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모태솔로 눈떠보니 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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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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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가람
작품등록일 :
2024.09.10 18: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5:4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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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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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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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003. 또라이

DUMMY

“정수군 계속 말해보게.”


한지혁의 아버지는 내 생각이 궁금했는지 물음을 계속했다.

식탁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오정수의 의견이 계속해서 듣고 싶었다.


“그러니까 인수합병을 할 때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상황을 잘 알아보고 결정하시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돈과 진실입니다.

상대 회사의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면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임원급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상대 회사에서 말하는 숫자들이 진짜 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음. 그렇군.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라. 이 말인가.”


“네, 맞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아버지가 변호사라고 했나? 그래서 영향을 받은 건가?”


“네. 그렇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언변도 좋고 제법 설득력도 있군. 오정수라고 했나? 여기서 지내는 동안 자네의 생각을 가끔 듣고 싶군.”


“네. 알겠습니다.”


한지혁은 오정수가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찌질한 셔틀 오정수가 싸움을 잘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아버지와 거침없이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이미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오정수를 보게 됐다.


나는 한지혁 가족들의 관계를 지켜보니 한지혁과 한수혁은 평범한 형제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바로 물어봤다.


“너랑 형이랑 어머니가 다르냐? 딱 봐도 형이랑 어머니랑 나이 차이가 안 느껴져. 분위기도 냉랭하고. 맞지?”


“맞아. 형님이랑 나는 어머니가 달라. 형님은 아버지와 큰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


아버지와 본처에서 낳은 형 한수혁과 지금의 어머니 밑에서 한지혁이 태어난 상황. 그러니까 둘은 배다른 형제인 것이다.


“나이 차이는?”


"우리 어머니 나이는 38세이고 형님은 31세야. 둘은 겨우 7살 차이야. 그래서 서로 편안한 사이가 될 수 없어.”


‘형은 현실의 나랑 동갑이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꼭 저런 쓰레기가 한 명씩은 있었는데 분명 나쁜 짓을 하며 사고 치고 다닐 것 같단 말이지.’


“너 형한테 맞고 컸냐? 좀 전에 내가 멱살 잡을 때 눈 감으며 움츠려 드는 거 보고 이상하다 했지. 보통 맞고 자란 사람들이 그렇거든.”


“........”


나도 어려서부터 아빠라는 호칭의 인간한테 맞고 자란 경험이 있어 나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사람을 만나면 주눅이 먼저 들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리고 맞기 전부터 느끼는 공포감으로 저절로 눈부터 감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가족사를 밝히는 것이 불편한지 한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한지혁 형 한수혁과는 이 꿈속 삶에서 나쁘게 엮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38세라는 사실이 한지혁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조금의 재미를 줄 것 같았다.


‘어머니는 확실하게 젊고 아름다웠어. 38세라. 현실의 나보다 조금 더 많잖아.’


갑자기 의사로 살았던 꿈속 삶의 누님이 생각났다.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이 달아올랐다.

몸의 반응은 감정하고는 별개였다.


*


“지혀쓰~ 학교 가자.”


주말과 휴일이 겹쳐 한지혁의 집에서 편안하게 지낸 후 처음으로 개인 기사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과거에는 만원 버스에 시달려 학교에 도착하면 이미 지친 상태로 학교생활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 기사가 태워주는 차를 타보니 이미 부자들은 하루의 시작점부터 달랐다.

한지혁과 며칠같이 지냈다고 대하는 게 좀 편해졌다.

집안 사정도 어느 정도 알게 됐고 한지혁이 겉으로 강한 척했던 것은 엄한 아버지와 죄인처럼 숨죽여 사는 어머니 그리고 쓰레기 형한테 흠이 잡히지 않으려고 어려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한지혁이 상황 판단이 빠른 것도 항상 가족들의 눈치를 보고 사느라 어려서부터 몸에 밴 것 같았다.

다 가진 놈인 줄 알았는데 돈만 많았지 어렸을 때의 나처럼 집에서 편안하게 숨 쉬고 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나랑 비교할 상황은 아니지만.

