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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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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8.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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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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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2쪽

77화-에르 가(El 家)(6)

DUMMY

“통곡하는 만월의 눈물.”


확실히 그 순서가 맞았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빠짐없이 지켜보던 아인즈의 눈에도 확실히 그것이 맞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그것은 ‘정당한’방법으로 카드를 오픈 했을 때의 이야기.


“땡! 틀렸습니다! 정답은 오열하는 반월의 물방울.”


“말도 안돼!”


비열한 웃음을 띄며 남자가 카드를 제시하자 이나니스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인즈의 입에서는 혀를 차는 소리만이 흘러 나올 따름이다.


“쯧쯧, 그런 간단한 속임수도 파악하지 못하다니.”


“뭔데요?”


“간단해. 그냥 손기술이지. 저 딜러의 손 놀림은 은연중에 카드에 시야를 집중시키고 있어.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빠르게 카드를 바꿔치기 하는 거지.”


“어떻게요?”


“카드를 오픈 할 때 손으로 뭉치를 전부 가렸지? 그때 카드를 두장 손에 쥐고 가장 위의 장은 위에서 두번째 장을 내려 놓으며 카드 뭉치의 아래에 집어 넣는 거지.”


“와아.”


그는 간단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것을 듣는 스피카는 전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단순히 그 격을 따지자면 문의 거의 앞에 도달한 이나니스의 눈을 속일 정도라면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는 손기술이니까.

그 사이 이나니스는 스스로 더더욱 깊게 무덤을 파고 있었다.


“인정 못해! 다시 해!”


“좋아. 그럼 이번 카드는?”


“서리 여왕의 피맺힌 검!”


“땡! 설원의 혈검이다.!”


“말도 안돼!”


“왜? 더해 보려고?”


“다시! 다시 해!”


그렇게 다섯 번을 반복했지만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 이나니스는 틀렸고, 딜러의 비열한 웃음은 진해져만 갔다.

결국 분함을 이기지 못한 이나니스가 카드를 죄 흩뜨려 버리고 그는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자, 그럼 계약대로 그쪽 아가씨들은 전부 내게 일체의 자유 권리를 이양 받아 볼까?”


“싫어! 말도 안돼! 내가 질리가 없는 거였잖아!”


사실을 말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저 치기 가득한 어린 도박사의 투정으로 비춰질 뿐이었다.


“후후후, 자아 아가씨들? 이제 나랑 가자고. 내가 좋은 데로 데려다 주지.”


“싫어! 싫어!”


주변의 이들이 그런 그녀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지만 거기까지. 일단 마법사의 계약서를 쓴 이상 벗어날 수 있는 수단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까지.”


단, 전혀 규격 외의 존재가 끼어들기 전까지.


“뭐야! 너는!”


이제 저 아름다운 외모의 두 아가씨들을 어떻게 요리할까 탐욕에 한참 물들어가던 차에 방해를 받은 그는 사납게 반응 했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서늘한 눈빛에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애초에 그는 밑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몸. 겨우 그 정도의 눈빛에 물러설 만큼 대가 약한 인간은 아니다.


“이건 분명히 저 아가씨들과 내 계약 사항이라고! 지금 와서 네놈 따위가 끼어들어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그 예의라고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말투에 루나가 검에 손을 가져갔지만 아인즈의 서늘한 눈빛을 보고는 손에서 힘을 풀었다.

지금 그녀의 주인은 그를 직접 심판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로써 주인의 작은 여흥까지 참견할 권리는 없었다.


“글쎄, 일단 내 일행들이라 말이지. 정 불만이라면 나와도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떤가? 나는 이것을 걸 테니까 말이야.”


“하, 그게 뭐라고. 지금 저 아가씨들과 비교를······ 헉?!”


“후후, 역시 알아보나?”


“너, 너! 어떻게!”


아인즈가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은 한 뭉치의 은색 막대기. 족히 100만 골드의 가치가 있는 미스릴괴 열개 가량였다. 거기에 찍혀있는 마법 문장.

대륙 12주 학파 중 한 곳인 포이멘의 살아 움직이는 천좌의 움직임이 있는 이상 분명한 진품이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든 그의 모습에 딜러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당신, 진심인가?”


“그렇다면?”


“크음.”


저런 거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들 정도라면 굳이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거기에 저 미스릴괴는 그저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대륙에 극히 소량만이 존재하는 저 마법 금속을 괴의 형태로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적어도 그 100배 이상의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냥 적당히 넘어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저 1000만 골드의 유혹이 너무나 컸다. 무려 제국의 백작령의 가치. 안전을 위해 여기저기에 손을 쓴다 할지라도 막대한 금액이 손에 남을 터였다.


‘자아, 어쩐다?’


지금껏 안전만을 추구하고 행동해 온 그였지만 1000만 골드라는, 상식 밖의 재화는 그를 욕심에 무력하게 만들었다.


“좋아, 하지.”


“룰은?”


“내가 카드를 섞지. 당신이 그 카드를 맞춰 보아라.”


저 금액을 손에 넣기 위한 최고의 경우를 제시했다. 분명 조율을 하기는 하겠지만 자신이 불리할 일 따위는 없을 터이다.


“좋아. 하지.”


“뭐, 뭐?”


“한다고 했다. 뭐 하지? 안 섞을 건가?”


예상과 다르게 순순히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에 웃음을 감추는 것이 버거웠다.


‘어리석은 놈. 네 돈은 잘 받아가마.’


속으로 비웃음을 날려주며 그의 손은 차분하게 카드를 섞어 갔다. 한번, 두번, 세번. 지금까지 익히 해온, 20년도 넘는 세월을 함께한 손기술이다. 여기에 오류 따위 섞일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침내 지루했던 셔플이 끝나고. 그가 테이블에 카드 뭉치를 내려 놓았다.


