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47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7.22 13:00
조회
853
추천
13
글자
12쪽

68화-포착(捕捉)(2)

DUMMY

“그들은 아직 미숙하기는 했지만 세계수를 납치할 정도의 격을 이룬 인물이 있어. 단순 전면전이라면은 간단하게 제압하겠지만 그는 분명 마법사. 그것도 흑마법의 종주일 가능성이 커.

그렇다면 그가 구축한 요새에 뛰어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 흑마법사의 진지는 그야말로 거대한 살육의 장이나 마찬가지니까.

내가 가고 그대까지 있다면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나 시간을 잡아먹을 것은 자명한 일. 그로 인해 에아를 데리고 그들이 더욱 깊숙하게 숨는다면 에아를 찾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될 터.

단번에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제압해 에아를 찾아와야 한다. 그를 위해 지금 루이드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다.”


“그런······”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을 끈 아인즈가 손을 들어 쥐고 있던 패를 움켜쥐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살육자의 그것과 닮은 그런 미소. 그것을 본 파일리아스가 작게 몸을 떨었다.


“저런 것들이 감히 나의 딸을 해하려 하고 이곳에서 썩은 내가 나게 하며 이 땅 위의 자원을 낭비하고 세계의 한도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의 눈에 광기가 비치고 손안의 패가 무기력하게 바스러졌다. 그 잔해를 털어버리며 아인즈는 차갑게, 그리고 잔혹하게 선고했다.


“이제 이 땅 위에 헤이시엔과 케르비시아의 이름 따위가 다시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 *


제법 큰 규모의 마법사의 연구실로 보이는 방의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영이 비춰진다. 시험관을 살피고, 약물을 점검하고.

가끔 명멸하는 빛의 아래에 선명하게 빛나는 그 모습을 뚱하게 지켜보던 라니안이 입을 열었다.


“이봐,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당신의 말대로 확보하기는 했는데 당최 어디에 쓸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그의 말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크라켄이 이마를 훑으며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 말하자면 영구 에너지 공급기관이랄까.”


“흠?”


잠시 주변을 살피던 크라켄이 목적한 것을 찾았는지 작게 미소 지으며 병에 든 액체를 들이키고는 라니안을 마주 바라보았다.


“세계수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있겠지?”


“세계의 균형과 존속을 유지하며 모든 정당한 존재의 기반을 유지한다고 알고 있는데?”


“음. 맞네. 그 중에 중요한 것이 존속의 유지라는 건데 그건 곧 각종 사유로 인해 소실되고 사라져가는 막대한 양의 마나의 재 생산을 뜻한다네. 무슨 뜻인지 알겠지?”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세계수는 분명 태고의 권능의 흔적이며 초월적인 이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가? 지금도 기껏해야 정신을 간신히 봉인해 놓고 육체에 대한 제어권과 권능의 행사권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잖아?”


“그렇지. 사실상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고. 나의 한계이기도 하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그의 모습에 라니안이 불만 어린 얼굴을 하자 그가 실소를 흘렸다.


“하하,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게나. 사실 나도 세계수의 본체를 건들일 생각은 없다네.”


“그럼?”


“글쎄······”


의뭉스러운 웃음을 짓는 크라켄을 보며 인상이 찡그려지자 크라켄이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자, 이리 와 보게나.”


인도를 받아 도착한 곳은 온통 어둠으로 가득한, 하지만 무엇인가 불쾌감이 드는 곳이었다. 그 찜찜하고 두려운 느낌에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뭐야, 여긴. 무슨 이런 더러운 기분이······”


“크큭. 그럴 수 밖에. 이곳에 들어선다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지성체라면 모두가 그런 반응을 보일걸세.”


“······?”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한 라니안의 얼굴에 그가 팔을 벌리며 연극 배우처럼 자신의 최대의 연구성과를 풀어냈다. 자랑스럽게.


“이곳이야 말로 세계수가 크기 위한 장소라고 할 수 있지. 태초의 어둠과 빛을 혼합해 만든 암흑의 거처이니 진정 세계수의 배양을 할 수 있는 요람일세.”


“설마······!”


“맞네. 열화(劣化) 세계수의 대량 생산으로 그 의지를 모조리 배제하고 마나의 생산 능력만을 극대화해 무한한 마나를 사역하는 것이지.”


그 기가 막힌 내용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세계수의 무한한 복제와 인위적인 배양. 그것으로 인한 막대한 양의 마나의 공급.

