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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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르까뮈
작품등록일 :
2024.09.09 22:0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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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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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눈물 그리고 피

DUMMY

‘오빠, 이제 못 만날 것 같···.’


예상되었던 이별이라고 안 아프지 않았다.

욕이라도 한 사발 써서 보낼까?


그래, 행복해야 해···.

이렇게 끝까지 쿨한 척할까?


-디링

문자가 도착했다.


-반혁수님 안녕하세요. 기호 화학 채용 담당자입니다. 귀하께서 귀한 시간을 내셔서 지원하신 금번 채용 시험 결과는 안타깝게도...


서류전형 불합격 문자였다.


미나에게 통화버튼을 누르려다가 말았다.


“엄마, 저 형 울어!”

앞 좌석에 앉아있던 꼬마가 손가락으로 혁수를 가리켰다.


“쉿! 안돼, 그럼 못써요.”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가 슬쩍 눈동자를 흘려 혁수를 보더니 속삭였다.


“형이 여자한테 채여서 마음이 아픈가 봐. 손가락 내려.”


‘아줌마! 아줌마가 뭘 안다고!?

그래도 여자한테 차인 건 어떻게 알았지?’


벌떡 일어서서 외치고 싶었지만, 튀어나오려던 말은 다시 꼬르륵 마음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울렁!


버스가 어린이 보호 구역이라도 지나는 듯 심하게 덜컹거렸다.


힘껏 눈꺼풀로 가두고 있던 눈물이 예상 못 한 진동에 투 둑 가방으로 떨어졌다.


안돼!

그래도 팔꿈치로 닦으면.

남들 보기에 진짜로 우는 것 같잖아.


“다음 정거장은 화륜초등학교, 화륜초등학교···.”


건조한 안내 방송이 버스 안에 흘렸다.


오늘따라 방송이 미나 목소리 같다.


견디기가 힘들다.

어디 맘껏 울 수 있는 곳에 숨어서 울어야지.


‘그래, 내가 무슨 권리로 널 욕하겠냐?’


혁수는 대학 졸업하고 2년이 넘어가도록 직장을 못 구했다.


“혁수야 네 여친 어제 봤는데···.”


“뭐? 어디서?”


“수모 삼거리에서 어떤 남자랑 차에 있더라···.”


“뭐 회사 동료겠지. 일 때문일 거야.”


라고 태연한 척 말했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태로움에 벼락을 맞은 듯했다.


“하이고, 병신아! 일 때문에 밤에 차에서 노닥거려?”


“야 이 새끼야. 지금 바뻐! 그딴 쓸데없는 소리 하려면 끊어!”


짜증에 담배를 스위트 콘 통에 비벼 끄고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설마, 미나가 그러진 않겠지.’


믿었던 미나가 그랬다.


한 달 전 친구에게서 받은 경고가 무참한 현실로 다가왔다.


“흠, 흠···.”

옆에서 어떤 할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우는 것을 참느라 눈을 감고 있어서 옆에 서 있는 걸 몰랐다.


눈을 뜨자 가두고 있던 남은 눈물이 마저 주룩 흘렸다.


‘미리 알았다면 조금만 더 눈 감고 있을걸.’

이미 눈을 떴는데 자는 척 하기도 애매하다.


“저, 여기, 앉으시죠······.”


엉거주춤 일어나면서 눈물을 슬쩍 소매로 털었다.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서는 기묘한 파란 빛이 돌았다.


“흠···.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착하구먼.”


할머니가 냅다 내 자리에 앉았다.

얼굴에 꽉 차 있는 주름과 굽은 허리와는 상반된 빠른 몸 놀림이었다.


그리고 혁수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찌릿!


잡힌 손이 갑자기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코로나라도 걸리신 것일까? 열이 많으신 분이군.


하지만, 열기는 안마의자의 진동처럼 팔을 거슬러 목과 머리까지 치솟았다.


“앗 뜨거!”


뜨거운 기운은 오래가지 않고 바로 치익 식었다.


아씨, 소름 끼쳐.


“괜찮아, 괜찮아. 자네 같은 착한 젊은이에게 필요한 거야.”


보따리에서 꺼낸 한 권 책을 혁수에게 건넸다.


끈으로 대충 묶어 집에서 만든 책 같았고, 표지는 누렇게 변색하여 있었다.


네 글자로 된 제목이 한자로 되어 있어서 한자에 약한 혁수는 다 읽을 수 없었다.


