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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6.03.16 01:36
최근연재일 :
2016.05.3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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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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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想起) - 5

DUMMY

“밥맛 시키. 가다가 콱 넘어져서 코나 깨져라.”

몽벨랑이 멀어질 쯤 난 그를 향해 입안엣 소리로 조용히 저주 비슷한 말을 읊조리며 돌아섰다. 웬만해선 이런 비신사적인 짓은 안하려 그랬는데, 저 양반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절로 욕이 나왔다.

몽벨랑이 가리킨 짐마차로 간 우리는 가지고 온 옷가지며 과제 같은 걸 정리한 가방과 캐리어를 마차 구석에 박아놓고 자리에 앉았다. 몽벨랑의 태도는 맘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마차가 타고 가기에 그리 추레하거나 좁지 않다는 게 큰 위안이 됐다.

“저 몽벨랑이라는 사람은 좀 별로지만, 그래도 마차 구한 게 참 다행···.”

“아오, 저 몽벨랑인지 몽키매직인지 저 새끼 진짜 마음에 안 드네. 이름은 더럽게 웃긴 놈 저거 아주 뭐 하나 잡히기만 해봐. 아주 그냥 작살을 내버릴 거야.”

그래. 이래야 내가 알고 있는 안젤라지. 내가 틀릴 리가 없지.

“대체 저 배워먹지 못한 태도는 뭐야.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꼬라지를 때문에 성질 뻗치네. 누구는 돈 없어? 고작 마차 한 칸 빌려주는 거 가지고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네. 아오! 짜증나!”

“워워, 일단 진정 좀 하시고. 그러다 들으면 우리 신세만 꼬여요. 그 수도는 가고 봐야죠.”

짜증으로 오만상이 된 안젤라가 분을 삭이지 못하는 걸 보고 있자니 역시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상황, 그러니까 그녀의 짜증이 동감이 됐다는 거였다.

“진짜···. 내가 학교일만 아니었어도, 으으으.”

치밀어 오르는 화에 부르르 떨리도록 주먹을 쥔 안젤라가 뿜어내는 분노의 오오라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졌다. 시각화한다면 아마 마차 정도는 간단히 태워버릴 정도일 듯싶다. 워우, 그녀가 이 정도로 분노를 폭발시킨 것도 꽤 오랜만이다.

“내가 가서 그 아저씨 때려줄까? 내가 때리는 거 하나는 1등인데!”

“리프렌. 그게 그렇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은데?”

안젤라의 말에 리프렌이 소매를 걷어 금방이라도 몽벨랑에게 쫒아갈 듯 마차 입구를 박차려했다. 여기서 그녀가 튀어나가 몽벨랑 턱주가리에 어퍼컷 하나 꽂아주고 오면 좋겠다는 게 본심이긴 하지만, 일 커지면 겉잡기 힘들 정도로 사태가 커질 테니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리프렌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 울 아빠가 그랬는데 난 아빠를 닮아서 때리는 건 잘한다고 그랬어!”

“그런 게 문제라면 출격시켰겠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지. 그러니까 넌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그게 도와주는 거야.”

“그래? 알았어. 그럼 여기 앉아 있으면 되지? 그치?”

내 말에 리프렌이 자신의 원래 자리로 쪼르르 가 얌전히 앉았다. 근데 그녀가 자리에 앉은 뒤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째서인지 뭔가를 굉장히 갈구하는 눈빛을 발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

“으응~? 으응~?

설마, 칭찬해주길 원하는 건가?

왠지 모르게 리프렌의 시선에서 칭찬을 바라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눈치 채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 거기 앉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고마워.”

리프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원하는 칭찬을 해줬다. 뭐, 칭찬해준다고 내 입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한마디로 사람 기분 좋다진다면 싸게 치는 거지.

“뭐 그런 걸 가지고, 에헴! 또 도와줄 거 있으면 말만 해.”

“그래. 그때 가서 말할게.”

이렇게 보고 있으니 천상여동생이네. 그것도 아주 순수한 여동생.

