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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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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8.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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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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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85화-Recall(1)

DUMMY

“내가 말이야. 지금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거든?”


“이 자식! 죽여버리겠다아아아!”


분명 코앞에서 협박을 하고 있는 그의 얼굴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흉악했지만 그것도 완전히 제압된 상태로 해서야 의미가 없었다.


“방금 내가 세운 가설인데, 이게 정말 어이가 없는 거라서. 네가 그 증명을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


그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가 더욱 진해지며 잔혹한 냄새를 풍겼다.


‘분명 내 능력은 권능에 근접한 종류야. 그런데 이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줄었다? 말도 안 돼지. 그럼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데······ 그런 건 하나뿐이지.’


“게임 속의 캐릭터와 내가 동격의 존재라니. 우습지 않아? 아무리 그 안에서 높은 격을 이뤘다고 해도 그건 분명히 가. 상. 이잖아?”


“이자시이익!”


“그러니까, 네가 좀 협조해줘.”


그 말을 끝으로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동이 아닌 물결과 같은 옅은 흔들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모든 종류의 에너지의 탐지다.


‘분명히 있을 거야. 아무런 근거도, 상상의 근원이 될 것들도 없이 마냥 오컬트가 생겼을 리 없어.’


분명 가설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미 반쯤 확신하고 있는 상태였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만족할 결과를 얻었는지 그의 입가에 진심으로 기쁜 미소가 걸렸다.


“찾았다.”


“이 자시이이익! 죽여 버리겠다아아아아!”


이미 반쯤 이성이 마비된 듯 고함만을 치는 그를 바라보며 현휘가 입을 떼었다.


“그래, 너도 한번 진귀한 체험을 해 보도록 해.”


의지가 움직이고,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하지만 낯선 그 힘이 모여 정교한 법칙을 이루기 시작했다.


북좌 8성

직접 저주 술식

아인즈 자작

연원한 고통(Eternal Pain).


이 세상에는 없을 거라, 아니, 있는지도 몰랐던 그 힘이 마침내 그의 손에서 마법이라는 형태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


그 찬연히 빛나는 술식의 자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하, 아하하하! 설마! 설마 했지만 진짜라니! 아하하하하! 이게, 이게 뭐야! 아, 아하하하!”


“이자시이이익! 쳐 웃지 말란 말이다아아아!”


뚝.

갑작스러울 정도로 한순간에 웃음이 멈춘 현휘의 눈이 어둠을 가득 담고 강학성을 향했다. 술식의 발현은 성공적이고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네놈의 항마력은 얼마나 될까?”


“끄아아아아아아!”


마치 폐부에서 쥐어짜는 듯한 비명소리. 방금 만들어낸 술식은 너무나 성공적으로 자신의 효과를 증명했다.


“흐아! 흐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하지만 그 결과를 보는 그의 눈은 너무나도 음울했다. 가설이 성공적으로 증명됐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돌아가야겠어.”


터벅터벅.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는 그의 발걸음 뒤로 고통에 몸부림치던 강학성에게서 시작된 불이 공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과거의 일들은 그 원인들과 함께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하아······”


시선을 올리니 어느새 어슴푸레하게 변한 하늘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몇몇 성질 급한 별들이 그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그의 입에서 한탄 같은 중얼거림이 흘러 나왔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


하늘은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았다.


* * *


27. Recall


마법이란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학문이다. 대다수의 학문이 그러하듯 그 시작이 어디이고, 또 누구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인류의 문명을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마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간단하다. 더욱더 많은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고 규명하면 된다.

그것을 위해 발전한 마법이고, 술식이며, 문명이니까. 더 많은 비밀을 밝히기 위해 마법이 발전해야 하고, 마법이 발전하기 위해 더 많은 비밀을 밝혀야만 했던 시간들은 과거에 그러했듯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 덕분일까. 어둠의 숲 중심에 위치한 천문대의 연구시설은 수천년이라는 세월을 겪고서도 그 위용에 아무런 지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휴우······ 이제야 겨우 정리가 끝났네.”


