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모태솔로 눈떠보니 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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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가람
그림/삽화
쭈가람
작품등록일 :
2024.09.10 18: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5:4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55
추천수 :
17
글자수 :
87,904

작성
24.09.10 18:50
조회
59
추천
1
글자
7쪽

Prologue01. 첫번째 꿈

DUMMY

하루 중 단 2시간.

나의 작은 공간에서 햇빛을 받아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2시간, 그것도 창문의 작은 틈새로 겨우 들어오는 빛이다.

나머지 시간은 어둠뿐이다.

쾌쾌한 곰팡이 냄새를 감추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인다.

눈앞 노트북 화면에서 새어 나오는 빛과 담뱃불의 끝자락이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해 보인다.

작은 반지하 방 한편에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공간에 엎드려 노트북 화면을 응시한다.


[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


나는 글을 쓴다.

거짓의 글을 쓴다.

상상의 글을 쓴다.

나는 누구든 될 수 있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 모두가 될 수 있다.

여러 채의 집과 여러 대의 차와 여러 개의 명품을 가지고 있는 능력 있는 사람!

물론 키 크고 잘생긴 건 덤이다.


[ 아. 오늘은 누가 되어볼까. ]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근육질의 남자가 보인다.


[ 오늘은 근육질의 운동남이 되어 볼까나. 체육관 관장이 좋겠어. ]


소개팅 앱을 연다.


<< 프로필 - 사진 -

이름 : 이준석 (남자)

나이 : 28세

직업 : 트레이너

소개 : 직접 체육관을 운영.

경제적으로 능력 있고 섹시한 분을 원하신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우선 SNS로 충분히 친해진 후 만남 추구 >>


[ 연락만 주고받다 사라지면 끝이지. 이번에는 누가 걸려주려나. ]


사진은 아까 찾은 근육질 남자를 비슷하게 편집해서 올렸다.

사실 나는 모태솔로다.

못생겨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다.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돈이 없다.

그래서 거짓으로 만든 캐릭터가 되어 방구석 가상 테이트를 한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가 되는 것은 너무 쉽다.


‘디리링’


[ 역시, 저 프로필을 보고 안 넘어올 여자는 없지. ]


{ 제 프로필 보시고 연락 주세요! }


[ 누군지 한번 볼까? ]


<< 프로필 -사진-

이름 : 이주연 (여)

나이 : 23세

직업 : 간호사

소개 :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


[ 오호. 생김새는 귀엽고 순하게 생겼네. 좋았어. ]


{ 프로필 봤어요. 우리 한번 알아가 볼까요? 먼저 SNS로 서로를 알아보고 마음에 들 경우에 직접 만나요. }


{ 좋아요. }


시간이 흐를수록 이주연은 여태껏 상대했던 여자랑은 달랐다.

솔직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자였다.

나는 점점 그녀에게 빠지고 있었다.

나의 거짓말이 조금씩 미안해지고 있을 때쯤 그녀에게 작별 인사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 준석 씨. 이제 우리 직접 만나요. }


{ 아, 나도 너무 보고 싶네요. }


사실이다. 주연 씨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만나자고 하는 말은 곧 헤어지자는 말이다.

실제로 만난다면 내 거짓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 아쉽다······. 조금 더 연락하고 싶었는데······. ]


그동안 다른 여자와의 거짓 채팅은 아쉽지 않았다.

거짓으로 시작되었으니 끝내기도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은 처음인데······. ]


이 여자를 놓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현실의 나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 뭐 어차피 거짓으로 시작된 것이니 주연 씨도 진짜 현실의 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야. 거짓으로 만들어진 모습을 좋아한 거지. ]


전처럼 그냥 프로필을 지우고 잠적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솔직하게 얘기하고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


{ 주연 씨······. 사실은······. }


그 순간 노트북 전원이 나가버렸다.

배터리가 다 된 것이다.

하도 오래된 노트북이라 자동 충전이 안 돼서 충전 코드를 계속 꼽아놓고 사용하는데 충전 코드조차 너무 낡아서 전선 속 코일이 보일 정도까지 됐다.


[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전원이 나가면 어쩌자는 거야. 모처럼 용기 내서 솔직하고 싶었는데. ]


전선을 잡아 다시 코드를 꼽으려는 순간 나는 전기에 감전이 되어 정신을 잃었다.


*


‘어! 여기가 어디지? 헬스장인가.’


200평 남짓한 헬스장에서 나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아니 내가 거울을 보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만들어 낸 캐릭터 이준석이 거울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내가 왜 이 근육남의 몸을 하고 있지?’


“관장님. 거울 안 보셔도 충분히 멋있습니다. 누구 기죽이려고 그렇게 멋지게 서 계십니까. 하하.”


옆에서 천국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는 처음 보는 아저씨가 나를 보고 감탄을 하고 있었다.


‘관장님? 내가?’


“관장님! 오늘은 쉰다고 하셨는데 나오셨네요. 오늘 7시에 소개팅 앱에서 만난 분과 처음 만나기로 하셨잖아요. 어서 나가 보세요.”


직원처럼 보이는 트레이너가 소개팅 앱을 언급하면서 시계를 가리켰다.


“내가 소개팅 앱을 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내가 오늘 만나기로 했다고? 누구를? 어디서?”


“참나, 관장님도. 너무 들떠서 그런 거예요?

아래층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셨잖아요. 헬스장도 자랑할 겸. 빨리 내려가 보세요.”


‘내가 오늘 주연 씨를 만나기로 했다고? 아니 이 근육남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짓으로 만들어 낸 이준석이 진짜 내가 된 거야?

가만히 숨을 고르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선을 연결하다 감전이 되어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 이건 꿈이구나. 정신을 잃어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런데 진짜 실감 나는 꿈이네.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냐.’


어차피 꿈이라고 생각하니 마음대로 행동해도 될 것 같았다.

꿈은 깨면 그만이니까.


‘그럼 이 꿈을 한번 즐겨 볼까나. 나는 이제 헬스장 관장 이준석이다!’


“하하. 트레이너님. 제가 깜박할 리 있나요. 오늘 주연 씨를 만나려고 얼마나 오래 기다려 왔는데요. 당장 가서 만나고 오겠습니다.”


꿈이지만 주연 씨를 만난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고 설레었다.

서둘러 2층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소개팅 앱 사진에서 본 주연 씨가 앉아있었다.


‘아, 상상했던 것보다 더 귀엽잖아.’


“주연 씨. 처음 뵙겠습니다. 이준석입니다.”


“준석 씨. 안녕하세요. 자주 연락을 했던 사이라 처음 보는 느낌이 아니네요. 반가워요.”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주연 씨를 보자 이 꿈에서 깨어나기 싫었다.


‘현실 속의 나야,

제발 오래오래 잠들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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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005. 서열 짱 24.09.15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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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isode003. 또라이 24.09.13 45 1 12쪽
9 Episode002. 뭐 어쩌라고 24.09.12 45 1 12쪽
8 Episode001. 셔틀의 반란 24.09.11 48 1 11쪽
7 Prologue The End07. 열일곱 어게인 24.09.10 57 1 12쪽
6 Prologue06. 마지막으로 24.09.10 48 1 12쪽
5 Prologue05. 후회 24.09.10 49 1 12쪽
4 Prologue04. 기억의 연결 24.09.10 45 1 11쪽
3 Prologue03. 돈,여자, 그리고 능력 24.09.10 48 1 11쪽
2 Prologue02. 죽으면 현실로 돌아온다 24.09.10 51 1 11쪽
» Prologue01. 첫번째 꿈 24.09.10 6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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