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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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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작성
16.06.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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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28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1)

DUMMY

그녀에게 작게 속삭인 그는 곧 시선을 들어 오드사와 그 외의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 맺힌 것은 분노와 일말의 흥분. 그리고 기대감이었다. 그것을 안 아인즈는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그에 오드사는 다시 공세를 취해왔다.


“무언가? 그것은 우리를 비웃는 것인가? 감히 평민 따위가?”


오드사의 말에 따라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한 귀족들을 보며 아인즈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 나. 이놈의 귀족주의. 더러워서 진짜.”


“뭐라?”


“너, 시끄러워. 닥쳐.”


“이놈이! 내 당······! 읍? 으읍?”


아인즈의 말에 분노를 표하던 귀족이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자 그들의 시선이 아인즈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아인즈는 얼굴에 짜증을 가득 담고 있을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귀족은 무언가에 막힌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일순 침묵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분노를 토해내었다.


“네놈! 언령사구나!”


“네놈이 감히 귀족에게 마법을 쓰다니!”


“죽고 싶으냐!”


그들의 토해내는 분노에도 아인즈는 아랑곳 없이 이리안의 등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하, 결국 더러운 왕녀의 욕구의 배출구나 하던 놈이!”


“거기까지.”


그 순간. 그들은 무언가가 자신들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그런 수준의 물렁물렁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한 ‘공포’였다.


“내가, 가만히 있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어느새 이리안을 의자에 앉혀 놓았는지 손목을 돌려보던 그가 홀의 중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듣다, 듣다, 결국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버리네?”


뚜벅뚜벅.


“애초에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왕녀의 부탁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녀의 저런 모습을 보았다. 그럼 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마침내 홀의 중앙에 도착한 그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권력을 탐하고 남을 상처 입히는 것 밖에는 할 줄 모르는 쓰레기들과 그 쓰레기들에 소외 당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사랑하는 누이.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결심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결정했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것을 보고 그는 각오했다.


“더 이상 헤매지 않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마침내 언령이 되어 세상에 퍼져 나갔다.

지금껏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환상이라고 느꼈다.

지금껏 꿈이라고 애써 부인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별이 제시해준 답을 찾았다. 별의 길에서 그의 길을 보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바보같이 헤매지 않았다.


“애초에 너희는 세상을 잘못 살아가고 있다.”


서두를 떼어낸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희의 눈에는 이 세상이 어떻게 비치나? 아마도 두 분류겠지. 고귀한 귀족, 천한 가축. 그렇지 않나?”


그의 말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너희는 서로의 것을 탐하고, 빼앗고, 싸우고, 멸시하고, 천대하고, 학대하고, 속이고, 구분 짓는다.”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게 무엇이냐? 그게 사람이냐? 너희가 처음부터 귀족이었던 줄 아느냐? 그들도, 너희의 선조들도 결국 처음에는 모두 평민이었다. 너희가 가축으로 부리는 평민이었다!”


그의 말에는 이미 항거할 수 없는 권능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노력해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귀족이라는 자리를 선물 받았다. 그것은 그들이 원했던 것이 아닌 사람들이 원했던 것이다.”


별에서 얻은 답. 그것은 그를 이 세계에 고정해 주었고 그는 마침내 그것을 인정했다.


“그 자리는 애초에 사람들을 위한 자리다! 그런데 너희는 뭐냐!”


그의 외침에 그의 의지가 언령이 되어 퍼져 나갔다.


“사람을 위하기는커녕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이냐!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 그를 무엇이라 부르는지 아는가?”


그의 외침에, 분노에 홀이 침묵에 가라앉는다.


“짐승이다. 알겠나? 너희는 짐승인 것이다!”


그가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모노클을 벗어 흐려진 유리를 닦아갔다.


“애초에 귀족이라는 건 사람들이 원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위에 놓은 보호자다. 그들은 자신들의 보호를 귀족에게 의탁했고 그 보답으로 많은 권리를 주었다. 그런데 이게 다 뭐냐. 너희가, 귀족이 이제는 그들의 위험이다. 권리만을 행사하고 의무는 행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이 귀족이냐!”


그의 의지가 다시금 그들을 두드렸다. 그는 별을 보는 자. 그의 행동은 그 하나만으로 운명에 간섭할 힘을 가진다.


“귀족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람들은 귀족을 인정한다. 그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귀족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부터 내려온 귀족의 의무다.”


그의 말에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낯선 소리가 끼어들었다.

짝짝짝.

갑작스러운 박수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훌륭하군, 좋은 연설이었네. 잘 들었어.”


그의 말에 아인즈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십니까.”


“나 말인가?”


이거 참, 나도 늙었군. 이라며 중얼거리던 그는 이내 아인즈를 바라보며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내 소개를 하지. 나는 루멘 왕국의 제1검이라 불리는 지하스 산 샤이오니스(Jihass-san-Shionis)라고 하는 사람일세.”


* * *


13. 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


대륙에는 평범한 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자들이 존재한다.

인간이라는 규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계까지 강해진 이들에게 사람들은 존경을 담아 16성이라 부른다.

검을 쓰는 이가 7명, 마법사가 6명, 정령사가 3명인 그들은 대부분 성좌에 오르는 순간 자신들의 영지 내지는 영역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았다.