오직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손 수(手)뿐이었다.


-수······.


“그 책을 잘 읽어보게······.”


“아, 고맙습니다.”


대충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이 버스 안에 더 있기 싫다.’


원래 내릴 정거장이 2개나 남았지만, 하차 벨을 눌렀다.


떠나고 있는 버스에서 할머니는 혁수를 내려다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덧 눈이 붉게 변해있었다.


폐업한 편의점 앞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첫 모금이 눈에 들어갔는지 눈물이 쏟아졌다.


‘아씨! 오늘은 되는 게 없냐!’


눈을 질끔 감은 순간.


우우우웅!


들어보지 못한 굉음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거대한 목소리가 땅을 때렸다.


소리의 진동이 살결을 흔들었다.


-깨어나라. 선택된 자여.


행정 복지 센터에서 보내는 방송이라기보다는 너무 선명했고, 내용도 터무니없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세상의 변화는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고등학생들,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줌마, 내 옆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무심한 표정이었다.


뭐지, 나 한테만 들린 건가?

실연의 아픔이 환청까지 일으키는 건가?


‘그래, 잠이나 자자.’

안되는 컴퓨터도 재 부팅 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되니까.

혁수가 사는 고시원은 버스 정류장에서도 한참 올라가야 하는 달 동네에 있다.


교통이 불편하면 할수록 거주 비용은 저렴해진다.

골목 양쪽에는 재개발을 찬반하는 이들의 현수막이 다투듯 걸려있었다.


이 동네는 현수막으로만 서로 다투고 사람들은 이미 떠나가 인적이 드물었다.


허물어진 담 벼락과 깨진 유리창이 밖으로 드러난 빈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편의점에서 소주와 스위트 콘을 사서 고시원에 도착했다.


-광명 고시원


월 15만 원, TV와 에어컨이 있는 관 같은 방.

이름과는 달리 혁수의 방은 북향이라 늘 어두웠다.


‘역시 안주로는 스위트 콘이 제격이지.‘

다 먹고 나면 재떨이로 활용도 돼서 혁수는 좋아했다.


’자, 이제부터 맘껏 실연의 아픔을 터트려야겠다.’


-디링.


문자가 왔다.


-오빠, 나 고시원 앞. 잠시 볼래?


‘확인 사살이라도 하러 온 거야? 그 문자 의미 충분히 알아!’


마음과 달리 혁수는 서둘러 몸에 옷을 끼워 넣었다.


-잠만, 옷 입고 나갈게.


‘아 참, 아까 헤어지자는 말에 답을 안 했지?’


미나는 고시원에 와본 적 없었다.

정류장 근처 커피숍이 그녀가 머문 한계점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앗!”


뭐지? 등이 뜨거워졌다.


아까 그 할머니!

그 할머니가 나한테 뭔 짓을 한 거야?


혁수는 너무 뜨거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 안되지. 마지막이 될 그녀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오해할라.’


혁수는 미나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후다닥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가 고시원 정문으로 달려갔다.


광명 고시원의 ‘명’자가 떨어져 버린 고시원 정문 유리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하늘거리며 서 있는 그녀는 여전히 이뻤다.


배미나.


이쁘고, 똑똑하고, 어느 정도 집안 재력도 있었던 여친.

혁수가 지하철로 숨 가쁘게 통학할 때, 그녀는 자신의 차를 몰고 다녔다.


3학년 여름, 땀 줄줄 흘리며 정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빵빵!


“선배, 타세요.”


그녀의 차 안은 시원했다.

그녀는 미모와 성격은 청량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그녀와 혁수가 사귄다는 소문이 돌자, 우리 대학의 새로운 미스터리가 생겼다고 친구들이 떠들어댔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아니, 너 같은 놈을 미나가 뭐가 좋다고 사귀는 거야?”


“사랑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등신아. 느낌으로 하는 거지.”

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혁수도 이해를 못했다.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사랑은 늘 혁수의 마음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그녀를 잃지 않으려 혁수는 죽자 살자 공부했고, 취업을 위해 이력서 제작기처럼 마구 써서 회사마다 뿌려 댔지만, 역시 취업이 쉽지 않았다.


혁수는 움츠러들었지만, 그녀의 눈은 달라지지 않았다.


혁수를 좋아하는 눈빛.

그는 고마웠지만 부담스러웠고 잃을까 늘 전전긍긍했다.


