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담배르까뮈
작품등록일 :
2024.09.09 22:00
최근연재일 :
2024.09.19 20: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62
추천수 :
4
글자수 :
63,057

작성
24.09.09 22:02
조회
17
추천
1
글자
12쪽

성혈(聖血)의 빛

DUMMY

“옴마야! 여서 이기 무신 짓 들인교?”


옥상에서 빨래를 걷고 내려오던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고 외쳤다.


“306호 총각, 사람 그리 안 봤드만 못쓰겠네?! 여기 여자 뎃고 오면 안되는 거 모르는 교?”


“아, 아줌마, 그게 아니고요.”


“아이고, 벨스러버라. 여자친구도 있고, 생긴 거하곤 다르네!”


“아이씨! 아줌마!”


“크르르르······.”


혁수를 보며 으르렁대던 미나가 고개를 획 돌려 아줌마를 쳐다봤다.


“히익! 저게 뭣이고?!”


“더러운 피···. 마늘로 가득 찬 더러운 피를 가진 년이구나···.”


미나가 아줌마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라꼬 하노? 즈기 미칬나? 총각, 아무리 여자가 없어도 저런 미친년을 뎃고 와가 뭘 우짜자는 거고?”


아줌마의 포효는 미나를 더욱 분노케 한듯했다.


“원래, 안 저랬어요! 얼마나 이뻤다고. 젠장!”


“순결한 너의 피를 원한다. 한 모금, 오직 스위트 콘과 흰 쌀밥만으로 채워진 너의 순결한 피를···.”


그녀의 송곳니가 점점 길어졌다. 보랏빛 손톱도 함께 길쭉하게 자라났다.


“크아아앙!”


그녀는 혁수를 향해 달려왔다.


쿠당탕.


그녀의 갑작스런 돌진에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신문 걸이에 걸려 넘어졌다.


“아악! 헤어질거면 우리 아름답게 헤어지자!”


사아악!


그녀의 손톱이 혁수 목덜미를 노리며 찔러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아, 아줌마, 살려줘요.”


“총, 총각요! 그기 가만히 계시소. 내가 갱찰에다가 연락할 끼니가. 요새 119 맞나?”


“아니, 지금 가만히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범죄 신고는 112!!!”


아줌마는 다시 위층으로 달아났다. 그 와중에도 빨래하나 흘리지 않았다.


미나는 손톱을 휘저으며 혁수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크게 벌린 그녀의 입안은 붉었고, 목젖까지 드러났다.

벌건 입안에 대비되어 길쭉한 송곳니가 더 하얗게 빛났다.


“에라이, 쌍!”

신문이 말린 봉을 휘둘렸다.


퍼억!

으직.


봉은 정확하게 그녀의 볼을 강타했다.

타격음과 뼈 부러지는 소리가 뭉쳐서 들렸다.


동전 야구장에서 한 번도 공을 놓친 적 없는 실력파 혁수.


봉에 맞은 그녀는 옆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머리가 기괴한 모습으로 90도 꺾여있었다.


아! 너무 세게 쳤나?


‘나를 사랑하는 이를 죽인 죄인으로 만들다니. 더러운 운명이여, 저주···.’


스르륵

그녀는 오뚜기처럼 쓰러졌던 몸을 발딱 일으켰다.


뿌득 뿌득.

그리고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세웠다.


“아깝나? 오빠, 아까워? 그깟 피가 아까워?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지?”


다시 예전 미나의 낭랑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또각또각 혁수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소름 끼치긴 여전했다.


“저리 가, 훠이···. 저리 가라고!”


뒷걸음칠 치던 혁수는 고시원 총무실로 들어갔다.


쾅!


방에 들어가자 황급히 문을 잠그고 창문으로 소리쳤다.


“내가 널 몰라? 너 아메리카노 한꺼번에 두 잔씩 마시잖아? 그게 한 모금이잖아. 피를 그리 빨리면 내가 죽겠냐? 안 죽겠냐?”


대답 대신 그녀는 총무실 창문으로 손을 집어넣어 마구 휘저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혁수의 볼을 스쳤다.


“아야!”


혁수의 볼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피다! 신선하고 순결한 피!”


쭈욱 길게 나온 혀로 손끝에 묻은 피를 핥았다.


“마늘이 섞이지 않은 이 순수한 맛.”


와장창!

두 손으로 총무실 창문을 뜯어냈다.


“으아! 저리 가! 저리 가라고!”


혁수는 옆에 있던 소화기를 뽑아 레버를 움켜쥐었다.


뻑뻑한 레버는 눌러지지 않았다.


“아씨, 이거 왜 안 되지! 아줌마! 돈 아낄 게 따로 있지!”

하지만 소화기는 산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깨끗했다.


‘안전핀! 그래 안전핀을 뽑아야지!’

혁수는 안전핀을 뽑아 창문으로 얼굴을 디밀고 들어오는 미나에게 던졌다.


‘조금이라도 더 데미지를 안겨야 해!’


