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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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르까뮈
작품등록일 :
2024.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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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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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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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신입 사원 연수

DUMMY

-빱빠 빠빠빠···.


기상 나팔이 울리고 있다.

여기 강원도 두메 산골의 깊은 암자에서 말이다···.


“아으···. 벌써 새벽이야?”

혁수의 등은 무너질 듯 시렸다.

매일 계속되는 고된 수련이라 불리는 노동으로.


연수원은 개뿔.

말이 좋아 연수원이었지 산골에 처박힌 암자에 불과했다.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은 당연히 없고, 심지어 화장실도 재래식이었다.


암자의 주인은 ‘금강’이라는 법명과 달리 걸을 때마다 휘청거리는 고령의 노승이었다.


“이제부터, 나를 스승님이라고 부르게.”



금강은 낡은 카세트로 새벽 4시마다 저렇게 기상 나팔 녹음을 틀어 혁수를 깨웠다.


“제자여, 수련 시간이다.”


새벽 수련.

산길로 4킬로나 떨어진 산 밑 약수터로 가서 물을 길어오는 일. 그것도 20L 약수통을 등에 지고 말이다.


그것도 여러 번.


특히, 금강이 목욕 재계라도 하겠다 하면 횟수는 두 배가 넘었다.


그렇게 다녀오면 아침 6시.

가마솥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짓기 시작한다.


전기도 들어왔지만, 장작을 때워서 지은 밥맛이 최고라고 그의 스승님이 우겨댔다.


덜 마른 장작에서 뿜어낸 매운 연기가 코와 눈을 괴롭혔다.


“크윽, 쿨럭, 쿨럭! 제기랄!”


박 실장이 여기로 오는 차에서 말했었다.


“금강이라 불리는 대선사시네.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무술을 아직 보유하고 계신 분이야. 자네 몸을 우리 회사에 적합한 몸으로 만들어 주실 분이시지.”


“고대 무술요? 뭐 사라졌다면 다 사라진 이유가 있겠죠. 핸드폰도 최신이 더 좋은 거처럼 주짓수 같은 최신 무술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근로계약서 취업 규칙 제 1조 3항, 선배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네가 지장을 찍은 계약이었지.”


강원도로 오는 동안 근로계약서의 무자비한 조항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물과 냉동고에 얼려 뒀던 사골 곰국을 녹여 아침밥을 먹고 오전 수련이 시작되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오전 수련이 시작되었다.


“제자여, 사격 연습이다.”


“사격요? 총이나 뭐 활 같은?”


“대한민국에서 그런 걸 소지하는 것은 불법!”


지그시 소매에서 쇠 젓가락을 꺼냈다.


마당에 쌓여있는 장작에 스님이 젓가락을 날렸다.


쉬익!

퍽!


날아간 젓가락은 정확히 장작의 단단한 결에 박혔다.


“우와! 그거 어떻게 하신 거에요?”


“무(無)!”


스승의 설명은 늘 애매하고 불친절했다.


그렇게 매일 오전 혁수는 장작에다 젓가락을 던졌다.


핑!


틱!


젓가락은 당연히 장작에 꼽히지 않고 튕겨 나왔다.


제기랄 또 눈이.

산골의 겨울은 일찍 찾아왔다.


대한민국 국군에서 아직 논쟁이 끝나지 않은 해묵은 논쟁.


‘겨울 군번과 여름 군번 누가 더 빡시나요?’


혁수는 연수원 겨울 군번이었다.


꽁꽁 언 손에 애처로운 입김을 불며 젓가락 던지기 훈련이 끝나면, 점심은 곰국에 밥 말아 먹고 오후 수련에 돌입.


“마음의 오물을 먼저 닦도록 해라.”


오후 수련은 화장실 청소였다.

그것도 재래식 화장실.


사각, 사각, 깡, 깡···.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똥을 야전 삽으로 긁고 파내서 키우고 있던 돼지에게 먹이는 훈련.


‘동글아, 많이 먹어.’


돼지 동글은 연수원에서 유일하게 혁수를 따르는 생물이었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 이게 바로 자비다.”


동글이한테 밥을 먹인 후에는 장작 패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령으로 인해 말라 빠진 금강의 팔이 도끼를 위태롭게 들고 있었다.


“갈(喝)!”


퍼억!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한 마른 팔이 휘두르는 도끼가 우렁찬 기합과 동시에 두꺼운 장작을 케이크처럼 쪼개버렸다.


