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필빛
작품등록일 :
2024.09.10 0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15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98
추천수 :
39
글자수 :
53,951

작성
24.09.14 01:20
조회
127
추천
4
글자
12쪽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DUMMY

첫 사랑.

아주 지질맞게도 내게 첫사랑은 쓰디쓴 아픔만 안겨준 기억하기 싫은 단어 중에 하나였다.


나도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정확히는 6학년 빼빼로데이.


그녀가 내게 건네 준 빼빼로 한 상자에 마음을 빼앗겼다.


민둥산 같은 내 마음에 빼빼로 한 그루를 심어준 그녀.


무럭무럭 자라나 과실을 맺고 숲을 이루었었건만, 그녀의 빼빼로가 나뿐만 아니라 여러 남자들에게 심겨 있다는 걸 안 뒤로 마음을 접었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중 고등학교는 남탕을 나왔고, 대학교를 다닐 적에는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연애를 할 시간이 없었다.


짧았던 첫 사랑의 시름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니 지금 이 순간을 편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설하윤이 내 첫사랑처럼 보였다.

그녀가 한 걸음씩 내게 다가왔다.


내 머릿속은 고요했다.

그녀의 눈빛만 보였다.

첫사랑과 닮은 얼굴.

같은 눈빛, 같은 미소. 그리고 그 미소 뒤에 감춰진 상처까지.


집중력의 효과 덕인가.

모든 감각이 선명해진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첫사랑을 마주한 그때처럼 가슴이 아릿하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네?”


설하윤의 대사가 날 파고든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이 순간에 어떤 말을 뱉어야 할까.

그래, 반갑다고?

아니면 그때 빼빼로는 왜 줬냐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기분이다.


“잘 지냈어?”


대사가 아니었다.

진짜 내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설하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아마도 내 말이 대사 같지 않아서였겠지.

한순간 주춤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여기서 뭐해?”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다.

멈춰서는 안 되었다.

어떤 말이라도 내뱉어야만 했다.

현실과 연기의 경계가 무너진다.

내 감정은 이미 대사와 관계없이 끌려갔다.


“취업 준비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왔지. 너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사였을까.

설하윤의 눈이 잠시 커지더니 곧 다시 가라앉았다.


“나도 비슷해. 뭐...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


그녀의 목소리엔 담담한 심정이 섞여 있었지만, 지쳐있다는 게 느껴진다.


다 내려놓고 싶고, 포기하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그런 감정.


하윤은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진다.

머릿속이 번뜩였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대사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입술만 떼었다가 다시 닫았다.


설하윤의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숨소리가 엇갈리고, 서로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와 나의 입술이 닿았다.


모든 생각이 멈추고 몰입하게 된다.


주변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우리 둘만 존재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옅은 숨결에서 감정이 느껴진다.


고단함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 설하윤을.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기가 아닌, 내 안에 묻혀 있던 감정을 꺼내고 있었다.


깊었던 키스가 끝나고.

우린 서로를 잠시 응시했다.


대사는 없다.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시간이었다.


나의 평범함.

그 속에 숨은 결핍.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내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상호 감독이 외쳤다.


“컷.”


짧고 강렬한 컷

이어진 결과는.


“다들, 수고했어.”


오케이였다.

하윤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성준 씨.”

“네.”

“연기 되게 잘하시네요.”


연기를 잘한다고?


“....지금 연기하신 거죠?”


나의 말에 설하윤이 피식 웃었다.


“고마워요. 잘 상대해줘서.”


하윤이 뒤돌아 떠났다.

역시 배우는 배우인가.

순간의 강렬했던 감정을 금방 추스른다.

나는 아직 감정 정리가 덜 됐는데 말이지.


‘연기란 이런 거구나.’


처음으로 겪는 연기다.

생각보다 매력 있다.

성취감도 있고.


물론, 포인트도 상승한다.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다섯 번째 키스 달성!」

-대체 무슨 복을 타고난 거죠?


「인생 첫 대사 성공!」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보상: 업적 포인트 +20P」

「누적 포인트 30P」



***



“감독님, 잘 찍힌 거 같은데요.”


