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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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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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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9.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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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
추천
11
글자
12쪽

88화-일상(1)

DUMMY

-다, 행이다······들리는, 구나······


-스피카! 너 도대체!


영언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그런 그녀에게 무엇이라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힘겹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희미한 웃음에서 느껴지는 충만함에, 그리고 미안함에.


-저······다른, 아이들에게 말······좀 전해줘요.


-······


-최선을, 다해서······그를 지킬 거니까······부디, 돌아······오는 그를······맞이, 해 달라고.


-스피카.


-하, 하하······저······ 바보, 같죠?


-그걸 알면서 그래!


우우웅!


-크읏!


날뛰는 의식을 통제하며 그녀는 작게 미소를 그려 나갔다.


‘아아, 아인즈. 당신이라면, 당신이라면 내가 이렇게 바보같이 행동해도 이해해 줄 수 있겠죠?’


아니, 이해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바보 같은 자신이 부리는 고집이었으니까. 남겨질 이에게 상처만 남기는 일 따위 그가 이해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럴 수 밖에 없는걸요.’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을 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수천년을 홀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언젠가는 소멸할 그날을 기다리며.

하지만 그때 탑의 앞에서 작게 중얼거리던 남자를 만났다.


‘큰일인데······’


그를 처음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가 지니고 있는 것도, 그가 짊어지고 있는 것도. 밤하늘을 닮은 그 눈동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 덕분에 즐거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그 순간에 자신을 붙잡아준 그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렇기에 이제는 자신이 그 보답을 할 차례다.


‘당신만은 내가 꼭 지켜 줄게요.’


한걸음, 한걸음. 그에게 다가가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는 그를 붙잡았다. 그의 향기, 그의 온기가 마음을 적셔오는 것 같았다.


‘미안해요. 당신 옷을 버려버렸네.’


자신에게서 흐른 피가 그의 옷을 적시는 것에 힘없이 웃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내가 바보같이 고집 부려서 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고는 속죄를 할 수가 없는걸요. 당신이라면 이런 내 이기를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우우우웅!


“큿!”


영압이 한차례 더 높아지고 그녀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점점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안해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감각이 흐려져 가는 것이 느껴져 왔다. 이미 육체는 한계에 이르른지 한참이었다. 그나마 호문클루스였기에 지금까지 견딘 것이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견디지도 못했을 터이다.

점점 흐려져만 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은 채 손에 쥐고 있던 것을 그의 가슴에 올려 놓았다.

우우웅.

별의 왕들이 건네어준 바로 그것. 엘의 눈물이 떨어지기 싫다는 듯 작게 요동쳤지만 그녀는 다만 미소를 그릴 뿐이다.

이제 저 손을 놓는다면 그녀는 이 사나운 마력의 폭풍에 휘말려 영원한 어둠에 빠져들 것이다.


‘아인즈······’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흐려진 감각의 너머로 간신히 느껴졌다. 아마도 이게 마지막 눈물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힘겨운 몸을 일으켜 그의 입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안녕.”


마침내 엘의 눈물이 손에서 떨어지고 사나운 마력이 그녀의 몸을 침습해 갔다. 산산이 흩어져가는 몸을 감지하며 눈이 감겨왔다.

너무나 편안하고 나른한 감각에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 그녀를 남자 특유의 각이 진 손이 잡아 챘다.


“어딜 가려고?”


* * *


언제나와 같은 새하얀 정경. 하지만 그것을 보는 이는 언제나와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전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넘겼기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손에 잡히듯 보여왔으니까. 게다가


“돌아왔군.”


사라졌던 능력의 범위 역시 다시 복구되어 5m의 범위를 커버하고 있었다.


“······뭐, 당연한 건가.”


이미 가설에 대한 증명은 끝난 상태. 여기에서 무엇이 그것을 더 보강한다 한들 의미는 없었다. 가득 찬 컵에 물을 더 붇는다 한들 컵은 이미 가득 차 있는 상태이니까.


“흐응? 오늘은 뭔가 불만이 많으신 표정이네요?”


