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모태솔로 눈떠보니 17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쭈가람
그림/삽화
쭈가람
작품등록일 :
2024.09.10 18: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5:4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63
추천수 :
17
글자수 :
87,904

작성
24.09.16 12:21
조회
32
추천
1
글자
12쪽

Episode006. 반장 김지수

DUMMY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한지혁이 강아지처럼 달려왔다.


“오정수, 오정수, 어떻게 됐어.”


“뭐가.”


“이겼어?”


“어.”


“넌 괜찮아? 서열1위 곽상철과 서열2위 차승구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을 텐데. 한 대도 맞지 않았다고?”


한지혁은 오정수가 얼마나 강한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어. 근데 서열2위라는 놈은 그 실력으로 어떻게 서열2위가 된 거지?”


“퇴학당한 선배들이 원래 서열 1,2,3 이었는데 학교를 나가면서 지정해 주고 나갔어.

서열2위 유성현 선배가 부자라서 퇴학당한 선배들에게 돈을 대주고 있다고 하더라고.”


확실히 3학년 일진들은 2학년 일진 보다 강하긴 했지만 일진이라고 하기에는 두 명 빼고 모두 너무 약했다.

진짜배기는 퇴학당한 놈들인가 보다.


“이장훈, 역시 내 말이 맞았어. 오정수가 다 바르고 왔대.

그래도 한 대도 안 맞고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수는 생각보다 더 강한가 봐.”


자리로 돌아간 한지혁은 들뜬 목소리로 뒤에 앉은 이장훈에게 결과를 말해줬다.


“한지혁, 너 그거 알아?”


“응?”


“너 지금 웃고 있어. 항상 날이 서 있는 상태로 긴장하고 사느라 말도 많이 안 했는데, 지금은 말도 많아지고. 암튼, 달라졌어.”


항상 옆에서 지켜보던 이장훈은 한지혁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챘다.

한지혁은 언제부터인지 사는 게 즐거웠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누구한테도 의지하지 않고 강한 척하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말도 많아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졌나 보다.


*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니 한지혁의 어머니가 오정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정수 학생, 정말 고마워. 지혁이 아버지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글쎄 간에 문제가 생겼데, 간 섬유화? 병명이 그런 거래.”


“아, 어머니 간 섬유화는 증상만 잘 관리하고 식단 조절을 잘 하면 차차 좋아질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운동도 꼭 하셔야 합니다.”


“정수 학생은 정말 아는 것도 많네, 덕분에 병이 더 커지기 전에 알게 돼서 다행이야.

병원에서 증상 파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았냐고 하더래.”


“네, 다행입니다.”


한지혁의 집에서 오정수의 존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오정수는 귀한 손님이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오정수를 더 이상 어린 학생으로 대하지 않았고 오정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형 한수혁은 그런 오정수를 점점 더 경계하며 쫓아내려고 애를 썼다.

또, 학교에서도 오정수는 유명해지고 있었다.

오정수 이름 석 자가 점차 전교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오정수를 건드는 사람이 없었다.

학교의 모든 일진들이 오정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일반 학생들도 오정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3학년 일진들과 2학년 일진들은 한 명한테 당했다는 사실이 창피해서 나대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

갑자기 나타난 2학년 오정수로 인해 학교 서열이 뒤죽박죽이 되어 학교 공기의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이다.

유명세 때문인지 한지혁의 집에서 잘 먹고 잘 지내서 인지 아니면 오정수 내면 자체가 변한 것 때문인지 오정수의 찌질한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외모도 잘 생겨지고 아우라 자체가 멋있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번 생과는 달리 감정의 기복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인지 키도 점점 자라고 마른 몸에 조금씩 살이 붙고 뼈가 자라 체격도 좋아지고 있었다.

학교 서열1위가 된 오정수의 영향으로 나대는 일진들이 사라지고 1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이라 그런지 학교는 더욱 조용해졌다.


*


쉬는 시간에 잠이 들려는 순간 오정수의 등을 반장 김지수가 툭툭 건드렸다.


“이거 풀어봐.”


“전교 1등 하는 놈이 수학 문제를 왜 나한테 물어보고 난리냐.”


“그냥 풀어보라고.”


공부에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반장 김지수는 오정수에게 수학 문제를 제시했다.

