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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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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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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8.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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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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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80화-COMA(3)

DUMMY

“아아······!”


“그럴 수가.”


“마스터···...!”


털썩.

그녀의 말에 모두가 탄식을 금치 못할 때 뒤편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이리안이 두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잔뜩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간신히 입을 열고 있었다.


“오, 오라버니가······!”


“괜찮아요?”


스피카가 그녀에게 손을 건넸지만 이리안은 거부하고 힘겹게 일어서 파일리아스에게 다가갔다.


“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해 봐요. 그러니까 오라버니가 깨어날 수 있다는 거에요, 아니라는 거에요.”


울음이 가득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그 목소리에 파일리아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하다. 전부 내 잘못이다. 내 딸아이로 인해 과도한 마법을 행사해 이미 그 몸에 상당한 데미지가 들어갔었는데 내 억지로 싸움을 하며 다시 충격이 갔다. 아마도 그것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의식이 사라질 만큼은 아니었을 거다.”


그녀는 드래곤. 신에 가장 가까운 생명체이기에 인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설령 그것이 눈이 가득 쌓인 나뭇가지 위에 내려 앉은 눈송이 하나 만큼의 역할이라 할지라도 그 스스로의 책임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리안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그녀가 듣고 싶은 것은 그런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깨어날 수 있는 거죠?”


“미안······ 하다.”


그녀가 살아가며 진심으로 사과라는 행동을 한 것이 몇번이나 될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리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리안의 감정을 돋우는 것 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오라버니가 깨어날 수 있다고 말을 해! 말하란 말이야!”


절규에 가까운 외침. 고개를 숙이고 있는 파일리아스의 멱살을 참은 채 흔들던 그녀는 이내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 앉았다.


“말을 해보라고···...! 오라버니가 다시 깨어나셔서 언제나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을 거라고 말을 해 보라고······ 말을······!”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모습에 에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지금 이 장소에 있는 이들은 이리안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단에 섰거나 넘었거나, 혹은 그 앞에 서 있는 이들.

하지만 그렇기에 이리안처럼 솔직하게, 그리고 격렬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에는 그가 준 책무가, 스스로의 힘이 너무나 컸으니까.

그렇기에 그녀가 부러웠다. 아무런 가식도, 거리낌도 없이 좋다, 싫다. 솔직하게 감정을, 슬픔을 토해낼 수 있는 그녀가.


“오라버니······! 흐윽, 오라버니······”


그녀의 울음소리만이 간간이 흩어지며 무거운 침묵이 저택에 내려 앉았다.


* * *


“오라······버니······”


울다가 지쳐 쓰러져서도 여전히 아인즈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이리안을 보며 스피카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당신은 참······ 죄가 많은 사람이네.’


이리안이 어떤 감정으로 아인즈의 곁에 있는지 그녀를 본 순간 스피카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가족 이상의, 하지만 연인은 아닌. 그 감정의 크기는 연인의 그것보다도 훨씬 크지만 그 종류가 달랐다.


“당신도 그렇게 순탄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네요.”


이리안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나직한 중얼거림이 방에 흩어져갔다. 대륙에서도 제법 강국의 반열에 있는 나라의 왕녀임에도 전혀 관계 없는 타인에게 가족의 사랑을 느꼈다면 그 가정이 결코 화목했다고는 할 수 없을 터다.

인간. 그것도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왕족이 어떠한 처지일지 그녀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마도 외롭고 또, 외로운 그런 삶이었겠죠.”


그렇기에 곤란해하는 아이를 내버려두지 못하는 자신의 연인이 그녀를 아끼고 사랑했을 것이다. 자신과도 비슷한 상처 투성이의 가련한 아이를 내버려두기에는 그 자신의 상처도 만만치 않았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저도 당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지요.”


에아가 떠나가고, 자신조차 잠든 세상에서 그가 유일하게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그녀였으리라.


“그 사람은 언제나 거짓말만 하고 다니니까요.”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 안에 감정을 감춘 채, 자신의 가족들에게만 감정을 보였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그의 울타리 안의 이들.

그가 지켜야 하는 이들이기에 온갖 부담이란 부담은 다 떠안고 혼자 끙끙거렸을 그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당신이 있어 다행이에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리안에게서는 아인즈와 비슷한 향기가 났다. 그 지위나 경지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가장 근본적인 사람의 향기.

이리안에게서는 그와 같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났다. 그래서일까? 스피카 역시 이리안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가웠다.

왜 이제야 만난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가 했을 것처럼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자니 어쩐지 그의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했다.


“후후후. 어쩌면 그와 닮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게 된다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이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미소 지었다.

에아가 딸이라면 이리안은······ 그래, 마치 동생 같았다. 귀여운 여동생. 그런 생각을 하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리안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려왔다.


“괜찮아요?”


귓가에 들려오는 낯설지만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시선을 향하자 작게 미소를 그리고 있는 여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은색과 녹색이 섞인 신비한 머리카락과 그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의 아름다운 미모.


“누구······세요?”


하지만 질문이 무색하게 하자마자 곧장 그녀가 누군지 떠올랐다.


‘아, 그래. 맞아. 오라버니의 연인······ 이라고 했었지.’


