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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1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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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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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 3

DUMMY

수많은 시체들이 으깨지고 뭉쳐져 만들어진 괴물. 이름조차 없는 선혈덩어리의 거대 괴물은 눈앞에 있는 3명의 조그만 인간을 내려다보며 하얀 입김이 보이는 거친 숨을 내몰아쉬었다. 괴물의 입에선 들쑥날쑥하게 튀어나온 이빨 사이로 흘러내리는 붉은색의 피가 여러 작은 실선의 폭포를 만들며 바닥을 적셨고 괴물의 전신에 무작위로 우후죽순 튀어나온 뼈나 팔들은 실로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슥거렸다.

그리도 그런 괴물 앞에 조금의 물러섬 없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3명의 인간은 각자의 손에 무기와 마법을 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들의 모습은 언제라도 이 괴물을 쓰러뜨릴 준비가 된 영웅들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는 자태였다.

이 폭풍전야 같은 순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시간이 멈춘 곳처럼 그들은 자세를 가다듬으며 석상처럼 서서 때를 기다렸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 건 괴물이었다. 온통 알파치노의 명령으로 가득 찬 머리는 사고라는 걸 할 지능은 없다. 괴물에겐 온전히 이 세 사람을 없애는 것. 그것만이 자신의 삶의 목적이고 태어난 이유였다.

괴물의 피로 질척한 주먹이 세 사람의 진영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갔다. 날쌘 주먹은 아니었지만, 묵직하고 힘이 실려 그냥 스치는 것만으로도 뼈를 못 추릴 것 같은 위력이었다.

주먹이 바닥에 꽂히기 전, 그 자리에 서있던 세 명은 몸을 굴리거나 링크 마법을 통해 그 자리를 피했다.

물론, 볼썽사납게 나자빠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하게도 전투초보 드레이크였다.


“오우, 풍압이 여기까지 느껴지네. 저 무지막지한 주먹, 잘못 맞았다간 작살나겠는데?”

작살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일 정도로 괴물이 내지른 주먹의 위력은 굉장했다. 고작 근육덩어리로만 이루어진 주먹으로 돌로 이뤄진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 정도니.

다만 크레이터를 만든 괴물의 주먹도 성친 못했다.

주먹을 들어 올린 괴물의 주먹은 말 그대로 곤죽이 돼있었다. 충격으로 떨어져나간 괴물의 근육조직이 껌딱지처럼 바닥에 붙어 괴물의 손은 뼈가 드러나고 뜯겨져나가고 남은 근육만이 남아있었다.

“오늘 저녁은 다 먹었네.”

비위가 상하고도 남을 정도의 비주얼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다. 당분간은 고기는 입에 대지도 말아야지. 특히 고기반죽으로 만든 음식은 보기도 싫어질 듯하다.

그나저나 호기롭게 쓰러뜨린다고 말은 했는데 7m는 훌쩍 넘길 것 같은 저 덩치를 어떻게 이겨야하지? 진짜 난감하네. 그렇다고 저 덩치가 그냥 도망가게 두지도 않을 거 같고.

“어휴, 비위 상해. 레이크! 네가 붙잡고 있어봐!”

“예!? 제가요!?”

“저도 이제 어엿한 전사잖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해보면 되겠지! 네가 잡고 있는 동안 저 괴물을 날려버릴 마법을 준비할 테니까.”

“어어···. 그럼, 노력은 해볼게요.”

이제 완전히 이 괴물을 커버해야 하는 게 확정이 됐다. 게다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한동안 무방비상태로 집중을 하게 될 안젤라까지 지켜야 한다. 이거 산 넘어 산이네.

그래도 그만큼 내게 의지하고 있다는 거니까 그 기대에 부응해줘야겠지? 평소라면 피하라고 할 그녀가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는 건 날 믿고 있다는 거니까.

“어그로나 제대로 끌어봐야지. 최약캐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거밖에 없지.”

그리고 여기서 이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안젤라뿐이다. 케인이 저 괴물을 무찌를 만한 위인은 돼보이진 않고, 사실상 어제 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사람은 그녀를 지키는 게 최선이다.

옆쪽 저편에 서있던 케인을 바라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단지 눈빛만을 통해 뭔가 통한다거나 하는 건 없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두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할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안젤라를 뒤로 하고 자리를 박차며 케인이 괴물의 좌측으로, 나는 우측으로 괴물에게 접근했다.

괴물은 우리가 두 갈래로 나뉘어 다가오자 나와 케인을 두리번거리는 기색을 보이더니 케인을 향해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이게 어딜!”

