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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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작품등록일 :
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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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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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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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⑦

DUMMY

이것도 출장이라고 피곤하다.

누이의 집에서는 나름 현대와 비슷하게 두툼하게 이불도 깔고 해서 좀 나았는데···여기는 일어나니 허리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끄으악! 아이고··· 집 나가면 고생이다.”


더 쉬고 싶지만, 여기는 서경(西京)이고 분사제도에 따라 엄연히 따로 관리되는 지역이다. 그렇다면 이 지역을 담당하는 이에게 우리가 왔으니, 활동을 허해달라고 보고해야지.


간단히 이곳의 체계를 설명하면, 

분사 제도는 개경과 유사한 체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뜻이다. 거기에 유수관이 중앙 행정조직이고, 6부 중 4부가 운영된다. 

개경에서 내가 속한 상서공부는 이곳의 영작원에 해당한다. 별도로 관리는 파견되어있지 않기에 공부상서 유석과 나 공부시랑 왕소중이 출장을 왔다.

이 지역 대장님이신 서경유수에게 인사를 드려야겠지?


우두둑거리는 몸을 씻고, 복장을 갖춰 나간다.


숙소를 벗어나, 관청이 몰려있는 구역으로 다가가자 어제와는 다르게 북적이는 모습이다. 

일부의 복장이 북방답게 호복의 형태도 있고, 중원지방의 복색이 섞인 형태도 있다. 그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서경유수께서 머무르는 건물을 향해 빠르게 이동한다.


“여- 왔는가? 용케 잘 일어났구먼. 유신 녀석 보다는 나아. 하하!”

“하하, 그랬습니까. 상서 어르신, 오늘은 서경유수를 뵐 수 있는 것인지요.”

“그러하네. 연통을 받고 서둘러 나와보았네. 그럼 들어가지.”


공부상서 유석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니, 북방 느낌이 나는 투박한 탁자에 두 명이 앉아있다. 아마 상석에 있는 이가, 서경유수분이겠지. 

자세를 단정히 하고, 상서 어르신 뒤로 조심스레 서본다.


“서경유수께 공부상서 유석 인사 올립니다. 가언도 오랜만이구려. 허허”

“유상서, 오랜만에 보는구려. 용케도 동북면에서 안 죽고 살아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허허허!”

“제가 또 죽기는 싫기에 병마부사들만 험지로 보내고 있지요. 하하! 여기는 공부시랑 왕소중이라는 인재입니다. 똘똘합지요.”

“공부시랑 왕소중, 서경유수께 예를 올립니다.”


서경유수 최사량이 웃으며 우리에게 자리를 권한다. 당연히 상석이 서경유수 최사량(자 : 익보), 좌측에 앉은 이가 서경부유수 최사추(자: 가언)이다. 

잠시 안부를 묻는 대화가 오가고, 차를 한 잔 다 비울 때가 되니 본격적인 일을 시작한다.


최사량이 유석에게 서책을 한 권 내밀며 말한다.

“상서공부에서 보낸 서책은 잘 읽어보았소. 저 왕시랑께서 기책을 내었다지요?”

“하하, 그렇습니다. 쓸만하지 않소이까? 생긴 것은 이래도 머리가 보통이 아니지요. 어서 자랑 좀 하게나.”

“아···왕 상장군과 작으나마 인연이 있어. 이리 공부의 일까지 돕게 되었습니다. 깊이 따져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왕시랑은 그리 생각하는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서주부유수 최사추가 나를 보며 말한다. 

“여기 보아하니, 산학을 잘 다루더구려. 회회인들이 글의 형태는 다르나, 이런 식으로 산을 해나가지. 고려에서 본 것은 처음일세.”

“어허, 우리 왕시중을 얼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야. 도화 또한 훌륭하다네. 하하하!”

“유 상서께서는 항시 그 아랫사람을 너무 좋아하여 탈이오. 누가 보면 아비인 줄 알겠소이다. 거참 주책이구려.”

“부러운가? 푸하하하!”


공부상서 유석이 좀 품위는 떨어져 보일지 몰라도, 사람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을 함께 했을 뿐인데 편함을 느끼니 말이다. 

사회생활을 해보면 이런 이들이 성과를 잘 낸다. 앞으로 웃고 뒤로 일을 엄청나게 시키는데, 칭찬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회사의 노예가 되어있다. 고수다.


