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의 은밀한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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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르까뮈
작품등록일 :
2024.09.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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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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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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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특별영업

DUMMY

장례는 고작 하루 동안이었다.


그날 알았다.

혁수를 포함해서 팀장과 팀원 모두가 고아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사회에서 잊힌 사람들이었다.

알릴 사람도 찾아올 사람도 없었다.


사진조차 없는 빈 영정만 세 개 나란히 서있고, 향이 아련하게 피어올랐다.


사내에 차려진 빈소는 고요했다.


윤동혁 팀장이 상주였고, 혁수만이 문상객 전부였다.


총 4개의 영업 팀이 있었지만, 사기 저하가 된다며 다른 팀 장례는 안 가는 것이 회사의 불문율.


우리 외 찾아온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아그리나뿐이었다.


영정들 앞에서 짧은 기도를 마친 그녀는 내 앞에 섰다.


“혁수 씨, 오랜만이네요.”


그녀의 푸른 눈은 이런 일에 익숙한지 특별한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녀님, 여긴 어떻게 아시고···.”


“두 분은 바로 그렇게 되셨지만, 민찬 씨는 제가 도착했을 때까지 살아 계셨어요.”


“그럼! 수녀님께서 구하실 수 있었잖아요!”

흥분한 혁수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두 팔을 움켜쥐었다.


“저도 다 살릴 수는 없어요···.”

팔이 아픈지 살짝 찡그리며 슬며시 혁수의 손을 걷었다.


“죄, 죄송합니다.”

무안해진 혁수가 고개를 연신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니까···. 혁수 씨도 제가 구할 수 있을 만큼만···.”


아그리나는 자신이 말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만 가볼게요. 앞으로 이런 일로는 안 보게 되길 기도할게요.”


아침에 시작된 장례는 저녁 무렵 화장장에서 마무리되었다.

시신들이 화장되는 동안 윤 팀장은 본사와 격렬한 통화를 계속했다.


“........그러니까요! 이번엔 제가 갑니다. 이번은 예외로 좀 처리해주세요. 뭐요, 징계요······?”


늘 온화한 표정을 짓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혁수가 감히 다가가 말을 걸 상황이 아니었다.


“......네? 내 새끼들이 다 죽어서 저 안에서 타고 있는데 가만있으라고?!”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는지 통화가 끝나자 거친 욕을 뱉었다.


“시발 새끼들! 자기들만 바쁘나?!”


“팀장님, 이번엔 제가 가죠.”


혁수가 양복 상의를 벗으며 나섰다.


“뭔지 알고 혁수 씨가 간다고 그래? 내가 간다.”


“팀장은 영업 못 하게 되어있잖아요.”


“혁수씬 어딘지도 모르잖아. 쳇, 그럼 같이 하자. 이번 특영.”


윤동혁 팀장의 차가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혁수의 첫 번째 특별 영업이 기다리는 곳으로.


조태호 원장.

신이 내린 손이라 불리는 성형 수술의 대가.


그의 외아들이 뱀파이어에게 물린 증상을 보인 건 이주 전.

갑작스러운 빈혈성 쇼크로 진단됐지만, 병리적 원인을 알아내진 못했다.


원인도 모르는 채.

밤마다 아이의 피는 말라갔다.


이리저리 발만 구르며 치료법을 찾던 조 원장에게 일반 영업을 하던 다른 팀 팀원이 특별 영업을 권했다.


절차상 본사 고객대응팀 조사원들이 자세히 조사해서 상대 뱀파이어의 직급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바로 혁수 팀으로 배정한 것이다.


“팀장님, 근데 뱀파이어들 직급은 어떻게 구분하죠?”


“사실 엄밀한 구분은 힘들지. 하지만 그들도 서서히 나이를 드니까 나이로 구분해. 인간과 달리 늙으면 늙을수록 그들은 강해진다.”


“그럼, 그놈들도 완전히 늙으면 뒈질 수도 있어요?”


“흠, 그렇진 않아. 우리 인간으로 치면 60대가 되면 나이 먹는 게 멈추고 그대로 영원히 살게 되거든. 대략 천년 정도?”


“처, 천년이 되야 60대가 된다고요? 근데 조사 팀은 어떻게 그들을 조사해요?”


“조사팀 애들은 우리처럼 영업은 못 해도, 뱀파이어들에게서 들키지 않는 은신의 대가들이지. 그들이 대충 나이를 보며 직급을 정하는 거야.”


“나이로 직급을······.”


