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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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9.10 0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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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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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 준비 됐어요.

DUMMY

베드씬.


그 단어를 듣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질 뻔했다.


겨우 침착하게 대답했다.


“샤워는 하고 왔는데요!”


우 감독이 그 말을 듣더니 배를 잡고 웃었다.


“크하하하.”


"....."


“꿈 깨, 자식아.”


“하하... 아니죠?”


예상했던 대로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베드씬이라니...어후!


“따라와. 얘기나 좀 하자.”


우 감독의 뒤를 따라 모텔 앞 화단에 걸터앉았다.


우 감독이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나도 한 가치를 받아 물었다.


후우-


오랜만에 담배를 피운다.


“잠은 푹 잤냐?”


“네. 감독님은요?”


“한 시간 정도 잤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게 증거구나.


“하윤 씨는요?”


“하윤이? 걔는 매니저 차에서 자고 있을 걸. 밤새 촬영했으니까.”


역시, 고생이 많았구나.


“고생 많으셨겠네요.”


“뭐, 고생은 이제부터야. 오늘 밤이 클라이맥스거든.”


우 감독은 담배를 깊게 빨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


연기가 어스름 속에 길게 퍼져 나갔다.


긴장과 기대감이 뒤섞여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오늘 촬영할 장면이 뭐예요?”


“오늘은 하윤이랑 네가 클럽에서 만나고 난 후의 장면이야. 무명 여배우가 홍대를 떠돌며 방황하는 이유가 결국 너란 말이지.”


나란 존재가 중요해졌구나.

이젠 침착하자.

어차피 대본 따위 중요한 게 아니니까.


“설하윤 씨랑 어떻게 감정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한텐 너무 큰 역할인 것 같아서.”


우 감독은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담배를 털었다.


“겁먹을 필요 없어. 하윤이는 네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걔, 겉으로는 밝아도 속에 무거운 짐이 많거든. 너랑 비슷한 구석도 있을 거고.”


“비슷한 구석이요?”


“응. 하윤이도 실패를 많이 겪었어. 겉으로는 항상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많이 힘들어했지. 그걸 연기로 풀어내는 거야. 넌 그걸 받쳐주면 돼. 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설하윤의 웃음 속에 숨겨진 상처와 후회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제 기사에 달린 악플들 때문일까? 왜인지 그녀의 마음을 읽고 싶었다.


“어렵냐?”


“아뇨, 해볼게요.”


“흘러가는 대로 해. 그게 핵심이니까.”


우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흘러가는 대로.’


그게 이번 영화의 핵심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해야만 했다.


“아, 성준아.”


“네, 감독님.”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어.”


“어떤...?”


“네 내면을 숨기지 마.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 여자하고 못 해봤던 것도 너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야.”


"..."


또 쑤시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한 번 해봐. 좋은 장면이 나올 것 같으니까.”


우 감독은 담배를 마저 태우고는 벌떡 일어섰다.


이상하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현장이 점점 재밌어진다.


“그럼 좀 쉬고 있어. 난 하윤이 좀 깨우고 올게.”


“네, 감독님.”


우 감독이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 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제 또 때가 왔구나.’


능력을 쓸 차례인가?


우상호 감독의 미친 주문을 잘 해내기 위해선, 나의 마법 같은 능력이 필수다.


“상점창!”


상점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인생 업적 상점창을 개방합니다.』

현재 보유 포인트: 80포인트


[구매 가능 능력]

-집중력을 높여보자고요!: 15P

-감정이 잘 안 잡혀요?: 15P

-대본 리딩 능력 향상!: 15P

-상대 배우의 감정이 궁금하죠? 궁금하면 30P!

-감독의 정신세계가 궁금해.: 30P

-즉흥 연기가 필요하세요?: 20P

.

.



능력들이 꽤 많다.


입맛을 다시며 능력을 하나하나 살폈다.


이 영화의 미친 연기 주문에 딱 맞는 능력을 찾아야 했다.


“즉흥 연기... 이거면 되겠네.”


『즉흥 연기 능력을 구매하셨습니다. 20포인트 차감되었습니다. 남은 포인트: 60P』


즉흥 연기가 이번 촬영의 관건이다.

대사도 많을 거라고 했다.

‘자신’을 철저히 보여줘야 하는 연기니까.


그리고 다음으로...


설하윤의 감정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배우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으면, 감정 연기에서 훨씬 수월하겠지.