어색하게 웃으며, 새로이 만든 기물들 (거중기, 유형거, 녹로)에 관해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시간을 잠시 가진다. 

고려 또한 기본적 기계에 대한 개념이 있기에 이 정도는 쉬이 알아들어 다행이다.


설명이 마무리되어갈 때, 부유수 최사추가 내게 묻는다.

“한데 이것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오? 그리하면 더 큰 무게를 들지 않겠소이까?”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이 재료가 목재이기에 크기만 커진다 해서 무한정으로 들 수 있는 무게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아하, 나란 사람이 그걸 놓쳤구려. 쇳덩이로 만들면 무거워서 옮기지도 못하겠구나. 흠··· 지금이 적당하구려.”


목재가 매우 뛰어난 재료이기는 하지만, 형태를 금속처럼 변형하는 것이 어렵기에 재료의 강도만으로 버텨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금속은 속을 비우고 외부 구조를 개선하거나 합금 등의 여러 방법이 있기에 현대에는 금속을 보통 이용한다.


공부(工部)의 업무 관련 대화가 끝나고, 이제는 대화의 주제가 요나라 쪽으로 옮겨 간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도 배우는 인물인, 강감찬 장군과 서희의 외교담판이 있은 지 반백 년이 흘렀다. 


1,019년, 기미년 혹은 요나라식으로는 개태 8년.

고려 기준으로는 헌종 10년에 일어난 일인데, 관에서 작성하는 서류 중 외교와 관련된 곳에는 요나라의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유는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우국이 되고 요나라가 형으로 군림하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한 지역의 패자가 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로 천문을 살펴 연월일을 공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려가 천문관측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동생이니까 형님 기준으로 작성해서 보내야 하는 처치다. 좀 불쌍하기는 하다.

참고로 글단은 契丹, 요 = 거란, 한어 = 치딴, 몽골 = 키딴 정도로 이해하기로 한다.


잡생각이 길었다. 다시 대화에 집중해 본다.


“글단(契丹) 놈들이 역법을 정확히 하라며 한 번씩 뭐라 하더구려. 조정에서도 아시오?”

“그거야, 흔한 일이지. 일월식을 맞추지 않는 것이면 최사겸 처럼 난리가 나겠지만···별일 있겠는가?”

“사천대에서 우리가 일하는 것도 아니니, 천문으로 너무 골치 썩지 마시게나. 자신을 스스로 고려(고구려)를 이은 홀지(전통 있는 자)라 칭하는 이들이 하는 것은 영···쯧쯧.”


다들 한숨을 쉰다. 나도 이쪽과 관련된 일에 있었기에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 시대의 천문은 곧 권력이기에 저리 민감하게 구는 것


서양 기준으로 보면 천문은 태양이 지나가는 길 위에 황도 12궁이 있고, 뱅글뱅글 도는 형상을 이룬다. 현대의 우리가 아는 별자리는 대부분 서양 기준이다. 


동양으로 가면 조금 다른데, 28수라는 형태는 공통으로 나타나고 4신도와 3원의 개념까지 쓰기도 한다.

28수는 별자리의 묶음이고, 4신도는 4개의 방위를 상징하는 말이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아마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다.

3원은 각 황제, 제후, 백성에 해당하는 개념의 큰 묶음인데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 같은 용어를 쓴다. 지상의 세상을 하늘에 올려 두었다고 보면 쉽겠다.


지상의 지배자는 천상의 지배자이니, 역법 또한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현대인이 들으면 웃겠지만, 과학이 아는 영역은 생각보다 매우 적다. 한 2천년 흐르고 나면, 어? 고려시대 역법이 맞았어! 이럴 수도 있다. 


대화는 계속 이어져, 이번에는 동북면쪽 이야기다. 부유수 최사추가 심각한 표정으로 탁자를 두드린다.

“저 동부의 려(여진)의 씨족들이 뭉치고 있소이다. 자칫하면 이 서경 부근의 씨족들도 그들에게 동조하게 될지도 모르오.”

“무어라? 또 어디인가. 조용하다 했더니, 병마부사에게 듣기는 했으나. 여기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라면 문제가 되겠어.”

“듣기로는 왕기얀 할라(완안씨)쪽이라는데... 오아속이라는 자가 여기저기를 흔들어. 또 한바탕 난리가 날듯하오.”

