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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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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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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전개 - 3

DUMMY

“헙!”

거친 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대체, 난 왜 무슨 꿈을 꾼 거지?

“대체, 뭐였지? 꿈, 인건가?”

식은땀이 절로 났다.

안젤라의 목을 조르고, 킨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거로도 모자라 온갖 욕설이란 욕설을 퍼부었다. 지금 속으로 되뇌어도 참 무식하고 몰상식한 말들이었다.

그것보단 이게 꿈인지 아닌지 부터가 긴가민가했다. 꿈이라기엔 아직도 머릿속에 잔상이 남아있었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비상식적이었다. 내가 킨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것부터가 이상한데, 킨을 궁지에 몰아넣은 방법이 바로 내가 주창한 마법이었다.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마법과 불기둥을 소환하는 마법. 내가 듣도 보도 못한 마법들인데, 난 그걸 소환해서 킨을 공격했다. 이걸 현실이라고 치부하기엔 비현실적이었다. 마법도 배운 적도 없거니와 영혼이 없는 존재는 절대 마법을 쓸 수 없었다. 마나의 그릇이자 정신적 근원은 영혼이었다. 그런 영혼이 없는 난 절대 마법을 쓸 수 없었다. 근데 대체 어째서···.

기억이 군데군데 잘려나간 것처럼 가물가물했다. 당장 기억나는 것이라곤 안젤라를 위협하고 킨을 거의 죽일 뻔했다는 것과 마법진에 갇혀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킨의 시선. 이게 전부였다. 좋은 기억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어째 꿈자리가 상상외로 사나웠다.

“으···, 그나저나 난 왜 내 방에 있는 거지? 아까까진 앞마당에 있었는데. 게다가 웃옷은 벗겨져있고.”

어째 등이 푹신하다 싶었는데 살펴보니 내 방이었다. 주변이 어둡긴 했지만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달빛이 비춰 어렴풋이나마 보였다. 왠지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치 방금 악몽을 꾸고 일어난 것 같았다.

“흐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짐작도 안 가네.”

대체 뭐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됐다. 아니면 지금 이 상황도 꿈일까나? 이젠 뭐가 뭔지 헷갈린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방문이 열렸다. 방 안이 깜깜했던 탓에 복도의 밝은 빛이 방으로 들어왔다.

“일어나셨군요.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킨이구···,가 아니라. 너 몸이 왜 그래!?”

방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건 킨이었다. 그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옆에 있는 등받이가 없는 둥그런 의자에 앉았다.

온몸에는 그을린 것처럼 몸 이곳저곳의 털들이 타들어간 모습으로.

킨의 모습에 경악했다.

시꺼멓게 타들어간 타버린 그녀의 흰털. 그중 가장 심해보이는 건 동그란 모양으로 시꺼멓게 타버린 가슴 쪽의 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털도 무사한 건 아니었다. 이곳저곳이 시꺼멓게 타버렸고 그 크기는 크고 작게 아주 천차만별이었다.

“대체 꼴이 왜 그렇게 된 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야?!”

“진정하세요, 드레이크님.”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지금 네 몸이···.”

나는 손을 들어 킨의 털 중 타들어간 부위를 가리켰다.

그리고 봐버렸다. 밑동만 남아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오른손에 칭칭 감긴 붕대를.


···············.


“끄아아악!! 내 손이 왜 이래?!”

너무 충격적인 모습에 한동안 입도 못 벌리다가 뒤통수를 후려치는 강렬한 모습에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손이 사라진 단면을 만져봤지만, 붕대의 감촉만 느껴질 뿐이었다.

“드레이크님! 일단 진정하시고!”

“인마! 어떻게 진정해! 손모가지가 잘려나갔다고!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

“드, 드레이크님!”

“아,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그래, 내 손이 잘려나갔을 리가 없어! 으어어어, 이건 꿈이야!”

“···거듭 죄송합니다.”




“이제 진정이 되십니까?”

“어.”

“다행이군요.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합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화살을 꽂는 건 무슨 발상이야? 진짜 아팠거든?”

킨은 손목이 날아가 흥분한 내게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가타부타 예고도 없이 화살을 꺼내 허벅지에 꽂았다. 이불에 덮여있었는데 용케도 정확하게 꽂았다.

