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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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르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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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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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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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무실

DUMMY

이상한 회사였다.


-삘리리리, 삘리리리···.


“자네는 입사 몇 년찬데 아직 기안하나 제대로 못해!”


“서대리, 전화 좀 받아!”


“과장님, 왜 저보고만 그래욧! 제가 놀고 있어요?!”


“이번 승진은 최 이사 똘마니들이 다 차지했어. 미안하게 됐네.”


“팀장님,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삼 년을 개처럼 일한 저는!”


혁수가 상상한 회사의 모습은 이랬다. 배달 알바할 때 맛본 어른들의 치열한 전쟁터.


하지만, 혁수의 사무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선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오늘부터 영업 3팀에서 일하게 된 반혁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연수원의 군기가 아직 남아있었던 혁수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씩씩하게 외쳤다.


“으응? 신입이야? 그래, 수고해.”


“청단! 앗싸, 투고 갑니다!”


“민수 씨,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러다 독박 쓴다!”


팀원들은 책상을 붙여놓고 고스톱만 치고 있었다.


팀장 윤동혁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팀원들이 사무실에서 고스톱 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 책상 위에는 삐뚤삐뚤 써진 한글 액자가 걸려 있었다.


-팀원은 대리처럼, 대리는 팀장같이.


“어? 벌써 왔어? 다들, 신입 왔으니 사우나 가자!”


“아씨, 쓰리고 타임인데, 뭐 그러죠.”


팀원은 팀장과 혁수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었다.


오전에 출근하면 사무실 근처 사우나로 출동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일 년간 씻지 못한 삶이 끝나자,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어디 보자, 97년생, 소띠, 원행을 삼가고 친구를 믿지 마라···.”


“태원 씨는 뭐 친구가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겠네. 하하하···.”


“말 참 고맙게 하시네요. 저도 있어요! 물론, 인간은 아니지만.”


사우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그날의 운수를 보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업무라고 하기 민망했다.


종일 고스톱, 포커 등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저녁 6시가 되면 퇴근했다. 물론, 바로 가지 않고 삼겹살에 소주 마신다든지 당구 치면서 저녁 시간도 공유했다.


혁수도 선배들과 어울려 나름 즐겁게 지냈다.


‘정말 이렇게만 하는데 월급을 준다고.? 알고 보면 여긴 꿈의 직장?’


-띠리리리


한창 고스톱에 빠져있던 태원에게 전화가 들어왔다.


“네···. 네···. 지금 가겠습니다.”


“누구야? 일반 영업?”


“네, 누르지오 아파트 소아과 최 원장이 가족 외식하고 있다고 와서 결재 좀 해달라네요.”


“그래, 그 양반 비위 잘 맞추고 바로 퇴근해.”


“네, 그러죠. 낼 뵙겠습니다~”


그래도 우린 영업직이었다. 이렇게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해서 달려가서 그들을 기쁘게 하고 물건을 팔았다.


남들이 볼 때 온종일 처 놀다가 6시 퇴근하면서 돈 번다 생각하겠지만, 사실 우리 일의 퇴근은 없었다.


평소보다 늦게 출근한 태원 씨가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하암···. 전 원장이 또 새벽에 단란에서 호출해서 계산시키는 바람에 아이고···. 피곤해라···. 팀장님 사우나나 가시죠.”


“전 원장 그 양반은 힘도 좋아. 어떻게 매주 가냐? 그래 어제는 얼마 나왔어?”


“아가씨 두 명에 양주 세 병, 뭐 백 가볍게 넘었어요.”


“참 열심히 논다. 암튼 수고했어. 사우나 갔다가 퇴근해.”


“일 있음 호출하세요···. 하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자아 실현은커녕, 의미 없는 일상의 반복.

그가 꿈꾸던 셀러리 맨의 삶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팀원과 팀장 모두 30대를 넘긴 사람이 없었다.

나이 많은 직원이 없다는 것, 그건 혁수 역시 그때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긴 미래가 없어 보였다.


‘제기랄, 이러려고 그 지옥 같은 일 년을 보냈나!’


-취업 규칙 1조 7항, 회사 대출을 다 갚기 전에 퇴사는 불가하다.


그날 쓴 계약이 퇴사마저 막고 있었다.


-띠라리라라라···.


퇴근을 앞둔 5시 50분,

팀장 윤동혁의 벨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울렸다.


떠들썩하게 들리던 고스톱치는 소리가 순간 끊겼다.


“네···.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자, 특별 영업이다.”


윤 팀장이 손뼉을 치며 대원들의 주위를 환기했다.


“왜 팀장님께 특영 오더가?···.”


