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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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르까뮈
작품등록일 :
2024.09.09 22:00
최근연재일 :
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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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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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의 불청객들

DUMMY

“그러니까,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고시원으로 유인해서 살해한 후에 소화기를 뿌려서 증거를 은닉하려 했다. 맞지요?”


20년 근속의 베테랑 정 형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혁수를 심문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형사님, 정말 답답하네! 미나가 아침에 헤어지자고 문자가 왔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에 고시원에 찾아와서 제 목을 물고 피를 빨려고 했다고요.”


“계속해보세요.”


“제가 안 물리려고 소화기 뿌린 거고요. 그래도 미나가 그 뭐냐? 말이 잘 안 나오네. 총무실로 쳐들어와서 제 목을 콱 물었어요!”


“목을 콱 물었다?”


“그러더니, 피를 토하고 도망쳤다고요!”


강 형사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손을 내밀었더니 제 손에 빛이 찬란하게 나며···.”


지긋지긋하다.


제발 없어져야 한다···.


심신미약 감형.


이렇게 심신미약 코스프레하는 흉악범 새끼들.

옛날 같으면 싸대기부터 올리고 시작했을 텐데.


“스스로에게 물어보시죠? 앞서 제가 말씀드린 스토리와 지금 반혁수씨가 말하는 거랑 어느 게 더 말이 되는지?”


“그거야, 상식적으로는 형사님 말씀이 맞죠. 그런데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요!”


“지금 혁수씨가 말씀하시는 거 진술서에 다 기록됩니다. 그럼, 판사는 제 추리를 믿겠어요? 혁수씨 주장을 믿겠어요?”


“끄응! 그러니 답답하다는 거죠. 그럼 미나는 어디갔는데요? 미나 행방을 경찰이 추적하시면 되잖아요?”


“그러니까요! 그 대답을 반혁수씨가 해주셔야죠. 어디에 감췄습니까? 요즘은 시체 없는 살인 사건도 유죄가 인정돼서 무기징역 받은 판례 있습니다.”


정 형사는 잠시 울리던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말을 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거짓으로 일관하시면 판사가 열 받아서 더 무겁게 처벌받습니다. 사실대로 얘기하셔야 혁수씨한테 유리하다니까요!”


혁수가 수갑 찬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씨, 사실인데···. 나 진짜 어떡해···.”


“혁수 씨, 솔직히 인정하고 죗값을 당당히 받읍시다. 아직 젊어요. 잘하면 10년 만에 나올 수도 있고요. 그래봤자. 30대에 다시 인생 출발할 수 있어요. 지금 이러다 무기징역 받으면 아무리 모범수 생활해도 20년 내로 못 나옵니다.”


“주, 죽이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인정해요···. 으흐흐 흑!”


눈물이 콧물과 합류해서 입으로 들어갔다.


“잠시 쉬시고요. 설렁탕이라도 한 그릇 시켜드릴까? 드시고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이 순간이 혁수 씨한테 정말 중요한 순간입니다.”


“변호사, 변호사 불러주세요.”


“변호사 좋죠. 지금 국과수에서 혁수 씨 옷 혈흔 분석하고 있어요. 요새 기술이 좋아서 1~2시간이면 다 나와. 뭐, 변호사 올 때 국과수 결과 같이 나오면 더 현명한 결정할 수도 있겠네.”


조사실 들어올 때 혁수가 입고 있던 옷을 경찰이 걷어갔다.

그 옷에는 물론 혁수 피와 함께 미나의 피도 듬뿍 담겨있다.


강 형사는 율동극을 벌이고 있는 혁수의 눈동자를 지그시 살피고 있다.


‘확실하다. 이 새끼 범인 맞아.

근데 그 짧은 시간에 시체는 어디다 감췄지?’


혁수는 강 형사가 시켜준 설렁탕을 후루룩 삼켰다.


‘깍두기는 왜 이렇게 짠 거야. 눈물 때문인가?’


둘은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똑똑


조사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누구야? 지금 용의자 식사하고 계시잖아!”


강 형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변호사가 왔다는데요? 반혁수씨 변호사라고.”


눈물 범벅된 혁수는 입에 든 밥알을 씹으며 문을 바라봤고, 강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부르지도 않은 변호사가 벌써 왔다고?”


“위타 그룹 법무 인사팀 조너선 박 변호사입니다. 피의자 접견을 요청합니다.”


“그게 무슨 회사인데? 혁수 씨 회사 다녔어? 보자, 직업 칸에 무직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긴 한데요···.”


