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하다 에어전시 차림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새글

여령
작품등록일 :
2024.09.12 12:16
최근연재일 :
2024.09.19 20:2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03
추천수 :
15
글자수 :
50,929

작성
24.09.18 20:20
조회
31
추천
1
글자
14쪽

8화

DUMMY

제3장






“애들 이모가 오실 때까지 저희가 돌보고 있을게요.”

“정말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럼요. 저희에게도 케이시와 이별하는 시간이 필요한 걸요.”

역시 케이시의 양부모는 인성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남매간의 우애를 들은 두 사람은 한참 고민하더니, 케이시의 강력한 의지를 읽고 파양을 약속했다.

단, 조건을 걸었다.

애들 이모가 남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검증하고 보내겠다는 것.

작중에서 애들 이모가 얼마나 제임스를 사랑했는지 아는 나로서는 그 부분은 일절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중에 한국에서 보자.”

“우리랑 같이 가면 안 돼요?”

어느새 내게 의지하기 시작한 케이시.

제임스가 동생을 제지한다.

“삼촌은 바빠. 한국에서 우리를 기다린다잖아. 한국에서 만나면 돼.”

“그래. 삼촌이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

“히잉. 알았어요.”

겨우 케이시를 떼어낸 나는 제임스에게 당부했다.

“훈련은 계속 하고 있어. 넌 한국에 가서도 복싱은 그만둬선 안 돼.”

“알아요.”

“네 재능은 세계 챔피언감이야. 돌아가신 네 부모님과 케이시를 위해서라도 복싱은 계속 해야 해.”

“명심할게요. 저 꼭 올림픽 메달도 따고, 세계 챔피언도 될 거예요.”

미국에서 추방된 이후, 제임스 역시 선이만큼은 아니어도 꽤 오랜 시간 방황했었다.

그 덕에 올림픽 무대를 늦게 밟으면서, 프로 데뷔마저도 늦어지고 말았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제임스가 10대 때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신체 능력이 최전성기인 20대 초중반에 프로로 데뷔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향후 두 체급이 아닌 세 체급에서 챔피언이 되는 기적을 그려낼 수도 있다고 믿었다.

내가 아는 제임스라면 그만한 재능이 있었으니까.

“그럼 한국에서 보자.”

“넵!”


***


인천 국제공항.

별 생각 없이 입국장으로 들어서는데, 익숙한 얼굴이 마중 나와 있었다.

“왜 왔어?”

“대표님께서 입국하시는데, 부대표가 가만있을 수 있나.”

“뭐래.”

호준이 웃으며 내 캐리어를 받아든다.

“이번 한 번만이야. 이번 주에 비서 면접 잡아놨으니까. 다음부터는 네 비서한테 마중시켜.”

“비서면 나랑 같이 입국할 텐데 그게 되겠냐?”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이후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호준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회사 설립은 마쳤어. 동시에 인수도 진행했고. 근데 회사 입주할 빌딩이 변변치 않다야. 기존에 한울림 쪽 사무실을 계속 쓸 수도 없고.”

“그건 걱정 마. 엄마 찬스 쓰면 되니까.”

“다이아몬스 수저 최고다 진짜.”

역시 호준이를 믿고 데려오길 잘했다.

나 없어도 알아서 회사 설립이 차곡차곡 진행되는 걸 보면.

“아, 그리고 회사에 들를 거지?”

“들러야지. 이제 같이 갈 사람들인데.”

“전 팀장이 널 만나고 싶어 해. 보니까 회사에 남기보다는 자기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하는 눈치더라.”

작중보다 빠르네.

아직 그럴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하지만 전도영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에이전트를 천직으로 삼는 사람이니까.

그 양반은 회사에 비전이 없다면 당장에라도 제 갈 길 가고도 남을 성격이었다.

“내일 회사 들를게.”

“오키. 그럼 오늘 밤에 한 잔?”

“됐어.”

