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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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9.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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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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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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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대본 연기 해보고 싶습니다!

DUMMY

모든 촬영 장비 정리를 끝낸 제작진들 사이로 우상호 감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 감독이 먼지라도 털어내듯 손을 툭툭 털며 내게 다가왔다. 무척이나 할 말이 많다는 눈빛이다.


“성준아! 고생 많았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는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세계를 선물해 준 사람.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네?”


“배우 말이야, 끝까지 해볼 거냐?”


하윤과 같은 질문이다.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게 아닐까.


“교재 다 버릴래요.”


“교재?”


“취업하려고 사둔 교재요.”


나의 말에 우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는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손가락 끝에 든 명함을 확인하니, ‘박준익 연출 피디’라 적혀 있었다.


“내가 연락해놨어.”


“이게....”


“오디션 봐. 너라면 잘할 거야.”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박준익이라니!

드라마 감독으로 유명한 분 아닌가?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다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내가 더 고맙지.”


그는 내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곧 출연료도 들어올 거야. 그 정도면 며칠간 먹고 살 일은 걱정 없겠지?”


“며칠이요? 한 달도 거뜬합니다.”


그의 농담에 장난스레 대답하며 웃어보였다.


“그래, 기회 되면 같이 깐느도 가자고.”


“....네, 감독님.”


“그래, 들어가 봐라. 조만간 또 보자.”


깐느에 가자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는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세요, 감독님.”


그가 손을 들어 인사했다. 하지만 돌아보진 않았다.


언제 또 뵐 수 있을까. 그때가 온다면, 소고기라도 대접해야지.


‘이제 집으로 가볼까.’


박준익 감독의 명함을 손에 꽉 쥐고, 나는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을 벗어나 대로변으로 나섰다.


오늘도 심야 택시다.



***



그렇게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평범한 일상의 흐름에서 내가 얻을 인생 업적 같은 건 없었다.


쳇바퀴 돌듯 살아온 삶인데,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게 없겠지.


설하윤에게 전화를 해볼까도 했지만, 촬영 중에 잠 못 자고 비실거리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자고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우상호 감독이 말했듯 일주일 안에 촬영을 끝낸다고 했으니, 아직도 한창 촬영 중이라 바쁠 터다.


‘대부분 새벽 촬영이니까.’


손바닥에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전화번호를 써주던 설하윤의 미소가 생각난다.


그 미소를 어찌 잊으랴.


‘꼭 전화해봐야지.’


오전 11시쯤에 스마트폰 은행 어플이 울렸다.


우상호 감독의 영화 제작사 ‘예향사’에서 입금된 금액은 자그마치 300만 원.


어마어마한 출연료에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100만 원은 순수한 용돈이었구나.’


저번에 우상호 감독이 계좌이체로 쏴준 100만 원을 제하고 입금될 줄 알았는데, 300만 원이 그대로 들어와서 조금 놀랐다.


‘통이 크신 분이야.’


그 순간, 어김없이 나타나는 인생 업적의 명예!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첫 출연료 300만 원 달성!」

-적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1억이 머지않았습니다!


「보상: 업적 포인트 +10P」

「누적 포인트: 70P」


1억이 머지않았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그나저나 300만 원을 받았으니 이 돈으로 뭐 해야 할까.


저번에 우 감독에게 받은 100만 원은 할머니 용돈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할머니와 놀러나 갈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와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할머니는 굉장히 검소한 분이라 외식이란 걸 해본 적이 손에 꼽는다.


심지어 옷도 잘 안 사 입으신다.


‘옷을 좀 사드려야겠어.’


방문을 열고 나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며 바느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오늘 시간 있으세요?”

“시간? 있지, 무슨 일인데?”

“저랑 같이 나가요. 오늘 멋진 옷 하나 사드릴게요.”

“옷? 갑자기?”


그러면서 자신의 옷을 보여준다.


“이거로 충분해.”

“그거 1년 내내 입었잖아요.”

“괜찮다니까.”

“그러지 말고 나가요. 모임 있을 때 입고 나갈 옷도 없으면서.”


할머니가 끝까지 손사래를 친다.

이럴 때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있지.


“할머니, 할머니가 옷 안사면 저도 옷 안 사입고 평생 거지처럼 다닐래요.”


나의 말에 할머니가 화들짝 놀란다.


금세 일어나 파리채를 들고 내게 달려드신다.