“우와!, 스승님, 도대체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

금강은 대답 대신 고요한 미소로 답했다.


‘아씨, 어떻게 알아내라고!’


오직 깨달은 것은 혁수의 학창시절,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이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였다.

“흐야아아압”


푹!


장작 패기.


영화에서 많이 봐서 쉬울 것 같았지만, 처음 해본 혁수의 도끼 날은 장작을 쪼개기는커녕, 박혀 빠지지도 않았다.


이게 수련의 전부였다.

특별한 고대 무술의 신비 따윈 전수해주지 않았다.

사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종일 녹초가 되도록 일하며 젓가락 던지면, 짧은 산사의 낮은 금새 저물었다.


주말조차 없는 반복적인 일상은 혁수의 시간 관념을 먹어 치웠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여긴 어디인가?’


원초적 불결.


보통의 현대인 삶 속에선 불결 수행은 거의 불가능했다.

일 년을 안 씻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겠는가?


혁수가 머무는 암자야말로 수행에 최적화된 곳이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수행을 하려 한 것은 아니고, 물을 구하려 약수터로 내려가기 귀찮아서였다.


태고로부터 전해온 살인적인 불결 수양이 온몸의 땀 구멍을 에어컨 필터처럼 만들어 외부의 나쁜 것을 차단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나는 지독한 체취를 잘 숙성된 와인처럼 진화시켰다.


‘시간은 관념인가? 실재인가?’


오직 다듬어지지 않은 머리칼과 길게 자라난 수염만이 시간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줄 뿐.


간간이 암자를 방문하는 박 실장이 영원의 감옥에 빠진 듯한 혁수의 시간 관념을 깨웠다.


그가 와서 금강에게 돈뭉치를 받을 때, 처음에는 깊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 속에선 모든 것이 덧없다는 깨달음이 그러한 의심에서 그를 구원했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혁수의 상태를 살피러 박 실장이 암자에 들렸다.


“후······. 미나는?”


짐승처럼 거칠게 자란 수염 속 혁수의 입술이 움직였다.


혁수가 자신의 스승을 닮아 말이 짧아졌다.


‘과연 이 사람이 그때 그 혁수란 말인가?’


박 실장은 변해가고 있는 혁수에 대해 살짝 두려움이 일었다.


그때 멍청하고 순진한 눈망울은 사냥감을 노리는 늑대의 살기 어린 눈동자로 바뀌어 있었다.


가냘팠던 범생의 몸은 헬스장에서 깔짝대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고대의 원시 전사같이 탄탄하게 변해버렸다.


‘환골탈태!’


퍽!

퍽!


혁수는 한 손으로 무자비하게 장작을 패며 되물었다.


“무시?”


“혁수 씨, 제가······. 아니, 미나는 그날 달아난 이후엔 소식이 없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경찰이 자네를 더는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지.”


칼날 같은 살기에 하마터면 존댓말을 할뻔했다.

‘성공이다, 이번 연수, 이 남자 제대로 된 물건이 됐어!’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성과물에 대한 기쁨이 흘렀다.


퍽!


내려치던 도끼를 나무 둥치에 깊이 박아놓고, 성큼 성큼 박 실장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보법은 태연하고 유유자적해 보였지만, 그의 몸 어느 한 곳에도 빈틈이 느껴지지 않았다.


박 실장은 혁수가 다가올수록 그가 만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우리에 갇히는 느낌이었다.


다가올수록 감미로운 체취가 그의 코를 사로잡은 것과는 달리, 위압적인 살기가 피부를 찔러댔다.


‘크윽! 뭐지, 이 위압감! 인턴치고는 너무 위협적인 인턴이 되어버렸군. 과연 내가 이 사내를 통제나 할 수 있을지···.’


“연수는?”


찢어진 셔츠에서 드러나는 원초적인 팔 근육이 박 실장을 더욱 압박했다.


“그래 이만하면 연수는 충분해···.”


쉬익!


뭔가가 음속으로 박 실장의 귀를 스쳐 갔다.


‘혁수의 손이 날린 거다!’


하지만 그것은 박 실장의 느낌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그의 손을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탱······!


박 실장의 뒤통수 쪽에 싸늘한 금속의 진동 음이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소리의 방향을 쫓았다.

나무 벽에는 쇠 젓가락이 꽂혀서 아직 파르르 떨었다.


산산이 부서진 모기 파편을 흩날리는 채···.