오늘 밤엔 중요한 행사가 있다.

원래는 내키지 않는 자리였지만, 이왕 에이전시를 차린 김에 내 새끼들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발 벗고 나서는 게 당연했다.

“술은 내일 마시자. 아니다. 우리끼리 마실 게 아니라 차라리 이참에 전 직원 회식 어떤데?”

“미쳤냐? 어떤 미친 대표가 직원 회식에 끼어?”

······썩을, 할 말 없네.


***


성수동의 한 행사장.

입구부터 가드들이 득실하다.

건물 주변엔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즐비하고.

나는 험상궂은 얼굴로 입구를 막아선 가드들 쪽으로 걸어갔다.

한쪽엔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난 개의치 않고 그 옆으로 지나쳤다.

그리곤 중년의 가드에게 다가갔다.

“초대장 있으십니까?”

“여기.”

어플로 초대장을 내보인다.

중년의 가드는 VVIP 초대장을 보자마자 본인이 직접 날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시끄러운 디제잉과 휘황찬란한 조명이 번뜩이는 행사장.

난 고개를 저으며 짧게 읊조렸다.

“이게 클럽이야, 와인 시음회장이야.”

와인 시음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주최자는 주최자이니.

어쨌든 오늘 목표물은 따로 있었지만, 그래도 주최자에게 얼굴을 안 비출 수는 없겠지.

나는 가볍게 와인 한 잔을 받아들고는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주최자에게 걸어갔다.

“뭐야, 너! 언제 왔어?”

“방금. 오랜만이야, 종민이 형.”

“뒤질래? 여기서는 제이민이라고 해라.”

국내 최고의 래퍼이자, 힙합 레이블의 수장 제이민.

그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뭔 일이야, 이런 덴 시끄럽다고 안 오던 녀석이.”

“만날 사람이 좀 있어서.”

“여기서? 이야, 천하의 김 변이 사람 한 명 만나겠다고 이런 데를 와? 누군데?”

“이아영 트레이너.”

“누구? 이아영? 그게 누군데.”

형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름을 처음 듣는 눈치.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여자가 대신 말했다.

“왜 있잖아, 오빠. 속옷 피팅 모델 하는 아영이.”

“아? 그 아영이? 걔가 왜 트레이너야. 너 뭘 잘못 알고 온 거 아냐?”

잘 찾아온 거 맞다.

작중에서 이아영은 피지컬 트레이너로 명성을 떨쳤다.

지금은 피팅 모델 일을 하고 있지만, 원래 그녀의 꿈은 피지컬 트레이너.

가까운 미래에 그녀는 선수 맞춤형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진천 선수촌에 입성해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신세를 질 만큼 대단한 경력을 쌓게 된다.

작중에서는 제임스의 효과적인 체중 감량과 유연하면서도 근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혜지의 피지컬 트레이닝을 책임지는 등 전천후 활약을 선보였다.

“내가 찾는 분 맞아. 그 분 좀 소개시켜줄래?”

“맞아? 걔가 네가 찾을 만한 애는 아닌데. 해인아, 가서 아영이 좀 데려와라.”

“알았어. 근데 이 오빠는 누구야? 되게 잘생겼다.”

“관심 꺼라. 네가 관심 가질 만한 레벨이 아냐.”

“쳇. 말을 해도 진짜.”

긴 생머리 미녀가 툴툴거리며 떠나고, 제이민 형이 목에 팔을 걸고 말한다.

“아영이한테 반했냐? 이 형이 좀 이어줘?”

“내 스타일 아냐.”

“근데 왜 찾는데. 헙! 설마 걔네 집안이 네가 알고 있을 만큼 부자 집안이야?”

“그런 거 아니라고. 그냥 비즈니스야, 비즈니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의 생머리 미녀가 한 여자를 데려온다.

블랙 미니 융 드레스가 인상적인 단발머리 미녀.

