는 일이다. 토지의 기운이 떨어져 쉬던 농지에 퇴비 좀 뿌린다고 바뀔까 싶은 것 같다. 

한 농부가 작게 옆의 이에게 말한다.


“저 시커먼 군내 나는 것 좀 뿌린다고 되겠어?”

“쉿! 조용해 이 사람아. 나라고 똥오줌 안 뿌려본 것이 아니지. 필시 탈이 날 것이네.”

“비나 내리라고 기우제나 지낼 것이지···쩝. 가세나.”


사람들은 말로 들은 것은 쉽게 믿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것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저들이 괜찮다는 판단을 내리려면, 내년이나 되어야겠다. 


뿌듯한 표정으로 토지를 바라보는 이경필에게 몇 가지 부탁을 해본다.


“자네 참으로 일을 잘 해주었네. 일전에 말한 종자들은 찾아보고 있는가? 나란 사람 또한 말은 해두었네만··· 볍씨 두어 종류 말고는 특별히 구한 것이 없다네.”

“예, 왕 시랑. 아는 이가 요 황제 성탄(聖誕)일을 축수하는 사신으로 간다기에 말을 해 두었습니다. 북방이라 기후가 차니. 남방의 겨울도 버티지 않을까 합니다.”

“오호라, 생각보다 발이 넓은 친구였군. 하하! 믿고 맡겨도 되겠어.”


서경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떠나야 한다. 

벌써 서력으로 1090년 9월이기에 음력으로 새해를 따지는 고려는 한 해가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상황이다. 

또 서경유수 최사량으로 부터 서찰을 몇 번이나 받았다.

혹시 도망간 것이더냐? 관직을 사직한 것은 아니더냐? 서경이 생각보다 살기가 좋은 곳이다! 아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기에 가기는 가야 한다.


잠시 생각에 빠진 나를 보며, 이경필이 묻는다.


“이 퇴비는 ‘계림토’라 불러야 하는 것이지요?”

“아! 바르다네. 계림공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그저 생각으로 끝났을 일이지. 자네 이름은 나중에 붙여 보게나. ‘이경토’라 했나? 하하. 재미있는 사람이야.”

“이리 노력하였는데 ···기회가 오겠지요.”


나중에 화학비료를 생산하게 되면, 그 제품은 상표명으로 ‘이경토’를 쓰면 되겠다.

어떤 이는 화학비료로 토지가 산성화 되어 문제라지만···그건 이 시대의 상황을 모르는 이야기다.


굶어 죽는 판인데 토지가 산성화되는 것을 걱정한다고. 배부른 소리다. 그리고 그렇게 뿌릴 화학비료도 아직은 없다. 기반을 한참 더 닦아야 가능한 일이다.


아쉬워하는 그를 달래고, 유신과 나는 이제 임시로 맡은 이곳의 일을 마무리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이경필을 안심시키고 빠르게 농무과를 벗어난다. 백성에게 좋은 일이라지만, 똥이라면 이제 신물이 난다.


***


상서공부

고려 백성들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고달픈 시간이었던 퇴비 관련된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공부상서 유석 어르신께서 웃으시며 우리를 반긴다.


“허허, 그래. 자네들이 큰일을 하였다지? 고생하였어. 자네들 동여(동여진)부에서 말을 교역하러 왔다 하는데 어찌 같이 가보겠나?”

“저 유신은 이제 상서 어르신 말은 안 듣습니다. 쳇!”

“하하, 상서 어르신. 저와 함께하시지요.”

“거, 유신. 네 녀석은 언제 사람다워질꼬! 에이! 가세나.”


서경으로 보내는 것에 화가 단단히 난 유신을 두고, 공부상서 유석과 왕소중은 동북면을 통해 온 동여부인들에게로 향한다.

개경의 북동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그들이 다른 관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는 모습이 보인다. 분위기를 보면 이전에도 이들은 고려와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유석이 그들 중 유독 덩치가 큰 사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낸다.


“여어- 백산부 추장이 아니신가. 잘 지내셨는가?”


상대가 유석을 알아보고 다가오며 웃으며 말한다.


“하하, 거참. 추장이 아니라, 가한이라니까! 거 고려 사람이 되더니, 다들 귓구멍이 막혔소?”


유석 또한 웃으며 답한다.


“가한은 무슨···부족 하나 겨우 건사하는 주제에 우리식으로 대왕에 해당하는 가칸이라니. 농이 심하구나. 그래 말은 상등마로 준비한 것인가?”

“쳇, 그렇소이다. 어디 또 은으로 만든 주전자나 주려거든, 보지도 마시오!”

“하하, 필요한 것으로 드리겠으니. 좀 보세나!”


그들을 따라, 성 외곽에 마련된 마시로 가본다. 백산부 우두머리의 호언이 농담은 아니었나 보다. 말 보는 눈이 없는 내가 봐도 훌륭한 말들이 푸르륵 거리며 모여있다.

백산부의 가한이라는 자가 말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저 그런 것들은 저 동북면을 지나며 모두 넘겼소이다. 여기는 상등마 뿐이지. 여기 이놈은 어떻소?”

“보세나, 고놈. 엄청나게 먹어 대겠구나. 옆의 녀석은 어떠한가?”

“에이, 상서 눈은 못 속이겠군. 그렇소, 내가 보기에도 이놈이 제일 좋다오.”


그들을 따라다니며, 상서 어르신의 권유에 나 또한 말 두필을 사들였다. 누이의 거처로 가져다준다 하기에 흔쾌히 받아들인다. 

백산부 우두머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상서 어르신과 나를 인적이 드문 쪽으로 안내한다.


