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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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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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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70화-포착(捕捉)(4)

DUMMY

“아, 맞다! 내가 여기 왜 왔냐고 물어봤었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말하는 그의 태도에 미간이 힘이 들어갔지만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것은 고도의 심리전. 속고 속이는 진실게임이었으니까. 믿을 것은 오직 직감뿐이다.


“하하, 사실 누구 밑에서 일하면 당연한 거잖아? 까라면 까는 거지 뭐.”


시종일관 유지되는 가벼운 태도. 하지만 저것이 가면인지 어떤지는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분명한 것은 까다로운 상대라는 것.

그의 사소해 보이는 손동작과 제스처, 말버릇과 악센트 하나하나가 상대의 심리를 끌어당기고 말려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는 이 싸움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한 말보다 그가 한 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게다가 자신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완벽한 패배다.

그런 크라켄을 보며 암습자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돌변했다. 방금 전까지가 광대의 가벼운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완전한 암살자.

크라켄은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다.


“다중······인격.”


“정확히는 이중인격이다. 쯧. 로이드 녀석. 쓸데 없는 말들을 지껄였군.”


그의 말을 들으며 크라켄은 그가 어떻게 자신의 파악을 벗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주체를 말을 하고 있는 그 자신이 가져가며 그에 맞먹는 권한을 다른 인격에게 넘겨 두 명분의 행동을 한 몸에서 표현해 콜드리딩에 혼선을 넣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간단하지만 실상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그에 대한 소름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과연 자신이라면 그 정도의 심리 통제를 할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 했다. 오히려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기에 두뇌 용량이 반토막 날 것이 뻔했다.


“크흠.”


“아, 그리고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말을 해 주지 않았나? 대답해 주지.”


그의 손에 어느새 들린 구슬이 붉은 빛을 발하며 부서져 내려갔다. 그의 주인. 그의 아버지인 아인즈가 그에게 맡긴 것이다.


“첫째는 이곳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이고.”


그의 검지가 펴지며 크라켄의 등뒤. 라니안의 너머에 있는 수정기둥을 가리켰다. 그것을 깨달은 크라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설마, 설마!’


“둘째는 저분의 소재 파악을 위해서였다. 간도 크군. 감히 그분의 혈육에 손을 대다니. 그분께서 진노하신다면 이 세계의 그 어떤 존재도 막아 설 수 없다.”


“말도 안돼!”


이제와 세계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가 인간 중에 있을 리가 없었다. 드래곤은 중간계의 존재들끼리의 다툼은 관여하지 않는다. 엘프는 나약하며 페어리는 영토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혈육이라니? 세계수와 혈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그를 조롱하기라도 하는 듯 암습자의 입이 열리며 선고가 떨어졌다.


“어리석군. 감히 그대가 알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자만이 아닌가? 세계에 100%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혐오해야 할 마도사가 이 꼴이라니. 비웃음도 나오지 않는군.”


“노옴!”


“이제 곧 그분께서 도착하신다. 너는 단지 그분께 일말의 자비가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라. 만약 아가씨께 티끌만한 상처라도 있다면 너는 무사치 못할 것이다.”


“이노옴!”


크라켄의 분노에도 루이드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단지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날뛰는 하찮은 마법의 종일 뿐이었다.


“시간이군.”


공간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칼로 오려내는 듯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잘려나가는 공간은 차원을 넘어 예정된 공간과 그 위치를 맞바꾼다.

크라켄은 보았다.

라니안은 보았다.

막대한 마력을 사역하며 성해를 몸에 두르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를.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의 대마도의 사역자를.

잠시 주변을 살피는 듯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멈추고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을 보며 크라켄과 라니안은 신체의 가장 말단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위험했다. 정말 위험했다.

전신의 감각이 아플 정도로 경종을 울리며 뇌리를 강타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도망칠 기회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는 급박함이 정신을 조여왔다.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도, 마려고가 오러를 유동시키는 것도 되지 않았다. 그의 등장과 함께 이 안의 모든 것이 동결되어 버렸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그의 음성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찾았다.”


나지막한 한마디. 그리고 날뛰기 시작하는 마력.

그를 감싸 안은 성해의 별들이 혜성이 되어 주변 모든 것을 휩쓸기 위한 힘을 발산한다.

하늘을 수놓은 별은 아름답지만 그들의 권세가 땅 위에 임하면 그것은 곧 대 파괴의 재앙이다.

한낱 별의 부스러기가 그럴 진데 하나하나가 행성의 힘을 가진 혜성이 대지에 임한다면? 종말이다. 모든 것이 불타고, 부서지며 비명을 지르고야 말.

그리고 지금. 하늘의 권세를 한 몸에 품은 목동의 종주가 그 분노를 대지에 풀어놓기를 원했다.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소중한 존재.

그의 첫번째 딸. 그의 평안의 증거. 그의 상처를 안아준 소중한 아이.

그런 아이를 잃고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런 아이를 찾으며 얼마나 다짐했는지 모른다.


“모두······ 죽여주도록 하마.”


자신의 소중한 딸에게 위해를 가한 하찮은 것들에게 일말의 자비조차 남겨두지 않을 것을.

이제는 익숙해진 그 동작이 다시금 행해진다. 손이 들어올려지고 마력이 조합된다. 행성으로서 그 위치를 지키던 별의 마력이 혜성이 되어서도 그의 의지를 따라 하나의 현상을 향해 그 힘을 규합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말의 파괴.”


그는 결코 영창을 하는 법이 없었다.


“내가 행하는 것은 멸살의 징조.”


