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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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9.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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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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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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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를 해버렸다.

DUMMY

살면서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면 귀가 빨갛게 변하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나의 귀는 빨갛게 물들었고,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게 흘렀다.


그러니까, 질문은 이랬다.


“키스 해본 적 있냐?”


못 했다.

안 한 게 아니었다.

내 나이 스물일곱, 나의 분홍빛 입술은 아직 아다였다.

나는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


“아뇨, 안 해봤습니다. 감독님.”


나의 말에 우상호 감독이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에이! 거짓말 하지마, 네 나이 정도면 다 해보는 거 아니냐?”

“진짜 안 했어요.”

“진짜?”

“네.”

“네 나이가 몇인데?”

“스물일곱이요.”

“그때까지 키스를 안 해본 사람은 처음 보네. 그럼 섹스도 안 해본 거야?”


‘때릴까?’


일의 순서가 있지 키스를 안 해봤으면 당연히 그것도 안 해봤을 거 아니냐.

알면서 물어보냐.


“네, 아쉽게도 못 했네요.”


나의 말에 우상호 감독이 몇 번 고개를 주억거린 뒤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잘 된 거야.”

“.....?”

“난 네가 멀쩡하게 생겨서 현장에서 급하게 뽑은 거지, 네가 뭐 키스를 잘해서 뽑은 건 아니니까. 어쨌든 이번 장면은 네가 여주한테 당하는 입장이야.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정말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죠?”

“그래, 말 그대로 지배당하는 거야 지배! 지배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

“네. 그럼 가만히 있을게요.”


현재 나는 엑스트라 알바 중이었다.

원래 예정된 한 배우가 사고를 당해 못 온다고 했고, 현장에서 탑스타 여배우와 키스를 할 수 있는 단역을 뽑았는데, 그게 하필 내가 됐다.


얼굴이 순진하게 생겼다는 이유였다.


사실 단역이 무슨 키스 씬을 찍겠냐만, 우상호 감독의 이번 영화 ‘덜떨어진 연애’에서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다.


주인공 여주가 실연을 당하고 외간 남자와 클럽에서 놀다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으니까.


‘그 외간 남자가 나란 말이지.’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어차피 이 씬은 설하윤이 주도하는 장면이니까. 하윤의 리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하면 돼, 알았지?”

“네, 감독님.”


말은 최대한 덤덤하게 하면서도 심장은 미칠 듯이 뛰었다.

사건이 너무 급박하게 흘러간다고 할까.

일당 12만 원에 혹해 엑스트라 알바에 지원했는데 대뜸 여주와의 키스신이라니.

키스를 해서 좋다는 감정보다는 부담감이 엄청났다.


‘그냥 자연스럽게, 가만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식물처럼.’


그렇게 스스로 주문을 외우듯 최면을 걸었다. 나는 어차피 연기 지망생도 아닌 취업 준비생, 연기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클럽에서 춤추는 엑스트라3에서 탑스타 키스남1로 보직이 변경됐으니 일당도 두둑이 챙겨 줄 테고 말이지.


‘그래...이렇게 된 거 일당이나 바라보자고.’


클럽을 대관한 촬영장은 스텝들로 북적거렸다. 처음 와본 촬영 현장이라 참 신기한 게 많았다.


촬영에 필요한 소품과 조명, 카메라, 여러 스텝들이 바삐 움직이는 걸 현장 한 편의 의자에 앉아 신기하게 바라봤다.


심심하면 가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나를 엑스트라의 세계로 이끌어준 친구와 문자 질을 하곤 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우상호 감독이 아닌, 이번에는 탑스타 설하윤이었다.


“...설하윤?”


나는 설하윤의 얼굴을 보자마자 속으로 했어야 할 말을 입으로 뱉어버리고 말았다.


설하윤의 외모가 그만큼 압도적이어서 그랬던 걸까.


하얀 피부, 분홍빛 입술, 가녀린 눈빛...TV에서나 보던 그녀의 얼굴이 내 앞으로 불쑥 다가오자, 흐흡!하며 숨을 참았다.


“성준 씨라고 하셨죠?”

“네..안녕하세요.”

“어려보이네요.”

“스물일곱 살입니다.”

“어머, 저랑 동갑이네요?”

“아...그래요?”


그리고 다음 대사는 어떻게 나와야 하지?

반갑다고?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금방 끝날 거예요.”

“아..네 알겠습니다.”


이 판국에 어떻게 긴장을 안 하랴.

막상 키스의 주인공과 대면을 하니 잠잠했던 심장도 더 터질듯이 뛰길 시작했다.