“글쎄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관계적인 측면에서? 아니면 단지 자기소개?”


싱긋 웃으며 말하는 그녀가 아인즈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이리안은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


“누구신지는 다 알고 있거든요.”


‘핫!’


말해 놓고도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설마 초면인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스스럼 없이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만큼 친숙한 느낌이라는 말이기도 했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이 귀여운 듯 스피카는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어째서 아인즈가 이 아이에게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얼핏 알 것도 같았으니까.


“후후, 그런가요.”


작게 웃으며 그녀의 이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자 잠시 부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버렸다.


“오라버니는······ 괜찮으신 건가요?”


“아뇨······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 그렇죠.”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하는 그녀를 살며시 안아주며 그 푸른 머리칼이 늘어뜨려 있는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그 탓일까, 품에 안긴 이리안에게서 작게 흐느낌이 흘러 나왔다.


“오라······버니는 깨어나실 수 있으시겠죠.”


그 애절한 목소리에 스피카 역시 두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있다가는 그녀마저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으니까.


“네. 그이는 강한 사람이니까요.”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네.”


작게, 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그녀는 대답했다. 아니, 어쩌면 자신에게 하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만 해도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중에 무려 다섯이 마도사급의 마법사.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 탄생한 학문인 마법을 사역하는 이들이 그만큼이나 있는데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서 포기하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스스로 다짐했다.


“깨어날 거에요.”


그렇기에 스스로 약속했다.


“그는 분명히 돌아올 거에요.”


그렇기에 스스로 맹세했다.


“반드시.”


살며시 들어올려지는 눈꺼풀의 그림자 아래로 그녀의 눈이 결연한 빛을 발한다.


“그는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에요.”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테니까.’


* * *


“그럼 방법이 없는 겁니까?”


게럴트의 물음에 파일리아스는 잠시 머리칼을 꼬으며 시선을 돌리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없는 건 아니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럴트의 모습에 파일리아스는 눈을 내리깔며 나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너 역시 마도사일 테니까.”


“그렇습니다.”


“후우······ 그래······”


찻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무언가 생각할 것이 있는 듯 턱을 괴고는 탁자를 두드렸다.

톡. 톡. 톡.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시선이 게럴트를 향했다. 그녀의 눈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섞여 들어 있었다.


“너희, 어떤 대가라도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는거야?”


그 물음에 게럴트 뿐 아니라 방에 있던 호문클루스 전체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 마치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한 웃음.


“당연합니다. 저희의 모든 것은 마스터의 것. 비록 마스터께서 저희에게 자유의사를 부여하시고 세상에 당당한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종속조차도 하지 않으셨지만 저희는 분명 마스터의 소유이니까요.”


시리아의 나지막하지만 선명한 말을 이어 바이올렛이 입을 열었다. 평소의 철 없는 모습이 아닌 진중한 목소리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다.


“마스터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싫어하실지 모릅니다. 아니, 분명 싫어하시겠죠. 하지만 우리는 마스터께서 부여하신 자유의사에 따라 우리의 모든 것을 마스터께 바칠 것입니다.”


“그것은 마스터도, 세계도, 다른 타인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내린 결정. 그것이 우리의 의지인 이상 그 누구도 우리의 선택에 이견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가······”


차분하고 선명한 의지를 드러내는 여덟의 존재를 보며 어쩌면 일이 좀더 쉬워질지 모르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좋아, 그래. 한번 해보자고. 나조차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설마 이토록 많은 구도자가 있는데도 설마 실패할까.”


그녀의 입가에 즐겁다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잘 부탁한다.”


“저희야말로.”


“저희도 끼워주셨으면 해요.”


“동의”


“음?”


어느새 들어와 있었는지 에아와 그 품에 안긴 채 서 있는 솔리투도가 옅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쓰러진 이후 한번도 보인 적 없는 표정이다.

게럴트가 무어라 입을 열려 했지만 그보다는 파일리아스가 조금 빨랐다.


“진심이야? 잘못하면 생명이. 아니,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지 몰라.”


그녀의 물음에 에아의 입가에 좀더 진한 미소가 걸렸다. 생기로 가득한 세계수의 이름에 걸맞는 그런 미소.


“그럼, 너는 어째서 도전하는 거지?”


“어?”


생각지도 못한 반문이어서 였을까. 그녀가 잠시 우물거렸다.


“글쎄······ 재미있으니까?”


“다른 이들은?’


방에 있는 모두와 시선을 맞추는 그녀의 질문에 곧장 답이 튀어 나왔다.


“마스터니까요.”


“당연한 일입니다.”


“의미가 없는 질문이군요.”


“후후.”


그들의 답이 마음에 든 듯 에아가 작게 웃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빠잖아?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필요해?”


“동감.”


그 말에 아무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으니까.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다면, 그를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 수단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면.

그렇다고 시도하지 않을 이들이 있을까?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경애하는 가주를?


“그럼, 잘 부탁해. 쓸데 없이 사고를 몰고 다니는 사고뭉치 아빠를 깨워주자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그녀의 슬픔으로 찡그려진 미소가 장난스럽게 그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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