“자, 첫번째는 뭐지?”


“망자를 이끄는 비탄의 기사.”


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아인즈의 모습에 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카드를 뒤집었다. 그릭 ㅗ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후후, 틀렸······ 엇?!”


“내가 이긴 것 같군. 그럼 가보도록 할까.”


미스릴을 손에 들고 일어서려는 그의 모습에 딜러는 황망한 중에도 그의 팔을 잡아갔다.


“잠깐! 잠깐 기다려! 이럴 리가 없다! 말도 안돼!”


“말이 안 될 것은 뭔가. 설마 네가 수작이라도 부린 건가?”


“으윽!”


무심하게 내려앉는 목소리에 이를 악물었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이 남자는 아직 자신의 수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다시! 다시 하지! 이번에는 돈을 걸겠다!”


결연하게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소뿐이었다.


“고작 너의 푼돈 따위로 대등한 내기가 될 성 싶은가?”


“큭.”


그의 말이 맞다. 자신이 가진 돈은 기껏해야 1만 골드 가량. 그마저도 평생의 끝에 간신히 모아온 것들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아인즈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럼 너의 자유 권리 일체를 걸도록 해라. 그렇다면 생각해 보지.”


“뭐?”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든가?”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주먹을 틀어쥐었다. 결국 답은 한가지뿐이었다.


“좋아! 하지! 나의 자유 권리 일체를 걸겠다.”


-계약은 성사되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형식의 목소리. 하지만 그것이 눈앞의 남자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아득함을 맛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방금 들려온 특이한 목소리. 한번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안에 담긴 힘과 아득할 정도의 격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말하자면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포식자를 마주한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도대체?’


“자아, 어서 카드를 섞어라.”


‘나는, 나는!’


지금 저 카드를 섞게 되면 어떻게 될 지는 뻔했다. 분명 자신은 지고 자신의 모든 권리가 그에게 넘어갈 터이다.

지금,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포기를 한다면 비록 돈은 빼앗기겠지만 자신은 자신으로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겁이 나는가? 그렇다면 포기해도 좋다. 지금이라도 포기한다면 굳이 나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말이 결정을 확정했다. 자신은 결코 이 승부를 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


천천히 카드를 섞으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고양감을 느꼈다. 마치 마약을 통째 들이 붙는 듯한 그런 감각. 하지만 그런 저급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도 했다.


‘이 승부. 반드시 이겨주마!’


오기 같은 것이 아니다. 최초로 그가 손에 카드를 든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다.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돈을 얻기 위해 선택한 사기 도박.

하지만 그것은 어느새 그의 인생이 되었고, 비록 하찮다 비웃을지는 몰라도 그의 긍지가 되었다.

그는 겜블러(Gambler). 냉엄한 도막의 세계에 인생을 던진 승부사다. 걸려온 승부가 있다면 비록 질지라도 스스로의 약함에 상대에게 굴하지는 않는다.


“자, 이번 카드가 무엇이지?”


마침내 길었던 셔플이 끝나고, 평생을 닦은 기술 이상의 그 무엇을 구현해 냈다. 인간이 구현하는 기예를, 물리적인 한계조차 넘어선 그 어떤 것.

이것이라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믿었다.


“훗.”


하지만 언제나 규격 외의 존재는 규격 안에 존재하는 이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내려다 보는 이들. 그에게 주어진 자그마한 기적으로는 규격을 벗어 날 수 없었다.


“하늘의 여섯번째 권좌. 애모하는 여인의 기다리는 등불.”


이윽고 카드가 뒤집어지고 주변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저게 가능한 건가?”


“몰러. 가능하겠나?”


“하여튼 대단한데.”


“뭐 하는 사람이지?”


뒤집어진 카드는 별로 장식된 6이라는 숫자의 아래에 그려진 등불을 든 여인이 서 있는 폭풍우치는 밤의 항구.

21개의 황도중 여섯번째. 히갈의 등불이었다.


“아아.”


나지막한 탄식과 함께 그의 손에서 카드가 떨어져 내렸다.

졌다. 완전히 지고 말았다. 스스로의 인생을 담아 그 이상의 것을 펼쳤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지고 말았다.


“하, 하하.”


어째서일까. 오히려 후련한 기분에 그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어쩌면 언젠가는 닥쳐올 일이었을 지도 몰랐다. 다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찍 찾아 왔을 뿐.

다만, 한가지 위안이라면 그것이 스스로의 타락이나 음모에 의한 것이 아닌 순전하고 완전한 승부였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생전 처음 펼쳐본 승부다운 승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눈을 들어 앞을 바라 보았다. 앞에서 방금 전의 아가씨들을 돌보는 그의 뒷모습. 하지만 그 안에는 냉엄한 승부사, 그 자체가 깃들어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놔서.”


“저기 저 눈 안보여? 아주 데여서 녹아 내리겠다.”


“후후, 저는 안보입니다만?”


“이익!”


그렇게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아인즈의 머리속은 복잡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이대로 그냥 놔 주자니 그것도 또 그렇고.’


지금 저 남자의 상태는 지극히 위험했다. 일생 동안 쌓은 것을 쏟아 부어 그 이상의 것을 구축해 냈고, 진정한 승부를 경험했다.

스스로의 모든 것을 던져 전심전력으로 하는 단 한번의 승패를 가리는 것은 마치 마약을 혈관에 들이 붙는 것과 다름 없어서 저대로 두었다가는 다시 한번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온갖 위험한 내기를 반복하다 끝내는 폐인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 뻔했다.


‘뭐, 어쩔 수 없나.’


결국 모든 인과는 자신에게 있는 것. 자신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는 자신이 수습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 방법 역시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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