최상식 조감독이 우상호 감독에게 말했다.

우상호 감독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한 번더 부른다.


“감독님?”

“어?”

“다음 촬영요.”

“아...그래. 다음 촬영.”


우상호 감독이 정신을 차린 뒤 스크립트를 살폈다.


김성준의 역할은 여기서 끝.

남은 건 설하윤을 중심으로 감정 연기만 보여주면 될 일이다.


한데..


‘왜 아쉽지..’


방금의 영상이 아쉬운 게 아닌.

김성준을 여기서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그의 연기는...

그 자연스러운 감정 흐름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우상호가 추구하는 현실 그 자체의 모습이랄까.


'이게 정말... 연기를 처음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


김성준이라는 이름, 처음엔 그저 엑스트라로 스쳐 지나가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방금, 그는 영화 속 인물 그 자체가 되었다.


설하윤의 즉흥 대사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


심지어 그의 표정, 눈빛, 감정의 깊이까지..


그것은 아마추어가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프로 배우들도 이런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 안에 깃든 진정성과 몰입감은 재능의 영역이니까.


“감독님!”


최상식이 다시 우상호를 불렀다.

우상호는 결심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 공책을 들고 어디론가 향했다.


최상식이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또 무슨 생각을?’


수년 간 익숙하게 봐온 저 뒷모습.

저 모습은 무언가 번뜩 떠올랐을 때 하는 행동이다.

영화를 10편이나 함께 했으니, 마누라보다 더 잘 안다.


‘저땐 건들면 안 돼’


그저 묵묵히 우상호 감독의 시간을 기다리는 게, 영화를 위한 일이었다.


우상호 감독이 창고 내부로 들어가자, 최상식이 스텝들에게 말했다.


“담배 한 대 태우자고.”


우상호 감독이 창고로 들어가 앉았다.

충격의 잔상이 아직도 퍼진다.

오래된 백열등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김성준과 설하윤의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흐흠...방금 건 그냥 연기가 아니었어. 확실해.’


감정의 깊이는 스크린을 뛰어넘었다.


특히 김성준.


이게 어떻게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의 모습일 수 있단 말인가?


본능적으로 탁월한 감각을 지닌 자였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설하윤 역시 그와 함께 몰입했다.

그 짧은 순간에 느껴졌던 숨 막히는 몰입감은..그동안 본 적 없던 모습이다.


‘설하윤도 자신을 넘어섰어...’


설하윤이 성장한 거 같아 감격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매우 정적이었으니까.


‘상대 배우의 역할이 컸지.’


김성준의 재능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채 공책에 무언가를 급히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김성준을 더 영화에 끌어들일 방법을 모색했다.


‘어떻게든 더 끌어내야 해..’


어떤 방식이 좋을까.

그러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첫사랑이었던 남녀가 클럽에서 만나 키스를 했다.


과연 거기서 끝날까?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는?


우상호 감독이 거침없이 휘갈겨 쓴 뒤,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클럽에서의 만남과 키스는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혼란스러움이 얽히는 순간, 설하윤의 내면이 더 살아날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선...


‘김성준이 필요해.’


확실하게 정립된다.

이 영화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함을.



***



우상호 감독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었다.

빗장을 걸어 둔 창고 내부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우 감독이 알아서 나올 때까지, 스텝들과 배우들은 무한정 대기였다.


나와 최상식 조감독은 우 감독이 있는 창고의 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조감독과는 아까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고 금방 친해졌다.


“이렇게 해도 영화가 나오나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최상식 조감독이 걱정 말라며 내 어깨를 토닥거린다.


“아마...한 달 뒤에 완성될 걸?”


한 달 뒤?

이제 첫 장면 찍은 거 같은데?


“그렇게나 빨리요?”

“응. 편집까지 전부해서. 사실 한 달도 늦지. 예전에는 2주 만에 완성한 적도 있는 걸.”


엄청난 작업 속도구나.


“제 역할은 아직 안 끝난 거죠?”

“응, 감독님이 별 말씀이 없으시네. 아무래도 생각이 깊으신 거 같아.”


생각이 깊다니.

또 무슨 생각을 하려나.