독박의 위험에 빠져 땀을 흘리던 태원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다들, 화재 경보가 울린 소방관들처럼 고스톱과 카드를 집어 던지고 팀장에게 다가갔다.


“특영 오더는 우리한테 바로 떨어지는데, 팀장님께 왔다는 건 이상합니다.”


“그래요. 이건, 절차에 안 맞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 직급은요?”


“아직 상대 직급은커녕 상대가 누군지도 밝혀진 게 없어. 하지만, 징후는 확실하고.”


“상대도 모르는데 영업한다고요? 본사에서 미리 알아내야죠!”


“혹시 저쪽이 임원급이면요? 우리 다 죽어요!”


“그래요, 팀장, 이건 미친 짓입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까라면 까야지. 다들 취업 규칙 잊었어?”


“제기랄···. 그래도 상대를 모르는데···.”


“뭐, 제가 갈게요.”

방민찬이 앞으로 나왔다.


방민찬 대리.

그동안 혁수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는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패가 아무리 쓰리고를 유도해도 칼같이 판을 접었다. 크게 따기보다는 잃지 않으려는 성격의 소유자.


위험스러워 보이는 이번 영업에 그가 나서다니 의외였다.


“안돼! 혼자는!”


“그래도 원칙이...”


“상대도 모르니까, 두 명 더 데리고 가!”


“대신 이번 건 대장은 제가 하죠.”


“그래, 맘대로 해. 대신 다들 조심하고.”


“태원, 민수, 가자!”


호명된 둘은 가볍게 콧김을 내쉬며 일어났다.


“간만에 몸 좀 풀자.”


“그래, 월급 값은 해야지.”


“아참! 신입, 아니, 혁수 씨도 데리고 가.”


윤 팀장이 혁수를 향해 턱을 까딱였다.


‘그래, 나도 월급 값을···.’


“아뇨, 저쪽 급수도 모르신다면서요. 걸리적거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제가, 걸리적거린다고요?”


혁수는 무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욱하고 치밀어올랐다.


“그래, 방 대리 말이 맞아. 혁수 씨, 다음번 상대가 대리급 정도되면 영업시켜줄게.”


“저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고요.”


방 대리의 코가 혁수의 코에 거의 닿을 듯 바짝 다가왔다.

“이봐 신입, 회사 조금이라도 더 다니고 싶으면 분위기 좀 파악해.”


“나도 연수 다 마쳤다고요!”


“으하하···. 연수 마치셨다? 이건 그따위 장난이 아니거든.”


“어허! 그만둬, 특영 가는 사람한테. 혁수 씨 이번은 참아. 다 때가 되면 나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게 특별 영업이니까.”


팀장의 만류에도 혁수가 분을 이기지 못해 씩씩거리는 동안, 방 대리가 이끄는 팀은 손 흔드는 뒷모습만 남긴 채 나갔다.


“혁수 씨, 너무 언짢아하지 마. 다음엔 꼭 데려갈게.”

민찬이 문 앞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혁수를 달래듯 말했다.


“혁수 씨, 담배나 한 대 피울까?”


팀장도 혁수를 달래려는 듯 담배로 꾀었다.

옥상으로 딸려간 혁수에게 팀장이 담배를 깊이 빨았다.


“특별 영업이 뭔지 눈치는 챘지?”


“그것들하고 싸우는 것 맞죠?”


“맞아, 우리 회사가 공식적으론 제약 회사지만 사실 그런 회사니까.”


사무실에서 흘리던 팀장의 온화한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혁수 씨, 자네 뛰어난 건 알아. 조너선 박 팀장이 그러던데 자네 성혈(聖血)이 흐른다고.?”


“잘 모르겠어요. 손에 빛이 나긴 하던데, 그리고 미나도 제 피를 마시고 토했고. 그게 성혈(聖血)인가요?”


“하하하···. 이 사람아, 맞아. 그래서 자네가 특별 채용된거야.”


“그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여기에 들어오셨죠?”


“대테러 부대, 해외 용병 등, 내놓으라 하는 전사들을 우리가 스카우트한 거야. 각 팀장들이.”


“네? 저 분들이요?”


“매일 놀고 있다고 저들이 우습게 보였지? 저 사람들 살인 병기들이었어. 이제는 사람 구하려고 이 일을 하지만.”


혁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졌다.


“뭐 그렇다고 자네가 부족하단 건 아니야. 자넨 성혈이 흐르는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재능이 있으니까.”


“그렇담 왜 이번에 절 빼셨어요?”


“법무 인사팀 박 실장이 나하고 팀원들에게 부탁한 게 있어. 혁수 씨 바닥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가르치라고. 혹시, 지난 한 달간 자네 일반 영업 나간 적 있나?”


“아뇨, 저에겐 안 시켰어요.”