바이올렛은 작게 투덜거리며 기지개를 폈다.


“역시 나야. 완벽해.”


후후, 하고 웃는 그녀의 시야에는 이제 막 만들어진 것 같은 모습의 연구시설의 전경이 들어왔다. 아마도 그녀가 청소를 한 것인 듯, 그녀의 손에는 걸레가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주먹을 지더니 박박 이를 갈았다.


“아, 젠장! 거기서 내가 그것만 뽑았어도!”


어째서인지 모든 장소에 보존 마법과 청결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는 탑에서 유일하게 이곳만이 아무런 조치도 되어있지 않은 채 그저 방치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는 곧장 제비 뽑기로 담당을 정한 것이고, 결국 그런 쪽에 소질이 없는 그녀가 걸려 사흘동안 꼼짝 없이 청소만 해야 했다.


“진짜! 이게 뭐냐고! 여기도 청결 마법 좀 걸어놓으면 뭐가 덧나냐고!”


“물론, 덧나지.”


용구와 쓰레기를 하나둘 정리하며 작게 투덜거리던 그녀에게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재수탱이 녀석이다.


“야! 시끄러! 그리고 덧나기는 뭐가 덧나!”


“이런 무식녀 같으니라고······”


“야!”


쯧쯧. 혀를 차며 흔드는 손가락을 부숴버릴 심산으로 달려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뒤로 살짝 빠지며 짓궂은 미소를 짓는 쿠시르를 보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없었다.

해초에 몸놀림과 속도라는 측면에서 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고, 그 안에 자신은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큭큭큭.”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던 그는 금세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물론 저쪽을 괴롭혀 주는 게 더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그랬다가 발작이라도 한다면 상당히 피곤해질 것이 뻔했으니까.


“말했잖아? 여기는 실험실이라고. 실험에서 필요한 건 통제 요인을 제외한 모든 변수의 차단이야. 몰라? 그런데 그런 곳에, 심심하면 폭발하는 마법 실험을 하는 곳에, 공간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청결과 보존을 인챈트한다고? 미쳤냐? 사람 잡게.”


“으으윽.”


맞는 말이다. 정론이고 분명 맞는 말이지만 기분이 나빴다. 왼쪽 눈 근처를 기분 나쁜 가면으로 가리고 있는 주제에 입은 얄미운 미소를 그리고 있는 그 모습에 울컥, 화가 치솟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치는 얼마나 또 빠른지 어느새 저 멀리에 서서 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럼 나는 모셔들 올 테니까.”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모습이 빌어먹게 선명하게 보였다.


“부탁해~”


“이익.”


뿌드득.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마디가 마찰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이내 포옥, 한숨을 내쉬고는 남은 정리를 재촉했다.

애초에 저쪽은 농락의 이름을 받은 광대. 자신은 파괴의 이름을 받은 메이드. 단일 전투력 자체는 이쪽이 더 높지만 저렇게 대인 관계의 놀림에서는 자신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어쩔 수 있나. 그저, 포기하고 사는 수 밖에.


* * *


“그래서, 준비는 다들 된 거지?”


일견 가벼움이 느껴지는 물음을 던지는 그녀의 앞에는 마찬가지로 조금씩이라도 가벼운 표정을 지으려 애쓰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모두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인 이들. 그 일이 중대한 만큼 최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에 결연함이 보여 내심 감탄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아무리 저들을 탄생시킨 창조주라 해도 이 정도로 맹목적인 충성을 이끌어내는 게 가능한 걸까?’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살아가고 죽어간 이 대륙의 유구한 역사에서도 이 정도의 충성은 본 적이 없었다. 목숨뿐만이 아닌 영혼마저 걸고 하는, 존재 자체를 건 의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그것도 희생 의식에.’


단 한명을 위해 스스로 쌓은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 그 자신도 역시 영혼마저 걸고는 있었지만 애초에 자신은 재미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별종이다.