“지난번 혁수 씨가 싸운 뱀파이어는 20대로 보였지? 그럼 팀원이나 대리, 30대는 팀장, 40대는 차장이나 부장, 50대는 임원 이상급이야.”


“회장은 그럼 몇 살로 보여요?”


“몰라, 아무도 회장을 본 적은 없어. 회장을 본 인간은 다 죽었다. 나도 아직 팀장급만 만나봤어.”


연수동.


성공한 사장이나 전문직들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 단지.


어둠에 안개까지 두꺼운 캄캄한 밤.

연수동 위쪽에 있는 웅장한 조 원장 저택의 주차장 입구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열린 주차장 안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뚱뚱한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굵직한 얼굴은 멀겋고 수염이 듬성듬성 났다.


“당신들이 새로 온 팀이요?”


“네, 우선 아드님은 지금 어디 있나요?”


“어제도 그쪽 팀원들이 왔었는데, 오늘은 겨우 두 명?”


우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투로 팀장과 혁수를 안으로 안내했다.


화려한 실내에는 값비싸 보이는 가구들이 들어차 있었다.


거실 가운데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 속에서 조 원장 부부와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활짝 웃고 있었다.


조 원장과 달리 아들의 엄마로 보이는 이는 미인이었다.


광활한 거실 바닥을 가사 도우미들이 바닥 세정제로 분주하게 닦고 있었다.


‘저긴가, 어제 우리 팀이 당한 곳이···.’


회오리처럼 높게 소용돌이치는 계단을 통해 2층이 나왔다.


2층 복도의 깊숙한 방.


복도에서도 나지막이 삐삐 울리는 의료기기 소리.

저 안에 조 원장의 아들이 있다.


방안 창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나무판자로 빛 하나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막혀있었다.


컴컴한 실내 등 아래 조 원장의 아들이 수혈 팩을 팔에 꽂고 쌔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아직, 송곳니가 뻗진 않았네. 아직 기회는 있어.’


윤 팀장이 다가가 아이의 입술을 제치며 물었다.


“어젯밤 일어난 일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까 온 댁네 조사원들에게 이미 다 말했소. 또 얘기하라고? 휴···. 뭐, 내부적으로 서로 소통 같은 거 안 하나?”


피곤함 때문인지 조 원장이 얼굴을 찌그리며 짜증 냈다.


“급하게 온다고 죄송합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아드님을 위해서 다시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조 원장 말로는 방민찬 팀은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저택에서 가장 깊숙한 방으로 옮기게 했다.


하나뿐인 창문을 판자로 못질해서 외부에서 못 들어오게 막고, 성수와 마늘 엑기스를 뿌렸다.


조 원장과 방민혁 대리가 방에서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두 명은 무기를 지닌 채 방문을 지켰다는 것이다.


그들은 레드불을 마셔 대며 잠을 쫓으며 적을 대비했다.


새벽 4시 무렵.

인간의 집중력이 가장 흐트러지는 시간.


갑자기 실내가 깜깜해졌고, 조 원장은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것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자기 아들과 방 대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상체와 하체가 두 조각으로 끊어진 채.

그래도 그는 아직 가늘게 숨을 잇고 있었다.


당황한 조 원장은 회사에 연락하고 심폐 소생술을 실시했다.


밖에 있던 팀원들은 더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영업 지원팀과 아그리나가 도착해서 숨이 넘어가는 방 대리를 살리려 했으나, 너무 부상이 심해서 결국 살리지 못했다.


“왜, 경찰에는 알리지 않으셨어요?”

혁수가 다그치듯 캐물었다.


“그거야, 댁네 대리란 사람이 오자마자 그랬소.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경찰에는 알리지 말라고. 그러면 아이를 잃게 될 거라고.”


혁수는 윤 팀장을 돌아봤다.


윤 팀장은 방 내 구석구석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대꾸했다.


“사실이야. 경찰이 끼어들면 더 이상 우리가 뭘 못하니까.”


“시바···.”


“아니, 그런데 어제는 세 명이나 와서 못 막았는데, 오늘 겨우 두 명 와서 감당할 수 있소? 지금이라도 경찰에 알리는 게···.”


침대 밑까지 살피던 윤 팀장이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 원장님께 최선은 저희 뿐입니다. 경찰이 오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저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고 저희는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겠죠.”


“그래도 그게 최선일 수 있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경찰이 저희보다 더 이놈들을 잘 처리할 것 같나요? 아마, 원장님 말 믿지도 않을 겁니다.”


조 원장은 수긍했는지 침대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혁수 씨, 일단 차로 가자. 장비 챙겨야지.”