『상대 배우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구매하셨습니다. 30포인트 차감되었습니다. 남은 포인트: 30P』


남은 포인트는 쓰지 않고 내버려둘 생각이다.


언젠가 또 필요할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


“구매 종료.”


상점창이 닫힘과 동시에, 구매한 능력들이 나타났다.


『즉흥 연기 (사용 시간: 12시간)』

『상대 배우 감정 파악 (사용 시간: 12시간)』

『보유 포인트: 30』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우 감독이 말한 대로 흘러가는 대로 연기를 하는 것뿐이지.’



***



‘참...암만 봐도 특이하다니까.’


우상호 감독이 하윤의 차로 향하는 동안.

다시 한 번 뒤돌아 성준을 바라봤다.


깊이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괴짜의 향.

천재 일까?

아니면 단순 초심자의 행운이 깃든?


아직 확실하진 않다


최상식 조감독이 다가와 묻는다.


“얘기는 잘 했어요?”


우상호 감독이 고개를 갸웃.

뭔가 이상한 표정이다.


“왜요? 못하겠대요?”

“아니. 그게 아니라...저 친구 진짜 보통이 아냐.”


예상외의 답이다.

최상식이 묻는다.


“무슨 일 있었어요?”

“엄청 어려운 주문을 해도 전부 괜찮대.”

“네?”

“사실 이게 프로들은 질겁할 수준이거든.”


대본도 없이 연기를 하라는 건 타자에게 배트 없이 공을 치라는 뜻과 같다.


아무리 우상호라고 할지라도, 숱한 경험을 가진 배우들은 손사래를 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합의선을 보겠지.


한데, 저 친구는.


“좀 무리해서 부탁했더니, 전부 할 수 있대.”

“정말요?”

“응.”


최상식의 시선도 난간에 걸터앉은 김성준에게 향한다.


눈을 감은 채 무어라 중얼거린다.

마치 신들린 듯이.


저 모습을 보니 괜히 무섭다.


“와....확실히 뭔가에 미쳐있긴 하네요.”

“저게 바로 예술이지... 봐, 아무도 대본을 안 줬는데도 저렇게 몰입하고 있어. 이런 경험 있냐?”

“없죠. 단 한번도.”

“내로하 하는 배우들하고 웬만하면 다 해 봤는데, 저런 친구는 처음이야.”


최상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기를 배운 적도 없는 초보에게 풍길 수 있는 아우라가 아니다.


“상식아, 만약 저 친구가 이번 촬영을 무사히 끝내잖아?”

“.....?”

“천재가 틀림없는 거야.”

“.....!”

“나는 천재를 발굴한 감독이 되는 거지.”


우 감독이 다시 한 번 성준을 바라봤다.

중얼 중얼...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모습.


“확실히 보통은 아니네요. 감독님. 사실 저도 어제 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어요.”


최상식의 간증이 이어진다.

키스를 했을 때의 그 집중력.

눈빛과 호흡, 감정 조절까지.

일반인의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은 저 친구의 어떤 면을 보고 발굴하신 건가요?”


최상식은 궁금했다.

저런 인재를 어떻게 한눈에 알아봤는지.

우상호가 웃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

“걔가 내게 와서 빛이 되어 준 거지.”

“.....!”

“내가 빛을 찾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

“아....”

“이해되나?”

“네. 감독님.”


그 말인 즉, 김성준이 홀로 빛났다는 거니까.


우상호가 말을 잇는다.


“촬영 준비는 다 됐지?”

“네. 감독님.”

“네가 성준이 데리고 올라가 있어. 하윤이 데리고 올라 갈 테니까.”

“네.”


최상식 조감독이 성준에게 다가간다.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집중해 있는 성준.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다.


“성준아?”


김성준이 눈을 부릅뜬다.

집중을 깨트려서 괜히 미안한 최상식.


“집중 했구나? 무슨 생각 했어?”

“영화 생각이요.”

“영화? 무슨 영화?”

“이번 영화 생각하죠, 조감독님. 설하윤과 제가 품어야할 감정, 그리고 앞으로 어떤 대사를 주고받을지에 대한 전개요. 감독님은 제게 상황을 던져주셨잖아요. 저는 그러면 상상을 해야겠죠.”


성준의 말에 조감독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이미지 메이킹인가?’


대본도 없이, 상황만 듣고 이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는 이 친구는 대체 뭐지?