괴물이 케인에게 한눈을 판 사이 난 다시 창에 마나를 불어넣어 정화의 수호자를 시전했다. 그러자 창날에 다시 찬란한 빛이 발하기 시작했고, 난 빛나는 창날을 괴물의 다리에 사선으로 올리듯 그었다.

“그워워워!!!”

내 공격에 괴물이 공격당했다는 것에 분노를 한 건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건지 모를 괴성을 지르며 시선을 케인에게서 내게로 돌렸다.

“워···, 이번엔 내가 피할 차례인가.”

아니다 다를까 타겟을 내게로 돌린 괴물이 몸을 완전히 내 쪽으로 틀었다. 이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다리를 높이 들어 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뒤로 물러나!]

루시우스의 어시스트를 듣는 직시 다리에 힘을 줘 뒤로 점프하듯 피했다. 루시우스가 시기적절하게 다리에 마나를 보내준 덕분에 평소보다 빠르고 멀리 움직일 수가 있게 돼 괴물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피할 수 있었다.

쿵하고 지축을 흔들며 동굴 안을 뒤흔드는 내려찍기를 당한 곳은 괴물의 주먹이 지나간 곳과 똑같은 운명이 됐다. 만약 예전의 나라면 저 밑에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뭉개져있겠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이쪽이다!”

이번엔 케인이 괴물의 시선을 끌며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괴물이 잠시 몸을 수그린 틈을 타 뛰어올랐고 정확히 괴물의 등에 착지했다.

“정화의 불길로 안식을 주리. 정의로운 분노!”

등에 올라탄 케인을 떼어내려 버둥거리던 괴물에게 그는 검을 거꾸로 잡아들고 괴물의 등에 검신이 전부 박히도록 있는 힘껏 꽂더니 좀 전에 보여줬던 예사롭지 않은 불길을 검에 일으켰다.

“그웨웨웨엑!!! 그엑, 그웨웨!!”

날이 선 비명이 고막을 찢을 듯 괴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케인은 그런 괴물의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등에 난 상처를 비집고 나오려는 마나의 화염의 열기를 무시하며 검을 괴물의 등에 더욱 깊게 틀어박았다.

“조금만 힘내라고! 거의 다 됐으니까!”

뒤에서 저러니 가만히 있을 순 없지. 팔 걷어붙인 김에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루시우스. 그럼 부탁할게요.”

[오냐. 맡겨둬라.]

물론 그 자신감도 뒤에서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나오는 거지만. 그래도 뒷배도 있는데 바보마냥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은 태도 아니겠어?

루시우스가 일러준 대로 자세를 갖추고 날뛰고 있는 괴물에게 다가갔다. 괴물은 케인을 떼어내려 등 뒤로 팔을 뻗는 등 안간힘을 쓰느냐 날 못 본 모양인지 손이 닿는 근처까지 와도 내가 다가왔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저기, 혹시 뭔가 발목을 잡을 만한 기술 같은 거 없을까요? 저 짓도 그리 오래 가진 못할 것 같은데.”

[지금 저 괴물을 잡고 있을 만한 기술은 네 몸이 버텨내기 힘들어. 마나가 네 몸에 도는 순간 몸이 이겨내질 못하고 폭죽이 될 걸? 네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시간끌기뿐이야.]

“으, 약골이라 죄송합니다.”

그럼 당장 쓸 만한 기술은 없다는 거네. 젠장, 그놈의 마나가 뭐라고 정작 중요할 때에 쓰지 못해 난관이냐.

“크으으···, 제길!”

그때 몸을 사방으로 흔들어재끼던 괴물의 몸짓에 케인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그는 바닥을 뒹굴며 떨어졌고 검도 놓치고 말았다.

성가신 존재가 등에서 떨어지자 잠자코 있던 내가 괴물의 시야 안에 들어왔다. 안구가 없는 텅 빈 눈으로 바라보는 괴물의 시선에 다급함을 느낀 난 루시우스를 재촉하며 뒤로 물러났다.

“무리가 좀 가도 상관없으니까 저 괴물 좀 어떻게 해보자고요! 이대로 있다간 밀가루 반죽 다져지듯 납작해지겠다고요!”

[뭐, 그렇게 말한다면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리 심한 부담은 되진 않겠지만, 그건 내 기준에서고. 너한텐 엄청나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난생처음 겪어보는 고통일걸? 그래도 너의 그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극복해보겠어?]

괴물이 날뛴다. 케인은 나가떨어져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젤라는 마법을 준비하느냐 자신도 돌보지 못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나만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나밖에 괴물의 동선을 막을 수 없다.

“말만 해주세요. 어차피 각오한 일이니까요.”

[캬! 내가 몸 주인 하난 제대로 만났네. 마음에 들어.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여간 아픈 게 아닐 테니까.]