‘제대로 해야겠네.’


하지만 그들을 보며 마음을 고쳐 잡았다. 이래서야 재미로 참가할 수가 없다. 저런 결연한 눈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누가 단순히 재미로 의식에 참가할 수 있을까.


“다들 어때?”


“준비는 다 되어 있어요.”


“괜찮습니다.”


“별 말씀을.”


“우문.”


“그런가.”


반응이 예상했던 그대로라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작게 웃음을 흘린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예비된 마법진을 구동시켰다.

그녀 역시 이런 거대한 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긴장이 꽤 되었지만 그만큼 기대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자아, 드디어 시작인가.’


이곳에 모인 열다섯의 능력과 권세를 모두 규합해 중앙에서 나무에 쌓여 잠들어있는 그의 영기(靈器)의 복구를 시작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녀의 마력이 주변의 모든 마나를 통제하에 두고 다른 곳의 통로를 열어 마나의 보급을 확장했다. 전에 아인즈가 했던 그것과 유사한 그것이다.

이제 연료가 준비되었으니 본격적으로 마법진을 구동시킬 차례다.


세계수의 권능이 공허의 문을 열고 태초의 힘을 당겨 왔다. 세계의 모든 것을 이루는 근본물질.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그것’이 그의 영기의 복구를 위해 동원된다.

별의 왕들의 권세가 하늘의 힘을 움직여 그를 가호하고, 밤하늘을 유영하는 별들의 법칙이 ‘그것’을 움직여 그의 영기를 복구해 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무런 변화도 가지지 않은 태초의 혼돈 그대로의 물질. 이에 주변의 마나가, 세계의 법칙이 요동친다.


-이나니스, 솔리투도, 네이라일, 아니마.


이에 마왕의 권능이 법칙을 배척하고, 빛의 권세가 그 온기로 세계를 달래고, 마나지배의 권세가 마나를 완전한 통제 하로 되돌린다.


‘이걸로 한 고비······’


제법 위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도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계산했던 위기 중 하나일 뿐. 아직 수 많은 위험요소가 그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게 뻔하다.


‘애초에 한 존재의 그릇을 복구한다는 게 간단히 해결될 리가 없잖아?’


그렇기에 더욱 흥분 솟아 올랐다. 이토록 위험하고, 난해하고, 흉험한 의식은 여태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이었으니까.

마른 입술을 핥으며 다시금 대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이제 겨우 전초전이 끝난 셈이다.


‘그럼 더 가보자고.’


이제는 대기하던 그의 아이들이 힘을 발휘할 차례였다.

우우웅!

거친 공명음과 함께 마력이 거칠게 유동했다. 마치 자신이 누군가의 주도에 끌려 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하는 듯한 울음에 그녀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지금이 어떤 순간인데, 하찮은 진명기(眞名器)따위가!’


유독 거친 반응을 보이는 게럴트의 진명기 폭군(暴君)의 모습에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지? 저걸 닥치게 해? 아니면 그냥 둬야 하나?’


지금 그녀는 초당 2,471개 의 균열 변수를 통제하고 계산해 움직이는 이 의식의 중추였다. 만일 그런 그녀가 움직인다면?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도 부담스러워.’


애초에 이건 주술사의 의식처럼 물렁물렁한 종류의 것이 아니다. 말은 의식이지만 그 근본은 다른 요소의 개입을 모두 부정한 완전하고 무결한 마법 그 자체.

거기에 약간이라도 삐걱거림이 생긴다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변수의 재 계산은 끔찍한 수준이다.


‘제길! 제길! 어떻게든 해 보라는 말이야!’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일순, 그녀에게 가해지던 부담이 절반으로 격감했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살짝 놀라 시선을 돌리자 스피카가 자신을 향해 미소를 그려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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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포착(捕捉)(1) +2 16.07.17 914 13 12쪽
67 66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4) +3 16.07.16 991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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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2) 16.07.10 1,074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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