박 실장의 손바닥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산모기 나빠.”


그렇게 혁수의 신입사원 연수는 끝이 났다.

뒤돌아서 있는 금강에 혁수는 깊은 절을 올리고 하산했다.


“스승님, 안녕.”


“아쉽구나, 아직 멀었는데······.”


노동으로 맺어진 스승과 제자의 아쉬운 이별이었다.


“반혁수씨, 오늘부로 당신은 우리 회사의 정직원이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혁수의 말이 짧아진 것은 일시적 현상이었다.


온몸의 근육이 탄탄하게 강해지는 동안, 혀 근육도 강인하게 굳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쓰게 되면 발달하는 법.

혁수의 언어 구사력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금세 회복되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갑자기 왜 존댓말을 하시고?”


“아, 참! 그래, 이제부터 다시 말을 편하게 하겠네.”


“미나가 출국했다고요?”


“그 사람 가족들이 자넬 만난 후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지. 근데, 익명의 누군가가 경찰서에 미나의 출국을 제보했어.”


“그걸 저 보고 믿으라구요?”


답답해진 혁수가 대시 보드를 내려쳤다.


쾅!


차가 흔들거렸다.


“혁수 씨, 제발! 이거 할부도 안 끝났다고.”


“그래서 가족들은 가만있었어요?”


“가족들까지 어디론가 사라졌지.”


“그래서 미나는 어디로 갔는데요?”


“핀란드 거쳐서 루마니아. 사실 거기로 간 건지도 확실치 않지만.”


“루마니아···.”


“경찰로서도 출입국 기록 있고, 가족들이 실종 신고 취소했으니까 별수가 없지 뭐.”


“팀장님, 월급 좀 더 가불해주실 수 없나요?”


“자네, 설마 그녀를 쫓아 거기까지 갈 셈인가?”


“당연하죠. 그녀가 변해버린 이유를 꼭 알아낼 겁니다. 아직도 저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포기하게나. 뱀파이어가 된다는 건 인간으로서 감정을 모두 상실했다는 것이야. 그녀에게 자네는 고작 토마토 주스 한잔 정도야.”


“그럼, 미나를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냐고요?!”


“마스터, 지금은 회장이라 부르지. 모든 뱀파이어들의 아버지이자 어머니, 그자를 해치운다면···.”


“그 회장이란 새끼, 어딨는데요? 제가 당장!”


“세상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어. 그나저나, 미나 씨가 다니는 회사가 어딘지나 아나?”


“아뇨, 그냥 큰 회사라고 하던데...”


“아이고, 여친이 다니는 회사도 몰랐다고?”


“물어봐도 안 가르쳐주는데 어떡해요?”


“하긴, 그게 입사 조건이었겠지.”


“미나는 하필 그런 엿 같은 회사에 취업해서···. 제기랄!”


혁수도 물론 같이 지원했을 것이다.

너무 많은 회사를 지원한 탓에 기억이 안 날 뿐.


“근데, 팀장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죠?”


핸들을 잡고 있던 박 실장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후···.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고 일 년이나 연수 받은 건가?”


“제가 알 기회나 있었나요? 고시원에서 냅다 강원도로 끌려가서 말도 잘 안 하는 스승님하고 갇혀 지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는 혁수가 언성을 높였다.


“워, 진정하게. 우리 회사는 물건을 파는 회사라네.”


한 손에 운전대를 잡은 박 실장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확실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제품을 팔고 있지.”


“그게 뭔데요?”


“바로 항생제랑 마늘 주사와 탈모약이야.”


“그럼, 제약 회사인가요?”


“뭐, 공식적으론. 아무튼, 내일 아침 영업 3팀을 찾아가게. 내일부터 자네는 그쪽 소속이야.”


“영업 3팀···. 제약 회사 영업직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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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 원장 가족의 몰락 NEW 16시간 전 6 0 12쪽
10 부부의 세계 24.09.17 6 0 11쪽
9 환영의 신부 24.09.16 11 0 12쪽
8 첫 번째 특별영업 24.09.15 8 0 12쪽
7 이상한 사무실 24.09.14 9 0 12쪽
» 평범한 신입 사원 연수 24.09.13 7 0 11쪽
5 취업하면 변하지! 24.09.12 11 0 12쪽
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2 1 12쪽
3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3 1 11쪽
2 성혈(聖血)의 빛 24.09.09 14 1 12쪽
1 눈물 그리고 피 24.09.09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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