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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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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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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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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83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3)

DUMMY

“현휘야. 언제까지고 도망만 칠 수는 없단다. 끝까지 도망만을 선택하게 되면 결국 그 끝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에 도착할 뿐이야.”


“······”


“그리고 너에게는 책임도 있잖니. 네 스스로가 자신을 가주라 칭한 그 시점부터 그 아이들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너에게는 생긴 거란다.”


“하지만······!”


인화가 살며시, 어느새 장성한 아들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 주었다. 그가 자신의 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현휘는 그 아이들을 믿지 않니?”


“아뇨,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잖니?”


진한 미소를 그린 인화가 다시 그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가져다 대었다.


“너의 가족들이잖니. 네가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겠어. 그러니까 믿고, 기다리렴.”


어머니의 말에는 마력이 담겨있는 것일까. 불안에 가득했던 그의 눈이 어느새인가 안정을 찾았지만 감겨진 그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네. 엄마.”


“그래, 엄마는 아들을 믿어. 아들은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진 않을 거지?”


여기서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떠나지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피하던 그의 양 볼을 인화가 잡고 눈을 맞췄다.

따뜻함만이 가득한 그 눈에 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엄마.”


그것이 비록 한 순간의 환상과 꿈이라 할지라도. 간절히 붙잡고 싶은 그런 꿈이라 할지라도.


“안녕히······ 가세요.”


결국,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다만 견디고 견딜뿐.


* * *


도망치고자 약에까지 손을 대어서 도망친 그곳에서 보인 것은 과연 약의 환상일까, 아니면 자신의 바람이 그려낸 내면의 환상일까.


“······”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꾸욱.

더 이상 못난 꼴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자리에서 일어서는 현휘의 눈에서는 더 이상 텅 빈 멍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꼴불견 일 테니까.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일려나.”


주위를 둘러보니 사용감이 보이는 침구가 몇 개 가량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비어있는 상태. 대략 서른평 정도 되어 보이는 이 공간에는 오직 그 뿐이다.


“여기는······수용소······같은 곳인가.”


분명 제법 깔끔한 침구들이기는 하지만 이곳의 시설은 썩 좋지 못했다. 거기에 통신은커녕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구조. 이런 곳이 어떤 목적인지는 빤했다.

아마도 무슨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가둬두는 곳일 터이다. 다만 그 목적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한데······


“뭐, 상관 없나.”


그에게 그런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에게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이곳을 탈출할 자신이 있었고, 그만한 힘도 있다.

단지 지금 이곳에서 죽치고 있는 이유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


“누가 됐든 시간 되면 오긴 할 테니까 기다려 볼까.”


아으윽거리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기지개를 피던 그의 팔에서 무언가가 흘러 내렸다.


“응?”


붉고 푸른 수실로 이루어진 전통식 매듭의 모습에 현휘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이건 분명히······”


그날,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 마지막 만남의 그때에 어머니가 손수 달아주신 매듭으로 된 팔찌.

어떻게 생겨먹은 물건인지 물에도 젖지 않고 한번은 풀어보려 했지만 자신의 능력조차 먹히지 않았던 무지막지한 그 팔찌가 어느새 매듭이 풀어져 팔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힘이 다해 풀어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영능의 흔적.


“이건······!”


예전이라면 몰랐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Parallel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익히 보고, 경험한 영혼의 흔적이다.

지금은 이미 본래의 영혼으로 돌아가고 흔적만 남아있지만 이 느낌은 분명 어머니의 그것이다. 칠칠치 못한 아들을 위해 남긴 끝없는 자애의 흔적이다.


“어머니······”


손상된 영혼은 명계에서 그대로 체류하며 윤회의 물결에 합류하지 못한다.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시간축조차 다르고, 시간 감각조차 다른 그곳에서. 얼마나 걸리지도 모르는 기다림을 하며 단지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어서까지 휴식을 누리지 못한 끝없는 모성애의 흔적이다.

떨리는 양손이 가만히 매듭을 보듬어 쥐고 이마에 가져다 댔다. 이제는 미약한, 금방이라도 사라질 그런 흔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부디, 평안하십시오.”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미약하게 남았던 흔적마저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모든 이능의 힘이 사라지고 이제는 평범한 매듭이 되어버린 것을 소중하게 감싸 주머니의 안에 넣었다.

비록 이제는 평범한 무기물일지라도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물건이었으니까. 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후우······.”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끼며 벽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현휘는 오래된 기억들을 수면위로 끄집어 올렸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신비로운 면이 많은 분이셨다. 어머니는 때때로 위험을 예견하시기도 하셨고, 아버지가 무엇인가를 사오시는 것 역시 종종 예견하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께는 신기한 물건 역시 제법 많았다. 가끔 귀신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패나, 부유하는 부채 같은 말하자면 귀신들린 물건들이 제법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었다.


“그래······ 어머니는 확실히 평범한 분은 아니셨지.”


어머니와 가끔 숨바꼭질을 하면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어째서인지 어머니는 자신과 연영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고 계시는 듯 했다.