“이놈아! 어째서 그런 말을 하냐. 얼른 취소해!”

“싫어요!”


할머니는 구업을 되게 중하게 여기신다.

함부로 나쁜 말을 뱉지 말라는 것.

그리고 타인에게 험담하지 말고 가볍게 입을 열지 말라고 내게 신신당부하며 가르치셨지.


그런 가르침을 받고 살아왔건만, 나의 입에 ‘거지 같이 살래요’라는 말이 나왔으니, 노발대발 하실 만도.


“취소하래도!”

“할머니가 옷 사 입으면 퉤퉤퉤 세 번 하고 취소할게요!”

“이잉..”


할머니가 파리채를 내려놓는다.

별 수 없다는 걸 깨달으셨을까.

손주 고집은 못이기는 법이지.


“그래, 사 입으마.”

“퉤퉤퉤. 그럼 저랑 나가요 할머니.”


나와 할머니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백화점으로 향했다.



***



할머니는 백화점 앞에서도 들어가지 않으려 떼를 썼다.


“백화점이 웬 말이야”

“할머니, 아까 저랑 약속했잖아요.”

“끄응.”


할머니가 하는 수없이 나와 손을 잡고 백화점 내부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또 다시 등장하는 인생 업적 스토리.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할머니와 첫 백화점 입성!」

-대체 뭐하고 살았나요? 이제부터라도 자주 다니세요!

「보상: 업적 포인트 +10P」

「누적 포인트: 80P」


백화점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생긴 업적창이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얼른 사드려야지.

나와 할머니는 중년 여성복이 있는 매장 층으로 향했다.


“할머니, 예쁜 옷 있으면 골라 봐요.”

“응? 이렇게 비싼 걸....”


할머니는 옷 한 벌을 볼 때마다 가격을 확인했다.


확실히 백화점이라 비싸긴 비싸다. 상의 한 벌에 30만 원, 50만 원, 비싼 건 100만 원까지도 간다.


“안녕하세요. 손주랑 오셨나 봐요?”


백화점 여 사장님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신다.

할머니가 애써 웃는다.


“살 건 아니고, 그냥 구경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은 예쁜 옷으로 향해 있다.


“오늘 손주가 예쁜 옷 사줄 생각인가 보네요. 호호.”


여 사장의 말에 할머니가 뿌듯하게 웃는다. 할머니를 대신해서 내가 답했다.


“네. 사장님. 우리 할머니 제일 예쁘게 만들어주세요!”

“에고 이 녀석아, 이 나이에 무슨!”

“할머니가 옷을 사 입어야 제 인생이 풍부해져요.”


나의 말에 할머니와 여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정도로 대단하고 소중한 일인가? 그런 착각이 깃들어 감동을 드신 거 같기도 하고.


인생 업적은 차치하고 할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다.


“할머니 이건 어때요?”


여 사장님이 건네주신 상의.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한 눈에 봐도 디자인이 예쁜 비싸 보이는 옷이었다.


“할머니, 진짜 예쁘다. 한 번 입어 보세요.”

“내가? 이걸?”

“얼른요, 얼른!”


나는 할머니에게 옷을 쥐어준 채 피팅룸으로 강제로 입실 시켰다.


그리고 몇 분이나 흘렀을까, 할머니가 옷을 입고 나왔고, 나와 여 사장은 일심동체가 되어 칭찬을 시작했다.


“와....할머니 시집가도 되겠다.”

“할머니 여태 입은 옷 중에 제일 예뻐요!”


할머니가 수줍게 웃으시며 거울을 바라본다. 예쁘긴 한 모양이신지 볼이 발갛게 붉어지신다.


“이게 얼마지?”


할머니가 목덜미에 걸린 가격텍을 확인하려 주섬주섬 손을 움직인다.


가격은 오십만 원, 이미 확인했다.


“할머니 그거 오만 원이야.”

“응? 정말?”


할머니가 화들짝 놀란다.

대체 이게 어떻게 오만 원이냐며!


“사장님 이게 진짜 오만 원이요?”


여 사장님이 눈치를 챈다.


“네. 할머니, 진짜 오만 원이에요. 그러니까 손주분이 사주실 때 입으셔. 이거 금방 나가요.”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예쁜 옷이 오만 원이면 얼른 채가야지.


“성준아, 할미 이걸로 할게.”

“네. 할머니.”


할머니가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나는 새 옷을 들고 계산을 했다.


