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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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9.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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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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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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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가나 해보자.

DUMMY

“많이 당황스럽죠?”


조연출이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미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듯.


당혹스럽긴 하지.

엑스트라 알바를 하러 왔는데, 일이 어디까지 커져버릴지 모르겠다.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에 조감독이 의외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기 창고 들어가면 감독님 계실 거예요.”

“네.”


클럽 창고 내부로 들어갔다.

우상호 감독이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침묵 속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대본을 쓰는 건지 그림을 그리며 데셍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상념에 빠진 한 사람의 흔한 모습.


그의 표정이 복잡했다.

잠시 후, 감독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깜짝아! 인기척이라도 내지 그래요.”


문 여는 소리 못 들었나?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네. 여기 앉아 봐요.”


우상호 감독이 작은 의자 하나를 앞으로 내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우상호 감독은 여전히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성준 씨.”


우 감독이 무겁게 입을 뗐다.


“네.”

“제가 사실 이런 말씀드리기 굉장히 면구스럽긴 한데, 아까 키스 장면 정말 좋았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요.”

“아...감사합니다.”


나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숙였다.

칭찬은 기분이 좋긴 한데, 그 뒤에 무언가 더 있을 거 같은 예감이다.


“성준 씨 연기 재능 있는 거 알아요?”

“제가요?”


난데없이 연기 재능이라니.

너무 뜬금없다.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데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살면서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


뭐...

그런 사람들...있겠지?


“성준 씨를 보면 딱 그런 사람인 거 같아요.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가는 거죠. 너무 아쉽지 않아요?”


순간 그의 질문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잘 배우고, 돈 많고, 금수저인 감독이 지금 나를 두고 실험 같은 걸 하나?

그의 미소가 꼭 그렇게 느껴진다.


“저는 성준 씨의 내면을 더 보고 싶은데요. 성준 씨만의 그 무언가, 그 깊이를요.”

“....”

“부담스럽다면 말해도 돼요. 저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


우상호 감독이 창고의 문을 바라봤다.

재능을 버리고 나가라는 뜻으로 느낀다.


우상호 감독은 영화계에서도 유명한 달변가라고 들었다.


영화감독을 안했으면 사이비 교주가 됐을 거 같다.


왜인지 스며들지만, 현재 나의 심정과 생각을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감독님...”

“네?”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건가요?”


나의 말에 우상호 감독의 표정이 완전 굳었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표정이 굳는 걸 처음 보는 거 같다.


“이게 장난 같나요?”

“그건 아니지만, 너무 뜬금없어서요. 우상호 감독님이야 워낙에 유명하고 대단한 감독인거 알겠는데, 한낮 엑스트라였던 제게 이렇게까지 대해주시는 것도 좀 의아하고요. 모든 게 장난처럼 느껴져요.”


만약에 이게 정말 장난이라면.

일당 12만 원이고 뭐고 그냥 뛰쳐나가고 싶었다.


“매력적이네요.”

“네?”


이건 또 뭔?


“역시...설하윤과 키스할 때부터 알아봤죠. 부리부리한 눈빛에 그 짧은 순간마저도 상대방을 파악하는 내력까지. 제가 사람 잘못 본 게 아니네요.”

“......”

“저는 그동안 수많은 배우들을 발굴했어요. 현장에서, 길거리에서, 혹은 술집에서요.”

“......”

“정훈 배우 알죠?”

“네. 압니다만..”

“그 친구는 술집에서 캐스팅됐어요. 옆자리에 앉아 있었거든요.”

“.....”

“저 장난 아닙니다. 진지하게 여쭈어 보는 거예요.”


나는 하는 수 없이 짧게 답했다.


“그럼, 해보겠습니다.”


우상호 감독이 진심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나의 꽁꽁 숨겨놓은 재능을 알아봐준 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심지어 나는 능력도 있지 않나.

연기를 더 수월하게 해줄 수 있는 업적 포인트에 따른 능력 말이다.


“그전에 성준 씨?”

“네.”

“저랑 짧은 오디션을 좀 봤으면 해요.”

“오디션이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 감독의 눈빛이 호랑이처럼 번뜩였다.


“성준 씨의 평범함, 그 속에 숨은 결핍을 드러내보죠. 살면서 분노해 본 적 있으세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감독은 내 인생 자체를 끌어내려는 듯했다.


‘내가 겪었던 분노라....’


당장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회사 면접에서의 실패였다.


열심히 준비 했다. 시험 점수도 1등을 했었고, 면접만 앞둔 상태였다.


면접도 곧 잘 봤다. 면접관의 칭찬도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떨어졌다.

왜 떨어졌을까, 숱하게 고민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며칠 뒤에 깨달았다.

나를 대신하여 합격한 친구가 ‘내정자’라는 것을.

내부자들보다 무섭다는 내정자!


그때의 무력함과 자괴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시발....’


생각하니 또 화가 난다.


“좋아요, 바로 그 표정이야.”

“네?”

“그거 분노죠?”

“어떻게 알았어요?”

“얼굴에 쓰였는데요. 뭘.”


우상호 감독은 내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준 씨, 연기 잘하겠는데요.”


이렇게까지 덕담을 해준다니.


“혹시 제가 할 대사는요?”

“대사?”


우상호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대사는 필요 없어요.”

“.......”

“상황에 던져 놓을 테니까, 성준 씨가 알아서 해봐요.”


그래, 대사는 그렇다 치고.


상황이라도 물어보자.


“제가 마주할 상황은요?”

