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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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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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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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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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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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도 고려 하세요. ⑧

DUMMY

서경유수 최사량과 부유수 최사추는 꼭 돌아오라며 포구까지 우리를 배웅해 주셨다. 여기 혹시 한번 들어오면 못 나가는 무간지옥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걱정을 안고 개경으로 향하는 뱃길을 떠난다.


역시나 멀다. 뱃전에 기대어 한숨을 쉬니, 상서 어르신께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씀하신다.


“잘 생각한 것이네. 왕시랑, 이 고려는 북으로 나아가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속에서 곪아, 결국은 전대 왕조와 같아질 뿐이야.”

“휴···예, 맞는 말씀입니다. 고토를 수복한다는 목표를 향해 하나가 되면 더욱 좋지요. 그저 걱정되어 한숨을 쉬었습니다. 송구합니다.”

“하하하! 서경이라··· 고생 좀 하게나.”


고생하라는 말이 내 마음에 와서 박힌다.


현대에도 살아보면 도시가 시골보다 편하다. 택배를 시켜도 당일에 바로 오고, 마트도 걸어서 몇 분 안에 다 도착한다.

지금 시대의 최고 도시가 개경 아니겠나. 그곳을 벗어나,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에 세운 서경으로 향하면 분명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왕소중의 걱정과는 무관하게 배는 바람과 파도를 타고 개경에 도착한다. 상서 어르신께서는 또 다른 일로 인해, 배편을 갈아타시고 남으로 향하신다.

이 시대는 겸직이 워낙 많아, 상서 겸 병마사에 수많은 직책이 같이 붙어있다. 전화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눈으로 봐야 하는 일이 있으니, 출장의 연속이다. 


그에게 정중히 예를 취하고, 누이의 집으로 향한다. 


도착해 소희를 찾으니, 삐친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흥! 아뿌지! 외박이요유!?”

“아, 미안. 서경이 그렇게 먼 줄은 몰랐어. 그저 가까운 곳인 줄 알았지. 하하, 우리 소희 화났어?”

“아빤, 도망가지마! 알게쏘!?”

“그래, 그래. 미안하다. 절대 도망 안 가.”


엄마 이야기인가? 

하기는 미국으로 도망을 가기는 했지. 미안함에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평소의 소희로 돌아온다.


누이 해주 왕씨에게도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서경으로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달라 당부한다.


그녀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아우야, 이 고려의 수도가 무너지면 어찌 서경이 더 안전할 수 있겠느냐?”

“시일이 조금 지나면 이 아우가 서경으로 향할 것입니다. 서경이 먼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면 방도를 준비해 둘 터이니. 그리해주세요, 누이.”


“흠···이해가 힘들다만 아우의 말을 들으마. 소희는 어쩔 것이냐?”

“물어보니, 일단은 누이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 합니다. 충분히 크기 전까지는 부탁 좀 드리리다.”

“알겠다. 어미 아래서 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소희는 누이를 엄마처럼 생각하는지. 아빠를 따라가기보다는 개경의 누이와 함께 지내기를 바란다. 아직은 서경보다는 개경이 나으니, 그리하기로 하고 이전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일단 처리한다.


***


흥왕사(興王寺)


이 사찰 혹은 절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호화스러운 이곳이 내 목적지다.

10여년 간 중심되는 건물을 짓고, 또 10여 년 동안 부속 건물과 성벽까지 둘려져 있는 곳이다. 건물 구획 하나를 칸이라 하는데, 무려 2,800칸이다. 머무르는 승려만 1,000여명이 넘는 규모의 사찰이라고 부르기에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왜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지었냐를 추측해보면, 고려 황실과도 관련이 있다.


일단 국교에 해당하는 종교가 불교다. 여러 분파가 있으나, 불교를 황실의 구성원과 백성 모두가 두루 믿고 있다. 팔관회나 연등회 등의 국가 행사가 치러지기에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황족 중 일부가 승려로 출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라계 왕족의 후손들이 다수 승려가 되었고, 고려의 황족 또한 승려로 불가에 입문해. 그들을 이끄는 이로써 활동한다.