한국대 법학과에 수시로 들어가려면 한과목도 전교 1등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난 시간 수학 문제를 푸는 오정수를 보고 경계를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화에 공부로 성공해야 하는 반장 김지수는 오정수가 학교 서열 짱으로 소문이 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수학 문제는 조금 어려웠지만 풀어냈다. 답을 말하려는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김지수가 얼굴을 들이대고 문제 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눈앞 가까이에서 김지수 얼굴을 보았다.


‘이적이랑 닮았어. 눈매가 특히 닮았군.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이라 몰랐네.’


지난 꿈속 삶에서 조직원으로 지낼 때 만났던 이적과 많이 닮은 김지수를 보고 오정수는 흠칫했다.

이적을 떠올리니 뭔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감정은 못 느껴도 몸은 기억한다더니 오정수는 김지수의 손목을 잡고 손바닥에 답을 적었다.


“뭐 하는 거야.”


반장 김지수는 기겁을 하며 손을 털어내고 뒤로 물러났다.


“손바닥에 적었어. 답.”


“답을 왜 손바닥에 적고 난리야, 그래서 답이 뭐냐고.”


“이리 와서 손 줘봐. 다시 적어줄게.”


“꺼져.”


얼굴이 빨개진 반장 김지수는 자기 자리로 되돌아갔다.

오정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이번에도 오정수는 감정은 못 느껴도 몸이 저절로 반응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던 한지혁과 3인방이 다가왔다.


“오정수, 오늘 옆 여자고등학교랑 3 대 3 미팅하려고 하는데 너도 가자.”


머리에 잔뜩 멋을 부리고 온 이종호가 제안했다.


“3 대 3인데 날 왜? 너희들끼리 해.”


“한지혁은 기말고사 공부한다고 하고 이장훈은 그냥 안 한대, 얼굴이 반반한 놈이 있어야 하는데 김석현은 너무 짜리몽땅 못난이잖아.”


“나도 그리 잘 생기진 않았어.”


“뭔 소리야, 그래도 너는 기본은 되잖아. 미팅하자. 응?”


과거에도 키가 작고 마른 몸에 돈이 없어 꾸미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내 외모는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젠 키가 자라고 체격도 커지면서 얼굴의 윤곽도 달라져 좀 더 남자답게 보이고 어느새 한지혁과 있어도 비슷한 키에 꿇리지 않는 외모가 되었다.


“싫어. 나도 공부할 거야.”


*


기말고사 기간이 되어 우리는 일주일 동안 시험을 쳤다.

기본적인 지식과 한국대 여대생으로 살면서 습득된 기억들이 머릿속에 다 들어있었던 나는 다 아는 내용이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서 시험을 쳤다.

고등학교 시절 동안 아니 평생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시험이 끝나는 마지막 날 나는 반장 김지수에게 다가갔다.

이적을 닮은 반장 김지수의 얼굴을 자세히 본 후부터 계속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끌렸다.


“반장, 잘 봤냐?”


“뭔 상관이야.”


“오늘 뭐 하냐? 시험 마지막 날인데 설마 오늘까지 공부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뭔 상관이냐고.”


“너희 집에 가려고.”


반장 김지수는 어안이 벙벙해서 대꾸도 하지 않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오정수, 반장은 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상대 안 해.”


한지혁뿐만 아니라 학교 누구도 못 건드리는 반장이었다.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 지 선생님조차 반장한테는 조심스러워했다.


“지혀쓰~ 걱정은 노노.”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살았던 내가 겨우 17세 꼬마 도련님을 다루지 못하겠냐.’


나는 서둘러 반장 김지수를 쫓아갔다.

그 뒷모습을 한지혁이 기분이 상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


이번 꿈속에서는 사람을 사귈 때 필요로 하는 사람을 골라서 내 편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반장 김지수는 이번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몸은 반장 김지수를 쫓고 있었다.

반장 김지수가 자신의 자가용을 타려고 하는 순간, 나는 반대쪽 문을 열고 잽싸게 올라탔다.


“내려.”


“무슨 일입니까?”


놀란 기사 아저씨가 나를 끌어내려고 했다.

나는 김지수 옆에 딱 붙어 팔짱을 끼고 발로 기사 아저씨를 막아냈다.

김지수는 나를 떼어내려고 하다 힘에 못 이기는 척 포기했다.


“아저씨, 그냥 두세요. 그냥 집으로 가 주세요.”