“첫 사랑을 마주한 상황이요. 클럽에서.”

“....”

“해보죠. 이거 잘 되면 나중에 깐느도 같이 가고, 좋잖아요?”


깐느...


이젠 깐느까지 나오나.


때마침, 알림창이 나타났다.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인생 첫 오디션 합격!」

-끝까지 밀고 나가 보아요!


「보상: 업적 포인트 +15」

「누적 포인트 40P!」


‘그래 시부레, 어디까지 가나 해보자.’



***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었지만.

스텝들은 개의치 않는 거 같았다.

오히려 더 재밌어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모르는 거 같다.


우상호 감독도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는 거 같고, 그러한 불확실성을 즐기는 거 같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통할까?

난 모르겠다.

천재들의 발상이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튼 연기를 배운 적도 없는 내게 대사도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라니.


그녀가 어떤 대사를 펼칠지, 혹은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우상호 감독의 말에 의하면, 온전히 ‘자신’을 떠올리며 행동하면 된다고 했으니, 믿어보는 수밖에.


그리고 내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업적 상점!

영화 현장에서 내가 이룩한 인생 업적은 총 세 가지.


0.0001%의 확률을 뚫고 탑스타와 첫키스, 그리고 4연속 키스와 첫 오디션 합격.


‘이제 포인트로 능력을 사야할 때인가’


우상호 감독이 설하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나는 촬영장 한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업적 상점을 열었다.


“상점창!”


『인생 업적 상점창을 개방합니다.』

-인생 업적을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포인트로 능력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 포인트 : 40포인트


능력 구매의 문장.

참 달콤하다.


[구매 가능 능력]

-집중력을 높여보자고요!: 15P

-감정이 잘 안 잡혀요?: 15P

-대본 리딩 능력 향상!: 15P

-상대 배우의 감정이 궁금하죠? 궁금하면 30P!

-감독의 정신세계가 궁금해!: 30P


생각보다 여러 능력이 있었다.

다 읽어보기도 힘들 정도.


어떤 능력을 사야만 할까.

내겐 총 40포가 있으니까, 적당히 분배해서 사야만 했다.

일단 내 눈에 들어온 능력은 단 두 가지.


‘집중력과 감정 표현이라...’


대본 리딩은 필요 없다.

어차피 여긴 대본이 없으니까.


집중력과 감정 표현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능력을 구매하자,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능력 구매 완료!』

집중력 강화 (사용 시간: 12시간)

감정 표현 능력 (사용 시간: 12시간)

『보유 포인트: 10』


능력 사용과 함께, 무언가 내 목을 스쳐지나가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이의 숨에서 흐트러지는 옅은 바람이었다.


미세한 소리들, 사람들의 감정, 공기의 흐름까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설하윤과 우상호 감독이 나누는 대화나 미세한 표정 변화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또렷해진다.


‘이게...집중력 강화인가?’


그리고 머릿속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돌아갔다.


『남은 시간: 11시간 59분』


시간이 흐른다.

나는 우상호 감독과 설하윤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감독님.”

“응?”

“언제 시작하나요?”


뜸들일 시간이 없다.

얼른 시작하라고 이 녀석들아!



***



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제 곧 시작될 촬영인데, 스텝 중 한명인 조감독이 뚱한 표정을 짓는다.


최상식 조감독은 우상호 감독의 20편의 영화중에서 최근 10편을 함께 했고, 우상호 감독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상호 감독의 기행을 옆에서 지켜봐왔는데, 이번 영화는 시작부터 유난이다.


“감독님, 이번 영화는 좀 무리하는 거 같은데요?”

“응?”

“연영과 출신도 아니고 발성도 안 잡힌 친구한테 즉흥 연기를 시도하다니요.”

“하하.”


우상호 감독이 멋쩍게 웃는다.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뭐.”

“네?”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마는 거지. 뭘 그렇게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어?”

“아...그쵸.”

“저 친구 하는 거 보고 안 되면 예정대로 가자고.”

“네. 감독님.”

“그리고 우리가 예전부터 계획한 대로 한 적이 있나?”

“그건 아니죠.”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설하윤의 눈빛을 봐, 아까하고 많이 달라지지 않았어?”


최상식의 시선이 설하윤에게 향했다.

클럽 내부 테이블에 앉은 설하윤이 표정...

아까보다 분위기가 더 살아 있다.

어딘가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듯, 동시에 그 상처를 억누르려는 표정이다.


“인생이 꼭 그렇잖아. 설하윤의 첫사랑과 닮았다는 성준 씨, 그리고 키스.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

“흐흠..맞습니다. 감독님.”


최상식이 멋쩍게 웃었다.

우상호를 의심하다니, 단순 기우였다.


우상호 감독의 이런 스타일은 익숙하다.

영화는 인생처럼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였지.


때마침 설하윤이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성준도 마찬가지.


그들이 연기해야할 감정은 단순하다.

첫사랑을 클럽에서 마주했다.

아주 망가진 채로.

그렇게 서로 키스를 한다.

격정적일까, 애간장을 녹일까.

정해진 답은 없다.

배우에게 맡겨봐야지.

우상호가 외쳤다.


“액션!”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클럽의 조명이 번쩍이며 촬영이 시작됐다.


청룡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설하윤,

그리고 엉겁결에 캐스팅한 일반인 김성준.


그들을 바라보는 우상호의 눈빛이 빛난다.

과연 어떤 장면이 탄생할까.

그런 호기심이 깃든 설렘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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