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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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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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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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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7화-Recall(3)

DUMMY

파아아!

로그인 당시의 특유의 부유감이 느껴지며 의식이 멀어져 갔다. 평소라면 여기에서 잠시의 블랙 아웃 이후 영광의 신전을 마주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크윽.’


비록 그 범위가 조금 좁아졌지만 그 스스로의 육신을 지키기에는 충분한 수준. 하지만 유체이탈과 같은 육체를 벗어나 그 힘을 행사하는 것은 처음이라 완전하게 지키는 것이 힘에 부쳤다.

육체의 역할은 영혼의 그릇을 유지하는 것임과 동시에 하나의 좌표 기준점이 되는 것.

애초에 현휘의 능력은 ‘나’라는 기준점을 두고 반경 5m라는 권역을 설정하는 상대 좌표를 중심으로 적용되는 종류의 것이다.

하지만 영혼의 상태에서는 ‘나’라는 존재의 분명한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 힘들기에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까다로웠다.

거기에 지금은 어떠한 원리로 인해 영혼이 이동하는 과정. 그 과정을 거스르지 않고, 단지 정신을 잃지 않은 채 주변의 정보를 모으는 것이기에 더욱더 힘들었다.


‘크으윽! 제기랄!’


생전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통증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진행되어야만 하는 블랙아웃을 겪지 않고 접속루트를 파악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그것이 능숙하지 못한 능력의 운용상태라면 더더욱. 완전한 보호의 방패를 가지고 있다가 위험에 노출된 것은 상상 이상으로 데미지가 컸다.

그 스스로가 능력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기에 더더욱.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목적한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건······!’


하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아니, 하나가 아니다. 수천, 수만, 수억, 셀 수도 없는 숫자의 흐름이 하나의 세계를 떠나 다름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힘이 아닌 누군가의 힘으로. 단지 어떠한 존재의 의지와 힘만으로 이정도 숫자의 영혼이 차원의 벽을 마음 내키는 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미친······!’


현휘 역시 어쩌면 차원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육체를 입을 상태로.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법과 이능을 모조리 동원하고서야 겨우 혼자만을 이동시킬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대 역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초라한 수준인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렇기에 그것을 분석했다. 하나하나, 티끌만큼의 틈도 없이 빠짐 없이.

애초에 복제품이 쉽게 나오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무언가를 발명해 ‘최초’로 만드는 것 보다는 그것을 역설계, 내지는 복제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쉬우니까.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Parallel이라는 희대의 발명품이 그의 손에서 완전히 분석되고, 해석되어 마침내 완전히 규명해냈다.

그것이 어떠한 원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에 어떠한 힘이 담겨 있는지.

그것이 어떠한 소망을 품고 있는지.

현휘의 눈에서 가늘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니, 흘러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차피 지금은 영혼의 상태. 눈물조차도 그저 현상일 뿐. 그것은 영력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곧 몸으로 흡수 되었다.


‘아······버지.’


지금은 얼굴조차 희미한 그 이름을 작게 되뇌었다.

그의 아버지 이선문. 분명 어머니와 같은 시기에 돌아가셨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현희와 연영은 아버지와 보낸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니까.

단지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무척이나 유한 인상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

어머니와 사이가 무척 좋았다는 것.

자신과 연영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나직하게 중얼거리고 설계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것.


‘당신은······ 무엇을 하시고 계셨던 것입니까.’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볼 정도로 드물게 집에 돌아오던 아버지였다. 어머니가 항상 자신들과 함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일곱살이 되던 여름. 덥다고 칭얼거리던 자신과 영연을 보며 휴가를 맞아 집에 계시던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럼 어디 시원한 곳으로 갈까?’


그리고 선문의 뒤를 따라 문을 연 현휘와 연영은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 너머에 있어야 할 거실이 아닌, 침엽이 가득하고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가 폐부를 적시는, 터키석 빛의 호수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


‘어때, 시원하지?’


싱긋 웃는 그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때 그의 미소가 어찌나 시원했는지. 공간을 넘어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 왔다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즐겁게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십수년의 시간을 넘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버지의 오랜 흔적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이게······ 아버지의 작품이었습니까······’


부분부분. 다른 이의 힘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분명 그 중심은 그때의 그 힘이 맞았다. 다른 곳으로의 문을 여는 이능.

그것이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고 이들의 영혼을 그곳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하, 대단도 하십니다.’


그저 평범한 공간이동 능력자인 줄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기억도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버지, 이선문의 능력은 단지 공간이동이 아니다. 그보다 상위의 어쩌면 신에도 비견될 법한 능력.


‘뭐, 중요한 건 아닌가.’


이미 그의 아버지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의 유품이 이렇듯 사람들을 다른 세계로 초대하고 있을 뿐.

그렇기에 현휘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그럼, 가볼까.’


이미 얻고 싶은 것은 모두 얻었다. 더 이상의 증거 역시 필요치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지 좀더 최선을 다해 새로이 주어진 삶을 즐기는 것뿐.