“그렇지. 그게 팀원들이 자넬 배려한 거야. 자네한테는 그따위 일 안 시키고 최고의 헌터로 차곡차곡 키우려는.”


“아······.”


“방민찬 걔들 보통 내기들 아니다. 우리 지점의 에이스 급들이야. 그래서 널 보내서 참관이라도 시키려고 했었는데···.”


뒤통수에 망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마, 오늘 상대할 적이 대리 급 이하였다면 데리고 가서 싸웠을 걸세···. 적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넬 데려갔다가 잃을 순 없다는······.”


팀장의 담배 연기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왔다.


“선배들의 배려랄까.”


“선배들의 배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아까도 말했지만, 나중엔 특영 나가기 싫어도 나가야 하니까. 흐흐흐······.”


혁수는 손에 들고 있는 담뱃불이 손가락까지 닿는 걸 느끼지 못했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움에는 미치지 못했으니까. 그 뜨거움의 연료는 부끄럼이었다.


‘젠장, 난 아직 어린애였어.’


혁수도 간만에 스위트 콘과 소주를 사서 사택에서 마셨다.


비록 오래된 빌라였지만, 방이 2개나 돼서 기존에 살던 고시원에 비하면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낮에 했던 말과 들었던 말이 뒤엉켜 술을 끌어당겼다.


-똑똑

-똑똑


‘뭐지, 이 밤에?’


“오빠···. 오빠···.”


술을 들이켜던 혁수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나의 목소리!


“오빠···. 추워···. 무서워···. 문 열어줄래?”


놀람과 반가움에 혁수는 창을 돌아봤다.


“미나야!”


창밖에 미나가 서 있었다.

미나의 주위에는 찐득한 안개가 피어올랐다.


“미나야, 여길 어떻게 알고?!”


베란다로 달려간 혁수는 샷시 유리에 손바닥을 짚었다.

그리고 이마를 대며 울었다.


“다행이야. 다신 널 못 보는 줄 알았어.”


술을 많이 마시고 있었지만, 취기 따윈 없었다.

정신은 어느 때 보다 멀쩡했다.


그래서 잊지 않고 있던 것도 있었다.

여기가 베란다가 없는 5층이란 거.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창밖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오빠···. 같이 가자. 제발 문을 열어줘. 우리 회장님께서 오빠의 더러워진 피를 낫게 해준대···.”


“미나야···. 아직 너 그렇구나···.”

“날 사랑하잖아. 이 문 열어. 그리고 같이 가자···. 응?”


오직 유리 하나만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지만, 혁수 등이 지난번처럼 뜨거워지지도 손이 빛나지도 않았다.


“어서···. 곧···. 새벽이 올 거야···. 그럼 나 떠나야 해···.”


그리움과 슬픔이 뒤엉켜 분노로 바뀌었다. 그 회장이란 놈을 향한 분노.


‘그래, 지금 미나와 함께 가면 그놈을 죽일 수 있다.’


혁수 손이 잠겨진 손잡이를 돌렸다.


덜컥!


커튼이 들어오는 바람에 실려 펄럭였다.

펄럭이는 커튼과 함께 미나가 사뿐히 집안으로 들어왔다.

둥둥 떠올라 다가오는 미나의 몸이 혁수에게 사락 안겼다.


“고마워···. 오빠···. 나, 이제 오빠를 마실 수 있어.”


미나의 눈동자가 도마뱀처럼 길쭉하고 벌겋게 변했다.

속삭이던 붉은 입술 안의 송곳니가 길게 뻗기 시작했다.


그리고 찢어진 입을 크게 벌려 혁수의 목을 물었다.


-딩동, 딩동···.


‘꿈!’


악몽이었다.

혁수의 눈가에는 땀과 눈물이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딩동, 딩동...


다급하게 눌러 대는 초인종 소리.

‘이 밤에 도대체 누구지?’


불길함을 안고 거실에 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화면에 비친 사람은 윤동혁 팀장이었다.


안색이 어두웠다.


-혁수씨, 방민찬 애들 전멸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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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 원장 가족의 몰락 NEW 16시간 전 6 0 12쪽
10 부부의 세계 24.09.17 6 0 11쪽
9 환영의 신부 24.09.16 11 0 12쪽
8 첫 번째 특별영업 24.09.15 8 0 12쪽
» 이상한 사무실 24.09.14 9 0 12쪽
6 평범한 신입 사원 연수 24.09.13 6 0 11쪽
5 취업하면 변하지! 24.09.12 11 0 12쪽
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2 1 12쪽
3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2 1 11쪽
2 성혈(聖血)의 빛 24.09.09 14 1 12쪽
1 눈물 그리고 피 24.09.09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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