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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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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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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2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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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 1

DUMMY

“으, 세상에. 대체 저것들은 뭐야?”

“저들은 설마···.”

“도를 넘어섰군.”

너나 할 것 없이 알파치노가 만든 틈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고,

“그에에엑”

“우워워억.”

틈새를 뚫고 나온 건 생명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역겨운 ‘것들’이었다.

형상은 분명 과거에 인간인 건 확실했다. 하지만 피부조직은 애초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염산에 녹아내려 반쯤 녹은 근육조직과 뼈가 드러났고 생체조직이 있어야할 안구나 내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래도 형태만 겨우 남은 녹다 말은 시체였다.

“폐기물들이긴 하지만, 재사용하기엔 충분할 것 같군. 우선 이 폐기물들로 적당히 테스트를 해보지.”

“설마, 이 괴물들···.”

절대 해선 안 되는 상상을 해버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알파치노의 행각을 염두에 두고 있자면, 상상을 안 하려해도 안 할 수가 없었다.

“맞네. 지금까지 행해온 실험의 실패작들이지. 딱히 둘 곳도 없어 살처분할까 고민했지만, 명령에는 복종하니 나중에 있을 실험에 재사용하려고 벽 안에 쟁여뒀지. 재료를 아껴야하지 않겠나?”

[인간으로서 말종이네, 저 양반]

루시우스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내가 살다 살다 사람 등쳐먹는 개자식들은 많이 봤지만 사람을 실험재료로 쓰고 그거로도 모자라 실패작으로 판명된 사람을 재사용한다는 상개자식은 처음이었다.

“세상에···. 이봐,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한 지 알고는 있는 거야! 지금 이 실험은 불법이라고! 네크로맨서로서의 규율은 지켜야할 거 아니야!”

실험에 희생돼 처참한 모습이 된 사람들을 본 안젤라가 경악하며 알파치노에게 격노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어있었을 줄이야.”

할 말을 잃은 건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당혹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얼굴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하, 누가 내 위업을 알아주겠어. 그들은 내 위업을 위해 희생됐을 뿐. 모든 희생은 위대하다는 것도 못 배웠나?”

“이건 희생이 아니라 학살이고 살인이야! 당신같이 이기적인 족속들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이랑 네크로맨서가 피해를 입는 거라고!”

“이런, 이런. 한낱 조무래기 네크로맨서 계집이 어찌 숲을 볼 수 있겠나. 그저 커다란 나무가 전부인 줄 알고 주저앉아 제자리에 맴돌 뿐이지.”

알파치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건 자부심을 넘어서 마치 세계가 자신이 진보의 선두주자라 착각하는 머저리를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이 의미 없는 대화는 관두지. 난 이제 내 할 일을 끝내고 내 위업을 위해 자네들의 희생을 받을걸세. 가라, 실패작들아.”

“그어어어!”

“우워워어어!”

누가 준데? 웃기지 말라 그래.

[우리도 준비하자. 자, 그럼 다음 초식. 창은 베기보단 찌르기에 치중된 무기. 베기는 동작이 커서 반격당할 확률이 높아져. 그러니까 찌르기를 통해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해야해. 동작은 내가 보조해줄 테니까 한번 움직여봐.]

알파치노의 공세가 이어질 것 같은 징조가 보이자 루시우스가 다음 초식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냥 듣기만 하면 대충 설명한 것에 불과하지만 지도해주는 선생은 내 머릿속에서 살고 있으니 입 아프게 설명해주는 것보단 직접 교정해주면서 가르치는 게 효율적이다. 그래서 난 루시우스를 믿고 창을 다시 억세게 고쳐 잡으며 루시우스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발광하듯 달려오는 괴물들에게 창을 조준하듯 쥐었다.

[처음부터 머리 같은 급소를 노릴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 어차피 맞히지도 못할 테니까. 우선 몸통을 노린다고 생각하고 찔러.]

“알겠어요.”

루시우스가 말했던 것처럼 베기보단 찌르기를 하려 집중했다. 그리고 고통 때문에 지르는 건지 단순히 위협하려 지르는 건지 모를 괴성을 지르며 선두로 뛰어오는 괴물을 향해 창을 찔렀다.