종교의 거두가 된다는 말은 백성의 뜻을 한 곳으로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고, 이 사람이 황실의 일원이라면 더욱 국가를 이끄는 것이 유리해진다.


과거 단군 시대에는 단군이 지도자이자 제사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 전통의 흔적이 남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긴 감상을 끝내고, 이전에 내게 소식을 전해왔던 승려의 안내를 받는다. 거대한 종교 건물이자, 방어 시설 같은 사찰의 내부로 계속해서 들어간다.


나를 이끌던 승려가 합장하며 옆으로 물러선다.


“이곳으로 드시지요. 주지 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고맙소이다. 그럼.”


안으로 들어서, 합장으로 예를 취하고 이 흥왕사의 주지이신 의천대사를 처음으로 마주한다.


스님이라기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인상이다. 굳게 다문 입술이 말을 아끼는 분이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그 또한 나를 잠시 평온한 얼굴로 마주 보고는 내게 자리를 권하기에 마주 앉아 본다. 


책에서나 보던 인물들을 만나니 묘하다. 

잠깐의 침묵 이후에 의천대사께서 내게 물음을 던진다.


“서경으로 향하셨다 들었습니다. 어찌하고자 하는 일들은 순탄하셨는지요.”

“예, 대사. 다행히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거리가 멀어, 이리 약속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다 하늘의 뜻이 그리 흐르는 것이겠지요. 하시는 일이 많으시니, 바로 이리 부른 연유를 전하리다.”

“예, 대사.”


그가 어디서 구한 것인지, 요즘 금강저라 불리며 여기저기서 구해달라 하는 피뢰침을 탁자에 올린다.


“금강저라 불린다 지요? 본시 피뢰침이라 들었거늘 바르오이까.”

“예, 대사. 뢰, 낙뢰를 피하는 침이라 하여 그리 이름 붙인 것입니다.”

“천벌에 해당한다. 믿는 것을 피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여겼거늘. 이미 몇 곳은 덕을 보았다고 하기에 이리 모셨소이다.”

“아, 소인이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니라. 거기까지는 모르옵니다.”


이후 의천대사께서 어떠한 원리로 이것이 가능한지 물으시기에 벼락이라는 기운이 금속을 선호하기에 쇠로 만든 길을 따라 흐르게 된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이 시대의 관념으로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서로 선호하는 기운의 상성이 있다 믿기에 설명은 되었나 보다. 


그가 나에게 제안을 한가지 해본다.


“공부시랑, 불가의 사찰이 단순히 불법만을 전파하지는 않소이다. 물론 교장도감을 두어, 교장을 펴는 것이 큰 부분이기는 하나. 그 이상을 소승은 원하오.”

“그 이상이라 하시면,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화쟁의 이념으로 백성과 나라를 하나로 이끌고 싶소이다. 저 금강저라 불리는 것도 그 수단이 될 수 있겠지요. 어찌 흥왕사가 그 일을 맡아도 되겠소이까?”

“아,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찬성입니다.”


획일주의적이 될 수도 있고, 왕자라는 신분에 의한 강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열되어 안에서 썩어나가는 것이 최악이다. 


그는 그 외에도 하고자 하는 것이 다양하다.


“이 교종과 선종이라는 분열을 멈추는 것이 불가의 제자가 먼저 할 일이겠지요. 그 외에도 백성의 생업을 보듬는 것 또한 할 일이라 보오. 혹 화폐를 보급하는 일을 어찌 생각하시오?”

“화폐라 하시면, 송과 요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나. 아국도 일부를 제외하면 아직은 현물을 거래한다. 들었습니다.”

“오호라. 관심이 있으시구려. 소승의 생각은 이렇소···”


왕소중이 화폐에 관심을 보이자. 의천대사가 설명을 시작한다.


화폐를 유통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거래의 편리와 효율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지금은 곡물을 이동하면서 이를 관리하는데 인력이 들어간다.

그러면 당연히 관리, 보관비 명목으로 비용이 생긴다. 또 일부는 여기에서 농간을 부려 백성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 결과 빚이 생긴 백성은 높은 이자에 고통받다가 대지주에게 토지를 빼앗겨 겸병 된다. 