“아니, 저 친구도 태우고요? 사모님한테 미리 연락드려야 할 텐데요.”


“그냥 가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김지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

나는 계속해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김지수가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김지수와 나는 키가 엇비슷하고 같은 마른 체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김지수의 머리가 나의 귀 부분에 왔고 나의 체격은 김지수 보다 더 커져 있었다.


“도착했으니까 이제 팔을 놔.”


“어.”


반장의 집은 한지혁의 집보다 훨씬 더 크고 으리으리했다.

마당도 넓어 대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한참 걸렸다. 마당에 작은 연못까지 있었다.

마당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고 곳곳에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런 집은 꿈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최상위 재벌이라 아무도 반장을 건드리지 못했구나.’


“집 좋다. 네가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겠군.”


“닥쳐. 네가 무작정 우리 집에 온 거니까 후회해도 소용없어.”


“어. 어?”


집안으로 들어가자 일하는 사람들이 몸을 반으로 접고 인사를 했다.

그중 명품을 두르고 차가운 인상의 40대 후반의 여성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그래.”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이 끝났는지 훑어보기를 멈추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시험은 잘 봤니?”


“네, 어머니.”


‘으~ 정말 무섭게 생겼어. 카리스마 죽인다.’


인사를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는 반장 김지수의 어머니는 내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있었다.


‘어라, 투명인간 취급하네.’


<<따르르릉>>


“여보세요? 아, 네 선생님.

뭐라고요?

누가 1등이라고요?

그게 말이 되나요?

그래서 오정수가 누군데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 아들 인생을 방해하나요?

확실한 건가요?

컨닝한 거 아닌가요?

지난 성적은요?

말이 되나요?

진정하게 생겼나요?

지난 성적이 그런데 미리 문제를 빼돌렸을 수도 있지 않아요?

이건 분명히 재시험 봐야 해요.

확실하게 넘어가지 않으면 문제 삼겠어요.”


갑자기 울린 전화를 받은 김지수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고 협박성 발언을 하며 화를 냈다.


‘와! 색다른 싸이코다. 그나저나 오정수는 난데 내가 문제를 빼돌려? 뭔 소리야.’


“김지수, 너희 반에 오정수가 누구야!”


‘여기요. 제가 오정수요.’


투명 취급을 받고 있는 터라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오정수입니다.”


“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제야 내가 보이나 보다.


“네가?”


처음 훑어보고 무시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의심의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안녕하세요! 오정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아주 정중하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를 했다.

저런 사람들한테는 무조건 엎어지는 게 상책이다.

꿈속의 삶에서 싸이코를 몇 년 동안 두목으로 모신 경험이 있어 싸이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들어와 앉아라.”


나는 김지수의 집에 들어온 지 10여 분 만에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김지수의 어머기가 좀 전에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들었기에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반장 어머니 역시 이번 꿈속 삶에서 엮이는 만만치 않은 상대 중 또 한 명이 될 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31세 모태솔로 눈떠보니 17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Episode010. 쌍둥이 NEW +1 2시간 전 8 1 13쪽
16 Episode009. 여름방학 NEW 18시간 전 12 1 12쪽
15 Episode008. 사업시작 24.09.18 15 1 12쪽
14 Episode007. 오타쿠 박진우 24.09.17 20 1 11쪽
» Episode006. 반장 김지수 24.09.16 33 1 12쪽
12 Episode005. 서열 짱 24.09.15 39 1 12쪽
11 Episode004. 일진 24.09.14 39 1 12쪽
10 Episode003. 또라이 24.09.13 45 1 12쪽
9 Episode002. 뭐 어쩌라고 24.09.12 45 1 12쪽
8 Episode001. 셔틀의 반란 24.09.11 48 1 11쪽
7 Prologue The End07. 열일곱 어게인 24.09.10 57 1 12쪽
6 Prologue06. 마지막으로 24.09.10 48 1 12쪽
5 Prologue05. 후회 24.09.10 50 1 12쪽
4 Prologue04. 기억의 연결 24.09.10 45 1 11쪽
3 Prologue03. 돈,여자, 그리고 능력 24.09.10 49 1 11쪽
2 Prologue02. 죽으면 현실로 돌아온다 24.09.10 51 1 11쪽
1 Prologue01. 첫번째 꿈 24.09.10 60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