최상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상상까지 다 해놨다고?”

“네, 어느 정도는요.”


자신도 막연하여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모르거늘!


더는 집중을 깨뜨려선 안 될 거 같아, 최상식이 얼른 말문을 꺼낸다.


“촬영 곧 시작할 거야. 올라가자.”

“네. 조감독님.”


김성준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난다.

다 씹어 먹어 버릴 듯한.

맹수의 눈빛이다.


“얼른 가시죠.”



한편..

우상호 감독이 향한 곳은 설하윤이 있는 차량.


마침 설하윤이 차에서 나와 기지개를 길게 편다.


“하윤아, 푹 잤냐?”

“이제 좀 괜찮아요.”


최근 강행군이 이어진다.

오늘도 두 시간 잤나?


“감독님 너무 무리해서 찍으시는 거 아니에요?”

“이 정도는 약과야. 잠시 얘기 좀 해.”


우상호와 설하윤이 향한 곳은 주차장 한 편에 있는 작은 흡연 테이블.


우상호가 담배를 또 태운다.


“필래?”

“아뇨.”

“촬영 얘기는 조감독에게 들었지?”

“네.”

“자연스럽게 가보자고. 이번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알고 있지?”

“..네”


설하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중요하다, 중요하다, 골백번도 넘게 들어서 귀에 피가 날 지경.


“흐름은 네가 이끌어 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돼. 꾸밈없이. 네 속에 깃든 상처와 후회, 관객들이 너의 삶에 연민을 느끼도록.”

“네. 감독님.”


설하윤이 짙은 숨을 내쉰다.

비록 대본이 없는 현장이지만, 그간 맡은 배역 중에서 감정 소모가 가장 심하다.


후회라..어떤 후회를 보여줘야 하며.

깊게 새겨진 상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막연하다.

한데..더 걱정되는 게 있었다.


“감독님?”

“응.”

“성준 씨가...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하다 외치던 이번 장면에서 김성준이 오롯이 해낼 수 있을까?

아역부터 해온 10년 차 배우인 자신도 감정 소모가 심한데, 그가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망치지는 않을까.

그런 노파심도 들고.


하지만, 우상호 감독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하윤아.”

“네. 감독님.”

“걔 걱정은 하지 마.”

“...네?”


순간 당황한 설하윤.

연기를 처음해본 일반인인데.

걱정을 하지 말라니.


“아마 너보다 잘할 걸?”

“저보다요? 감독님?”


설하윤이 재차 묻는다.

우상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하지만..

우상호 감독의 말이라면.


“정말인가요?”

“월등해. 난 그렇게 믿어. 재능 하나 만큼은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수준이야. 그러니까, 남 걱정 하지 말고 너의 내면만 들여다 봐. 걔는 다 받아 칠 거니까.”


설하윤이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머리를 넘긴다.


‘나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20대 초반에 청룡 여우조연상으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런 자신을 뛰어넘는 게 김성준?


우상호 감독이 이렇게까지 칭송한 배우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단 한명도 없었다.


자신도 그런 칭찬을 못 받았으니까.


“알겠어요. 감독님. 저만 집중 할게요.”

“시작해보자고.”



***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은 오래된 모텔 내부다.


여기저기 벽지가 누렇게 떴고, 에어컨에는 곰팡이 냄새가 난다.


‘10년 전으로 회귀한 거 같네.’


살면서 모텔을 처음 가본 적은 대학생 때.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 퍼마시고 네 명이서 부둥켜 잤더랬지.


그때 이후로 처음이다.


방 내부로 설하윤이 들어온다.


차림새는 키스 했을 때와 동일하다.


청바지와 반팔.


그리고 낮게 땋은 머리.


한 눈에 봐도 청순해 보이는 차림새다.


‘또 봐도 예쁘긴 예쁘네.’


“안녕하세요, 성준 씨.”


설하윤이 인사한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


“피곤해 보이세요.”


나의 말에 설하윤이 한숨을 내쉰다.


“잠을 못자긴 했지만 괜찮아요. 성준 씨는 촬영 준비 잘 되셨어요?”


준비?

마음을 다잡았냐고 묻는 게 맞지 않을까.


'흘러가는 대로'라는 우 감독의 지침을 지키는 것이 준비의 전부니까.


그저 상황에 맞춰,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전 준비 됐어요. 하윤 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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