삐이익


문이 열리고 변호사로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


나이는 혁수 정도로 보였지만, 금테 안의 지성은 인생 2회차인 마냥 날카로워 보였다.


악어가죽 서류 가방을 열고 다이어리와 만년필을 꺼냈다.


“제 의뢰인과 잠시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듣자 하니, 대충 말씀 끝났다고 하던데?”


“뭐, 그러시죠, 어차피 잠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까 편하게 말씀 나누시죠. 변호사시니 잘 아시겠죠? 계속 부인하면 불리해진다는 거.”


“제 의뢰인의 법적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담배를 물고 정 형사가 밖으로 나가자 변호사는 의자를 당겨 혁수 쪽으로 붙어 앉았다.


그리곤 명함을 내밀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조너선 박 실장입니다. 원래, 전 회사만을 위해 일하고요.”


“전, 그쪽 회사 알지도 못하고, 지원한 적도 없는데요.”


“아뇨, 몇 달 전에 우리 회사 분명히 지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서류 전형 통과하셨고요. 하지만, 마지막 면접시험은 저와 지금 하시는 겁니다.”


“제가요? 지원했다고요? 그리고 서류 전형 통과했다고요?”


‘하긴, 오토바이 사채 명함 뿌리듯 뿌려댔으니,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제게 말씀해주시겠어요?”


혁수는 박 실장에게 아침에 문자 받은 일부터 할머니에게 자리 양보한 일 그리고 미나와의 혈전을 모두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놀라운 일은 보통 사람이면 믿지도 않을 그런 얘기를 박 실장은 예전에도 들은 적 있다는 듯 무덤덤하게 끄덕였다.


그리고 혁수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거짓말하실 분은 아니군요. 그리고, 그만한 창의력도 없어 보이고.”


혁수는 욕인지 칭찬인지 알 수 없는 말에 불쾌해하기보다는, 처음으로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듯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렇다니까요! 제가 초등학교 때도 선생님이 ‘주의가 산만하고 창의적이지 못한 어린이’라고 분명히 생기부에 적었어요.”


“아무튼, 전 이제 가보죠. 우리 회사 법무팀에서 혁수 씨를 빼낼 방법을 찾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저, 정말입니까? 크흑! 감사합니다. 이 은혜 까먹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뭘요, 회사 복지 중 하나라 생각하시고, 하지만, 혁수 씨는 특별한 분이시라 노리는 곳이 지금 한두 곳이 아닙니다. 제게 지금 하신 말씀 이제는 아무한테도 하지 마시고요.”


“넵! 그러겠습니다.”


박 실장은 냉철한 눈빛을 유지한 채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온 정 형사의 취조는 부드러우면서도 끈질겼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다 시인할 뻔했지만, 혁수는 끝까지 버텼다.


‘그래, 짓지도 않은 죄 인정해서 감형받을 바에야, 끝까지 버텨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련다.’


‘누가 뭐래도 난 살인자 따윈 아냐.

특히나 사랑하는 미나를 죽이는 파렴치한 놈은 더더군다나 될 수 없단 말이다.’


팟!


갑작스럽게도 조사실의 전기가 나갔다.

조사실에는 창문이 없어서 전등이 나가자 새카만 어둠에 정 형사와 혁수가 갇히게 되었다.


“반혁수! 당신 움직이지 마! 나 총 있어.”


“안 움직여요! 뭐, 보여야 움직이지!”


“어이! 밖에, 왜 갑자기 불이 나가고 지랄이야! 빨리 불 켜!”


정 형사가 더듬 더듬 문을 찾았다.

아무리 베테랑 형사지만 냉혹한 살인마와 어둠 속에 둘이 있다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끼악!”


“으아악!”


“저게 뭐야!”


탕, 탕, 타 탕!


밖에서 비명과 총성이 비벼져 들리기 시작했다.


“반혁수! 혹시 너 ISIS 같은데 가입한 거냐? 생각보다 더 흉악한 놈이었군. 패거리를 동원해서 경찰서를 습격하다니!”


정 형사의 두려움은 과대망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전 중동은커녕, 제주도 한번 못 가봤어요!”


“그놈들이 국내에 잠입해서 잔인한 놈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더니, 너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당장, 저놈들을 투항시키고 자수해!”


팟!


다시, 전등이 들어왔다.

어둠은 물러갔다.


책상 밑에 숨어있던 정 형사와 혁수가 눈이 마주쳤다.


탕, 탕!


하지만, 밖의 총성과 울부짖음은 계속되었다.