어느새 나타난 것인지 쓴웃음을 짓고 있던 그의 시야의 한 켠에 익숙한 하늘색의 동체가 보였다. 언제나처럼 문득 나타난 그녀를 보며 현휘는 나직한 탄식을 뱉었다.


“역시······ 너, 아니, 그대라고 해야 할까······”


“에? 뭐라고 했어요?”


“아니, 아무것도.”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들이미는 얼굴을 밀어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녀에게 요청했다. 언제나처럼. 어색하지 않게.


“문이나 열어줘.”


“흐음? 저번에 분명히 강제로 접속이 종료됐었지 않아요?”


그녀의 악의 없는 질문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쩐지 약간 씁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니 뭐, 이제쯤이면 다시 접속이 가능할까, 하고.”


‘단지 접속하면 가능하게 할 자신이 있으니까.’


“뭐, 그런가요.”


여전히 멋대로라며 불평하는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허공에 균열을 그려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고위의 이능에 현휘는 입맛이 썼다.


‘아무리 증명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역시 받아들이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


“그럼, 가실까요? 고객님?”


“······그래. 고마워.”


“에이, 왜 그래요. 징그럽게.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고 그래요?”


“아니, 그냥. 한번쯤은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그 말을 끝으로 현휘의 몸이 균열의 너머로 빨려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역시나 익숙한 과거의 기억과 동일한 그것.

잊은 줄 알고 있었던, 떠올리지 않았던 다정한 얼굴의 남자의 그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 분이시군요.’


이토록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아버지의 위대함에 실소를 흘릴 때쯤 마침내 통로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진행되고 있는 어떤 의식과 그것을 홀로 감당해 내며 아인즈의 몸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익숙한 여성의 모습.


“안녕.”


그 모습에 한시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순간에 바로 알아챌 수 있었으니까.

요동치는 마력의 폭풍과 슬픈 웃음을 흘리는 그녀의 얼굴.


‘이제와 또다시 누군가를 떠나 보내라는 거냐!’


의지가 움직임과 함께 복구된 능력이 공간을 지배했다.

주인이 돌아온 영기를 육체에 집어넣고 그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마찰을 제로로 하여 시간을 단축해 마침내 아인즈에 접속했다.

찰나의 순간 육체의 지배권을 획득한 것은 그녀의 손이 떨어진 바로 직후. 이미 거의 흐려져 가는 그녀의 존재를 능력까지 동원해 가며 붙잡았다.

이대로, 허무하게 놓쳐버릴 만큼 그의 능력은 작지 않았다. 이런 일을 가만히 당하기엔 그는 이미 너무나 높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겨우 포착해 낸 그녀의 존재를 손에 쥐며 그 얼굴을 품으로 가져왔다.


“어딜 가려고?”


“어?”


맥없는 목소리를 뱉는 그녀의 동체를 더욱 끌어안으며 아인즈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위험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녀의 존재가 세계에서 지워져 잡아내는 것이 불가능했을 터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를 잡아챘고, 그녀는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품에서 숨을 쉬고, 살아있다.


“날 두고 어디로 가려는 거야?”


“아, 아인즈?”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름을 불러오는 그 목소리에 언제나와 같은 장난기가 약간 섞인, 즐겁다는 목소리로 답해왔다.


“그래. 어디로 가길래 그렇게 절절하게 인사씩이나 하고 있어?”


“아인즈!”


“어, 어?”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작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지만 그때의 색이 여전히 섞여 있는 은색과 녹색이 섞인 신비로운 머리칼. 어쩐지 안정되는 느낌이다.


“그래. 고마워.”


언제나처럼.


* * *


“흐응~”


자못 즐겁다는 얼굴을 하며 그녀는 손에 들린 잔을 기울였다. 평소에 보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그녀의 진짜 얼굴.


“역시, 알아챈 거려나~”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는 작게 키득거렸다.


“흐응~ 역시, 세계의 사랑을 받는 아이라는 건 다르긴 한 거구나.”


녹색과 은색이 섞인 머리칼의 여자를 안은 채 쓰다듬어 주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리아는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더 지켜보기로 할까? 당신처럼 흥미로운 사람은 좀처럼 없으니까.”


