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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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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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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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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67화-포착(捕捉)(1)

DUMMY

까아악! 까아악!

어둠이 내려앉은 대지에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세상을 떠나간 이들의 장송곡이라도 되는 듯 대기에 내려 앉는 울음을 들으며 다르안은 허리를 굽혀 흙을 집어 들었다.

휘이이잉.

스쳐가는 건조한 바람에 흩날리는 흙을 바라보며 그는 멍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시야에 잡히는 것이라고는 삭막한 대지와 죽음이 가득 들어찬 공기뿐.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격전이 있었던 곳이지만 이곳에 가득한 죽음의 기운은 시신들을 백골만 남겨 놓은 채 게걸스레 먹어 치워 덩치를 부풀렸다.


“모두······ 끝난 건가.”


방금 전의 전투로 인해 북부의 대 귀족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들의 군세와 함께. 이제 대륙북부에 남은 것은 그와 그의 군세뿐이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모두 죽었습니다.”


옆에서 들려오는 건조한 목소리에 다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퍼진 죽음의 기운은 그의 수족과도 같은 것. 그 안에 생명의 기운은 한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끝났지. 모두, 모두.”


허탈한 가슴을 부여잡은 채 둘러보는 삭막한 풍경에는 그 어떤 답도 구할 수 없었다. 이곳은 이제 죽음만을 구할 수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 허무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분명 자신은 그들과 전쟁을 했고, 승리했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애초에 그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디에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자신이 성자가 되는 길을 걸은 것? 성자로서 여인을 마음에 품은 것? 그녀와 행복을 누리려 한 것? 딸을 낳은 것?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 전쟁을 회피하지 않은 것?

모르겠다.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처음의 시작은 분명 간절한 소망이었지만 이제 남은 것은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분노를 세상에 풀어 놓을 뿐.


“하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지만 그녀와 함께 보았던 아름답던 그 빛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은 그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하는 죽음의 대지. 하늘의 빛깔조차 이곳에서는 생명을 잃고 칙칙한 회색빛을 띨 따름이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릇된 선택으로 인해 분쟁을 피워 냈고,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그것조차 끝난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곳에 방황을 풀어놓을 만큼 뻔뻔하지 못한 그로서는 지독한 허무에 몸부림치고 있을 뿐. 아무런 선택지도 없는 선택 문제를 받은 느낌이다.


“로드.”


“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그곳에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가장 강력한 기사. 데스나이트(Death Knight)의 수장 자미알.


“무슨 일이지?”


그는 분명 딸을 위해 남겨두고 왔을 터였다. 그는 충직한 기사. 결코 자신의 명을 허투루 어겼을 리가 없다.


“아이리는 어떻게 하고 이곳에 있는 것이냐.”


“아가씨께서 위독하십니다.”


“뭐?”


“약 한시간 가량 전부터 증세가 시작되었는데 그 진행이 비정상적입니다. 안드레이의 소견으로는 마나형 질병 중 하나로 추정된다 합니다.”


아이리가 아프다?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그가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사랑했던 그녀의 유일한 흔적이며 그의 사랑하는 딸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떨리는 손은 공간을 가르고 있었다.


“아이리!”


이내 딸의 거처에 도착한 그가 목도한 것은 침대에 누운 채 고통에 신음하는 딸의 모습이었다.


“아이리! 오, 아가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의 떨리는 손길이 뺨에 닿자 여인이 가늘게 웃었다. 이렇게라도 웃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 약한 아버지는 더욱 아파할 테니까.


“아······빠.”


“그래. 그래. 아빠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갑자기 네가 왜?”


“하하···... 모르겠어. 그냥······ 좀, 아프네?”


“조금 아프다니!”


그녀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위독했다. 온몸은 땀에 젖어 축축해져 있었고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안되겠다. 일단 잠시 자고 있거라. 이 아비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마.”


“응, 아빠······ 무리하지 마?”


“그래. 알았으니까. 어서 자거라.”


“으응······”


의식을 유지하고 있던 것을 마침내 놓은 듯 이내 정신을 잃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잘 이해해주던 어른스러운 딸이었다. 엄마가 없음에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던 대견스러운 딸이었다.

방황하느라 신경을 써주지 못했음에도 바르게 자라준 착한 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착하고 여린 딸이 이토록 아파하고 있다.

그것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안드레이. 너의 소견은 무엇이냐.”


“아마도······ 마나류의 질환인 듯 합니다.”


“어떤?”


“흐음······ 그것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대륙에 있는 모든 지성들은 마나류의 질환에 대해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한번 걸리면 거의 100%확률로 사망하고 마는 그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재화와 인력이 소모되었다.

그 결과 마나류의 질환은 더 이상 불치가 아니게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그로 인한 재능에 초점이 맞춰져 질환을 겪은 이들의 몸값이 뛰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 말을 끄는 안드레이를 보며 다르안이 역정을 내었다.


“어서 말해 보라!”


“으음······”


끝내 말을 끌던 안드레이의 입이 열리고 다르안은 절망했다.


“그것이······ 아마도 사모님께서 겪으셨던 바로 그 질환인 듯 합니다.”


“하, 하하하······”


풀썩.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는 그를 위해 안드레이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이 어떨지는 그 역시 충분히 짐작이 가는 바였으니까.

그가 리치가 되기 전. 그는 다르안의 집사였다. 그는 그의 성장을 곁에서 보아왔고, 그의 사랑과 절망 역시 곁에서 지켜봐 왔다.