“무슨 비즈니스? 뭐야, 너 설마 변호사 때려 치고 드디어 가업 잇기로 한 거야?”

제이민 형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긴다.

“이아영 씨?”

“네? 아, 네. 제 이름이 이아영이긴 한데.”

“혹시 레슬링 선출이십니까?”

“그렇긴 한데.”

역시, 맞구나.

신분을 확인한 나는 곧장 그녀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여기 시끄러우니까 우리 나가서 이야기 좀 할까요?”

“······지금요?”

당황하는 아영 씨.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제이민 형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형, 나 먼저 간다.”

“벌써 가게?”

“나중에 따로 약속 잡자. 형한테 진지하게 부탁할 게 있어. 그리고 여기 아영 씨는 내가 데려간다.”

“진짜로? 이야, 우리 김 변 남자네, 남자. 아영아, 너 인생 폈다. 우리 김 변한테 잘해라. 너 땡 잡은 거니까.”

헛소리 지껄이는 형을 뒤로 하고, 난 아영 씨와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아영 씨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우리는 곧 조용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차 가져 오셨어요?”

“아뇨. 근데 안에 제 친구가 있는데.”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저한테 집중해 주시겠어요? 제 이름은 김선입니다.”

“아, 이아영이에요.”

작중에서는 사교성 없고 무심한 성격이더니, 지금 모습은 의외로 그렇진 않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아직 경력이 안 쌓여서?

어느 쪽이든 나한텐 호재다.

“장래희망이 피지컬 트레이너시죠?”

“그걸 그쪽이 어떻게 아시죠?”

“아는 교수님께서 용한대에 계십니다.”

“아.”

이아영은 현재 피팅 모델 일을 병행하며 용한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이게 다 복습의 중요성이다.

‘나는 성장한다!!’를 최소 열 번은 넘게 재독한 덕에,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프로필을 훤히 꿰고 있었다.

“저는 현재 IG 에이전시 대표로 있습니다.”

“처음 듣는 회사네요.”

“그럴 겁니다. 얼마 전에 한울림 에이전시를 인수하며 회사를 설립했으니까요.”

“아, 한울림. 그런데 저는 왜 보자고 하신 거죠?”

드디어 본론이다.

나는 이아영이 필요하다.

그녀의 맞춤형 트레이닝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피지컬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길 원한다.

“아영 씨께 소속 선수들의 피지컬 트레이닝을 맡기고 싶습니다. 그것도 전속으로요.”

“저, 전속이요? 하지만 저는 겨우 대학원생인 걸요.”

“압니다. 하지만 능력은 이미 충분히 입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선수들은 모두 재능이 넘치는 유망주들입니다. 종목도 모두 달라서,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해주실 분을 구하고 있어요.”

작중에서 그녀는 요즘 세대에 맞지 않게 자기 손으로 대한민국을 빛낼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으로 똘똘 뭉친 여자였다.

그런 까닭인지 설명을 듣는 동안 이아영의 얼굴은 점점 흥분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내 현란한 미끼질에 걸려들었다.

“하, 할게요! 그 일, 제가 꼭 하고 싶어요!”

나이스, 당신은 합법적 노예로 당첨되셨습니다!


***


전 한울림 에이전시였던 사무실.

대표실 밖으로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보인다.


-저렇게 젊은 분이 대표님이셨어?

-부대표님도 젊잖아. 근데 우린 진짜 어떻게 되는 거지.

-하아, 모르겠다. 소속 선수도 한 명 없는데, 이게 에이전시가 맞나 싶기도 하고.


밖에서 들리는 직원들의 푸념에, 맞은편에 앉은 전도영 팀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잠시 밖에 조용히 시키고······.”

“괜찮습니다. 직원들의 염려하는 마음, 이해합니다.”

“후우, 감사합니다. 이해해 주셔서.”

전도영 팀장이 민망한 얼굴로 마른세수를 한다.