-으아! 누가 좀 도와주세요. 지원, 지원 해 달라고!


밝아진 방에서 정 형사의 이성과 용기가 다시 돌아왔다.


“이 개 같은 테러범 새끼들 몽땅 콩밥을 먹여주겠어!”


“자, 잠시만요, 저 혼자 두고 나가시면 어떡해요?!”


“밖에 테러범 새끼들 모조리 잡아 감방에 넣고 돌아올 거야. 그땐 당신도 공무집행방해죄 가중된다는 거 명심해!”


호기롭게 정 형사는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건물이 오래돼서 페인트가 떨어진 벽 때문에 인테리어 얘기가 솔솔 나오던 경찰서였다.


그런데 지금 붉은 피로 한창 도배가 진행 중이었다.

물론 쓰려져 있는 형사와 의경들의 피로.


“크르르···. 반혁수, 어디 있어?”


키가 185cm는 되어 보이는 호리호리한 몸의 사내가 서 있었다.


“헉! 이 새끼, 너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경찰들의 피를 흠뻑 마셨는지, 입가의 피를 흘리며 괴물이 정 형사에게로 다가왔다.


“어 씨! 뭐지? 저건!”


쾅!


조사실로 다시 들어온 정 형사는 문을 닫고 등으로 밀었다. 놀란 마음에 숨을 거칠게 헐떡였다.


“밖에 뭐에요?”


“어이, 혁수 씨, 당신이 말한 게 저런 거야?”


“아씨! 뭐냐고요!”


“밖에 괴물이 와서 몽땅 죽이고 있다!”


“그럼, 빨리 이거 풀어주세요! 제가 쫓아낼 수 있으니까요!”


“수, 수갑. 그래 맞아. 당신 동료는 아닌 거 같고. 허 헉···.”


“빨리, 빨리요!”


“아, 어쩌지, 사무실, 사무실 책상에 둔 거 같다!”


“아씨! 어떡해! 손이 묶인 채로 그놈에게 피 빨릴 거야.!”


“뭐? 시바, 피를 빤다고?! 헉헉!”


문득, 혁수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그래, 흡혈귀는 마늘을 싫어하지.


“형사님, 설렁탕과 깍두기 둘 중에 뭐가 마늘이 많이 들어 있죠?”


“몰라. 제기랄!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한데!”


“흡혈귀들은 마늘을 싫어하잖아요!”


“마늘, 맞아. 나도 본 거 같아. 아 시바, 이럴 줄 알았음, 사거리 흑마늘 설렁탕 시킬걸. 거긴 마늘장아찌도 같이 주는데.”


퍼억!


순간 뱀파이어의 날카로운 손이 문을 뚫고 들어왔다.

다행히 정 형사의 귀 옆을 스치고 삐져나와 머리통은 무사했다.


하지만, 들어온 손이 그의 머리를 잡으려고 굽혔다.


20년 베테랑 정 형사,

본능적으로 주저앉아 공격을 피했다.


“받아라! 이 괴물 개새끼야!”


혁수는 아직 국물이 남아있는 뚝배기 그릇을 삐져나온 손을 향해 던졌다.


퍽!


“크아앙!”


뱀파이어가 울부짖었다. 국물이 흩어지면서 정 형사 얼굴에도 뿌려졌다.


‘마늘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있었구나. 저놈이 괴로워하는 걸 보니.’


“나약한 인간들이 지저분한 저항을 하는구나. 두 동강을 내주마.”


뚝배기 공격은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이것도 맞아봐라!”


깍두기 접시도 뱀파이어의 손을 향해 던졌다.


철퍽!


들어온 뱀파이어의 손은 국물과 깍두기 양념으로 범벅이 되었다.


치익!


길쭉한 손톱이 뻗어있는 손등에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크아아!”


고통 찬 신음과 함께 손을 구멍에서 급해 빼냈다.


역시, 깍두기에 마늘이 더 들어 있었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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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 원장 가족의 몰락 NEW 16시간 전 6 0 12쪽
10 부부의 세계 24.09.17 6 0 11쪽
9 환영의 신부 24.09.16 11 0 12쪽
8 첫 번째 특별영업 24.09.15 8 0 12쪽
7 이상한 사무실 24.09.14 9 0 12쪽
6 평범한 신입 사원 연수 24.09.13 6 0 11쪽
5 취업하면 변하지! 24.09.12 11 0 12쪽
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2 1 12쪽
»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3 1 11쪽
2 성혈(聖血)의 빛 24.09.09 14 1 12쪽
1 눈물 그리고 피 24.09.09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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