“그웨에에에엑!!!”

“치잇. 힘 한번 세네.”

대체 어디서 저 찰흙 붙이듯 있는 근육조직으로 이런 힘을 내는지 궁금할 정도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괴물의 힘에 하마터면 창대를 놓칠 뻔했지만 가까스로 다시 손아귀에 힘을 줬다.

복부에 창의 날이 박힌 괴물은 꽂힌 채로 발광을 하며 더욱 파고들려고 했다. 하지만 십자장창의 구조적 특징상 아무리 파고들려고 해도 상처만 늘어날 뿐 내가 창대를 놓치지 않은 이상 내게 다가올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괴물은 고통이라는 걸 못 느끼는지 미련할 정도로 다가오려고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 괴물의 힘을 오랜 못 버틸 것 같아 얼른 루시우스의 다음 지시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이제 창의 날을 세로로 비틀면서 있는 힘껏 위로 올려.]

“예, 예? 무슨 말씀이에요? 제가 그걸 어떻게 해요?”

[왜? 갑자기 겁이라도 난 거야?]

“그게 아니라, 아무리 시체라도 사람을 반으로 가를 만한 힘은 저한텐 없는데.”

눈앞에 있는 게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체라지만, 사람을 반으로 가른다는 게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는 자 알고 있다. 사람의 몸이라는 게 근육만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는 뼈가 있는데 그걸 힘으로 부수며 가르는 게 쉬운 일일 리가 없다.

게다가 일말의 죄책감이 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과거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부모거나 연인, 자식이었을 것이다. 비록 모두가 괴물로 변해 알파치노에게 농락당하고 있다지만 거부감이 안 든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걱정 붙들어 매라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해결해줄 테니까.]

“아, 진짜. 해볼 수밖에 없나.”

지금은 믿고 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지. 내 앞가림도 못 하는데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니지.

나는 루시우스의 말대로 있는 힘껏 창을 틀었다. 그러자 괴물의 복부에서 살이 찢어져 피와 엉겨 날붙이로 사람을 후벼 파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 때문에 속이 뒤집어 같았지만, 다시 괴물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으랏차!”

이어 창대를 위로 쳐들었다.

“끼에에에엑!!!!!”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에?”

절대 내 힘으론 불가능할 것 같던 게 현실로 이뤄졌다. 뭐, 그리 이상적이거나 한 건 아니지만.

사람을 순수 완력만으로 반으로 가른다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눈앞에 있는 건 더 이상 발광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날 뜯어먹으려드는 반 시체의 괴물이 아니었다. 그저 흉부를 시작으로 머리까지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 갈라진 단면에서 끈적끈적한 피 같은 것이 흐를 뿐인 ‘어떤 것’에 불과했다.

“워우. 이게 말이 돼?”

나도 모르게 괴물을 향해 질문을 던졌지만, 이미 중심을 잃고 바닥에 누워버린 괴물에겐 대답을 듣긴 글러먹은 것 같다.

[지금은 감탄에 빠져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에에에엑!”

“워우워우워우!”

정말 쉴 틈도 없이 어느 샌가 지척에까지 다가온 또 다른 괴물이 달려들었다.

기겁한 나머지 얼른 창을 괴물 쪽으로 휘둘렀다.

그리고 또 다시 믿기지 않은 현상이 벌어졌다.

“어랍쇼?”

방금 내가 어떻게 한 거지?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루시우스가 가르친 대로 거리를 두거나 할 겨를도 없이 높이 쳐들었던 창을 그대로 내리긋듯 우측으로 다가오는 괴물에게 휘둘렀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괴물의 몸이 반으로 사선을 만들며 갈라져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괴물의 상반신이 갈라진 경계면을 타고 땅에 떨어지자 졸지에 붉은 물을 뿜는 분수대가 돼버린 괴물의 하반신만이 움찔거리다가 쓰러졌다.

“뭐, 뭐지?”

[뭐긴 뭐야 내 마나의 힘이지.]

“마나의 힘?”

그 말에 뭔가 싶어 괴물을 반으로 가른 창을 확인했다.

“빛?”