“장비요? 그런 게 있어요?”


“그럼, 뭐 맨손으로 잡으려고?”


윤 팀장의 차 트렁크는 움직이는 무기고였다.


“팀장님, 이렇게 많이 싣고 다니면 연비가 안 좋을 텐데.”


권총, 샷건, 칼과 도끼 같은 무기류부터 그리고 사슬 갑옷 같은 방어구까지 없는 게 없었다.


혁수는 일단 사슬 갑옷부터 입으려 땀 흘리며 끙끙거렸다.


“치워라, 민찬이 애들도 어제 그거 다 입었었다.”


그리고 방독면을 툭 던졌다.


“나중에 이거나 써.”


“방독면은 왜요?”


“아까 조 원장 말 못 들었어? 기절했다는 거.”


“잠시 졸았던 거 아닐까요?”


“아니, 이번 놈은 팀장급 이상이야. 최면 가스, 흔적을 안 남기는 은신술···. 어제 걔네들도 이거 안 써서 당했을 거야.”


‘젠장, 밤새 방독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니···.’


“사격은 좀 배웠어?”


“네, 금강 스님께서 젓가락 던지는 기술 전수하셨습니다.”


“풋···. 그 노인네, 정말 쓸데없는 것만 아직도···.”


그리곤 트렁크에 걸렸던 샷건을 던졌다.


“읍. 이런 건 써본 적이 없어서···.”


“은 구슬들이 든 거야. 자네 사격 실력만 좋다면 권총이 더 유용하겠지만···.”


철컥!

영화에서 본 대로 혁수가 탄환을 넣고 샷건을 장전했다.


“그래, 그렇게 장전하고 목표를 향해 쏘면 돼, 기왕이면 가슴 쪽으로 말이야.”


팀장은 권총과 은 말뚝이 꼽힌 혁대를 두르고 마지막으로 방독면을 챙겼다.


“좋아, 특영은 오랜만이네, 아직 감이 남아 있으려나···.”


무장을 마친 둘은 다시 소년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레드불을 마시며 침대 옆에 앉아 소년을 지켜봤다.


소년은 거실 속 사진의 엄마를 닮아 귀여웠다.

핏기 없는 목에서는 가냘픈 박동이 흘렀다.


조 원장은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두꺼운 배가 상체를 단단히 지탱해줘서 그런지, 흔들림 없는 꼿꼿한 모습으로 코를 골았다.


“쿠우···. 푸···. 쿠우···. 푸···.”


“어쩌면 팀장님 추측이 틀릴 수도 있겠네요.”

한심한 듯 원장을 바라보던 혁수가 투덜댔다.


“흐음···. 아니야. 민찬이 팀도 깨어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지 않았을 걸세. 조금만 더 있다가 이걸 쓰자고.”


손에 들고 있는 방독면을 흔들었다.


혁수는 졸고 있는 조 원장을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배, 뱀파이어닷!”

졸다가 깬 조 원장이 소리치며 깨어났다.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몇 시쯤 됐죠?”


“새벽 3시가 좀 넘었네요. 근데, 거실 가족사진을 보니 사모님께서 미인이시던데···.”


“그 여자 얘기는 꺼내지도 마쇼. 그녀야말로 내 손으로 빚은 최대의 걸작이었는데! 애도 버리고 딴 놈이랑 눈 맞아서 나가버렸지. 내가 어디가 어때서···. 나쁜 년.”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이 와중에 잠이 저렇게 오나? 그러니 마누라가 도망···.’

이런 생각하던 혁수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누가 누굴 욕해.’


자는지 죽었는지 조용히 잠자던 아이의 입이 열렸다.


“엄마···. 엄마···.”


윤 팀장이 손에 들고 있던 방독면을 쓰며 낮게 읊조렸다.


“온다, 혁수 씨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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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 원장 가족의 몰락 NEW 16시간 전 6 0 12쪽
10 부부의 세계 24.09.17 6 0 11쪽
9 환영의 신부 24.09.16 10 0 12쪽
» 첫 번째 특별영업 24.09.15 8 0 12쪽
7 이상한 사무실 24.09.14 8 0 12쪽
6 평범한 신입 사원 연수 24.09.13 6 0 11쪽
5 취업하면 변하지! 24.09.12 10 0 12쪽
4 백 실장의 습격 24.09.11 11 1 12쪽
3 경찰서의 불청객들 24.09.10 12 1 11쪽
2 성혈(聖血)의 빛 24.09.09 14 1 12쪽
1 눈물 그리고 피 24.09.09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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