이젠 좀 무섭다.


“그래도 넌 복 받은 거야.”


내가?


“...복을요?”

“하긴 넌 모르겠지. 우상호 감독하고 영화 하려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 예전에는 돈 다발 들고 찾아 온 기획사 대표도 있었다니까.”

“와...”


우상호 감독이 전 세계 영화계에서 많은 추대를 받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까지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때마침, 우상호 감독이 문을 열고 나왔다.

무언가 결심한 모습.


그리고 내게 시선을 던진다.


“성준 씨.”

“네.”

“잠시 얘기 좀 할까?”


조감독이 얼른 가보라며 등을 떠민다.


엉겁결에 또 다시 저 창고 내부로 들어가게 됐다.


우상호 감독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익숙한 전경, 기시감이 느껴진다.


아까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백지였던 우상호 감독의 노트가 빼곡하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완성했어.”


이상하게 기뻤다.

원래는 제작 전에 완성해야 될 게 시나리오인데.

참 빨리도 완성하시네.


“네. 잘 됐네요.”

“그전에..성준 씨한테 부탁 좀 해야겠는데.”


마른 침을 삼켰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내 역할이 키스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더니..


“네. 말씀해주세요.”

“성준 씨.. 아다라고 했지?”


......


한대 칠까.


솔직하게 답해야지.


“네. 감독님.”

“너의 그 특별한 감성이 정말 중요하거든.”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


“그래서요?”

“모텔에서 촬영 가능하겠냐?”

“모...텔이요?”


대체 거기서 뭘 하려고.

막장까지 가는 건 아니겠지?


“무슨 장면인데요?”

“대본 확인해 봐.”


내게 공책을 내민다.

휘휘 갈겨써서 알아보기 힘든 글씨.

그 가운데 이런 단어가 보였다.


모텔, 사랑, 후회, 담배.

그리고 청춘까지.


“제가...할 수 있을까요?”


이건 전문 배우들이나 하는 연기가 아닌가?

너무 갑작스런 제안이라 어리둥절하다.


“성준 씨.”

“네. 감독님.”

“나랑 함께 하고 싶으면 끝까지 날 믿어주시고, 그게 아니라면...”


우상호 감독의 시선이 향한 곳은 창고 문.

언제든 나가도 된다는 뜻이지.


짧게 생각한 뒤 답했다.


“감독님.”

“응?”

“시켜주신다면 하겠는데요.”

“잘 됐네.”


우상호 감독이 옅은 웃음을 짓는다.


“근데..저도 궁금한 게 있어요.”

“뭐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부분이다.


“제 출연료는 어떻게 되는 거죠?”

“출연료라....”


매우 진지해지는 그의 눈빛.


급여 날이 다가온 편의점 사장님의 눈빛과 같을까.


“하윤 씨가 이번 영화로 얼마 받는지 아냐?”

“얼마죠?”

“노개런티”

“돈을 안 받아요?”

“응.”


참.....

그래서 나도 노개런티로 하라는 건가.


우상호 감독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잣말을 한다.


“설하윤이 노개런티니까......”


“......”


“가만 보자...성준 씨는..얼마를 받아야 할까.”


“......”


“성준 씨.”


“네!”


“취준생이라고 했지?”


“네. 저 돈 없어요.”


“삼백정도 받으면 되려나?”


......!


삼백만 원이라.


방방 뛰고 싶은 심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15 45 0 -
10 계속 전진해보자고! NEW +3 12시간 전 43 2 13쪽
9 대본 연기 해보고 싶습니다! 24.09.18 80 4 13쪽
8 천재일 수도 +2 24.09.17 100 4 15쪽
7 전 준비 됐어요. 24.09.16 109 4 12쪽
6 오늘 베드씬 찍어야지! +1 24.09.15 126 4 13쪽
»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24.09.14 128 4 12쪽
4 어디까지 가나 해보자. 24.09.13 137 4 11쪽
3 인생이 이렇게 풀리나? 24.09.12 145 5 11쪽
2 별안간 네 번째 키스. 24.09.11 157 4 11쪽
1 첫 키스를 해버렸다. 24.09.10 174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