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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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9.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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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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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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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이렇게 풀리나?

DUMMY

우상호 감독은 굉장히 즉흥적이다.

얼마나 즉흥적이냐면, 대본을 현장에서 쓴다. 그리고 그 대본에 집착하지 않는다.


현장의 분위기에 맞춰 그날의 장면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간에서는 그를 천재라고 불렀다.


베니스, 깐느, 베를린, 3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만의 독특한 연출 방식과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성은 곤두박질친다. 나 또한 그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지루한 편이었지.’


안 그래도 따분하고 지겨운 삶인데, 영화마저 따분할 수는 없잖은가?


영화를 좋아했던 나도 몇 번의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끝까지 본 영화는 없었다.


지금 영화도 그렇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우상호 감독은 반드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망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번 영화 ‘덜떨어진 연애’는 한 무명 여배우의 전기를 담고 있다.


우상호 감독은 설하윤에게 영화에 관하여 설명했다.


마치 철학적 논제를 풀어가듯 복잡하고 난해한 단어들과 함께.


“하윤 씨, 이번 영화는 단지 한 무명의 삶을 그린 게 아니에요.”

“그러면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덜떨어짐’은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불완전함을 상징해요.”


나와 설하윤은 우상호 감독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니까..


‘뭐라는 거야?’


그리 어려운 문장은 아니지만, 그가 말한 불완전함을 속 시원하게 얘기해줬으면 싶다.


외딴 남자와 키스를 하면서도 그런 불완전함이 보였으면 하는 걸까? 실연을 당해 미쳐버린 여자의 모습에서?


“이해하겠어? 하윤아?”


우상호가 재차 물었다.

하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딱 봐도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는 다는 모습이다.


“이번 키스 신도 그래. 네가 집중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아마도 네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 그런 걸 수도 있어. 무턱대고 사람 턱 부여잡고 키스하는 건 살면서 겪어보기 힘든 일이니까. 근데 그건 이번 영화의 기폭제가 될 장면이야.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고.”

“네. 감독님.”

“집중할 수 있겠냐?”

“네! 해볼게요.”


설하윤이 그렇게 말했지만, 내 시야에 담긴 설하윤의 모습은 한없이 위축되어 보이기만 했다.


이번 일은..


‘우상호 감독이 잘못 짚은 거 같은데.’


우상호 감독은 하윤이 작품의 맥락을 이해 못한다고 여긴 모양인데, 사실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


비록 단역에 불과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우상호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우상호 감독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단역 배우라고 무시할 줄 알았더니, 그래도 고개를 치켜뜬다.


“무슨 일이죠?”

“문제는 제게 있는 거 같은데요.”


우상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게 무슨 말?”

“하윤 씨에게 직접 물어보시죠. 하윤 씨도 아마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할 거예요.”

“.....?”


아까 키스를 할 때였다.

처음에는 잔잔했다가 격정적이었다가, 또 어느 순간은 다소곳했다.


그러한 감정 변화는 나를 단역 배우 이상으로 여긴다는 뜻.


우상호가 설하윤을 바라봤다.

얘 말이 진짜 맞느냐는 그런 눈빛으로.


“이유가 뭐야?”


설하윤이 뜸을 들였다.

내 얼굴을 바라보다 눈을 내리 깔았다.


“사실 감독님..”

“.....?”

“성준 씨..제 고등학교 첫 사랑이랑 너무 닮아서요. 집중이 잘 안 돼요.”


.....!


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여태 집중을 못한 거였어?”

“네. 감독님. 성준 씨 얼굴만 보면 그 사람 생각이 나서요.”


우상호 감독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동안 내 입술을 탐했구나.

고등학교 첫 사랑과 닮아서!


어이없지만...

결국 내말이 옳았다.


“성준 씨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냐고?

왜 몰랐겠나.

내 눈앞의 설하윤의 눈빛이 증거였거늘.

찬찬히 나의 생각을 풀어냈다.


“느껴지는 감정변화에서 이상함을 느꼈거든요.”

“이상함을?”

“네. 격정적이기도 했고, 다소곳하기도 했고, 제 얼굴을 보며 뭔가에 사로잡힌 것 같기도 했고..”


영화 현장의 수많은 변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우상호 감독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 듯 어이없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깊이 생각에 잠긴 우상호가 설하윤을 바라봤다.


“하윤아, 할 수 있겠어?”


우상호의 말에 하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녀의 첫 사랑이 나와 닮았다고 했으니, 감정 조절이 힘들 수도 있겠지.


그런데..대체 얼마나 닮았기에?


“휴우...일단 한 번 해볼게요.”


설하윤이 나직이 말했다.

그녀의 한숨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우상호도 그걸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이대로는 안 돼.”

“......”

“모니터를 봐, 지금 네 눈이 외딴 남자하고 키스 하는 눈빛은 아니잖아?”


나와 하윤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하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그동안의 그리움과 슬픔, 애달픔 같은 여러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가 멜로로 빠지는 순간이랄까.

이건 우상호 감독의 이야기와 먼 이야기지.


“그럼 제가 나갈게요.”


답은 간단하잖아?

내가 나가면 된 일.

다른 단역을 쓰면 되지 무슨 고민을 그리 길게 하신담.


“괜찮겠어? 아쉽지 않겠어?”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나는 이 현장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일당 12만 원.