그가 몇 번을 주변을 돌아보고는 말한다.


“동북면병마사를 겸한다 지요?”

“그러하지, 그러니 이리 와본 것이지. 이 나이에 무슨 마필이 필요할까. 그래, 어찌 되어가는 것인가?”

“흠, 북부에서 몰려온 놈들이 자신을 스스로 완안씨라 부르며 세를 불리는 중이오. 고려식으로 하면 왕 씨려나? 왕족 중에 북으로 향한 자가 있소이까?”

“본래 왕 씨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왕족이니 붙인 것이지···흠. 그대들 7 부족의 역사가 짧지 않은데 어찌 그리 쉬이 밀려 나가는 것인가.”


백산부 우두머리가 또다시 좌우를 살피며 작게 말한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마갑도 입히고 돌아다닌다오. 정녕 모르시오?”

“속고만 살았나. 모른다 하지 않았나. 마갑이라··· 어디 옛 고려(고구려)의 후손이라도 나타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신(진, 신라)의 후손인겐가?”

“어허! 맞소이다. 스스로 신국의 후손이라 하던데? 어찌 아는 것이 있소이까?”


듣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신라의 후손이 여진족 북방에서 뿅 하니 나타나서 개마무사를 이끌고 부족을 규합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궁금하다. 

배우기로는 신라는 이미 망하고 사라졌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으며 고구려 후손은 어디 숨어있다가 나타나서 저런다는 것인지. 감이 안 온다. 

일단은 계속 들어봐야겠다.


“흠···자네는 북방에서 계속 살아왔으니, 알지 않는가. 나라를 나누어 지내왔으나, 결국은 모두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고려든 신국이든 결국은 같은 뿌리지. 저 요국도 려의 후손이니.”

“어허, 공부상서 늙으신 게요? 그런 말 함부로 하시다가는 제 명에 못 죽소이다. 말을 가려 하시오.”


“허허, 이제는 여부의 추장 따위가 나를 가르치는구나. 죽어야지! 너무 오래 살았어! 에잉”

“허, 참. 말도 못 하겠구려. 내 아는 것은 전했으니 그럼 가보겠소. 강녕하시오!”

“살펴 가시게.”


백산부의 우두머리가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사라진다. 상서 유석은 잠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나 또한 좀 멍하다. 

대충 들어보면 그냥 다 한민족인가보다. 그런데 뭐 하러 이리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뭘 했길래, 미래에는 한반도마저 박살이 나서 반토막 나는지···쩝.


상서 어르신께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내 어깨를 잡으며 말씀하신다.


“왕시랑. 서경으로 가거든 그곳의 일을 잘 돕도록 하게나. 고려는 하나인 듯 하나, 실제로는 신라계니, 고려(고구려)계니 하며 아직도 분열 중일세. 나란 사람은 저 북방의 고토를 보고 죽었으면 하는군.”

“아, 예. 어르신···그리하겠습니다.”

“고맙네. 잘 해주리라 믿겠네. 자네 하기에 따라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 항시 주의하며 지내게나. 그럼 가세.”

“그러시지요. ”


고구려가 망한 지 한 300년 된 것 같고, 신라도 200여년 되어가는 것 같은데···아직도 그들을 축으로 세상은 굴러가나 보다. 

모든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솔직히 말해 내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왕소중과 누이가 이미 계림공을 선택을 해둔 상황이기에 이것을 바꾸고자 한다면 가족 모두를 버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 선택의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개경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누이의 저택으로 향한다.


***


 준비를 마치고 포구로 향했다.

간단한 의복과 금전을 챙긴 나와는 달리, 유신은 배 한척을 가득 채울 정도의 짐을 챙겨 왔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이동하기에 짐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나를 마중하기 위해 누이와 소희가 나와 있다. 누이는 소희를 안으며 내게 걱정 말하고 하신다. 가족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소희 녀석은 아쉬운 표정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안정되지 않은 서경보다는 나으리라 생각 중이다.


“우리, 소희. 누이 말씀 잘 듣고 있어? 알았지?”

“소희는 이미 다커따! 흥!”

“그래, 우리 소희. 누이 매번 부탁만 하는 것 같소. 그래도 잘 좀 돌봐주시오.”

“걱정 말거라. 다시 오지 못할 길도 아니니, 때가 되거든 돌아오거라.”

“예, 누이. 그럼 가보리다. 유시랑! 가세나!”


저 멀리 다른 배에 올라탈 예정인 유신에게 외치자. 그가 손을 흔들어 답한다. 나 또한 배에 올라, 가족에게 손을 흔든다.


서서히 배가 포구에서 멀어지고, 손을 흔들던 누이와 소희도 이제는 점보다 작게 보인다. 이제는 보이지 않지만 아쉬움에 한동안 바라 보다가 선실으로 들어와 눕는다.

이전에 가보니, 일단은 쉬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흔들리는 침상에 누워 생각을 정리해 본다.


‘서경을 기반으로 사람도 모으고, 화약류 같은 만일을 대비할 수단도 확보해야겠어. 가능하면 사병도 일부 상단 형태로 보유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왕도에서 거리가 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시간이 흘러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동북면의 개인 사병을 기반으로 세를 만들었으니, 나라고 못하겠는가. 

물론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마음이 답답해져 밖으로 나오니, 날이 어둑해졌다. 하늘이 밝아지기에 고개를 든다.


“어? 유성 아니야! 와-”


긴 꼬리를 단 유성이 우르르 하늘에서 쏟아진다.

길조인지, 아니면 흉조인지 모르겠으나···길조로 믿어보기로 한다. 하기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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