겨우 영창을 한 것이 그의 딸을 위해 간절하게 소망하며 기원을 올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의 손 안에 들린 것은 하늘의 권세.”


그에게는 이치가 높든 낮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의 의지가 하나의 궤(櫃)를 이루며.”


그의 능력은 모든 것의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보일 수 있게 했으므로. 그에게 주어진 제한은 그보다 높은 격의 이치일 뿐. 하지만 반신에 이르른 그에게 격의 높이 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의 원(願)이 비로소 이 땅 위에 임하는구나.”


마침내 그의 영창이 끝을 향해 달리고


“이 모든 것은 나의 의지와, 원과, 힘의 대변이니.”


조합이 완료된 마력은 그 힘을 행사하고자 공간을 울린다.


“나의 이름으로서 명령하노니.”


“젠장! 막아! 막아야 한다고!”


난폭한 마력의 울림에 겨우 정신을 차린 라니안이 크라켄의 곁에서 오러를 뿜으며 절규했다. 위험했다. 너무나, 너무나도.

지금 저 남자의 손 안에서 회전하며 응축된 마력의 별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발동 전의 완성의 여파만으로도 이런 수준인데 만약 저것이 그 힘을 완전히 행사한다면?


“정신차리고 어서 막아! 요새잖아! 당신 요새잖아! 이곳의 모든 권세가 당신에게 있다며!”


“......”


“당신! 할 일이 있잖아! 당신이 갈구했던 새로운 세상은! 간절히 소망했던 아름다운 세상은! 포기할거야? 당신 딸은! 부인은!”


“아아!”


라니안의 외침이. 그의 잃은 부인과 딸의 존재가 그를 일깨웠다. 그래. 그렇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이곳까지 왔는데. 어떤 고통과 죄악을 짊어지면 이곳까지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울어라! 나의 요새여! 외쳐라! 나의 권세여! 나는 흑마도의 종주! 마왕의 힘을 행사하는 자! 나의 뜻에 따라 나의 대적을 배제하라!”


크라켄의 외침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력의 구성과 요새를 이루고 있던 마력이 동조하며 화음을 이루어 낸다.


말리그누스(Malignus) 칠흑 마도

파멸(破滅)의 명멸(明滅)

대지에 임하는 검은 어둠의 격류


“Obscurus Torrens(검은 격류)!”


동시에 별의 권세가 마침내 대지에 도달한다.


“집어삼켜라. 태초의 빛의 이면이여.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은 탐욕의 입.”


천좌 24성

대 파괴형 술식

아인즈 자작


“탐성암혈(貪星暗穴)”


모든 것을 휩쓸어 파괴로 물들이는 검은 역류의 앞을 검은 소용돌이가 가로막는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의 천문지식과 아인즈의 말도 안 되는 마력 통제가 이루어낸 최대의 파괴.

초거대 항성이 그 진화의 끝에서 종말을 맞이할 때에 스스로 모습을 바꾸어 뿌린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집어 삼키는 검은 소용돌이.

그 거대한 종말의 천체를 아인즈는 오직 마력만으로 구현해 완전한 파괴를 손에 넣었다.


“고통조차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잔인한 선고와 함께 하늘의 권세에 대항하던 검은 격류는 힘을 잃고 아니, 그 힘을 사용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집어삼켜졌다.

푸학!


“커헉! 컥! 쿨럭! 쿨럭. 무슨······ 말도 안, 되는!”


분명 마력량은 대등했다. 아니, 오히려 요새를 구축한 자신이 더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결과는 뭔가? 방금의 충돌로 인해 마력을 통제하던 마령의 절반이 강제로 뜯겨 나갔다.

그 충격으로 쉴새 없이 피를 토하면서도 크라켄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아인즈를 바라보았다. 분명 마력량도 자신이 앞섰고, 그에 담긴 술식의 총량도, 예비의 크기도 모두 자신이 우위였다. 그런데 왜?


“이치조차 깨우치지 못한 정박아가 감히 내 딸아이에게 손을 댈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군.”


별의 권세를 두른 그의 싸늘한 음성이 목덜미에 내려 앉는 것을 느끼며 그의 눈을 직시했다. 아아, 그래. 분명 자신은 저런 눈을 한 이를 알고 있다.

오래 전,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그의 눈빛이 저러했다. 모든 것을 눈 아래에 두고 아무런 감정조차 담고 있지 않았다. 마치, 벌레를 보는 것처럼.

검은 소용돌이를 후광처럼 두른 그가 한걸음 한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가진바 힘은 분명 네가 많다. 너의 마력량이 나의 마력량보다 앞선다. 또한 힘에 담긴 격 역시 나와 동등하다. 너의 힘은 분명 나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이다.”


“그럼······ 왜? 컥, 커억. 어······째서?”


사신의 숨결이 목덜미에까지 다가온 이 순간까지도 호기심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작 힘을 다루는 주체의 격이 한 없이 낮고, 그 재주 역시 일천하군. 너는 그저 힘만 강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설령 내가 티끌만큼의 힘이 있다 할지라도 너 같은 반편이에게 지지는 않는다.”


“컥, 커, 허억. 큭, 크큭.”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그 자신이 행사하는 힘의 근본이 어떤 것인지. 그저, 강한 힘을 가지고 그것을 자유로이 행사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 스스로가 대 마도를 개척하고 드높은 경지를 개척했으니 그것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


“크, 크크큭. 커억, 큭. 크큭.”


이래서야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은 처음 힘을 손에 쥐었을 때부터 헛일을 한 것이다.

자신은······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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