그는 이 순환을 끊고자 한다는 내용을 한참을 설명하였다. 


나 또한 동의하는 내용이다. 

저 중원도 이 고려도 조선도 결국은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단계에 들어서면 무너졌다. 영원한 영광은 쉽지 않지만, 바른 수단을 동원하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기에 그의 생각에 동의하며 조금의 첨언을 해본다.


“대사의 뜻은 참으로 바르다 하겠습니다. 다만 화폐란 것은 단순히 공급만 하여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소이까? 어찌하여 그리된다 하시오?”


“예, 대사. 칭량화폐이기에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지기는 하나, 결국 현물과 교환을 하지요. 이 가치는 상대적이기에 그 화폐의 유통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소이다. 주전도감이나 주전소를 통해 찍어내는 수를 조절하면 되지 않겠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그리 단순하게 굴러가지는 않사옵니다. 화폐로 거래하라 나라에서 강제하면 부를 가진 이들을 시장의 화폐를 어딘가에 쌓아 둡니다. 가치는 상대적이니, 화폐가 귀해지면 그때 현물을 걷어 들이지요.”

“어허!···폐단을 줄이고자 하는 화폐가 오히려 매점매석의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로다. 하면 어찌하여야겠소.”


“동전, 철전을 충분히 보유한 은행을 만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은행에 가면 꼭 동전이 아니라도 보증된 증서로 화폐와 교환이 항상 된다는 신뢰를 주시면 됩니다. 신용화폐라 하시면 되겠습니다.

“상인들이 쓰는 여표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지요. 다만 고려 황실이 보증하니, 규모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몇 가지 위조를 방지할 수단을 갖춘다면, 화폐를 만드는 비용 또한 줄이는 것이 가능하지요.”

“공부시랑이라 들었소만, 식견이 탁월하오.”


세월 지나면, 누구나 알게 되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세상이 오면서 장단이 있겠지만, 금융의 효율은 극도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도 늘어난다. 


세상일에 장점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은 없기에 득이 실보다 크면 시행하는 것일 뿐이다. 자본주의 또한 정답이 아니다. 

알고 있는 상식선을 조금 넘는 내용들을 의천대사께 설명해 드린다.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관청을 두고, 화폐 발행과 신용의 유통을 조절하는 개념, 그리고 이 역할을 부분적으로 민영화하는 이유.

M1, M2 등으로 설명되는 자본의 부차적 증폭과 이를 제어할 방식 등등.


고려의 실정에 맞추어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그에게 설명을 마친다. 의천대사께서도 더 나은 방향이라 생각하시는지, 내 의견에 동의하시며 합장하신다.


“소승이 귀인을 만나게 되었구려. 금강저라 불리는 기물이 이리 연을 이끄나 봅니다.”

“소인 또한 대사의 화쟁과 통합에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를 마지막으로 의천대사와의 대화를 마친다. 추가로 일이 진행되면 연통하기로 하고, 예를 갖춰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향한다.


이때, 주지스님과 왕소중이 머물던 전각의 그늘에서 지소라 불리는 스님 한 분이 조용히 나온다.

그는 고려의 주도 세력 중 하나인 이자의와 관련이 있는 이 인데 왕자인 의천대사와 관련된 일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의 대화와 관련된 내용을 전하기 위해, 그가 흥왕사의 외곽으로 바쁘게 이동한다. 


왕소중은 문제 될 것이 없기에 그저 공부로 돌아가 일을 마무리한다. 이후 누이의 집으로 돌아와, 소희와 놀아준 뒤 생각을 정리 중이다.


“어르신, 장후령이라는 자가 찾아왔습니다요.”

“아! 들라 하게.”


서경을 떠나며 미리 기별을 해둔 덕에 항행을 떠나지 않아 다행이다. 장행수가 예를 취한다.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연광 관련된 것인지요? 규모를 조금 늘려가고 있으나, 시일이 필요합니다. 어르신.”

“그 일 또한 잘하고 있네. 항시 고마워. 다른 일을 부탁하려 이리 불렀네. 앉게나.”


그가 또 무슨 일을 부탁하려는지, 궁금한 표정이지만 일단은 아직 생각을 정리 중이기에 차를 권하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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