“으으으―.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일단 이 감상은 안젤라의 화를 누그려준 다음에 하도록 하자.


“정지!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아침 9시에 출발하신답니다!”

어느 순간 멈춘 마차가 멈춰 섰다. 이윽고 마부석에 있던 마부가 선두마차로부터 전해진 전달사항을 말해줬다. 시간도 늦었거니와 올빼미도 스산하게 울어대니 슬슬 쉴 때가 됐다는 거겠지.

“으윽! 마차 여행도 그리 편한 여행은 아니구나!”

생애처음 한 마차 여행에 대해 감상평을 내놓으라면, 생각보다 그지 좋진 않다는 거였다. 안락하진 않더라도 불편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차 여행이 내 타입은 아닌 듯했다. 마차는 쿠션역할을 해주는 스프링이 없어 털컹거리는 건 기본이고 좌석은 판자만 대충 못질해서 만든 거라 타고 오는 내내 엉덩이가 배겼다. 그 배김 정도가 얼마나 심했냐면,

“레이! 오는 동안 수고했어! 내일 아침에도 부탁할게!”

탄지 1시간도 안 돼서 가장 튼튼한 몸을 가진 리프렌이 불편하다, 아프다 칭얼거려 오는 내내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아 여기까지 왔을 정도였다. 덕분에 난 고통+불편함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안 돼. 나도 사람인데 너만 편하면 되겠어?”

“하지만 엉덩이가 무지 아픈데. 무지 아파서 피 나는 줄 알았다니까?”

리프렌이 내 무릎 위에서 일어나더니 호소하는 눈빛으로 날 돌아보며 자신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지금까지 편하게 왔으면서 아프기는 무슨.

“나도 사람이라 아프거든?”

“우···. 치사빤스. 난 가녀린 드래곤 소녀인데.”

뭐가 그리 삐질 일인지 입을 삐죽거리던 리프렌이 마차 밖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치사하다라···, 지상 최고의 생명체인 드래곤의 자손이라고 말한 사람 입에서 가녀리다는 말이 쉽게 나오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다만 지금은 이걸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다.

“으으으.”

“킨, 괜찮아? 나가서 등 좀 두드려줄까?”

“언데드가 멀미도 하냐!”

“사실, 마차는 제가 이번이 처음이라서···.”

“처음이고 자시고 원래 언데드도 멀미를 하냐는 거지. 원래 우리들은 죽은 시체잖아, 시체!”

지금 당장 신경 써야할 건 기진맥진한 채 초췌한 몰골이 된 킨을 봐주는 게 급선무일 듯싶다. 세상에, 정말 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언데드가 멀미도 하다니.

“야, 레이크. 언데드도 죽어있을 뿐이지 엄연히 생명체거든? 언데드도 치명상을 입으면 다시 부활하지 못할 수도 있어. 게다가 킨은 내가 특별히 고안해서 만든 특수한 신체란 말이야. 미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만들어서 멀미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전투상황에 최적화, 욱. 최적화된 신체를 가지기 위해선, 후우우.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아, 알겠으니까 애써서 말할 필요 없어. 그러다 오늘 전 부칠라.”

안젤라의 변호를 거들려하는 게 눈에 확 띄는 킨. 하지만 이 이상 말하게 했다간 마차 안에 빈대떡을 부치게 될 것 같아 얼른 그녀를 제지했다. 며칠을 타고 가야할 마차 안을 꿉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일단 여기서 좀만 쉬었다가 나가자. 그게 더 편할 거야.”

“네···. 죄송합니다, 신경 쓰이게 해서.”

“아니야. 넌 마차를 거의 타본 적이 없잖아. 멀미를 할만도 해.”

걱정이 앞선 안젤라가 킨의 등을 쓸어줬다. 역시 킨에 대해선 지극정성이다.

“그럼 저 먼저 내립니다. 안젤라님이랑 킨은 좀 있다가 내려오세요.”

“거듭 죄송합니다···.”