틱!


날아간 안전핀은 미나의 이마를 맞고 튕겨났다.


“크아아앙”


섣부른 공격이 오히려 그녀의 분노 안전핀마저 뽑은 듯 팔로 휘젓는 공격이 더욱 매서워졌다.


촤아악···.


소화기의 분말 가루가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쿨룩쿨룩~!”


좁은 총무실 안이 가루로 꽉 차버렸다.


“오빠아아아, 한 모금만 달라니까!”


분말로 뒤범벅이 된 총무실은 오히려 시야가 가려져 미나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게 되었다.


‘단 한 모금의 피도 지금의 미나 너에겐 줄 수 없다구.’


‘다시 밖에 나가야 해!’


다급하게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이미 총무실로 들어와 있는 미나에게 뒷덜미 잡혔다.


“아, 안돼! 으씨!”


미나의 크게 벌린 입이 혁수의 뒷덜미를 앙! 덮었다.


송곳니가 주삿 바늘처럼 그의 목에 파고들었다.


꾸우욱.


“아으윽!”


이상했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송곳니에서 따뜻한 기운이 목으로 들어왔다.

오히려 야릇한 쾌감이 온몸을 흘렸다.


이렇게 좋다니.

괜히 저항했었나?


스르륵


텅!


힘이 빠진 혁수의 손에서 소화기가 떨어졌다.


벌컥, 벌컥···.


군인들이 한여름 맛스타를 들이켜듯 피를 삼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만 귀를 살살 간지럽혔다.


“컥! 커억!”


사레라도 들렸는지 그녀가 입을 떼서 구역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혁수를 거칠게 밀쳤다.


“으윽!”


그녀의 입이 목에서 떨어지자 몽롱했던 혁수의 정신이 돌아왔다.


“쿠에에엑!”


푸하하학!


그녀의 입에서 시커먼 피 분수가 솟았다.

새우처럼 웅크린 채 바닥에 끝없이 피를 쏟아냈다.


“으으윽···. 오빠, 도대체 어찌 된 거야. 피가 왜 이렇게 변질된거야···.”


“미나야. 너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백 실장···. 오빠, 백 실장 그놈이···. 흑흑···.”


“백 실장? 혹시 회사에 그 잘생기고 유능하다는···.”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의 뜨거움이 등을 때렸다.

그 뜨거움은 어깨를 넘어 팔로 번지고 있었다.


피를 토해낸 그녀는 다시 예전의 목소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아직 송곳니는 그대로였다.


두려움보다 애처로움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안으려 했다.


그리고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혁수의 두 손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찬란~


치직, 치지직.

낡은 고시원의 형광등이 세차게 깜박였다.


“아악! 눈부셔! 치워! 저리 치우라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린 그녀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나, 나를 돌려줘. 오빠. 다시 나를···.”


입으로는 애원하면서도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끼리릭!


이번에도 ‘PULL’이라고 적힌 문을 밀면서 말이다.


그녀를 뒤쫓아 달려나갔지만,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백 실장, 개새끼! 죽여버릴 거다”


미나가 떠나버린 고시원 앞.

분노가 치밀어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다.


‘왜애애애앵~’


골목 밑에서 올라오는 붉고 푸른 빛이 오락가락하는 순찰차 경광등이 보였다.


‘삐빅!’


짧은 사이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순찰차가 멈췄다.


“저, 여기서 신고하셨죠?”


“여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요?”

나이가 그윽한 중년의 경찰이 차에서 내리면서 물었다.


“흐흐흑, 그냥 여자가 아니에요. 제 여친이에요.”


혁수의 옷 자락을 살피던 경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데이트 폭력인가? 김 순경 이분 잘 지키고 있어.”


“에엥? 제가 데이트 폭력 가해자?”

중년 경찰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고시원 건물로 들어갔다.


“저, 신분증 좀 주시죠.”


“제가 지갑을 방에 두고 와서···.”


중년의 경찰이 입구에서 잠시 뭔 가를 본 듯 멈칫했다.


“풀(PULL)이면···. 밀어야지.”


끼익!

바닥이 끌리는 소리가 귀를 찢었다.


들어간 그가 소리쳤다.

“우읍! 이게 뭐야!”


밖으로 다시 뛰어나와 토악질을 시작했다.


우에에액!


토악질을 마친 그가 무전기에 외쳤다.


“순-하나, 순-하나, 강력 사건 발생 의심, 쿨럭···. 강력 사건 발생 의심!”


“강력 사건요?”


무릎 꿇고 앉아있던 혁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경찰을 올려다봤다.


“바닥에 저, 저거 피 맞지? 저 정도 피 흘리고 살 사람은 없다. 우웁···. 젠장, 피만 보면 견딜 수가 없어.”


“김 순경, 이 사람 빨리 차에 태워, 본청으로 호송해야겠어. 이건 강력 사건이다.”


“아, 아까 그 피는 제 여친 미나가 토한 거예요. 걔 안 죽었어요. 조금 전에 도망갔거든요.”