“무례한 행동은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가도 도리가 없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씁.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겠네. 하지만 그간의 정황에 대해선 빠짐없이 말해야해.”

“알겠습니다. 모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킨은 그 자리에서 내가 뜨문뜨문 기억하고 있는 기억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

그리고 그녀가 설명해준 장황한 이야기는 날 더욱 침중하게 만들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이게 끝입니다.”

킨의 설명을 간추리자면, 영혼융합을 하던 도중 모종의 이상이 생겨 재료로 이용한 영혼이 내게 빙의되어버렸고, 결국 내 몸의 통제권이 영혼의 감정에게 빼앗겨 안젤라를 죽일 뻔하고 킨과 혈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세상에···.”

믿기지 않는 사실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제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아마 그 영혼의 주인은 여자에게 최후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주인님을 보시자마자 굉장히 적대시 했습니다.”

“그거랑 내가 그렇게 변한 거랑 관련이 있는 거야?”

“영혼은 마지막에 어떤 감정을 품었나와 기억에 따라 그 성격이 바뀝니다. 그건 영혼을 주입받은 언데드에게도 영향을 주죠. 그리고 그 문제의 영혼은 여성에 대해 적개심이”

“그래서···, 내가 그렇게 된 건가? ···그나저나 넌 괜찮은 거야?”

전후 상황을 듣고 나니 킨에게 더욱 미안함을 느꼈다. 난 결국 감정에 휘말려 그녀를 공격한 것이다. 그녀의 몸에 난 화상자국들이 나 때문에 생긴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그럼에도 킨은 그냥 보기에도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보이는 화상인데도 아랑곳 않고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습니다. 제 몸이야 주인님이 다시 고쳐주시면 되니까요. 드레이크님처럼 어디가 절단된 것도 아니고요.”

킨이 자신의 타버린 가슴을 손으로 매만졌다. 그녀의 손이 스쳐간 털이 먼지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꽤 심각해 보이는 부상인데도 너무 낙관적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젤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나 때문에 크게 다쳐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안젤라는?”

“주인님은···.”

안젤라의 행방에 대해 묻자 킨이 내 시선을 피했다. 대답하기를 꺼려하는 눈치였다. 설마 진짜로 다치기라도 한 걸까? 그런 안젤라를 보고 내가 자책할까봐 말하지 못하는 걸까?

“다치기라도 한 거야?”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

이렇게 나오면 나한테도 방도가 없었다. 대답을 들을 수 없다면,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드레이님! 지금 운신하시는 건···!”

킨이 침대에서 일어서려는 나를 제지했다. 그녀가 진정 내 걱정을 하는 건지 아니면 안젤라에게 가려는 것을 막으려는 건진 모르지만, 이대로 가만있을 생각은 없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도 생각이 있는 놈이라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잘 쉬기나 해. 첫날부터 쉬기는커녕 이래저래 바빴잖아?”

“·········.”

킨의 손이 다시 그녀의 무릎으로 돌아갔다. 날 붙잡을 생각을 단념한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지나쳐 스탠드 옷걸이에 걸쳐진 카디건을 입었다. 한쪽 팔이 없다보니 입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그럭저럭 입을 만했다.

“난 소파에서 잘 테니까 넌 여기서 자. 깨끗하게 썼으니까 냄새는 안 날 거야. 생각해보니까, 여기 원래 네 방이었구나. 주인행세를 해버렸네.”

“···아뇨. 괜찮습니다.”

“문 닫을게.”

“네. 그럼 전, 이만 쉬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푹 쉬어.”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킨의 뒷모습을 보곤 천천히 방문을 닫으며 복도로 향했다.

“···미안해.”

복도로 나오기 전, 나는 킨에게 사과했다. 무의식중이었으나 그녀를 공격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것도 그녀를 흔적도 없이 태워버려서 말이다. 말로 이루 다 사죄할 순 없겠지만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사과하는 것뿐이었다.

“아닙니다. 드레이크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킨이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윽고 고개를 든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주인님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

킨의 애절함이 느껴졌다. 가면 너머로부터 전해지는 킨의 애절함에 마음이 미어졌다. 자신의 몸은 반쯤이 타버렸는데도 오직 주인인 안젤라의 안위를 걱정했다. 잘못했으면 죽음의 기로에 섰었을 텐데도.