‘시발, 그만 좀 뛰어!’


설하윤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분장을 위해 분장실로 들어갔고, 나는 또 다시 혼자 의자에 앉아 긴 대기 시간을 홀로 곱씹었다.


설하윤은 20대 연기자 중에서도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천재 배우 중 하나다.


이미 20대 초반에 청룡 여우조연상까지 탔고, 이번 영화로 주연상까지 노린다고 했으니까.


때마침 촬영 준비가 모두 끝났고, 나는 스텝이 구해준 칫솔과 치약을 들고 화장실에서 폭풍 양치질을 한 뒤, 그것도 모자라 리스테린과 구강 청결 스프레이로 향기를 더 했다.


인생의 첫 키스가 될 상황인데, 마땅히 정성을 다해야지 않겠나.


촬영장에 들어가니 이미 촬영 준비는 거의 끝자락이었고, 우상호 감독과 조감독, 여러 스텝들이 미동 없이 감독의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조연출의 지시에 따라 춤추는 엑스트라들의 틈에 끼어 춤을 추다가 설하윤과 눈이 맞아 키스를 하면 되는 배역.


‘휴우..할 수 있어.’


그렇게 마음을 다잡자마자, 스텝들의 스피드, 롤, 테이크 몇 번을 얘기하더니 감독의 액션 소리가 들렸다.


“액션!”


그 순간 촬영장의 조명이 클럽처럼 정신없이 번쩍였고,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두둠치, 두둠치.


나도 엑스트라의 틈에 섞여 춤을 추고 있을 때, 설하윤이 등장하여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촬영장의 모든 소리가 차단된 것만 같았다.


서서히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하윤에게 풍기는 은은한 향수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숨이 가빠지려는 순간, 그녀의 손이 나의 턱에 닿았다. 부드러운 손끝이 피부에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전율이 온몸으로 퍼졌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

처음엔 가벼웠다. 마치 깃털이 살짝 스친 것처럼.


촉촉하면서도 따뜻한 입술을 타고 전해지는 미묘한 떨림, 심지어 하윤의 숨결이 느껴졌고, 그녀의 가슴이 살짝 나의 가슴에 부딪쳤다.


모든 감각이 집중된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리드에 따라 그대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혀가 나의 입속으로 들어온 순간, 아까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녹아버릴 것 같은 감정이 이런 걸까. 하윤의 혀는 느리고 조심스럽게 나의 혀와 맞닿으며 감각을 자극했다.


‘이게....키스구나..’


이십칠 년 인생을 손해 본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여태 안 해보고 살았을까.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뭔가가 변했다.

확실히 무언가 변했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번뜩 눈을 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녀의 감촉이 생생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나의 감각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예민해졌다는 것이었다.

시선, 감정, 심지어는 주변의 소리마저도 또렷하게 느껴졌다.

무언가가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첫 키스 달성」

보상: 업적 포인트 +10점


응?

이게 뭐지?

게임 속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우상호 감독이 거세게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야 왜 눈을 뜨고! 지랄이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눈 감으라고 했잖아! 키스 할 때 눈 뜨고 있으면 어떡해, 너 진짜 한 번도 키스를 안 해본 거냐?”

“....”


키스할 때 눈 뜨면 안 되나?

해봤어야 알지.

하윤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성준 씨, 키스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이게 무슨 개쪽이람.


“네...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아니고, 의외네요. 그렇게 안 봤는데요.”

“아....”

“다시 해봐요. 천천히. 제가 리드할게요.”

“네.”


포근한 누나 같은 그녀의 음성.

왜인지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음을 다잡았다.

상태창은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저 이번 키스씬을 제대로 해내야만 했다.


“다시 간다! 레디, 액션!”


우상호 감독의 소리가 울리고, 다시 한 번 조명이 번쩍였다.


설하윤이 내게 천천히 다가왔고, 나는 아까의 상황을 반복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눈을 꾹 감았다.


설하윤의 향기가 나의 코끝을 스쳤고, 마침내 그녀의 입술이 닿았다.


이번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변하고 있었다.

능력이 깨어나고 있었고, 뭔가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예전 같은 어설픈 키스가 아니었다.

지배당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배를 당하는 상황마저도 어떻게 해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혀에 따라 움직이며, 함께 느꼈다.


그 순간.


“OK!”


우상호 감독이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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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별안간 네 번째 키스. 24.09.11 157 4 11쪽
» 첫 키스를 해버렸다. 24.09.10 17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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