“사람이 피를 저 만큼이나 토하고 걸어서 나갔다고? 자꾸 거짓말하면 당신한테 더 불리해.”


“강 경장님, 아무래도 미란다 고지 하시죠. 이런 싸이코 새끼들이 꼭 절차를 문제 삼거든요. 나중에.”


중년의 강 경장이 팔로 입을 막으면서 뭐라고 외쳤다.


“으응!”


“뭐라고요?”


“수갑, 수갑 채우라고. 곧 강력계랑 감식반 올 거야. 이 사람 연행은 내가 할 테니, 현장 잘 보존하고 있어.”


“전 억울해요, 무단 횡단, 침 한번 뱉은 적 없다고요. 그리고, 제가 미나를 왜 해치겠어요? 걔가 아침에 헤어지자 해 놓고···.”


딱!

강 경장이 손가락을 튕겼다.


“역시, 이별에 대한 앙갚음이군. 참 못났다 못났어. 여자가 헤어지자 했다고 이렇게 잔혹하게, 우웁! 아이씨, 피만 극복했어도 의대는 갔는데.”


“아, 진짜로 돌겠네!”


“자자, 참 이름이 뭐라고?”


“반혁수요.”


“반혁수씨,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철컥!

혁수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나 진짜 아니라니까요.”


정 경장은 혁수의 말을 무시하고 머리를 차 안으로 쑤셔 넣고 차를 몰고 사라졌다.


한편, 김 순경은 수첩에 뭔 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음, 그러니까. 여자가 찾아와서 난동을 부려서···.”


“맷 번을 말합니까예. 그 가시나가 들어와서 307호 총각한테 괌을 지르고, 눈을 벌겋게 뒤집어가고 달려들라고 하데예.”


주인 아줌마가 숨을 헐떡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사투리 말고 표준어로 천천히 말씀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다 넘긴 검은 정장을 입는 사내가 그사이에 비집고 들어왔다.


“누구시죠? 여기 사건 현장입니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아, 이분 제 손님입니더. 윤 팀장님 어서 들어오이소.”


“누구신데 사건 현장을 이렇게 들어오십니까?


금박 테두리가 박혀있는 명함이었다.


김순경이 명함을 눈앞에서 떨어뜨린 후 읽기 시작했다.


“윤동혁, 위타제약 영업 3팀장?”


“아이고, 이분은 제한테 온 손님이라니까요?”


“손님? 뭐 그럼. 그래도 현장 훼손하진 마시고요.”


“무슨 일 있었나 보죠?”

아줌마가 윤 실장을 끌고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고, 여기 미친년 하나가 와서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는 없었다 아인교.”


“미친년요?”


아줌마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윤 팀장에게 설명했다.


“근데, 그 젊은 사람은 어디 갔어요? ”


“갱찰들이 와가 잡아갔다 아입니꺼.”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뭐 여기서야 서부 경찰서가 가까우니까 글로 잡아갔을 낍니더, 근데 마늘 주사 오늘 어찌 안됩니까? 저번에 그거 맞고 궁뎅이도 올라가는 거 같고···. 어쩌고저쩌고···.”


“당연히 놔드리죠. 죄송한데 그 총각 이름이 뭐죠?”


“총각요? 핵수라 카든데, 반핵수.”


‘핵수? 위협적인 이름이군.’


“넵, 협조 감사합니다.”


“아이고, 빨리 들어와 가 놔주이소. 영태 엄마도 그거 맞고···. 어쩌고저쩌고···.”


“잠시만요. 제가 급한 전화 한 통만 하고요. 잠시만···.”


윤 팀장은 고시원을 급히 빠져나왔다.

아줌마의 수다에 머리가 아팠지만, 엄청난 성과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건물 밖으로 나간 그는 어딘가와 통화를 했다.

“어, 그래 박 팀장, 우리 사람 하나 뽑자. 성혈을 가진 친구야. 맞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물었다.

‘아까 그 빛, 분명히 성혈(聖血)의 빛이었어.’


“···그리고, 서부 경찰서 가서 좀 빼내 와줘. 반핵수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는 매일 저녁 8시 20분에 합니다. 24.09.09 11 0 -
12 충원 인력 표창훈 NEW 5시간 전 6 0 12쪽
11 조 원장 가족의 몰락 24.09.18 10 0 12쪽
10 부부의 세계 24.09.17 10 0 11쪽
9 환영의 신부 24.09.16 15 0 12쪽
8 첫 번째 특별영업 24.09.15 11 0 12쪽
7 이상한 사무실 24.09.14 12 0 12쪽
6 특별한 신입 사원 연수 24.09.13 11 0 11쪽
5 취업하면 변하지! 24.09.12 15 0 12쪽
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6 1 12쪽
3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7 1 11쪽
» 성혈(聖血)의 빛 24.09.09 18 1 12쪽
1 눈물 그리고 피 24.09.09 21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