아무래도 그 마나의 힘이라는 것의 정체가 이것인가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예리함을 자랑했던 창두에 푸른색의 빛 같은 것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검기, 라는 거랑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한 건가? 대충 판타지 소설에서 보면 이런 걸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던데. 설마 나 지금 검기를 만든 거야?!

“설마 이거 검기인가요?”

[검기? 이 화상아. 검기라는 게 그리 쉽게 되는 게 아니란다. 검기는 네 신체능력이 여간 좋은 게 아니면 감당할 수도 없고 검기는 마나가 아니라 몸 안에 축적된 기가 무기를 쥔 손을 통해서 전이된 거야. 넌 몸에 기라곤 눈곱만큼도 없잖아?]

“그럼, 이건?”

[정화의 수호자라는 기술이지. 마나를 응축해 창에 전이시키는 건데, 전투기술에 있어서 가장 기초 중에 기초지.]

기초 중에 기초가 이렇게 위력적이라고? 지금 사람을 반으로 갈라버릴 정도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 기술이 기초라니.

“···쩐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런 기술을 쓸 수 있게 되다니. 역시 세상 살고 볼 일이다. 판타지에서만 봤던 걸 직접, 그것도 내 손으로 발휘하다니. 워우, 괜스레 이상한 고양감이 든다.

얻을 수 없었던 힘을 손에 넣었기 때문일까. 아마 그렇겠지. 이미 내 머리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죄악감은 옅어진지 오래다. 지금은 이 힘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좋아···!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창을 앞으로 세우고 자세는 초식을 기억하려 애쓰며 다음 괴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에엑!”

“케에에!”

이번엔 둘이었다. 사이좋게 뛰어오는 모습이 참 정겹게도 보였다. 마음 같아선 격하게 포옹이라도 해주고 싶다. 날 물어뜯지만 않아준다면 말이다.

우선 첫 번째 괴물에게 했던 것처럼 맨 앞에서 뛰어오던 괴물에게 창을 내질렀다. 그러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저지를 당한 괴물이 복부에 창이 꽂힌 채 발버둥 쳤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하지만 이어 저지당한 괴물 뒤에서 쫓아오던 다른 괴물이 내게로 달려들었다는 게 문제였다.

[발로 까버려!]

“에라잇!”

이제 그의 말에 신뢰감이 들어 죽기 아님 까부라지기로 팔 하나 거리까지 다가온 인상 나쁜 괴물에게 혼신을 담은 발차기를 했다.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차긴 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보려 창을 쥔 양손 중 한 손을 떼고 허리를 틀어 옆차기 비슷한 동작으로 한 발길질이었는데,

퍼걱!!

효과가 엄청났다.

단지 발차기였는데 무슨 포탄이라도 맞은 듯 괴물의 몸이 폭발하듯 터지며 몸이 위아래 양단으로 분리됐다. 봇물 터지듯 튀긴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괴물을 찬 다리는 피로 범벅이 됐다.

“오우?! 세상에!”

[순간적으로 마나를 다리로 돌렸지. 덕분에 파괴력은 몇 배로 뛰었고.]

“그런 건 좀 말씀 좀 하고 하세요! 진짜 깜짝 놀랐다고요!”

[크크큭. 뭘 그런 걸 가지고 놀라냐. 앞으로 내 힘쓰려면 이 정도는 숨 쉬듯이 해야 할 텐데?]

“가학적인 취미가 있으신 게 아니면 즐기지 마시죠. 전 진짜 놀랐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취미가 있다하셔도 저한텐 하지 마세요.”

사람이 코앞에서 터져버렸는데 놀라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영화로만 보던 거라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3D를 능가하는 현실성 넘치는 실시간물로 보는 건 이게 처음이다. 순수한 대학생이었던 내가 이런 걸 체험해봤을 리 없다.

[알겠어. 그럼 이 사람이나 제대로 마무리해줘.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아, 예.”

눈앞에 꼬챙이에 꿰어진 사람 꼴이 된 괴물이 있는데 노닥거리고 있자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마나가 서린 창으로 마지막 괴물을 마무리했다. 또 다시 피가 사방으로 튀는 바람에 내 주변은 거의 피로 페인트칠을 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으, 역시 유혈이 낭자하니 떨쳐냈다 생각했던 죄악감이 다시금 몸을 잠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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