사정을 알았다고 해서 학창 시절 나를 괴롭혔던 사실을 물론 용서할 생각은 없다.

한지혁과 같이 차에 내려 교실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모두 신기하게 쳐다봤다.


“한지혁, 뭐냐?”


오른쪽 볼에 밴드를 붙이고 온 이종호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쳐다봤다.

코에 붕대를 붙인 이장훈도 김석현과 같이 대답을 원한다는 듯이 기다렸다.


“뭐긴 뭐야. 그냥 그렇게 됐어. 더 이상 묻지 마.”


“지혀쓰, 누가 컴퓨터를 잘 다룬다고?”


“박진우라고. 그리고 제발 지혀쓰라고 부르지 좀 마.”


“박진우가 누군데? ”


“저기 맨 앞에 앉아서 핸드폰 하고 있는 애. 같은 반이면서 이름도 모르냐.”


‘내가 같은 반 애들 이름을 어찌 다 알겠냐. 쉬는 시간에는 너희들 셔틀 하느라 바빴고 학교 모든 행사는 돈이 없어서 빠졌는데.’


“그래? 가서 이따 방과 후에 좀 보자고 전해. 지혀쓰~”


“지혀쓰라고 하지 말라고!”


한지혁은 이미 오정수에게 꼬리 내린 강아지가 되어있었다.

처음 옥상에서 싸울 때만 해도 자존심이 상했는데 같이 지내면서 오정수를 겪어보니 절대로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어쩌면 형 한수혁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한지혁은 어려서부터 강한 사람들에게 눌려 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오정수는 충분히 강하고도 남았다.


*


“이 반에 며칠 전에 옥상에서 자다가 3학년 선배들하고 마주친 놈 있어?”


2학년 일진 무리들이 교실로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


“한지혁, 너희 반에 그럴만한 또라이가 있을까?”


한지혁도 2학년 일진 무리 중 하나였다.

물론 제일 높은 서열은 아니었지만 덩치 이장훈이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일진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우리 반에 또라이는 없어. 있었으면 내가 밟았지.”


한지혁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무언의 대답을 했다.

3학년까지 엮이기는 싫었다.


*


수업 시간은 지루했다.

너무 쉬워서 지루했다.


‘아, 시간 아깝다. 나도 잠이나 자볼까.’


둘러보니 몇몇이 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엎드려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머리로 작은 조각이 날아왔다.


‘아, 뭐지? 만약 칼이었다면 죽었겠네.’


내 머리를 맞고 바닥에 떨어진 작은 분필 조각을 보고 순간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지난 꿈속 조직원 삶에서 너무 긴장하고 살았기 때문인 듯하다.


“거기 엎드려 자는 학생.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엎드려 있는 거죠?”


학교에서 마귀할멈으로 소문난 수학선생님은 자기 수업이 지루해 자장가처럼 들린다는 사실을 모르나 보다.

이장훈이나 이종호 같은 애들이 자면 건들지 않으면서 나는 만만한가 보다.

그래도 어른을 대하듯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조금 피곤해서 눈을 붙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이 내용을 다 안다고? 이름이 뭐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며 흥분해서 말했다. 그 모습이 꼭 영화에 나오는 괴물 같았다.

아무 일에도 관심 없던 반장 김지수를 포함해 교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단, 한지혁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놀라지 않았다.


“오정수요.”


“오정수? 전교권도 아니면서 어디 잘난 척이야.

그럼 이리 나와서 이 문제를 직접 풀어봐.”


‘아, 나는 한국대 여대생이었어. 이런 문제는 껌이라고.’


나는 지난 꿈속에서 한국대 여대생으로 살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어 공부에도 자신이 있었다.

대충 문제를 보고 답만 쓰윽 적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믿지 못하겠다는 선생님은 계속해서 풀어보라고 어려운 문제들을 제시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선생님은 혼자 중얼거리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오정수, 너 진짜 푼 거 맞아?”