그래서일까? 오늘 그 문자가 왔을 때 방학이 끝난 초등학생이 개학을 받아들이듯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오빠, 들어 오라고도 안 해?”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자 들어와.”


급한 마음에 ‘PUSH’라고 붙은 문을 당겨서 열었다


삐이익~


문이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녀의 입이 슬쩍 한쪽 위로 치우쳐졌다.

내려 깔고 있던 눈동자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응?

컬러 렌즈라도 한 건가?

아님, 그녀도 나처럼 아파서 울다 온 건가?


눈이 붉었다.


밤새 게임을 하다가 눈을 비벼 실핏줄을 터져 생기는 그런 충혈이 아닌, 머릿속 깊은 어둠이 눈을 통해 드러나는 붉음이랄까.


“고마워, 들어갈게.”


원피스 치마 자락을 가르며 그녀의 왼발이 고시원 안으로 들어왔다.


욱신!


“앗”


이번의 뜨거움은 허리와 머리를 감전된 듯 때렸다.


“오빠, 왜 그래? 괜찮아?”


뜨거움에 나도 모르게 휘청하며 벽을 짚었다. 몇 년은 되어 보이는 현상범 수배지가 벽에서 떨어지면서 펄럭였다.


“괘, 괜찮아. 어젯밤 공부를 좀 무리해서 그런 거야.”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근데, 오빠 방은 어디야?”


'헤어지자는 애가 갑자기 내 방을 왜 찾지?'


계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형광등 탓인지 유난히 하얗게 빛났다.


'젠장, 내 방까지 올 줄 알았다면 미리 부적절한 용품들은 좀 치워둘걸.

마지막까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그게, 좀···. 책이 너무 많아서 우리 밖에서 얘기할까?”


“아니, 난 오빠 방에서 얘기하고 싶어.”

유난히 붉어 보이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혁수를 쳐다봤다.


쳐다보는 눈은 예전에 혁수가 알던 그녀와는 사뭇 달랐다.


예전의 맑고 은은한 눈동자가 거부하기 힘든 매혹적인 붉은 눈으로 바뀌어있었다.


평소와 다른 그 눈빛이 내 심장을 주물럭거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꼭 내 방에서 해야 한다는 거지?

내 관 같은 방이 결별을 선고하는 법정이라도 되는 건가?


사나이 혁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야겠다.


'도저히 지금 내 방을 보여줄 순 없다.'


입술을 깨물고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아니,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 밖에서 얘기하자. 우리.”


그녀는 실망한 듯 머리를 푹 숙였다.

앞머리가 흘러 얼굴을 덮었다.


그래, 장하다! 혁수

가고 나면 방금 이 말까지 후회하며 실컷 울어야지.


“크크크······.”


머리칼 커튼으로 가려진 입에서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기괴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에···. 왜, 왜 그래?”


당황한 나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려 했다.


“지금까지 빨아먹었으면 오늘을 갚아줘도 되잖아.”


“뭐···. 뭐? 빨아먹었다고?”


“되지도 않는 취업 준비한다고 내가 대준 학원비, 교재비···.”


진짜, 이러려고 찾아온 거냐?

이렇게 잔인하게 짓밟으려고?


사실 그랬긴 했지.

근데 내가 먼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기쁘다면서 지원해준 것이면서···.


“미나야···. 그거, 내가 취업해서 다 갚아줄게. 미안해···.”


“아니, 한 모금이면 돼. 딱 한 모금.”


그녀가 숙였던 고개를 확 졌혔다.

머리칼 커튼의 하늘로 촤락 치솟으며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까보다 더욱 불타는 눈.

귀까지 찢어진 입.

입에서 위아래로 뻗어 나온 젓가락 같은 송곳니.


그녀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크아아아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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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 원장 가족의 몰락 NEW 16시간 전 6 0 12쪽
10 부부의 세계 24.09.17 6 0 11쪽
9 환영의 신부 24.09.16 9 0 12쪽
8 첫 번째 특별영업 24.09.15 7 0 12쪽
7 이상한 사무실 24.09.14 8 0 12쪽
6 평범한 신입 사원 연수 24.09.13 6 0 11쪽
5 취업하면 변하지! 24.09.12 10 0 12쪽
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1 1 12쪽
3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2 1 11쪽
2 성혈(聖血)의 빛 24.09.09 14 1 12쪽
» 눈물 그리고 피 24.09.09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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