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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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르까뮈
작품등록일 :
2024.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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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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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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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실장의 습격

DUMMY

“용서치 않을 것이다! 더러운 인간들! 내 고운 피부에 흉터를 남게 하다니.”


역시 깍두기 공격은 그의 피부에 살짝 화상만 냈을 뿐, 치명적인 상처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심어줬는지 다시 손을 구멍으로 집어넣지는 않고 밖에서 포효하고만 있었다.


“최미나씨도 저런 상태였다고?”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안 믿어주시고!”


“너라면 믿겠냐? 그 말도 안되는 소릴?!”

“형사님, 이제 어쩌죠? 우리 완전히 갇힌 거 같은데.”


“기다리면 경찰 특공대가 올 거야.”


“하지만, 저놈들은 총알이 안 통하잖아요. 혹시 은 탄환이라면 모를까?”


“은? 실버 말이야?”


“형사님은 정말 뱀파이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많이 알아 좋게...아, 맞다! 너 그 수갑!”


“제 수갑이 왜요?”


“그거 근속 20주년 기념으로 선물 받은 은 도금 수갑이다.”


혁수는 자신의 손목에 찬 수갑을 치켜 들었다.


하지만, 수갑을 차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차이는 모르겠다. 그래도 특별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근데, 형사님, 아까부터 왜 반말하세요. 저 이제 완전히 무고한 시민인데.”


“기분 나쁘면 나중에 국민 신문고에 올려. 지금 그게 문제냐!”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거에요?”


“어쩌긴, 나가서 수갑을 휘두르며 용감히 맞서 싸우라는 거지.”


“이거라도 풀어야 도망칠 수 있을 건데.”


혁수의 중얼거림을 의미 없다고 외면하던 정 형사는 바닥에 떨어진 깍두기 그릇을 바라봤다.


“그래, 깍두기다, 총알에 깍두기 양념을 발라서 발사하면 저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엥? 그게 가능할까요?”


베테랑 정 형사는 거미처럼 빠른 포복으로 샤샤삭 기어서 깍두기 접시가 떨어진 곳에 다가갔다. 재빨리 주머니의 총알들을 꺼내서 접시에 남아 있는 국물을 묻혔다.


“됐어! 이 더러운 것들, 내 현란한 사격 솜씨로 야수 같은 네놈 심장에 박아주지.”


리볼버 총의 실린더를 열어 국물이 흐르는 총알을 장전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자, 잠시만요! 근데 총알이 발사될 때···.”


‘열이 깍두기 국물 따윈 증발시킬 건데.’


미처 말을 다 하기 전에 스프링처럼 정 형사는 튀어 나갔다.


오직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만 불타올랐다.

혁수의 조언 따윈 들을 귀 따윈 없었다.


‘한국의 매콤한 맛을 보여 주갔어!’


우지끈!

콰직!


그가 문 앞에 다가가기 전에 문이 택배 박스처럼 반으로 갈라져 쪼개졌다.


피 묻는 손을 늘어뜨린 흡혈귀가 부서진 문 앞에 서 있었다.


정 형사의 눈에 이마의 땀이 흘러 들어갔다.


“이씨!”

팔뚝으로 재빨리 닦은 그는 침착하게 심장을 향해 쐈다.


탕, 탕, 탕···.


그의 사격 솜씨는 빈말이 아니었다.

조밀한 탄착군을 이루며 가슴에 총탄이 예쁘게 박혔다.


퍽, 퍼 벅!


“크으!”


다비드 상 같은 자세를 취한 괴물의 몸에는 미동도 없었다.

가슴에 박혔던 총알은 수박씨처럼 몸 밖을 밀려 나와 힘없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아니, 이럴 리 없는데! 깍두기 국물을···.’


성큼 다가온 괴물은 왼손으로 정 형사가 총을 잡은 손을 움켜쥐었다.


우직!

손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악!”


“이딴 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아직 모르겠나? 학습 효과가 부진한 놈이군. 크크크···.”


손이 부서지는 고통에 몸을 배배 꼬았다. 괴물은 한 손으로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하늘로 들어 올렸다.


“으···. 컥, 컥, 컥.”


숨이 막혀오는지 얼굴의 핏기가 가시고 고통에 찬 신음만 내뱉었다.


“에이, 이 괴물 새끼가!”

혁수는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용기로 의자를 집어 괴물의 등을 때렸다.


퍽!


충격에 콘크리트 기둥을 내려쳤을 때처럼 팔이 저렸다.