“효자네.”


여 사장님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곤 바코드를 찍더니 쿠폰 몇 개가 있다며 내게 말했다.


“효자 전용 쿠폰이 따로 있거든, 사장님이 30% 싸게 해줄게.”


이게 웬 횡재람!


“감사합니다. 사장님.”

“다음에 또 와요.”

“네!”


할머니와 함께 옷이 든 쇼핑백을 들고 옷 가게를 빠져 나왔다.


“할머니, 진짜 예뻤지?”

“그럼. 그 옷 입고 저승가면 할아버지가 또 달려들겠어.”


에휴.

매번 저승 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신다.


“할머니 아직 한창이야. 그런 나쁜 말 하지마, 할머니도 퉤퉤퉤 세 번 해.”

“그래.”


할머니가 퉤퉤퉤 세 번을 한 뒤 웃음 지으셨다.


“성준아, 너 많이 컸다. 이제 어른 다 됐어”

“아직 멀었어요, 할머니. 이제 시작이에요.”


할머니와의 대화 속에서 묘하게 감동이 밀려왔다. 할머니의 웃음과 미소가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왜 진즉에 할머니와 이런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면서, 이제야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때, 내 눈앞에 익숙한 창이 떴다.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할머니에게 감동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은 할머니의 미소입니다.


「비싼 옷, 할머니께 입히다!」

-명품 옷을 입으신 할머니, 이제 패셔니스타 탄생?!


「보상: 업적 포인트 +40P」

「누적 포인트: 120P」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함께 백화점에서 가장 맛있는 중식당을 갔고, 검은 물이라 칭하던 커피까지 마셨다.


‘앞으로도 더 잘해야지.’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업적을 달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



이틀 정도 지난 토요일 오전.

오늘도 어김없이 할머니와 함께 아침드라마를 본다.


바보 같이 행동하는 주인공을 보며 혀를 끌끌 차며 훈수를 두는 할머니.


“어휴, 저걸 코앞에서 놓치나! 바보 같은 녀석..”


할머니는 드라마를 굉장히 사랑하신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도 잘하면서 함께 욕을 하며 보는 게 나와 할머니의 취미랄까.


“주인공이 곧 깨닫게 되겠지. 누가 나쁜 놈이고 착한 놈인지.”


“그럴까?”


“그럼, 드라마는 항상 주인공 중심이니까. 주인공이 잘 될 거야.”


그제야 안심을 하고 다시 드라마에 집중을 하는 할머니.


그렇게 한참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이른 아침 시간에 스마트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박준익 감독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오디션 연락이 드디어 온 것일까?


방으로 들어간 뒤,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김성준 씨 되시죠? 박준익 감독이라고 해요.


“네. 안녕하세요. 감독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긴장을 풀려고 했지만, 박준익 감독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더욱 요동쳤다.


-우상호 감독님에게 소개 받고 전화 드려요. 혹시 다음 주 월요일에 시간되시나요?


월요일?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지, 백순데.


“네. 언제든 가능합니다.”


-잘 됐네요. 그럼 제가 안내문자 보내드릴 테니까 준비해서 오시면 돼요. 혹시..오디션은 처음이신 가요?


순간 박준익 감독의 목소리에 약간의 의문이 담긴 듯하다.


우상호 감독님이 나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지 않았나 보다.


“네. 오디션은 처음입니다.”


내 대답에 박준익 감독은 살짝 뜸을 들이며 생각에 잠긴 것 같다.


-아...전해 듣기론 연기를 굉장히 잘하신다고 들었는데...그럼 연영과 출신은...?


“경영학과 출신입니다. 연기는 우상호 감독님 영화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흐흠.


무언가 께름칙한 한숨이 들린다.

예상한 반응이다.

그래도 당당해져야지!

궁금한 걸 물어봐야겠다.


“감독님.”


-네. 성준 씨.


“혹시..오디션 보는데 대본은 있나요?”


-대본은...왜...?


“아..제가 우상호 감독님 밑에서 매번 즉흥 연기만 했거든요. 대본 연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감독님.”


대본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방향을 제시해주는 대본을 보며 연기하는 것도 나름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


그리고 ‘대본 리딩 능력’도 한 번 써보고 싶었고!


박준익 감독이 한 몇 초간 말이 없다가 나직이 말문을 뱉었다.


-대본...당연히 있죠. 그거 없으면 안 되죠.


나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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