“어허···이런.”


조금 북쪽으로 올라오니, 전혀 못 알아듣겠다.

들리는 내용으로 꿰맞춰 보면, 동북면 인근의 여진 부족인 완안씨 오아속이 주변 부족을 통합하려 한다. 이런 내용 같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생각났다.


“아! 완안 아골타!”

“음? ”

“갑자기 뭔가, 자네?”

“조용히 있더니, 왜 그러는가, 왕시랑.”

“··· 죄송합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소리쳐버렸다. 

그 금나라 세워서 고려로 쳐들어오는 사람 아닌가? 오아속이 아버지고 그랬던 것 같은데··· 윤관의 동북 9성만 시험에 나와서 달달 외웠더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묘아리라고 금나라의 여봉선이라는 장수도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고려는 척준경, 금은 사묘아리 아니겠나? 

그런데 그게 지금이면 우리 소희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한다.


조심스레 서경유수 최사랑에게 묻는다.

“저, 외람되지만···저 금나라, 아니 동부의 씨족들이 고려에 반기를 든다면 방비는 충분한 것인지요.”


그 말을 들은 최사랑이 잠시 말을 멈추고 왕소중을 바라보다 웃으며 말한다.

“걱정이 되는가? 고려는 요의 아우를 자청하는 신세가 되었으나, 침략해온 그들의 군세 대부분을 꺾어 보였네. 동부의 씨족 또한 다르지 않지.”

“왕시랑, 두려울 수 있네. 하나, 이 나라는 그리 나약하지 않네! 황제 폐하 직속의 군세와 지방군이라면 능히 그들을 굴복시킬 수 있어.”

“예, 어르신. 저 또한 자식이 있는 몸이라···걱정이 앞서 여쭈었습니다. 소인이 도울 방도가 있을는지요?”

“자네가 말인가? 흠···”


나의 물음에 다들 다시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공부상서 유석은 나를 보며 웃으며 말한다.


“그래, 이건 어떠한가? 자네가 이 서경으로 와, 모든 방비를 출중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면 고려의 두 번째 수도라 칭할 곳을 마련하는 것이니,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하! ”

“그렇구먼, 공부상서의 말이 일리가 있구려. 이 험한 곳으로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제지. 온다면 서경유수의 이름으로 도움을 주겠네.”

“하하, 그리한다면 더욱 좋지요. 박장군 일족이 선대에 숙청당하시고, 서경의 세가 예전과 같지 않은 이 마당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유수로서 저 또한 뜻을 함께하지요.”

“아···”


서경으로 와서 이곳을 반격의 거점으로 만들라? 

그럴싸하기도 하고, 나라의 규제를 덜 받는 지역이니. 어느 정도의 세를 가지는데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개경의 상서공부 업무도 능히 해내지 못하기에 어르신의 뜻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우려됩니다.”

“왕시랑, 자네는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네. 그런 겸손은 부리지 않아도 된다네. 유신 녀석에게 맡기고 원한다면 이곳으로 부임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야.”

“유시랑은 아직도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요? 잘하는 것 같더니···쯧쯧. 아예, 이곳으로 함께 보내시는 것은 어떠한지···”


그 말에 공부상서 유석이 무릎을 '탁' 치며 답한다.

“그렇지! 이런 험한 곳에서 고생해야! 녀석이 정신을 번뜩 차리겠어! 서경으로 온다 하여 개경의 업무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것도 아니니, 그리하세!”

“그래, 원장. 자네 언제 오겠나? 사람이 부족한 곳이 서경일세. 온 김에 그냥 남겠나?”

“유수 어르신 말씀이 바릅니다. 갔다 오지 않으면 기대만하고 실망하는 것이니. 보내지 맙시다.”

“···조만간 일을 마무리하고 올라오겠습니다. 하·하.”


뭔가 잘못 걸렸나 싶기도 하다. 

처음 상서공부에서 일해보라는 상장군의 제안도 비슷했다. 그리고 공부로 처음 들어서니, 익숙하고 지겨운 공밀레의 향기에 치를 떨었다.

이곳도 유사한 향기가 난다··· 


하지만 우리 딸, 소희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디인들 못 가겠나. 지금 하는 일들을 잘 마무리해두고 서경으로 오겠다 몇 번을 다짐하고 유수 어르신께서 나를 놓아주신다. 하는 일들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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