절대 인간 규모에서 벌일 만한 일은 아니다. 세계수라는 존재 자체가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세계의 근간은 신의 영역을 아득하게 초월하는 수준의 격이니까.


“하, 하하하······”


순간적으로 눈 앞의 남자가 두려워졌다. 그 전에도 분명 그는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세계의 근간에까지 도전하는 무지막지한 대 마도의 사역자이다.

자신과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하하······하하하하.”


“이제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네. 이제 조금만 더 한다면 그때에는 마침내······!”


기묘한 광기에까지 휩싸인 그의 목소리에 라니안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이 남자는 언제까지 사람을 감탄하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올 정도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당신을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는 거지. 나는 무슨 일······”


“큰일 났습니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통신구의 외침에 라니안과 크라켄의 안색이 급변했다. 라니안이 통신구에 얼굴을 가져가 외쳤다.


“무슨 일이냐!”


“지금 주성에 침입자가! 아아악!”


“막아! 막으라고!”


“······봐! 수비대! 지원은...... 건가!”


곳곳에서 울리기 시작하는 통신망에 그들의 안색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들려오는 비명은 분명 성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외침이었다. 그것은 분명 이곳이 공격 당했다는 것.

하지만 누가?


* * *


대륙의 남부에 위치한 사일론 제국. 기사의 나라라 불리며 대륙의 그 어떤 국가보다 기사의 권위가 강하며 실력 역시 뛰어난 명실상부한 대륙의 패권 국가이다.

실력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능력만 된다면 그 어떤 파격도 허용하는 곳. 어떻게 본다면 가장 진보된 형태의 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지만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결코 진보되어 있지 않았다.

착취에 신음하고, 전쟁에 생명을 고통 받는다. 제국의 그 어떤 곳을 간다 할지라도 생기 없이 일만을 하는 농노를 볼 수 있을 따름이고, 그들로부터 착취한 재화로 지배 계층은 언제나처럼 전쟁을 치른다.

가장 아래의 백성들을 착취해 자신들만의 전쟁을 열고 권력과 힘을 쟁취하는 이들. 민생의 안정은 대륙의 그 어떤 곳보다도 가장 뒤쳐지지만 군사력만은 그 어떤 곳보다도 뛰어난 곳.

그 불균형에 평소라면 인상을 찌푸렸겠지만 무력을 동원해야 하는 그의 입장으로서는 강한 용병이 넘쳐나는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준비된 용병들은?”


“현재 S급 4명, A급 395명, B급 4318명이 계약을 하고 작전 숙지를 하는 중입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실수가 없도록. 침투 경로는 완전한가?”


“예, 설계도를 이미 입수해 분석 완료 했고, 침입 경로 역시 구성을 완료 했습니다. 다만······”


“다만?”


그의 의문에 다소의 살기마저 실어 보내는 상주의 반응에 지부장인 그가 마른 침을 삼켰다. 하지만 지금의 의문을 풀지 못한다면 임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그것은 곧 그의 무능으로 연결되어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줄 것이 자명했다.

두 눈을 질끈 감은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이번 작전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작전부에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의 의문은 합당했고, 또한 적절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려는 일은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루이드는 눈을 감으며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것은 극비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작전으로 인해 제국에 하나의 자작가가 추가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은 분명하다.”


“설마······?”


루이드의 답에 지부장이 다급하게 작전 계획을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무력으로 일어선 신흥 자작가 한 곳을 완전히 말소해버릴 만한 작전 지시 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다른 무력이 동원된다는 것인데······ 자작가를 한 순간에 일소해버릴 정도라면 지금의 환경에서는 분명 소수정예다. 잠깐, 얼마 전부터 자작가로 들어가는 마법 재료의 유입량이 급속하게 늘었다. 설마······?’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그가 화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주친 루이드의 서늘한 눈에서 그는 결국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확실히. 그대는 지금의 부상주가 인정할 만큼 유능하군. 하지만 알고 있겠지? 그대같이 평범한 이는 결코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그의 칼날 같은 물음에 굳은 목을 간신히 움직여 끄덕였다. 결론에 도달했고, 그것은 정답이며 상주 역시 그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 그는 분명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면 분명 가차 없는 처분이 떨어질 터이다.

그런 지부장의 모습이 마음에 든 듯 루이드가 미소 지었다. 확실히 부상주가 눈여겨보며 시험할 만한 인재다.


“그럼,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세요.”


“예, 예.”