“킨은 내가 알아서 챙길 테니까 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그 몽키매직이나 관계자한테 묻고 와봐. 그 다음에 같이 저녁준비하자. 도와줄게.”

뭐, 어차피 잡일은 내가 할 운명이었고. 그 중에 일거리 하나 늘어났다고 불평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오늘은 일손을 거들어줄 사람도 있으니 내 입장에선 오히려 지금이 좋았다. 이럴 때 오른손의 부재가 의외로 좋게 느껴지는데?

안젤라의 어명도 있겠다, 마차에서 사뿐히 내려와 곧바로 마부석으로 향했다. 자세한 계획은 몽벨랑이 알고 있겠지만 그 양반이 날 거들떠보지도 않을게 뻔할 뻔자다. 괜히 힘든 걸음할 필요 없이 관계자, 그러니까 우리가 타고 온 마차 주인한테 물어보는 게 훨씬 나았다.

“저기요. 뭐 좀 물어볼게요.”

“응? 아, 예. 말씀하세요.”

마부는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였다. 약간 덥수룩한 느낌의 수염과 머리카락이라 자칫 지저분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땐 오히려 지금 모습이 이 아저씨를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제가 모시는 분께서 여정에 관련해서 계획이 어떤지 알아보고 오라고 하셔서요. 급하게 온 탓에 자세한 이야기를 못 들어서요.”

“계획 말씀이시군요? 저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인데다 단순히 시키는 데로만 하는지라 어디를 경유하는지 하나하나 알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앞으로 마을 세 곳을 경유해 1주일은 더 가야 수도에 도착한다는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참, 그리고 상단주님께서 원하신다면 마차 안에 있던 식기용품들을 쓰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대신 깨끗하게 설거지하라는 당부하셨고요.”

그 몽키매직, 의외로 착한 구석도 있네?

푸근한 인상 그대로의 친절한 아저씨의 설명은 약간 모자랐지만 필요한 건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안젤라도 여정에 대한 대략적인 것들만 원했을 테니까.

그 아저씨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많이 괜찮아진 것 같은 킨과 그런 그녀의 등을 쓸어주고 있는 안젤라, 그리고 여전히 불만이 서린 얼굴를 한 채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는 리프렌이 눈에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왔어? 그래서, 걔네가 뭐래?”

“별 거 없어요. 앞으로 1주일은 가야 수도에 도착하고 마을 세 곳을 경유한다는데요?”

내가 들은 걸 안젤라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안젤라는 내 말에 대해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면 됐어. 그렇게 자세한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리고 마차 안에 있던 거 원하면 쓰래요. 안 그래도 저녁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잘 됐죠.”

막상 채비할 때 조리는 어떡해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이 인원이 묵직한 솥까지 들고 가기엔 약간 무리인 것 같아 여기 사람들한테 빌리려했는데. 다행히 이쪽에서 먼저 빌려준다고 하니 참 다행이었다.

“몽키매직이? 참네, 무슨 속셈이래. 뭐, 쓰라고 했으니까 써줘야지.”

왠지 인심 써주듯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듣는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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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소울 싱크로 - 2 +2 16.05.09 27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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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상기(想起) - 10 16.05.03 284 1 19쪽
25 상기(想起) - 9 +1 16.05.03 197 1 13쪽
24 상기(想起) - 8 16.05.02 295 1 14쪽
23 상기(想起) - 7 16.05.02 301 1 11쪽
22 상기(想起) - 6 +2 16.04.27 266 1 13쪽
» 상기(想起) - 5 +2 16.04.24 305 2 11쪽
20 상기(想起) - 4 +3 16.04.13 282 3 12쪽
19 상기(想起) - 3 +4 16.04.08 312 4 13쪽
18 상기(想起) - 2 +3 16.04.07 285 4 13쪽
17 상기(想起) - 1 +3 16.04.06 28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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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뜻밖의 전개 - 1 +2 16.03.28 329 2 12쪽
12 아이덴티티, 그리고 적응 - 7 +2 16.03.27 353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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