나는 그런 킨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나도 알아. 잘 자.”

나는 복도로 나와 방문을 닫았다. 밝은 곳으로 나오니 횅한 오른팔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애써 이미 사라져버린 오른팔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괜히 오른팔을 상기할 때마다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들까지 모조리 떠올랐다.

고개를 돌려 안젤라의 방문을 쳐다봤다.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잠시 안젤라를 확인해볼지 고민했다. 원래 그녀를 보기 위해 나온 거였지만, 막상 하려니까 고민이 앞섰다.

만약 울고 있다면? 음, 안젤라가 운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는데. 아니면 이번 마법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거나. 뭐, 그게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과 가장 잘 매치된 모습이긴 했다. 뭐가 문제인지 확실히 짚은 다음에 나한테 다시 하자고 하겠지. 내가 다신 안하겠지만.

이래저래 생각하고 나니 일단 안젤라에게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복잡한 심경일 텐데 내가 모습을 드러냈다간 더욱 혼란해할 테니까 말이다.

“그냥 폰 좀 만지다가 자야겠다. 그나저나 잠이 오려나 모르겠네.”

기절한 거긴 하지만 어쨌든 눈 붙이고 있었으니 잤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잠은 다 잤다고 하는 편이 좋을 듯했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폰만 만지다가 샐 것 같았다.

소파가 있는 큰 방으로 내려오니 불이 꺼져있었다. 하긴 쓰는 사람도 없는데 켜놓으면 낭비지. 안젤라라도 마나석이 썩어나는 건 아닐 테니까.

큰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마나석 충전기에 꽂아뒀던 폰을 집었다. 배터리는 한나절이나 충전기에 꽂아뒀더니 밤은 새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히 차있었다. 비록 인터넷은 안 됐지만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제법 많았다. 정식으로 돈을 주고 다운받은 소설이나 영화, 만화, 음악, 노래 등등. 다만 영화는 대부분 섭렵해서 지루했고 음악이나 노래는 이어폰이 없어서 공동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듣기엔 조금 난처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소설이나 만화를 보는 게 전부였지만, 없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오른손만 쓸 수 있었다면 말이다.

“으, 이거 은근히 불편하네. 소설 좀 보다가 자려고 했는데 왼손으로 하려니까 안 되네. 이러다가 쥐나겠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폰을 만지작거리려니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래도 폰에 살고 죽는 현대인으로서 왼손이 쥐가 나 감각이 없어진다 해도 이 손에서 폰을 놓지 않을 것이다.

계속 자세를 바꿔가며 어떻게든 폰을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손이 저릴 때마다 탁자에 올려놓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 30분을 전전긍긍하니, 도저히 손이 저려서 폰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씨, 때려치우자 그냥. 손이 저려서 못해 먹겠네.”

나는 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자마자 저린 손을 털었다. 있지도 않은 손으로 주무를 수도 없는 일이니. 오른손의 유무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흠, 딱히 할 만한 것도 없고. 잠은 안 오고. 시간도 늦어서 마을엔 별 거 없을 거고.”

시간 때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밤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이었다. 즐길만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씹어볼까. ···아, 아무것도 없지. 그럼 뭘 하지···.”

뭐라고 먹으려고 생각하던 찰나 지금 이 집에 음식이라곤 생고기랑 채소밖에 없다는 게, 정확히는 당장 먹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점심에 먹다 남긴 음식물은 찌꺼기만 남아서 싹 다 버린 지 오래였다.

결국 당장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책을 읽자니 분수에 맞지도 않는 수준의 책을 고상한 척하며 읽기엔 내 인내심이 부족했고 이미 봤던 영화를 보기에는 너무나 지루했다.


············


“아니지, 지루하다보면 잠이 올지도?”

꽤 명안이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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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소울 싱크로 - 6 +2 16.05.18 2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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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상기(想起) - 5 +2 16.04.24 304 2 11쪽
20 상기(想起) - 4 +3 16.04.13 282 3 12쪽
19 상기(想起) - 3 +4 16.04.08 312 4 13쪽
18 상기(想起) - 2 +3 16.04.07 285 4 13쪽
17 상기(想起) - 1 +3 16.04.06 28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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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전개 - 3 +2 16.04.01 28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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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뜻밖의 전개 - 1 +2 16.03.28 3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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