어깨를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는 그의 그림자에 지부장이 마른 숨을 삼켰다.


“흡!?”


상주의 그림자가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 사악하고, 또 즐겁게


-잘. 하. 라. 고.

“허억, 허억.”


-킥킥킥킥.


그림자의 웃음소리가 악몽처럼 뇌리를 맴돌았다.


* * *


어둠이 가라앉은 밤. 무언가를 숨기고, 무언가를 획책하는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밤의 옷자락은 그들의 행위를 숨겨주고, 어둠의 그림자는 인식으로부터 그들을 차단한다. 그리고 S급 용병 하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음? 조장. 걸리는 거라도 있소?”


“아니.”


잠시 휘하에 두게 된 A급 용병의 물음을 가볍게 넘기고 손으로 이마를 쓸어 올렸다. 그런 그의 눈에는 후회와 자책이 가득했다.


‘아아악! 내가 왜 그런다고 했던 거냐고! 왜!’


불과 이틀 정도 전. 그는 평소와 다름 없이 파르티즈에서 프로셀라를 마시고는 사고를 쳤었다. 물론 그때의 기억은 거의 없다.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이 단지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처럼 프로셀라를 만취하도록 마시고 기억이 끊어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의식의 순간 자신의 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미녀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아, 또 사고 쳤다.’


그때의 감상은 그것뿐이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격렬한 후회로 감상은 바뀌었다. 술에 취해 있을 때 자신은 주제도 모르고 수호검의 주인에게 시비를 걸었고, 수호검과 싸웠으며 무참하게 패했다.

변명의 여지도, 일말의 가능성도 허락하지 않는 압도적인 무력과 패배.

그 뒤 익히 안면이 있던 여관 주인의 방에서 깨어나고는 곧장 그녀의 일행을 찾았다. 바로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그들의 앞에 허리를 굽히고 부탁했다.


“따르게 해 주십시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느새 두명이 늘어난 일행의 대부분이 의아한 표정을. 수호검인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리더로 보이는 그는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무언가 위험하다는 직감이 경종을 울렸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그의 흐름에 휘말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의 손에는 마나의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일반 계약서조차 강력한 강제력을 동원하는 판에 하물며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마탑주급의 계약서.

아직도 벙 쪄있는 자신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이 잊히지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88화-일상(1) +2 16.09.02 707 11 12쪽
88 87화-Recall(3) 16.08.28 730 11 12쪽
87 86화-Recall(2) +2 16.08.27 768 8 12쪽
86 85화-Recall(1) +1 16.08.26 888 10 12쪽
85 84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4) +2 16.08.25 821 9 12쪽
84 83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3) +2 16.08.21 890 11 12쪽
83 82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2) 16.08.20 846 11 13쪽
82 81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1) 16.08.19 781 10 14쪽
81 80화-COMA(3) +4 16.08.14 853 11 12쪽
80 79화-COMA(2) 16.08.13 796 11 12쪽
79 78화-COMA(1) 16.08.12 900 13 12쪽
78 77화-에르 가(El 家)(6) +2 16.08.07 868 12 12쪽
77 76화-에르 가(El 家)(5) 16.08.06 764 10 13쪽
76 75화-에르 가(El 家)(4) +3 16.08.06 988 12 11쪽
75 74화-에르 가(El 家)(3) +4 16.08.05 847 12 12쪽
74 73화-에르 가(El 家)(2) 16.07.31 813 12 12쪽
73 72화-에르 가(El 家)(1) 16.07.30 834 12 12쪽
72 71화-포착(捕捉)(5) 16.07.29 786 13 12쪽
71 70화-포착(捕捉)(4) +3 16.07.24 1,000 16 12쪽
70 69화-포착(捕捉)(3) 16.07.23 780 17 12쪽
» 68화-포착(捕捉)(2) 16.07.22 854 13 12쪽
68 67화-포착(捕捉)(1) +2 16.07.17 915 13 12쪽
67 66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4) +3 16.07.16 991 13 12쪽
66 65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3) +2 16.07.15 911 11 12쪽
65 64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2) 16.07.10 1,075 14 13쪽
64 63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1) 16.07.09 946 13 12쪽
63 62화-용(Dragon)(6) +2 16.07.08 990 13 11쪽
62 61화-용(Dragon)(5) +2 16.07.03 866 16 11쪽
61 60화-용(Dragon)(4) 16.07.02 890 13 11쪽
60 59화-용(Dragon)(3) 16.07.01 998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