후후, 하고 웃던 그녀는 어느새 그에게 달려드는 여자들과 난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며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하핫! 내가 이 맛에 엿보는 걸 관둘 수가 없다니까!”


* * *


28. 초청장


“그럼, 이것으로 오늘의 강의를 마치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아인즈가 강의실에서 나가자 태반이 충혈된 눈을 하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늘어졌다.


“아아~ 너무 힘들어어.”


“으아아! 오늘도 과제가 남았다니이이! 도대체 언제쯤이면 여유로운 아카데미 라이프가 오는거야아!”


“아마도 교수님이 바뀌면.”


“놀고 싶어! 놀고 싶다고오!”


“으아아! 싫어! 교수님 너무 싫어! 근데 실력은 빠르게 늘어서 반박을 못하는 것 때문에 더 싫어!”


모두가 쓰러져서 신음을 흘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부지런히 짐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이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정문을 나선 이리안은 목적한 바를 찾았는지 표정을 환하게 밝히며 달려가 아인즈의 팔에 팔짱을 꼈다.


“오라버니!”


“아, 이리안. 오늘도 외출인가 봐요?”


“네!”


그가 돌아오고 어느새 한달. 슬슬 성질 급한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가로수로 심긴 단풍나무 아래를 걸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이리안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잘생겼다. 헤헷.’


갑작스럽게 휴직계를 내고는 사라져서 이주나 되어서 겨우 돌아왔는데 곧장 병가를 내고는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으음······그게 나랑 관계되었다고는 들었는데······’


분명 그때 자신이 떨어질 때에 무언가 조치를 취한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가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병가를 내고 사라진 것과 그것이 무언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그가 돌아오기까지 일주일을 불안한 마음에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쓰러지는 것은 그녀로서는 단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그 불안은 더욱 컸었다.

어떻게 그를 봐야 할까, 그는 무사할까,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돌아온 그는 평소와 같이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헤헷.’


일주일을 불안 속에서 지내고 틀림없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을 그때에 그는 자신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자신을 위로하면서.


‘괜찮아. 괜찮아.’


아마도 그때 눈물을 흘렸었던 것 같았다. 그가 훔쳐주던 손가락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해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리안은 자신의 옆에서 걸음을 맞추며 걷고 있는 오라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감탄이 나올만한 미남은 아니지만 분명히 잘생긴 얼굴.

누구나 호감을 품을 만한 웃는 인상.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검은 머리와 눈동자까지.


‘헤헤헤.’


확실히 잘생겼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거기에 젊은 나이에 아카데미의 객원 교수가 될 정도로 유능하기까지.


‘역시, 내가 오라버니는 참 잘 골랐어.’


다만, 연인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분명 반한 것은 맞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에게 연정이나 그 비슷한 감정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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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화-부녀(父女)(1) 16.11.01 416 11 12쪽
116 115화-우왕(愚王) 선혈의 군주 +3 16.10.31 484 9 11쪽
115 114화-암류(暗流)(5) +1 16.10.28 538 11 14쪽
114 113화-암류(暗流)(4) 16.10.27 533 10 12쪽
113 112화-암류(暗流)(3) 16.10.26 443 11 12쪽
112 111화-암류(暗流)(2) +1 16.10.25 584 10 12쪽
111 110화-암류(暗流)(1) 16.10.24 454 9 12쪽
110 109화-마법의 여섯 별(4) +1 16.10.21 615 9 14쪽
109 108화-마법의 여섯 별(3) +2 16.10.20 624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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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마법의 여섯 별(1) +2 16.10.18 69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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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4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4) 16.10.14 660 8 12쪽
104 103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3) +1 16.10.13 588 10 12쪽
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6 9 12쪽
101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1 16.10.10 715 9 12쪽
100 99화-유렐 아이스(Julell Ice)(1) +3 16.09.25 756 10 14쪽
99 98화-마법사의 의무(2) +2 16.09.24 751 10 12쪽
98 97화-마법사의 의무(1) 16.09.23 666 9 11쪽
97 96화-토리스(Torris)(3) 16.09.18 672 10 12쪽
96 95화-토리스(Torris)(2) 16.09.17 638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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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2화-초청장(1) 16.09.10 655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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