“아픈 건 이미 진저리나게 겪어봤어요. 혈관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고통도 겪어봤다고요.”

그리 기억하고 싶은 추억은 아니지만, 과연 안젤라가 내게 처음으로 영혼을 융합시키려던 때에 버금가는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 건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렇다면 한번 믿어볼까. 과연 네가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네.]

“너무 뜸들이지 마세요. 갑자기 후회가 밀려오려고 하니까.”

지레 겁먹게 이리 으름장을 놔야 할까. 천성이 저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럴 땐 참 도움이 안 된다 싶다. 뭐 걱정이 되서 그런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 좁은 동굴 안에서 안젤라와 케인에게 신경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괴물의 공격을 피한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투에 완전 생초짜인 나에겐 이 상황은 더욱 벅차게 느껴졌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져가는 감각과 루시우스의 어시스트 덕분에 벅찬 감각이 서서히 감화돼 갔다는 거다. 아마 괴물이 덩치만 컸지 타격면적도 크고 둔해서 그런 듯했다.

[일단 괴물한테서 멀리 떨어지되, 너한테만 다가오도록 거리를 둬. 그런 다음 창날을 땅에 박아. 그 다음부턴 나한테 맡겨.]

그 말에 괴물과 멀찍이 떨어졌다. 이후 창을 바닥에 꽂았다.

[자,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창에서 손 떼지 마. 당장 놓고 싶어도 놓지 말고,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아도 꾹 참아. 알겠지?]

“워···. 지금 많이 불안하거든요?”

[어쩌겠니? 각오했다며? 그냥 주사 맞는다고 생각하고 참고 있어.]

“그게 무슨···, 윽!!!”

순간 말을 이을 수 없는 고통이 전신에 관통했다. 짧은 찰나에 밀려온 고통에 입술을 깨물었다. 루시우스가 말했던 게 이건가? 처음만 힘들지 꽤 버틸 만한데?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그 고통이 다시 몸을 강타했다. 그리고 더 짧아진 주기로 고통이 내 몸을 계속해서 강타했다. 마치 점점 빨라지는 심장고동소리가 고통으로 바뀌어 오는 것 같았다.

[버티기 힘들 거라고 했잖아. 조그만 참아. 마나가 네 몸을 타고 흐르는 동안은 어쩔 수 없으니까.]

“으으으윽!!!”

영혼융합 때처럼 혼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이 깨어있는 만큼 그 고통은 절감 없이 있는 그대로 전해져 그때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느껴졌다. 고통의 주기는 계속해서 짧아졌고, 이젠 주기가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짧아졌다.

하지만 내 고통의 비례해 내 몸과 창에도 변화가 생겼다.

창은 옅은 푸른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보이진 않지만 내 몸도 전보다 ‘무언가’가 훨씬 확실하게 느껴졌다. 딱 뭐다, 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이 무언가가 강해질수록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몸에서 샘솟는 기분이었다.

놀라움과 고통의 사이에서 허우적거릴 때, 창이 발하던 빛이 더욱 강해지기 시작해 더욱 짙어진 푸른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좋아. 이제 충분해.]

“저기, 얼른, 하시죠? 지금 괴물이, 코앞이라고요.”

하지만 가장 날 긴장케 하는 건 어느 새 근처까지 다가온 괴물의 그림자가 내 몸에 드리웠다는 거였다. 이제 몇 발자국만 더 걸어오면 주먹만 내질러도 난 뼈도 남지 않고 뭉개진다. 한시라도 빨리 루시우스가 지금 난국을 해결해줬음 하는 바람이 컸다.


[그럼 성원에 힘입어 시전해볼까? 크흠. 마나의 흐름이여, 하나의 파동이 되어라. 천공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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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상기(想起) - 7 16.05.02 301 1 11쪽
22 상기(想起) - 6 +2 16.04.27 266 1 13쪽
21 상기(想起) - 5 +2 16.04.24 305 2 11쪽
20 상기(想起) - 4 +3 16.04.13 282 3 12쪽
19 상기(想起) - 3 +4 16.04.08 312 4 13쪽
18 상기(想起) - 2 +3 16.04.07 285 4 13쪽
17 상기(想起) - 1 +3 16.04.06 288 4 13쪽
16 뜻밖의 전개 - 4 +4 16.04.05 350 3 14쪽
15 뜻밖의 전개 - 3 +2 16.04.01 288 2 13쪽
14 뜻밖의 전개 - 2 +2 16.04.01 299 2 13쪽
13 뜻밖의 전개 - 1 +2 16.03.28 329 2 12쪽
12 아이덴티티, 그리고 적응 - 7 +2 16.03.27 353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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