개중에 특이하게 나라에 소속되어 충성을 다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루멘 왕국의 제1검. 환뢰(幻牢)의 검호 지하스 산 샤이오니스(Jihass-san-Shionis).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홀이 소란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정작 아인즈는 홀의 분위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오직 하나.

지하스 산 샤이오니스.

왕국 제1검, 환뢰의 검호, 16성좌의 1인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수 없이 많았지만 아인즈의 눈에 비친 그는 그런 하찮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 그것도 리의 바로 아래에 있는 지극히 굳건한······”


이미 리를 아는 그는 충분히 감지 할 수 있었다. 저 눈앞의 남자가 어떤 이인지. 그의 리로 향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별을 보고, 인도를 받아 마침내 리에 도달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검의 인도를 받아 홀로 굳건히 걸어가는 그의 길에 아인즈는 싱긋, 미소 지었다.



“반갑습니다. 샤이오니스경. 그대의 걸어가는 길에 경의를 표하는 바 입니다.”


그의 말이 갑작스러웠던 탓일까. 지하스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아인즈에게 다가왔다.


“그래, 나 역시 반갑군. 험한 길을 걸어가는 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전우를 보는 것 같아 제법 기쁜 일이니까 말일세.”


180가량 되어 보이는 체격. 마른 듯 하지만 그 힘이 느껴지는 몸. 그리고 고집이 묻어나는 얼굴. 그의 갈색 빛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아인즈가 손을 내밀었다.


“확실히. 길은 다를지라도 추구하는 극점의 존재는 누구라도 같은 것이겠지요.”


“물론. 그 끝에는 드높은 지혜가 있으니 나는 그것을 나의 검으로 그리고 싶을 따름일세.”


당당한 태도의 아인즈가 썩 마음에 든 듯, 지하스가 손을 맞잡고 씨익, 거친 미소를 지었다. 야전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의 미소에 아인즈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눈앞의 남자가 제법 마음에 들었으니까.

잠시간의 악수를 마친 아인즈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경께서는 왕성에 계셔야 하는 것이 아니신지요. 거기에 이렇게 인원까지 대동하시고.”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인즈에게는 이곳, 상아홀을 에워싸고 있는 이들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졌다.


“하나같이 상당한 수련을 쌓은 이들. 거기에 시작점에 선 이들도 세명 가량 있군요.”


그의 말에 지하스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 정도는 순식간에 알아채는구먼. 사실은 이곳에서 강대한 영력의 파장이 일어나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온 것이지만······”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이내 아인즈를 바라보며 씨익, 하고 이를 드러내었다.


“이곳에서 그런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자네뿐인 것 같구먼.”


“음, 확실히 방금 전에는 제가 조금 흥분했던 것 같군요.”


아인즈는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에 그도 마주 웃었다. 어째서 일까. 그들은 서로가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들의 성격도, 취향도, 의지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그 무언가가 그들을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렵니까?”


“음, 그게 말이지······”


주변을 둘러보던 그가 아인즈와 눈을 마주치고는 씨익, 거친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 그에 아인즈의 얼굴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일단은 한판, 해야겠네.”


그의 말과 동시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잔잔한 아니, 굳건하고 고요해 마치 바위와도 같은 그의 기도가 아인즈를 압박해왔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여러모로 곤란하실 텐데요.”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말에 지하스는 씨익 웃으며 손목을 들어 보였다. 그곳에는 검은색으로 상감된 은색의 고풍스러운 팔찌가 광채를 빛내고 있었다.


“Duel.”


후우우웅.

지하스의 가벼운 한마디와 함께 팔찌에서부터 시작된 힘이 공간을 점유해갔다. 그것은 완전한 격리. 세계로부터의 차단.

그 높은 수준의 마도의 산물에 아인즈는 나직이 감탄성을 뱉었다.


“과연······ 그런 물품이 있으셨군요.”


“알아보겠는가?”


짓궂게 웃으며 물어오는 그의 태도에 아인즈는 빙긋이 웃으며 주변을 감싼 이능의 향취를 해석했다.


“적어도 라벨 학파 기준으로 8클래스 이상의 고위의 마법으로 탄생한 산물이군요. 효능은 기존 공간의 완전한 격폐. 그 원리는 차원을 찌그려서 만든 아공간의 틈을 넓게 펼쳐 공간을 감싼다······ 맞습니까?”


“허허허.”


그의 대답에 지하스는 허탈하게 웃었다. 설마하니 이것의 원리를 그토록 쉽게 꿰뚫어 볼 줄이야.


“자네······ 강하군?”


“이를 말씀이십니까.”


시종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에 지하스는 가슴 한켠에 있던 방심의 조각을 버렸다.

방금의 대화로 완전히 깨달았다. 눈앞의 저 빙글거리는 젊은 남자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쩌면. 자신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위험인물.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결코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얼마만인가······ 이런 긴장이.’


오래 전, 지금의 경지에 이르고 나서는 한번도 느끼지 못한, 가슴이 뛰고 어깨가 뻣뻣하게 굳는 이런 긴장감.

젊은 시절. 풋내기였을 때에나 느껴보았던 그 느낌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오시지 않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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