의자는 손잡이만 남고 등에서 부서져 버렸다.


“등 근육이 장난 아닌데?!”


손에 남은 손잡이를 들고 혁수는 떨기 시작했다.


“제법 운동했더니 목이 타는구나. 잠시 갈증이나 해소할랬는데 방해하다니.”


들어 올리고 있던 정 형사를 놓았다. 정 형사는 바닥에 떨어져 웅크린 채 신음만 뱉었다.


“이 괴물 새끼, 네가 백 실장 맞지?”


“제발 그 더러운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백이 아니라 벡이다. 입술을 더 안으로 모으면서 발음해!”


“붹 실장, 네놈이 미나를?!”


“반혁수, 네놈의 피가 특이하다고 우리 인턴이 그러더군.”


“인턴? 미나?”


“우리 귀여운 인턴이 지금도 네놈의 피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으으으···. 혁수 씨, 저놈 얘기 들어보니 혁수 씨가 최미나씨를 죽인 건 아닌 것 같군요. 지금 부로 무혐의 처리···.”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정 형사는 끝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 했다.


“뭐라고 주절대는 거야.”


괴물은 웅크려있던 정 형사를 뒷발로 걷어찼다.


퍽!


“우윽!”


정 형사는 컬링 스톤처럼 복도 밖까지 주룩 미끄러져 갔다.


“자, 가자. 네놈은 우리 종족 중흥의 역사적 소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네 놈 피는 우리를 더 강하게 해줄 연구에 소중히 사용할 테니···.”


성큼 성큼 걸어와서 한 손으로 혁수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혁수의 몸을 1kg짜리 미용 아령처럼 번쩍 들어 올리자, 공중에 떠서 발만 버둥거릴 뿐이었다.


“한 가지만 묻자. 네놈과 우리 미나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나? 쿨룩쿨룩···.”


“어디서 그런 추잡한 생각을···. 내가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감정이나 품을 상사로 보이나? 그런 더러운 생각하는 놈에게 성혈(聖血)이 흐르다니. 피가 아까워!”


“하하하···. 역시, 쿨럭!”


괴물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혁수를 든 채 내려왔다. 자신의 지구력과 힘을 과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유사시는 계단이 더 안전해서 그랬는지 알 길은 없다.


잡힌 목이 더 조여와서 혁수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두 손으로 억센 괴물의 손을 뜯어내려 용을 써봤지만, 단단한 괴물의 악력에 어림도 없었다.


“놔라, 이 더럽게 못생긴 괴물아······. 으···.”


“네놈 따위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치욕적이군, 처음 볼 때부터 그 굵직한 코가 눈에 거슬렸다.”


오른손바닥으로 혁수의 얼굴을 강타했다.


철퍽!


강력한 타격에 코뼈가 주저앉았고, 피가 목구멍으로 역류해서 숨쉬기가 곤란해졌다.


“크흑, 콜록콜록!”


혁수의 내려앉은 코에서 끈적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개새끼가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내 몸의 일부를···.”


“얼마나 자랑할 게 없으면 그따위 못난 코가 자랑이라고.”


‘은팔찌를 이용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쿨럭···. 이···. 놓으라구!”


두 손을 결박한 수갑으로 자신의 목을 잡은 괴물 손목을 힘껏 올려쳤다.


“이야아아아아아!”


퍽!


치이익!


“으으윽···.”


괴물의 단단한 손이 풀어지자, 혁수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갑이 때린 부분의 괴물 손목이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으으···. 수갑 따위가 왜 은으로 된 것이지···?”


시커멓게 변한 왼손이 타버린 담뱃재처럼 툭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은팔찌의 위력이군! 형사님 말이 사실이었어.”


한 손을 잃은 흡혈귀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지 얼굴이 울룩불룩하게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반혁수, 내 손을 이렇게 만들다니···. 살려서 데리고 가지 않겠다.”


“나도 외모에 자신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넌 좀 심하다. 퉤! ”


혁수는 입으로 피 가래를 뱉았다.


“이 머저리 같은 게!”


흡혈귀는 발길로 혁수를 축구공같이 걷어찼다.


퍼억!


쿵, 철퍼덕!


정통으로 배에 킥을 맞은 혁수는 솟구쳐서 천장에 튕겼다 바닥으로 다시 떨어졌다.


“커헉!”


척추가 끊어졌는지 다리 아래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발가락을 움직이려 애썼지만 없어진 느낌이랄까.