세상 모든 것을 버릴 만큼 사랑했던 여인을 앗아간 질병에 그녀의 딸마저 걸려버린 잔혹한 현실이 칼날이 되어 그를 난도질 했다.


“또, 또? 또! 어째서? 왜?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그녀를 사랑했다. 그의 신은 인간의 사랑을 부정하지 않았기에. 그런데 그녀가 죽고 성자로서, 가장 사랑 받는 아들로서 간절히 기원했다. 그녀를 돌려달라고.

하지만 부정당했다.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가고 말았다. 그 후로 미친 듯이 죽음을 파헤쳤다. 그리고 허무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의 딸마저 빼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용서 못한다. 아니, 용납할 수 없다! 절대! 결코! 이 내가! 감히 누가 나의 허락도 없이 죽음의 권세를 행사한다는 말인가!”


좌절은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분노는 과거의 기억을 헤집어 감정의 격류를 이끌어 낸다.


“안드레이. 지금부터 대륙 북부의 모든 지역에 마크(Mark)를 심어라. 설사 그 안의 모든 것이 죽어도 상관없다. 대륙북부의 모든 힘을 이곳으로 모아라.”


그의 의지가, 맹세가 언령이 되어 세계에 각인된다.


“이대로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절대! 이번에도 허무하게 바보같이 빼앗길 수는 없다. 설사 대륙 모든 것이 죽는다 할지라도 이 아이만큼은 살리고 말 것이다.”


* * *


23. 포착(捕捉)


“아아아아악!”


“크아아아!”


“도대체? 뭐냐고!”


“아아악! 빌어먹을!”


도시의 뒷골목의 한곳. 주점의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이 화마에 휩싸이고 그 안의 사람들은 불과 마법에 육신을 훼손당하고 고통에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곳의 공간 위에 새겨진 마법은 그들에게 쉬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스스로의 안에 담긴 잠재력과 미래에까지 그 영향을 뻗어 후에 행할 모든 정기를 끌어들여 그들의 지금의 신체를 수복해 그들을 죽음에서 건져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인즈가 무덤덤한 얼굴로 차갑게 중얼거렸다.


“고통에 몸부림쳐라. 너희가 그들에게 했던 것처럼. 너희 역시 고통 받고, 절규하고, 몸부림쳐라. 너희의 모든 미래와 가능성을 태워 죄가를 갚아라.”


중간중간에서 마력과 오러가 솟구치며 마법에 저항하고는 있었지만 미력한 벌레의 몸부림일 뿐이다.

미래마저 침식당해 그 모든 것을 불태우는 이들의 처참함을 보며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저들은 영혼에 담긴 가능성마저 모조리 불태우고 다시 가장 아래에서부터 업을 쌓으며 환생을 겪어야 할 터였다.

그가 부른 지옥의 업화(業火)는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누구도 그를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그가 행하는 것은 정당한 복수이며 이미 리에 들어선 이가 행하는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그저 처참함에 얼굴을 찌푸릴 뿐. 그들의 주인에게 안타까운 감정을 품을 뿐이었다. 그는 본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음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처참하군.”


파일리아스의 감탄 어린 중얼거림에도 아인즈는 그저 자신이 행한 참상을 차가운 이성으로 직시할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쯧. 어린 것들을 어째서 돌려보낸 것인가 했더니 이럴 생각이었군.’


불과 세시간 전. 경매장에서 나와 아니마와 솔리투도, 이나니스를 탑으로 보내고 경매장의 소유주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영겁의 세월을 사는 그녀조차도 저런 광경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죽일 때에 고통을 주는 것은 몰라도 미래의 모든 가능성조차 일소하는 것은 처음 보는 잔혹함이었다.


“아아아악!”


“크아아아아!”


여전히 울려 퍼지는 고통에 가득 찬 울음에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드래곤의 뛰어난 감수성이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자극하는 것이다.


‘후, 제길.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감정이 드래곤의 정신을 침식할 정도로 강력한 사념을 내뿜을 수 있는 건지. 쯧.’


비록 강한 감수성이 있지만 고룡인 그녀는 그에 걸맞는 정신 방벽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정신 방벽을 뚫고 그들의 절규가 심상에 직접 전달된 것이다.

자신에게까지 닿도록 절규하는 저들에 대한 감탄보다 인간의 미력한 사념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고통의 주체인 아인즈에 대한 감탄이 앞섰다.

단지 고통만으로 사념의 출력이 여기까지 오른다는 것은 그 고통이 영혼레벨에서 작용한다는 것이며 마도를 영혼조작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그의 격이 높다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단지 마법의 법칙의 개변을 가장 복잡한 영혼의 조작으로 끌어올려 마법의 격을 높였다는 것이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 괴물이군.”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온 감상을 내뱉으며 문득, 사고가 한 곳에 이르른다.


‘어? 잠깐.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거지? 마법사는 결코 헛되이 자원을 버리지 않는다. 가장 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결정을 한다. 고작 실익도 없는 분풀이에 시간을 버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봐,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이유가 뭐지? 딸을 구하러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말에 아인즈가 흘긋 그녀를 곁눈으로 일별하고는 다시 마법으로 인한 절규의 현장에 시선을 던졌다.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그의 시선에 그녀가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입이 열렸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의 세력을 밝히고, 규정하고, 규명해 침투, 와해할 방법을 구축할 시간이.”


“뭐?”


그녀의 탄성에 그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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