난 그런 그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작중에서 전도영 팀장은 마흔이 넘은 나이로 등장한다. 대학 무대에서 뛰는 선이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다.

선수를 보는 눈 하나만은 발군인 스카우터.

그가 점찍은 선수 가운데 해외 리그로 진출하지 않은 선수가 없을 만큼 그의 선수 보는 눈은 월드클래스 수준이었다.

“인사드리죠. 김선입니다.”

“전도영입니다.”

“이야기는 들으셨겠지만, 전 팀장님은 우리 IG 에이전시의 스카우트 팀을 이끌게 되실 겁니다.”

전 팀장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불안하기도 할 테고, 미래에 대한 의구심도 들 겁니다. 하지만, 저는 확실한 청사진을 가지고 이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청사진을 저도 알 수 있겠습니까?”

“전 팀장이 임원이 되시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신도 크게 기대 안했는지 전 팀장이 수긍한다.

“일단 우리의 첫 영입 선수에 대해 전 팀장님의 리포트가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 팀장이 의욕으로 불타오른다.

하지만 내가 내미는 서류를 확인한 순간 크게 당황했다.

“여, 여자 선수라니. 그것도······.”

“네, 테니스 선수 남궁혜지 양입니다.”

“······저희 축구 전문 에이전시 아니었습니까?”

“누가 그런 말을 했죠? 부대표가 했습니까?”

“아뇨. 전 그런 말한 적 없습니다만.”

혼란스러운 눈빛의 전 팀장에게 내가 쐐기를 박았다.

“저희는 다방면의 스포츠스타를 영입할 겁니다. 잠재력만 있다면 그게 축구든 테니스든, 하다못해 복싱 선수든 상관없습니다.”

“······.”

“우리 IG 에이전시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스타를 발굴하는 것이 목푭니다. 그러니 전 팀장도 앞으로 그런 기조로 업무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정신을 수습하지 못한 전 팀장이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호준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저 목석같은 양반이 어지간히도 충격 받았나 보네.”

“금방 상황 파악을 마칠 거야. 그만한 능력은 있는 분이니까.”

“어련하시겠어요. 그보다 사옥 문제는 어떻게 됐냐?”

“대충 리스트는 뽑았어. 이 중에서 고르면 돼.”

이거 얻는다고 추 여사한테 애교 좀 부렸다.

간만에 꽃다발도 사다드리고, 무려 한 시간씩이나 마사지까지 하며 얻은 전리품이다.

“어디 보자. 신사동 좋지, 논현동도 낫배드고. 흠. 청담동도 있구나. 여긴, 압구정동. 야, 이건 뭐 강남 부동산 매물 컬렉션이냐?”

“우리 엄마가 강남에 건물이 좀 많잖냐.”

“네 팔뚝 굵다, 새꺄.”

사옥은 결국 편의성과 접근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부러 전부 지하철역과 최대 5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들로 리스트를 뽑았다.

“연락만 하면 엄마가 부동산업자 소개시켜 주실 거야. 그 분하고 같이 돌아다니면서 선별해.”

“너는 같이 안 가고?”

“나는 나대로 일할 게 많아.”

“너 솔직히 말해. 일 핑계로 놀러 다니고 있는 거지?”

“아니라니까.”

내가 지금 놀 시간이 어디 있어.

내 새끼들 챙기느라 바빠 죽겠는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라고.

“비서 면접이 언제지?”

“모레.”

일단 비서부터 뽑아서 손을 거들게 해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덕질하다 에어전시 차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9화 NEW +1 8시간 전 22 1 16쪽
» 8화 24.09.18 32 1 14쪽
7 7화 24.09.17 45 2 13쪽
6 6화 24.09.16 69 1 15쪽
5 5화 +1 24.09.15 78 2 14쪽
4 4화 24.09.14 76 2 14쪽
3 3화 24.09.13 101 0 13쪽
2 2화 24.09.13 128 2 10쪽
1 1화 프롤로그 24.09.13 153 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