궁금해서 여쭤보면 언제나 어머니는 살풋 웃으시며


‘글쎄? 좋은 분들이 알려주셔서 엄마는 모르는 게 없단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뜻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우응······화장실······’


자다가 화장실이 급해 가던 중 거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낯선 목소리 여럿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 어린 호기심에 들여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거실의 이곳 저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응? 왜 투명하지?’


다만 문제라면 그들이 투명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랄까. 하지만 잠에도 취해 있었고, 귀신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기라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앞에 나섰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생각 없는 행동이었지.’


애초에 현계를 떠도는 영혼은 거의가 원한령이고 극히 일부만이 수호령 같은 특별한 존재로서 남게 된다. 그런데 십수명의 영혼 앞에 나서다니.


‘뭐, 그나마 그들이 썩 괜찮은 이들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저기요,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세요?’


그것이 자신이 그들에게 처음 건넨 인사였다. 그때 그들이 얼마나 놀라던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


‘너, 설마 우리가 보이는 거니?’


‘네. 그런데 뭐하세요? 벌써 한밤이란 말이에요.’


‘허허, 이집 안주인만 그런 줄 알았더니······’


‘뭐, 어때요? 귀엽잖아요?’


‘꼬마야, 뭐 가지고 싶은 거라도 있니?’


그들은 자신이 그들을 알아본다는 것을 알자 무척이나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자, 이것 좀 보렴. 어때? 멋지지?’


‘우웅······’


‘아, 이런, 잠들었나.’


‘어떤가, 아직 어린 아이이니 잠을 많이 자 둬야지.’


그 다음날 여전히 보이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는 자신을 보고 놀라던 어머니의 모습 역시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안에 기쁨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몇날인가가 지나고. 어느새 자신은 그들과의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유쾌한 이웃이었고,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자신들을 인식할 수 있는 그를 무척이나 예뻐했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영체와 접촉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어머니가 항상 함께 계셨었지만.


‘오, 왔나! 꼬마!’


‘현휘라고요!’


‘하하! 워 어때. 아저씨쯤 되면 다 꼬마로 보이기 마련이라고!’


정원 한켠에 머무는 그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재주는 무척이나 새롭고 재미있었다. 다만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자, 어때? 이게 바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폴터가이스트라는 거지!’


콧대를 높이고는 뻐기듯이 말하는 그 모습에 심통이 났던 것이었을까. 어린 현휘는 호기롭게 소리쳤었다.


‘그런 건 나도 할 수 있어요!’


‘하하, 꼬마, 이건 사람들은 못하는 거라고.’


‘아니야!’


‘현휘야!’


‘꼬마?!’


‘아이야!’


‘무슨?!’


어머니와 그들의 놀라는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그때 자신이 저지른 것은 그만큼 어이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때 자신은······


“어라? 내가 그때 뭘 했었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이건 그 정도가 아니다. 그날 이후로 그들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그날, 그순간 이후의 기억에 결손이 있다. 게다가 그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이건 분명 의도적인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분명한 기억의 결손과 그것을 숨기기 위해 그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막아 놓았다.

정대 평범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것이 이능이라고는 구전 정도의 전설만 간신히 남고 초능력이라 불리는 힘들만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생각해, 기억해, 떠올려라. 그날, 그곳, 그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는 마법사.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든 변수를 상정해 판을 조율하는 존재. 그렇기에 스스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자신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그런 건 용납할 수 없다.’


계산에 없는 변수는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비수가 되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현휘는, 포이멘의 탑주 아인즈 에르는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의지를 움직였다.


‘보여라.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능공간이 기동을 시작하고 철저하고 은밀하며 강력한 금제로 봉인되었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도···...돼!’


‘······야!’


‘막······서!’


노이즈가 잔뜩 낀 고장 난 TV같은 기억들. 하지만 서서히 분명해지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아, 어서 보여봐라.’


그의 의지에 따라 공간을 지배하는 의지가 그에게 직접적인 조작을 가하고 떠오르는 기억이 가속화 되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


‘어머니?’


‘현휘야. 꼭 엄마랑 약속이다?’


‘응, 엄마.’


뚝.

그것을 떠올린 순간 그의 의지가 멈추고 모든 것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갔다.


‘현휘야. 꼭 엄마랑 약속이다?’


그는 더 이상 떠올릴 수가 없었다. 아니,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분명 그것은 큰 변수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하지만 그것을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하아······”


그것은 약속. 그가 스스로 어머니와 나눈 약속이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 그것을 어긴다고 해 봤자 아무런 영향도 없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그렇게 쉬이 깨어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를 믿었다. 어머니가 그를 사랑해 주셨던 것처럼.

세상 그 어떤 어머니가 자식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까. 그것의 결과를 알고서는 절대 하지 않을 터이다.


“믿습니다. 어머니.”


* *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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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0 신용비버
    작성일
    16.08.21 13:37
    No. 1

    에초에 능력자란게 자연스레 있는 세계였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nifle
    작성일
    16.08.21 18:58
    No. 2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그런 상태죠. 말하자면 수면 아래의 세계랄까.
    주인공의 경우에는 예전에 전세계에 존재하는 컴퓨터란 컴퓨터는 죄 해킹해서 능력자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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