그것만 보고 일하러 왔으니까.


“괜찮아요. 저는 촬영이 빨리 끝났으면 하거든요. 조만간 시험도 있고.”

“시험?”

“네. 공기업 시험 봐야하거든요.”

“연기 지망생 아니었어?”

“아닌데요.”

“그냥 알바 하러 온 거야?”

“네.”


우상호 감독이 주위를 두리번거린 뒤, 현장 한편에 쉬고 있는 단역 배우들을 바라봤다.


다들 배가 고픈지 라면에 편의점 햄버거를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


우상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돼.”

“....네?”

“아무리 여주가 눈이 삐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잘 생겨야 하고 매력이 있어야지 않겠어? 하윤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설하윤이 단역 배우들과 나를 번갈아 봤다.


다급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감독님 말씀이 맞죠.”


그러면서 피식 웃는다.

왜 웃는데?


“성준 씨, 내가 출연료 좀 인상해 드릴 테니까, 끝까지 좀 해주면 안 되겠나?”


출연료라..

일당에서 출연료라는 고급진 단어로 바뀌니 군침이 삭 돈다.

한 두 배 정도 쳐주려나.

나야 뭐...

어렵지 않지.


“네..감독님이 부탁하신다면...해봐야죠.”

“하윤이는?”

“저도 해볼게요. 감독님.”

“첫 사랑이랑 닮았다면서, 괜찮겠어?”


하윤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금세 얼굴이 붉어진다.

대체 첫 사랑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네..”


나와 설하윤의 동의를 얻은 상황.


우상호 감독이 깊은 생각에 잠긴 뒤 돌돌 말아놓은 대본을 손으로 탁탁 쳤다.

사실 저 대본에 쓰인 건 딱히 없다.

한번 슬쩍 봤더니 딱 한 줄 쓰여 있더라.

‘설하윤이 외딴 남과 키스한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


우상호 감독이 나와 설하윤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이런 기막힌 에피소드를 놓칠 수는 없잖아. 내용에 한번 담아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하....

진심?

나와 설하윤이 넋이 나가 있을 때, 우상호 감독은 별안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천재처럼 매우 들떴다.


“사실 외딴 남자하고 키스 하는 장면은 좀 딱딱하다고 생각했거든, 영화 초반부인데 임팩트도 별로 없고. 그러지 말고, 네 말따나 첫 사랑을 만난 걸로 하면 어떨까 싶은데 말이야.”


아니...

감독님.

내용을 막 바꿔도 되는 거임?


“그게.. 가능한가요?”


설하윤이 나를 대신하여 묻는다.

당혹스러움이 스몄다.

그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 듯.

우상호는 도리어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될 거 같다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영화에 불가능이 어딨냐?”

“.....”


그걸 물은 게 아닌데.


“성준 씨는 대사 좀 칠 줄 아나?”

“처음인데요.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그렇게 하면 돼.”

“네?”

“그렇게 말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고.”

“눈빛은....”

“그렇게 뜨면 돼.”

“.......”

“정말 이렇게 하면 되나요?”

“응. 그렇게 지금처럼.”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수많은 영화제를 석권한 그의 경력 앞에서 내가 반박할 순 없었다.


‘그래, 믿어보자고.’


돈도 많이 준다니까.

그리고 내겐 나만의 ‘능력’도 있잖아?

한 번 시험해 보는 거지.


“이따가 따로 부를 테니까, 그때까지 대기하고 있어봐.”

“네. 감독님.”



***



우상호 감독이 창고 비스무리 한 곳에 박혀서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영화 제작진들과 배우들은 무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우상호 사단의 스테프들은 매우 소수였다.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저마다의 여유를 즐겼다.


나 또한 더 이상 클럽 내부에 있지 않고 잠시 밖을 나와 바깥바람을 쐬었다.


밤 11시.

곧 있으면 막차가 끊길 시간이었지만, 상황을 보니 새벽까지 촬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가 꽤 많이 와 있었는데, 할머니였다.


‘할머니에게 전화가 많이 왔었네.’


무음으로 해놓은 탓에 할머니에게 전화가 온 줄도 몰랐다.


실내 영화 현장이라 전화를 확인 못했는데, 얼른 문자라도 넣어드려야지.


[할머니...오늘 좀 늦을 수도 있어요. 먼저 주무세요!]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내니 금방 답장이 왔다.


[녀석아.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 내일 아침에 닭 먹자.]

[네. 할머니.]


오예.

오랜만에 할머니 표 백숙이다.

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래서 할머니는 나의 엄마였고 부모님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이랄까.


‘오랜만에 할머니 용돈 드릴 수 있겠네.’


그동안 나를 온전히 키워줬는데 남들처럼 제대로 된 용돈 한 번 못 드렸다.


이번 기회에 할머니 용돈도 두둑이 챙겨드릴 수 있을 거 같다.


일당 12만 원 엑스트라에서 그래도 나름 비중 있는 단역으로 진급했으니까..


두 배 정도는 되지 않을까?


때마침 클럽 입구에서 누군가 나왔다.

조연출이었고, 조연출이 나를 발견하더니 손짓을 했다.


“성준 씨, 감독님이 찾으세요.”

“저를요?”

“네. 할 말이 무진장 많아 보이던데.”


그러면서 희미하게 웃는다.

왜일까.

꼴깍 침이 넘어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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