반장 김지수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반장이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말을 나눈 사람이 없었기에 반 전체가 술렁거렸다.


"찍었어.”


나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고 다시 엎드렸다.


*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한지혁 그리고 3인방과 함께 급식실로 갔다.

과거에 항상 혼자 먹던 급식실은 넓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아담한 정도였다.

점심시간은 학년마다 시간을 달리해서 학년이 섞이지 않아 다행히 3학년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3학년 일진들이 나를 찾고 있으니 최대한 피해 다녀야지.’


한지혁과 나, 이장훈은 앉아있고 이종호랑 김석현이 우리의 밥을 대신 가져다주었다.

셔틀이었던 내가 그 자리에 끼어있는 것을 못마땅해했지만 한지혁의 행동대로 나머지 3인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항상 그랬다.

제일 강한 놈만 밟으면 나머지 놈들은 자연스럽게 밟히는 게 수순이다.


“한지혁! 너희 반 수준이 이렇게 떨어진 거야? 셔틀하고 같이 밥을 처먹게?”


2학년 각 반의 일진들이 한지혁과 3인방을 놀리며 비웃었다.


“너희들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


주먹 한방에 쓰러져 머리를 짓 밟히는 공포를 느꼈던 덩치 이장훈이 입을 열었다.

일진들이 모여 소란스러운 자리가 되자 급식실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을 모으게 됐다.

그중 늦게 밥을 먹으러 온 3학년 일진 중 한 명이 오정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 또라이가 여기 있었네.”


2학년 일진들과 한지혁, 그리고 3인방을 포함해 이 상황을 아는 모든 아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너였냐?”


한지혁은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3학년 일진들을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은 오정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나 봐, 지혀쓰.

근데,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자다가 봉변을 당했을 뿐이라고.”


“또라이, 너 이름이 뭐냐,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선배님께서 찾았던 놈이 저 셔틀입니까?”


2학년 일진 무리 중의 서열1위 김인우가 나를 보고 놀라서 되물었다.


“응, 저 새끼 맞아. 내가 얼굴을 기억해. 내가 그때 옥상에 있었거든. 저 새끼는 김인우 네가 책임지고 수업 끝나고 옥상으로 데리고 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밟아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직접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래?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난 빨리 가서 짱한테 보고 해야겠어.”


3학년 일진이 사라지자 2학년 서열1위 김인우가 나를 보며 나오라는 듯 손짓했다.


“병신아, 말을 해. 손짓으로 하면 누가 알아먹겠냐.”


“김인우, 진정해. 지금 여기서 소란 피우면 선생님들 귀에 들어갈 거야.

옥상으로 가 있어. 내가 지금 바로 오정수를 데리고 옥상으로 갈게.”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려고 씩씩거리는 2학년 서열1위 김인우를 달래며 한지혁이 제안했다.

2학년 일진들은 한지혁의 말을 듣고 모두 옥상으로 먼저 올라갔다.


“정수야. 가서 빨리 수습하자.”


“밥 다 먹고 갈 거야. 기다리라고 해.”


'그놈들이 뭐라고 내 식사 시간을 방해받냐.'


나는 아무 걱정 없이 천천히 급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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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pisode004. 일진 24.09.14 39 1 12쪽
» Episode003. 또라이 24.09.13 45 1 12쪽
9 Episode002. 뭐 어쩌라고 24.09.12 45 1 12쪽
8 Episode001. 셔틀의 반란 24.09.11 48 1 11쪽
7 Prologue The End07. 열일곱 어게인 24.09.10 56 1 12쪽
6 Prologue06. 마지막으로 24.09.10 48 1 12쪽
5 Prologue05. 후회 24.09.10 49 1 12쪽
4 Prologue04. 기억의 연결 24.09.10 45 1 11쪽
3 Prologue03. 돈,여자, 그리고 능력 24.09.10 48 1 11쪽
2 Prologue02. 죽으면 현실로 돌아온다 24.09.10 51 1 11쪽
1 Prologue01. 첫번째 꿈 24.09.10 5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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