완전히 아인즈의 얼굴을 한 채 아스하일로 넘어가는 그의 뒤편으로 문이 닫히는 것이 보였다.


-부디, 나의 아이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 * *


‘젠장, 젠장, 젠장!’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불평을 한번에 쏟아낸 적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었다. 불만이라는 건 무언가를 뜻대로 이루지 못해서 나오는 것이고, 그녀는 단 한번도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겪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자 결국 나오는 것은 욕밖에 없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어째서! 어째서 안 되는 거냐고!’


이미 최초의 충돌이 일어난 지 이틀째. 무슨 이유에서인지 완전히 회복된 영기와 육체가 충돌만을 일으키고 합신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결국 다 끝이야! 뭔가, 뭔가 방법을 내야······!’


아직 자신을 여유가 있었지만 문제는 각기의 진명을 행사하는 이들이었다.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있었던 충돌로 그들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처음 구현하는 영혼직접개입 마법인데다가 단지 구현에만 신경을 썼을 뿐, 이런 상황은 상정하지도 않았다.

얼마나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 수단을 강구해 내기란 지난한 일이다.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결말을 바라며 현상을 유지하는 것뿐.


‘제기랄! 누가 이런 거라고 말을 해 줬어야 될 것 아니야!’


아무런 의미도 없는 불평을 터뜨려 보지만 그건 말 그대로 무의미했다.

초조함을 곱씹으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착되어 있던 상황에 변화가 찾아왔다.

쿠웅.


‘무슨?!’


갑작스럽게 낮아진 영압(靈壓)과 동시에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충돌. 한번, 두번, 세번. 지금까지 천천히 진행되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 순식간에 세번의 충돌이 일어나고 그 간격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마치 진행을 막고 현상을 유지하던 어떤 힘이 사라진 것처럼.


‘사라져?’


갑작스레 낮아진 영압, 빨라진 충돌, 불안정해진 영혼과 육체의 상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안정을 유지하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이 호재인지, 악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영기의 주인이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자신들의 힘으로 막을 수 없게 된 것인지.

결국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다.


‘하아, 제발. 제발 좋게 좋게 가자고.’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마침내 파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중심을 이루며 가장 많은 부담을 감당하던 게럴트부터였다.


“커억!”


갑작스럽게 가중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폭군으로부터 튕겨져 나가자 그 영향은 순식간에 다른 이들에게 퍼져 나갔다.


“크윽!”


“아악!”


“젠장!”


의식을 보좌하던 여덟명이 떨어져 나가고 갈 길을 잃은 힘들이 향할 방향은 불을 보듯 뻔했다.


‘제기랄! 이젠 다 끝났어!’


곧 밀어닥칠 여파를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여파도 닥쳐오지 않았다. 오히려 본래 감당해야 하는 부분들의 부담이 모조리 사라졌다.

마치, 의식에서 배제된 것처럼.


“스피카!”


고개를 돌려 그녀가 있을 위치를 향하자 아니나 다를까.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위태롭게 서 있는 스피카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그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의식에서 배제된 상태. 지금 의식의 과중한 부담을 모두 떠안고 있는 이는 오직 스피카 단 한명이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야!


애초에 이 의식이 열다섯으로 진행되었던 이유는 홀로 그 부담을 모두 감당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부담을 제아무리 별의 권세까지 빌려가며 행사한다고 해 봤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그 증거로 지금 스피카의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중했으니까. 전신의 피부가 과도한 영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가고 있는 데다가 눈과 입에서도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만둬! 빨리 의식을 제자리로 돌리라고! 그대로 가다간······!


하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너무나도 밝고, 또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너, 너!


여태 한번도 그녀의 저런 눈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탄생부터 그 자신을 저주하고 원망했으니까.

그녀는 포이멘의 초대 탑주인 아시오르의 셋째 제자와 엘프의 딸이었다.

하지만 탄생과 동시에 그녀는 하프에게 흔히 일어나는 붕괴를 겪었고 그것을 막으려 그녀의 부모는 자신들의 생명을 던져 그녀를 간신히 살려냈다.

부모를 죽이고 그 생명을 대가로 살아남은 저주받을 자.

그것이 그녀가 스스로에게 새긴 낙인이다. 그렇기에 애정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자격이 없다, 원하지 않았고.

사람을 갈구하면서도 자신과 가까워지면 결국 자신이 잡아먹고 말거라 멀리했다.

그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것이 바로 아시오르와 그녀, 파일리아스. 그런 그녀였기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 정말로 그를 사랑하는구나.’


여태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도 그저 단순한 애정이려니 생각했었다. 언제까지나 십대의 감성을 가지고 있을 그녀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순간. 너무나도 늦게 그것을 알고 말았다. 그녀는 단순히 애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목숨을 던질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들을 모조리 튕겨낼 것은 또 뭐란 말인가. 그것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의 위험만 더욱 가중되어 버렸다.

이대로 가면 얼마 있지 않아 그녀는 단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소멸될 것이 뻔했다.


-하아, 들······려요?


-스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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