“쿨룩, 쿨룩, 너 뱀파이어 보스급이지? 그래야 지금 죽어도 억울하지 않을 거 같거든?”


흡혈귀의 부풀어 오른 얼굴에서 입이 악어처럼 길쭉하게 나오며 찢어지고 있었다.


길쭉한 입을 쩍 벌어지고 혓바닥이 입가를 훑었다.


“핏빛 쾌남 엘리 벡, 그게 내 이름이다. 영광으로 알고 죽어라. 하지만 너희 인간들로 치면 대리 급 정도랄까? 후후후···.”


하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된 혁수는 상체만 꼬물거리면서 최후의 저항을 했다.


“대리급 따위에게 당하다니······. 쿨룩···.”


죽기 전에 당당히 사나이로서 죽겠다.

미안해 미나야. 꼭 강한 남자로 회귀해서 널 구해줄게.


수갑 찬 양손으로 최후의 저항을 그에게 보냈다.


두 손으로 서양 최고의 욕설 문양을 만들었다.


“시발아. 이거나 먹어라!”


凸凸!


그러자, 욱신거리던 혁수의 등에서 다시금 뜨거운 기운이 솟아났다. 그 뜨거운 기운은 거친 쓰나미처럼 어깨를 지나 팔뚝을 거처 욕설을 보내고 있는 손끝으로 파동쳤다.


찬란!


눈 부신 빛이 ‘凸凸’ 형태를 한 손끝에서 터져 나왔다.


보통의 인간에게는 봄날의 햇볕 같은 따사로움을, 하지만 흡혈귀에게는 용광로의 쇳물보다 더 끔찍한 뜨거움을 선사하는 성스러운 빛이었다.


빛이 퍼져나가서 쾌남 엘리 벡의 몸에 닿자, 닿은 부분이 불붙은 종이 마냥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다.


“으아······. 도대체···. 네 놈의 정체는 뭐란 말이냐?”


온몸 곳곳에서 연기를 피어오르던 엘리 몸에서 가스레인지 같은 푸른 불길이 솟아났다.


화륵!


“아아! 안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엘리 몸에 타오르는 불길은 혁수의 눈동자에 비치었다.


‘역시, 凸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욕이었군. 앞으로도 때와 장소, 사람을 가려 써야겠다.’


생각보다 ‘凸’의 엄청난 위력에 혁수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마저 일었다.


“아악! 뜨거워···. 혁···. 수···. 지옥에서 네 놈을···!”


불길을 일으키며 타오르던 엘리의 몸은 토네이도처럼 솟구치는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톡, 데구루루···.


악어 같은 두개골만 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왜···애에에에엥앵


엘리가 화염과 연기로 사라지자, 경찰서 정문으로 경찰 기동대와 소방차, 그리고 구급차들이 몰려들었다.


‘왜 저들은 항상 끝나고 나면 나타나는 거야.’


몰려드는 경광등 불빛과 사이렌 소리가 탈진한 혁수의 눈과 귀를 찔러댔다.


‘그래, 이제 다 끝났다. 좀 쉬어도 되겠지···.’


타다닥, 타타닥···.


분주한 군홧발 소리를 자장가 삼아 혁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따뜻하다.

따뜻한 기운이 허리에서 퍼지고 있다.

누군가 핫팩이라도 깔아준 것일까?

아니, 그거라기 보다는 훨씬 온화한 따뜻함이다.


“반···. 윙윙···. 혁···. 윙윙···. 수···. 윙윙···. 씨···.”


“정···. 신···. 윙···. 들···.”


“반혁수씨!”


‘으···. 여기가 어디지···. 포근한 침대인데···.’


“반혁수씨 정신이 드십니까?!”


아련하게 혁수를 부르는 소리가 그를 깨웠다.


“혁수 씨, 괜찮으세요? 흠, 이제는 괜찮을 건데?”


혁수를 깨우고 있는 이는 수녀 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수녀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하얀 코쿨라를 쓰고 있었지만,

동유럽에서 온 듯한 신비로운 미모를 가진 미인이였다.


이슬이 머물 것 같이 긴 속눈썹 속의 파란 눈을 반짝이며, 선홍빛 상큼함이 가득한 입술이 열리며 목소리가 나왔다.


“전 아그리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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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2 1 12쪽
3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2 1 11쪽
2 성혈(聖血)의 빛 24.09.09 14 1 12쪽
1 눈물 그리고 피 24.09.09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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